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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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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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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8.0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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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136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7)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47.

위즈는 곧장 어둠 속에 잠긴 폐허로 몸을 날렸다. 불침번을 서던 레미라 마법사는 탐지 중에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렇다는 것은 이미 폐허를 벗어나 멀어지고 있다는 뜻이 되었다.

문제는, ‘이동 중에 마법사의 탐지를 완전히 피하는 게 가능한가?’이다.

‘일단 거리만 벌려서 탐지 영역만 벗어나면 더 이상 들키진 않는다. 하지만 거리를 벌리려 노력하는 동안에는 탐지 영역에 있을 수밖에 없지. 그동안 어떻게 탐지를 피할 수 있었던 거지?’

무엇보다 자신의 소환수인 곰곰까지 함께 사라졌다는 게 이상하다.

미니맵을 보면 곰곰은 이 지역에 잔류한 걸로 나와 있다.

‘죽어서 펫 인벤토리로 강제귀환된 것도 아냐.’

곰곰은 아이린과 함께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위즈는 일단 생각을 여기에서 끊었다.

마법사의 탐지를 빠르게 숨을 수 있는 방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단 확인은 해봐야겠지.”

위즈는 폐허 속에서도 가장 커다란 건물 속에 들어갔다.

“라이팅!”

반쯤 기울어진 건물의 내부가 드러났다. 용도를 알 수 없는 구조였다. 그냥 넓기만 하고 어떤 집기가 놓인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작은 항아리 같은 게 몇 개 굴러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위즈는 항아리를 뒤집어 보았다. 바닥에 작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다. 진각으로 항아리를 찍어서 깨보니 오랜 시간 다져진 흙이 항아리 모양이 되어 있었다.

그 흙을 발로 지그시 눌러보니, 두 덩어리로 갈라져 바닥에 뒹굴었다. 가운데의 빈 공간을 살핀 위즈는 이 항아리의 용도를 알아냈다.

“화분이로군.”

다른 항아리들을 살펴볼 것도 없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항아리가 놓인 것으로 보아, 조경을 위한 배치임을 대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벽면에 걸린 철봉의 용도 역시 짐작해볼 수 있었다.

“태피스트리.”

깃발이나 자수가 들어간 천을 벽에 거는 건, 다른 게임 속에서도 숱하게 보아온 인테리어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의 공간은 예외 없이 많은 사람이 오가는 회랑의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건물의 크기에 비해 회랑이 너무 넓어. 나머지는 붕괴되었다거나 그랬겠군.”

위즈는 라이팅을 사방으로 날려 보내며 어둠 속에 위험한 게 있는지 일일이 확인했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위즈는 즉시 펫 인벤토리를 열었다. 안쪽에서 작은 바윗돌 같은 게 툭 떨어졌다. 그것의 입이라고 짐작되는 균열에서, 희미하게 보랏빛마력이 일렁거렸다.

『무슨 일인가. 보아하니 이곳은 아직 신성왕국 같은데?』

핏 스톤은 입속에 든 것을 우물거리면서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아이린이 납치당했어.”

『마법사들은 놀고 있었나?』

이곳에 와 있는 레미라 마법사들은, 모두 중급 마법사였다. 중급 마법사만 11명인데 어린애 하나 지키지 못했느냐는 비꼼이다.

“계속 탐지를 사용 중이었어. 소환수인 곰곰도 함께 있었고.”

핏 스톤의 우물거림이 멈췄다.

『탐지를 사용했을 때는 어땠나?』

“어땠냐니? 당연히 아무것도…….”

『사라진 걸 알고 난 뒤에 사용한 탐지 말이다.』

“전혀 반응이 없었어.”

『둘 중 하나로군. 탐지 시 발생하는 파동의 속도보다 빠르게 멀어졌거나, 땅속 깊숙이 숨어버린 경우.』

“난 후자라고 생각해.”

『한번 알아보지.』

핏 스톤의 몸뚱이가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동안 위즈는 무한의 서를 꺼냈다. 마법사가 아님에도 마법을 배울 수 있게 되었지만, 라이팅과 배리어 말고는 쓸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러니 스크롤이라도 비축해두어야만 했다.

위즈는 윈드커터와 얼음 족쇄만 제각각 스무 장 가까이 만들어냈다.

그나마 이 땅이 신성왕국이면서도 마력의 컨트롤이 어려운 지역이 아닌 게 다행이었다.

