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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또 다른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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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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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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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쪽

144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5)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55.

슈슉! 슈슉!

빙글뱅글이 매직 스틱을 겨누는 곳마다, 라바 사이테리아의 꽃이 붉게 타오르는 덩어리를 쏘아냈다. 흡사 용암을 뱉어내는 듯한 모습이다. 쏘아낸 것들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동안 딱딱하게 굳으며 지면에 박혔다. 그 충격으로 갈라진 물체에서 붉은 덩굴줄기가 튀어나왔다.

모내기를 끝낸 논처럼 용암지대 곳곳에 붉은 식물이 자리를 틀었다.

겉보기엔 위험해 보이진 않지만, 이것들은 용암을 먹고 변화한 사이테리아에게서 나온 것이다. 덩굴줄기들은 다가오는 것들을 휘감아 태울 준비가 돼있었다.

“이제 거기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W!”

첫 번째로 가한 공격은 어디까지나 탐색전의 목적이었다.

그래서 용암덩이와 덩굴줄기를 섞어서 쏜 것이다.

빙글뱅글은 덩굴줄기보단, 용암덩이가 더 상대하기 까다로울 것이라 생각했다.

대충 쳐냈다간 용암을 뒤집어쓰거나, 주변에 마구 튀어서 발 디딜 곳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발목을 잡히면 그 틈에 이 용암지대를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헌데 W는 용암덩이 공격을 완벽하게 방어해냈다.

일전에도 보았던 커다란 고스트 블레이드를 꺼내 분쇄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덩굴줄기에는 의외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런 거에 애먹다니……의외로 물량에 약하군.”

예전에 대련모드에서 싸우던 때를 기억해낸 빙글뱅글은 쉽게 납득했다.

네크로맨서의 장점은 많은 병력을 운용한다는 것. 그러니 누구라도 그와 싸울 땐, 多:1로 싸울 각오를 해야 한다. 당연히 동료를 모아 싸워야 하며, 방어에 충실한 장비를 세팅해야 한다.

하지만 W는 동료도 없이 홀로 덤벼들고 있다. 게다가 걸치고 있는 방어구는 초보 아처의 복장. 그나마도 용암지대에 오래 머무른 탓에 너덜대는 걸 확인했다.

“피하고 나면 그만인 용암덩이는 빼버려야겠군.”

빙글뱅글은 사이테리아에 명령을 내려 덩굴줄기만 쏘아 보내게 했다.

덩굴줄기의 공격력이나 방어력은 별것 없었으나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신이 이곳을 탈출 할 때까지 W라는 훼방꾼의 발만 잡아둘 수 있다면 그만이었다.

빙글뱅글은 라바 사이테리아에게 최종명령을 내렸다.

“최종형태 나인 테일.”

끊임없이 용암을 빨아들여 자신을 제외하고 이동하는 대상을 공격하라는 것이었다.

“이제 가볼까?”

단지 용암지대를 벗어나려는 것이지만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이 용암지대는 지하에서 포탈이 가동되면서 지반이 붕괴되어 생긴 지형이다.

또한 막 생겨난 탓에 곳곳이 불안정하기까지 하다.

붕괴된 바깥 면은 절벽이 되었고 안쪽은 움푹 꺼진 분지처럼 되어 있었는데, 안쪽은 끊임없이 용암이 분출되며 서 있을 곳이 줄어들었다. 따로 빠져나갈 곳은 없는데도, 용암은 천천히 차오르고 있다.

결국 이 용암지대는 용암에 잠기게 될 것이다.

탈출은 빠를수록 좋았다.

빙글뱅글은 절벽으로 다가갔다.

하늘을 날아서 갈 수 있는 게 아니라면, 절벽을 기어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절벽 쪽은 비교적 EMP가 안정된 덕에, 매직 애로우가 그리 자주 떨어지지 않았다.

염려되는 건 절벽의 재질이다.

부스러지는 흙과 자갈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단단하게 다져져 있다고는 하나 흙은 흙.

무너져 내리면 손쓸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 발 디딜 곳도 마땅치 않다.

하지만 빙글뱅글에겐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 바로 마법을 이용하는 것.

절벽에 대고 스톤 엣지를 만들어 발판으로 삼으면 되기 때문이다.