잠시 후 다시 올라온 핏 스톤이 입을 열었다. 위즈는 자신의 짐작이 옳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지속성을 가진 존재가 이동한 흔적을 발견했다.』


◇◇◇◇◇◈◇◇◇◇◇◇◈◇◇◇◇◇◇◈◇◇◇◇◇


Witch의 소환수가 되기 전의 핏 스톤은, 마계에 살던 대지 속성의 바위 같은 생명체였다.

대지속성이면서 그 재질이 바위라는 특성 때문에, 핏 스톤은 땅과 동화된 채 활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단순한 회피뿐만이 아니라, 이동과 공격까지도 땅속에 들어가 있는 채로 해결할 수 있다. 스킬까지도 땅속에서 쓸 수 있다.

그건 소환수가 되면서 깨우친 능력.

즉, 똑같은 핏 스톤이라고 같은 재주를 부리진 못한다는 뜻이다.

물론 웜 계열의 몬스터 역시 땅속을 파고 들어가 이동하며, 공격까지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땅을 파고 들어간다는 개념이다.

핏 스톤의 대지와 동화되는 능력은, 땅을 헤엄쳐 다니는 것이었다.

지금 핏 스톤이 발견한 흔적도 그와 같은 것이었다.

“얼마나 깊숙이 있지?”

『지상으로부터 50미터 이상.』

“그렇다면 어째서 탐지 스킬로 찾아내지 못한 거지? 중급마법사 수준이 최고출력으로 탐지를 사용했다면, 땅속이라 해도 50미터 수준은 쉽게 찾는다고.”

핏 스톤이 입속에서 뭔가를 내뱉었다. 그것은 평범한 바위조각이었다.

『중급 마법사 정도나 되는 자들이 아무것도 모르고 당한 게 이상해서 살펴보았더니 이런 게 있었다.』

"이게 어떻다는 거지?“

『마력을 보는 눈을 사용하라.』

핏 스톤이 시키는 대로 하자, 바위조각에 빛이 어렸다. 마력의 흔적이다.

“두세 종류의 마력이 느껴져. 이건 뭐지?”

『파괴된 골렘의 일부다. 시전자와 파괴한 자의 마력이 뒤섞여 있다.』

위즈는 빙글뱅글이 처음 소환해냈던 거대한 골렘을 떠올렸다. 그것은 빙글뱅글이 사라진 뒤 행동불능이 되었지만, 갑자기 공격해올 위험 때문에 파괴되었었다.

“그럼 문제없잖아? 이거 이미 일행들이 처리한 거라고.”

『그 파편이 그대의 일행들이 자던 땅 밑에 수도 없이 흩어져 있다.』

“워낙이 덩치가 컸었으니까.”

『마법사의 탐지는 시전자의 마력으로 만든 고리를 넓게 퍼뜨려, 거기에 걸리는 존재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피아식별은 자신의 마력과 다른 이종의 마력을 인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종의 마력? 가만……그런데 이 파편엔 레미라 마법사들의 마력이 들어 있잖아? 그럼 이 파편의 마력은 탐지에 안 걸리는 건가?”

『그렇진 않다. 일단 골렘을 불러낸 자의 마력도 남아 있으니까. 하지만 이미 파괴된 골렘의 마력이니, 탐지 스킬을 사용하면서도 매번 이 파편 조각의 마력에 신경 쓰진 않았을 것이다. 파편이 움직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수십 개가 땅속에 묻혀 있었으니까.』

“그럼 대지속성을 가진 그 누군가는, 그러한 맹점을 노렸다는 건가?”

『그래. 하나 덧붙이자면, 그 파편에 어린 마력 중 하나와 비슷한 마력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마법사의 탐지로부터 벗어날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 짐작 가는 놈이 있어. 빙글뱅글이 만든 골렘은 둘이었어. 소형 골렘이었는데, 빙글뱅글은 코어에 악령을 집어넣었어.”

그리고 주인의 제어를 벗어나 제멋대로 행동했다. 위즈는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기에, 녀석을 그냥 놓아주었었다.

『어떻게 된 건지 알겠군.』

핏 스톤의 몸체가 튀어나와 통통 튀며 앞으로 나아갔다.

“어딜 가?”

『300년 전만 해도, 이 폐허는 신성왕국의 이웃인 아랄의 공관이었다. 마족 볼가를 치기 위한 결사대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길을 떠난 곳이지.』

“그런 곳이면 왜 이렇게 버려져 있지?”

『산 자의 영광을 위해서 이겠지. 아무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네크로맨서가 소환하는 악령은, 그 땅에서 죽은 자들의 기억을 매개체로 삼는다. 이곳에 돌아와 죽은 결사대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악령이라면, 그 악령들이 원하는 게 뭔지 뻔하다. 녀석들은…….』

“녀석들은?”

『마계와의 통로를 열어버릴 것이다.』

위즈는 인상을 썼다.

“디멘션 게이트?”

이미 엔틸리움에서 뜨거운 맛을 봤기 때문에, 위즈는 같은 게 이곳에서 열리는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다. 헌데 이어지는 핏 스톤의 말은 위즈의 상상보다 더 안 좋은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잠깐 유지되는 마법진이 아니다. 약간의 조작만으로 여닫을 수 있는 구조물이다.』

“그럼 상시 통할 수 있단 말이야?”

『그렇다.』

마계와 통한다. 즉, 마계의 마족이며 마물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다는 뜻과 같았다.

아직 2차 전직도 안 된 유저들은 상대도 안 될게 뻔했다. 아니, NPC들부터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대체 악령이란 놈들은 왜 그런 짓을 하는 건데!”

『에켈 요새 밑에 갇혀 있었지만, 가끔씩 내 분신을 보내 바깥상황을 살피고는 있었다.』

“아……그 쁘띠 뭐시긴가 하는 거?”

위즈는 레미라 수호전쟁 기간중, 바하르칼 마법사들이 기지로 삼은 섬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그때 핏 스톤은 잇페인에게 잡혀가기 전 분신을 만들어 남겨 놓았었다.

『분신은 그저 흙에다 마력을 불어 넣은 것이니, 에켈 요새의 결계를 빠져나갈 수 있었으니까. 아무튼 이곳에도 내 분신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귀환자들 일부가 배신한 것을 알았다.』

“마족들 편에 붙었다는 거야? 결사대가 되어 목숨까지 걸고 싸운 사람들이 왜?”

『귀환자들이 돌아 왔을 때는, 각 왕국과 귀족들이 손을 잡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있었다. 전쟁 영웅인 귀환자를 견제하는 건 당연한 일. 귀환자들은 이에 반발하여 마계와 통하는 문을 열려고 했던 거다. 너도 당해보라는 치졸한 심보였지.』

“그래서 그 계획은 성공했어?”

『당연히 실패했다. 이제 막 돌아온 귀환자들은 세력기반도 없었을 뿐더러, 그들에게 붙은 감시의 눈조차 뿌리치지 못했다. 이들은 모의한지 하루도 못되어 붙잡혔다.』

“그때 죽은 자들의 기억이 악령이 되었고, 새로이 골렘의 육체를 얻자마자 그 계획을 실현하려한다 이건가?”

『실제로도 그 계획은 실현가능하다. 왜냐하면 이 폐허의 지하에는, 당시 결사대를 볼가의 성으로 보낼 때 사용한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위즈는 피식 웃었다. 다른 게임 같았으면 이랬을 것이다.

고대유적이나 유물은 무조건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던전에서 막 꺼낸 기계장치가 작동되며, 무기도 엄청 날이 잘 들어서 적을 썩둑썩둑 썰어버린다.

하지만 더 오션에선 그렇지 않다.

막 꺼낸 기계장치는 움직이지 않고, 무기는 헐어서 제대로 쓰기 힘들다.

감정 끝에 쓸 만 한 걸 골라냈어도, 수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족 볼가와 싸울 때라면, 시간상 300년 전이다. 그 후 이 장소가 폐허가 된 채 방치된 것을 보면, 그 포탈이란 건 까맣게 잊혀진 물건이었다.

“300년이나 사람 손이 안탄 걸 텐데 그게 작동돼?”

『아이린이란 아이가 마법공학을 공부했다고 하지 않았나?』

“헉. 그래서 아이린을……아니지, 걔는 아직 어려서 마법공학자라고 불리기엔 손색이 있다고.”

『그렇다면 더 큰일이군. 쓸모도 없는데 과연 악령이 살려둘까?』


◇◇◇◇◇◈◇◇◇◇◇◇◈◇◇◇◇◇◇◈◇◇◇◇◇


아이린은 땀으로 축축해진 손을 곰곰의 갈기털에 문질러 닦았다. 조금 전 천장이 무너져 깔려죽을 뻔 하고부터 괜히 식은땀이 흘렀다. 아이린은 두 눈을 부릅뜨고 앞서가는 붉은 빛을 응시했다. 이곳은 빛조차 들어오지 않는 지하였다. 캄캄한 어둠에서 눈에 보이는 건 저 빛뿐이니 자연스레 그것에 눈을 둘 수밖에 없었다.