“간간히 비행주문으로 크게 도약하면, 시간단축에도 도움이 되겠지.”

빙글뱅글은 절벽 면에 직접 손을 대고 마력을 모았다.

“스톤 엣지.”

뾰족한 바위가 절벽에 자라났다. 빙글뱅글은 그것을 발판삼아 올라서며, 다시 같은 주문을 외웠다. 속도는 느려도 이곳을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기에 빙글뱅글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다행히 주문은 캔슬되지 않았고, 그는 3층 건물 높이까지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절벽을 오르는데 온 정신을 쏟는 동안, 빙글뱅글의 뒤편에서는 W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위즈는 학살자의 망령을 단단히 고쳐들었다. 아직 마력을 불어넣은 상태는 아니다.

무기로서 학살자의 망령은 무겁기만 하고 밸런스가 무너진 고철이지만, 이보다 더 좋은 무기는 가지고 있지 않다. 특히나 두껍고 커다란 칼날은, 전투 중 쉽게 부서질 구조가 아니다.

“흠……역시 넌 최고구나.”

크웡. 우어엉.

곰곰이 낮게 울었다. 네 발을 들썩이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양새가, 위즈더러 빨리 내리라는 듯하다. 하지만 위즈는 곰곰의 풍성한 갈기털을 세게 틀어쥐었다.

“임마. 이게 다 아이린을 구하기 위해서다.”

으웡. 크르르르.

굵은 목이 돌아가며 곰곰의 머리가 위즈를 향했다. 모든 게 다 너 때문이라는 듯, 콧잔등에 주름을 넣더니 다시 한 번 낮게 크르렁 거린다.

“코앞에서 아이린을 놓친 게 누군데?”

그 말에 곰곰은 입맛을 다시며 머리를 돌렸다. 위즈의 말도 옳다.

마지막까지 아이린을 돌보던 건 곰곰이었다.

“저기 아이린을 빼돌린 개자식이 있다. 절벽을 타고 올라가는 놈 보이지?”

곰곰이 고개를 길게 빼고 눈을 게슴츠레 떴다. 활활 불타는 거대한 식물 뒤로, 벽을 기어 올라가는 방패전사가 있었다.

이미 한번 싸워봤기에 곰곰은 그게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등에 짊어진 방패나 다부진 몸 때문에 전사로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 싸울 때는 매직스틱을 들고 주문을 뿌리는 마법사라는 것을.

갑작스레 소환된 곰곰은 처음에는 용암지대라는 환경이 싫었다.

털가죽을 가진 짐승으로서 용암지대는 버티기 어려울 만큼 뜨거웠다.

불을 두려워하는 원초적인 본성도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게 만들었다.

하지만 저 마법사가 여기 있다는 사실에 곰곰은 두려움을 접었다.

소환수가 되면서 더 이상 산짐승이 아니게 된 곰곰이다.

산짐승처럼 불을 두려워할 이유도 없고, 용암에 빠져죽을 걱정도 없다.

설사 죽는다 해도 시간이 지나 주인이 부르면, 부활하여 다시 이 땅을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크르르르르.

곰곰이 터벅터벅 앞으로 걸어 나갔다.

얼마 걷지 않아 라바 사이테리아가 뿌린, 덩굴줄기들이 앞을 막았다.

그것들은 곰곰을 노리고 붉은 덩굴을 후려쳐왔다. 하지만 곰곰의 털가죽을 때린 덩굴줄기들은 도로 튕겨져 나갔다.

털이 그슬린 흔적이 조금 남았지만, 아예 데미지가 들어가지 않았다.

자연물, 그것도 식물계의 공격이기에 곰곰에게 통하지 않는 것이다.

패시브로 적용되는 ‘대자연의 가호’ 덕분이다.

곰곰은 입을 벌려 촉수를 물어뜯고, 손톱을 세워 베어버렸다.


<아드레날린 부스터가 발동 되었습니다.>


검은 질풍 효과로 인해 전방에서 너울거리던 덩굴줄기들이 우수수 베어 넘겨졌다.

곰곰은 확실하게 앞을 정리하며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드레날린 부스터가 발동된 상태임에도 빙글뱅글은 뛰지 않았다.