붉은 빛은 사람의 형체를 휘감고 있었다. 당연히 저건 사람이 아니다.

이 붉은 빛의 정체는 아이린을 데려온 장본인.

스스로 악령이었던 존재라고 밝힌 수상한 존재다.

‘아무리 봐도 저건 골렘이야.’

이제까지 아이린은 누군가 숨어서 말을 걸어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상식적으로 골렘이 말을 할 리 없기 때문이다.

마법공학을 공부하기에 아이린은 누구보다 잘 알았다. 발성기관을 만들기도 힘들고, 지성을 부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단 것을.

무엇보다 골렘은 영혼이 없는 존재다. 절대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없어야 한다.

하지만 주변에 존재하는 것은 골렘뿐이다. 다른 사람은 없었다. 있다면 곰곰이 알아챘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아이린과 이야기를 나눈 건 역시 저 골렘이란 뜻이 된다.

갑자기 앞서가던 골렘이 멈추었다.

- 화살이 발사되는 장치가 있다. 낡았지만 아직 작동할 것 같군.

“부수면 안 돼?”

-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조금 전 천장이 무너져 내린 것도, 따지고 보면 함정을 망가뜨리는 과정에서 생긴 일이었다. 전문가가 아니면서 만져대다간 이곳에 뼈를 묻게 되리란 걸 알기에 아이린도 더 이상 말하진 않았다. 대신 곰곰의 머리를 토닥였다.

“곰곰아 힘내.”

우웡.

자세를 낮추며 곰곰이 울었다. 아이린은 끼고 있던 모자손에서 와이어를 뽑아냈다. 사람들에게 파는 것과는 달리 이런 저런 장치를 달아둔 오리지널 모델이다. 그리고 와이어는 아이린의 체중을 버틸 정도로 인장력이 뛰어난 세공품이었다.

아이린은 와이어로 곰곰의 배를 느슨하게 휘감아서 자신의 허리띠와 연결했다.

약에 취해 있는 동안 곰곰이 어떻게 활약했는지를 사람들에게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그냥 곰이 아닌 소환수라 달리는 속도가 엄청나다고 했으니, 떨어지지 않도록 대비를 할 생각이었다.

한껏 웅크린 곰곰의 동공이 크게 찢어졌다. 완전히 튀어나온 갈고리는 강철처럼 광택을 머금고 번들거렸다. 준비를 끝낸 아이린이 곰곰을 가볍게 토닥였다.

그것을 신호로 곰곰의 몸뚱이가 쏘아져나갔다.

곰곰이 바닥을 밟자마자 좌우의 벽이 열리며 빽빽하게 장전된 화살들이 드러났다. 벽이 열림과 동시에 화살들은 두서없이 발사되었다. 일제히 발사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번 피하면 그만인 공격이 아니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퍼부어지는 화살 비였다.

곰곰은 본능에 의지하여 화살을 몸으로 받아내고 앞발로 쳐냈다. 그러면서도 빠르게 화살 비를 뚫고 나아갔다. 간혹 몸을 뒤집어 가슴팍으로 화살을 맞기도 했다.

등에 올라탄 아이린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곰곰에겐 이런 화살은 아프지도 않았다. 윤기 나는 털가죽의 효과로 인해 모조리 튕겨 내버렸기 때문이다. 가끔 위험하다 싶을 땐 갈고리 같은 발톱으로 날아드는 화살을 쳐내거나 잘라버렸다.

그것도 이제 끝이 보인다. 함정이 설치된 통로의 끝이 가까워진 것이다.

크어어!

곰곰은 맞은편의 벽을 들이받을 기세로 뛰어들었다.

그 순간 벽이 활짝 열리며, 큼직한 강철 화살 열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발리스타에 사용되는 크기의 화살이었는데, 통짜 쇠로 만들어진 물건이었다. 이제까지의 화살처럼 대충 몸으로 때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곰곰의 눈동자가 벌겋게 변했다.


<아드레날린 부스터가 발동 되었습니다.>


곰곰은 크게 도약하면서 앞발을 휘둘렀다. 앞발에서 보이지 않는 충격파가 터져 나오며 발리스타 발사 장치를 뭉개버렸다. 20%확률로 전방 2미터에 피해를 입히는 스킬, ‘검은 질풍’이었다. 원체 행운 스탯이 높아서 쓰려고만 마음먹으면 곰곰은 연거푸 사용 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장전된 발리스타들은 크게 휘어버렸다. 발사된 발리스타들은 궤도가 크게 휘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 버렸다.

곰곰은 갈고리 같은 손톱을 최대한 길게 뽑아내어 바닥에 깊숙이 박았다. 그리고 몸을 옆으로 눕혔다. 달리는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이 갈려나갔다. 충분한 브레이크 효과는 내지 못했지만, 곰이라는 생물 특유의 두꺼운 털가죽 덕분에 아이린은 무사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이린이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잘했어.”

아이린의 칭찬을 들은 곰곰이 헤벌쭉 입을 벌리며 헥헥거렸다. 주인인 위즈 앞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을 표정이다.

둘의 무사함을 확인한 골렘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 시간 없다.

다시 골렘을 따라 통로를 이동하는 지루한 일이 계속되었다. 깜깜해서 보이는 게 없었기에 아이린은 툴툴 거렸다.

“어째서 우릴 데려올 때처럼 해주지 않는 거야?”

아이린은 땅덩어리를 헤엄치듯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이림과 곰곰은 그렇게 이 어두컴컴한 지하로 들어왔다.

- 이제 힘이 없다. 이걸 몇 번이나 말해줘야 하나?

“회복 안 되었어?”

- 안 되었다.

“눈곱만큼도?”

- 누가 마력을 불어넣어주지 않으면 절대 회복 못한다.

“그럼 네가 원하는 일을 해주고 나면, 우리들은 다시 못 돌아가겠네?”

골렘의 걸음이 멈췄다.

- 지하 유적에 돌아가는 방법이 있다.

“속이는 건 아니지?”

- 넌 마법공학자다. 보면 알 수 있겠지.

“좋아, 확인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곰곰에게 박살내버리라고 할 거야.”

- 남의 소환수가 네 말을 따를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곰곰의 손톱이 길게 뻗어 나와 골렘의 심장을 겨누었다. 붉은 빛을 뿜어내는 심장에, 시커먼 발톱이 닿아있는 모습을 본 아이린이 코웃음을 쳤다.

“네가 마음에 안 드나 봐.”

- 골렘의 심장은 그렇게 쉽게 부술 수 있는 게 아니다. 곰 따위가 부술게 아니란 말이다.

“얘는 곰이 아니라, 종족명 ‘소환수’거든요? 조금 전에 통로 끝의 함정 부수는 거 안 봤어? 무슨 곰이 손에서 칼바람을 쏴?”

아이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곰곰이 발톱을 휘둘러 통로를 긁었다. 강철처럼 단단한 벽에서 불똥이 튀며 예리하게 잘려나갔다. 숙련된 전사에게도 힘든 일이었다.

- 알았다. 그만하지.

“하여간, 거짓말이기만 해봐. 분해해서 내 장난감으로 만들어버릴 테니까. 듣자하니 골렘의 심장에는 고출력의 마력석이 들어간다지?”

아이린이 골렘의 가슴팍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눈빛을 응시하던 골렘은 말없이 걸음을 옮겼다. 아이린도 곰곰도 더 이상 골렘을 위협하지 않았다.

‘유적 얘기에 혹해서 따라오긴 했는데…이거 잘못 생각한 것 같단 말이야?’

붉은 심장의 골렘을 따라 아이린의 눈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작가의말

2014.11.08 수정

[8,217 => 8,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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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73 엘자르
    작성일
    14.08.04 12:30
    No. 1

    주인이 소환수 위치 확인 할수 있던가 없던가... 설정이 기억이 안나네....ㅎ..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8 폭렬천사
    작성일
    14.08.04 14:36
    No. 2

    충성심이 낮고, 곰곰의 성향이 은둔형 외톨이 성향이 있어서......같은 지역에 있다없다 정도만 파악 가능해요.
    위즈는 지금 같은 폐허에 있구나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물론 생명 반응이나 몸상태까지는 체크가능)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이름좀늘려
    작성일
    14.08.04 12:47
    No.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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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130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1) +2 14.07.16 817 22 25쪽
132 129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0) +3 14.07.15 693 35 19쪽
131 128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9) +1 14.07.14 809 21 24쪽
130 127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8) * +5 14.07.12 778 23 39쪽
129 126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7) +1 14.07.11 883 28 26쪽
128 125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6) +2 14.07.10 869 26 23쪽
127 124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5) +1 14.07.08 895 37 29쪽
126 123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4) +2 14.07.07 736 18 21쪽
125 122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3) * +4 14.07.03 813 34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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