“어째서 미적거리는 거야? 저기 놈이 도망치는 게 안 보이나?”

위즈의 목적은 빙글뱅글이 용암지대에서 벗어나기 전에 잡는 것이다.

용암지대가 주는 페널티는 위즈뿐 아니라 빙글뱅글에게도 적용된다. 그것은 위즈에게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만약 용암지대가 아니라면 빙글뱅글은 즉시 방패를 이용해 도망쳤을 것이다. 그리고 EMP의 흐름이 정상적이었다면, 즉시 네크로맨시로 언데드를 왕창 뽑아내고도 남았다.

하지만 두 사람 다 아직 용암지대에 머물러 있다.

누구 하나 유리하기는커녕 위험한 필드이라, 벗어나는 게 최우선인 곳.

용암지대에서는 그 누구라도 사이좋게 디버프를 먹는 것이다.

여기라면 빙글뱅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여기서 잡지 못하면 끝장이야!”

위즈가 소리를 지르는 와중에도 곰곰은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덩굴줄기를 한 가득에 입에 물고서.

“이 답답한 놈아! 그냥 강행 돌파 하라고!”

주인이 소리 지르거나 말거나 곰곰은 느릿하게 움직여 덩굴줄기를 질겅질겅 씹었다.

곰곰의 눈동자는 용암지대 저편에 핀 라바 사이테리아를 향했다.


◇◇◇◇◇◈◇◇◇◇◇◇◈◇◇◇◇◇◇◈◇◇◇◇◇


대자연의 가호로 인해 증폭된 곰곰의 기감은, 저 거대한 꽃을 위험한 존재로 결론 내렸다.

이대로 그냥 들이닥쳤다간 순식간에 죽을 것 같았다.

특히 주인이.

자신을 소환한 주인은, 한눈에 봐도 위태로운 상태다.

다른 이방인 전사들처럼 갑옷이나, 두터운 로브를 걸치고 있지 않다.

연약한 인간여성의 모습을 한데다가, 그 위에 걸친 옷은 방어력이 낮은 초보아처의 복장.

그나마도 지금은 너덜너덜해져, 방어력은 기대할 수 없어 보인다.

주인은 그냥 돌격하라 하지만, 정말 그리했다간 큰일 날 것만 같다.

주인에게도 뭔가 생각이 있겠지만, 곰곰 스스로도 대비는 해야 했다.

곰곰은 덩굴줄기를 해치우며 녀석들이 화염속성이라는 것을 파악해냈다.

그렇다면 이것을 쏘아내는 라바 사이테리아의 속성도 마찬가지이리라.

자연계에도 이런 식으로 공격하는 몬스터가 존재하기에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다.

곰곰은 이미 군체생물도 식물계열도 상대해보았다.

가장 흔한 게 머쉬룸멜론의 포자탄환 공격.

머쉬룸멜론은 직경 10m, 높이 15m에 달하는 거대한 버섯으로,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 존재를 향해 포자를 발사한다. 그 포자는 지름 30㎝의 단단한 구형의 물체인데, 이것은 단단하기가 차돌 같아서 쉽게 깨지지 않는다. 또한 명중하면 둔기에 맞은 것과 같이 스턴효과가 생긴다. 한 대라도 맞게 되면, 다음 포자공격까지 왕창 얻어맞고 끝난다는 뜻.

공격이 멎고 스턴이 풀린 뒤까지 살아 있다면, 그 다음 단계가 진행된다.

포자는 땅에 떨어지자마자 땅에 균사를 뻗는다.

균사란 곰팡이나 버섯 같은 균류에게 있어 뿌리와 같은 것.

이것은 식물의 뿌리보다 더욱 촘촘하게 갈라져 그물과도 같은 망을 형성한다.

두발로 서 있는 침입자가 있다면, 그 발까지 그물망과 함께 얽혀 꼼짝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포자가 충전된 머쉬룸멜론은 다시 포자를 마구 퍼붓는다.

발이 묶인 침입자는 오도가도 못하고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머쉬룸멜론은 모체에서 쏘아낸 포자가 번식하며 피해를 입히는 타입인 것이다.

라바 사이테리아의 덩굴줄기는 한술 더 떠, 분리된 객체 주제에 그 스스로가 적을 직접 공격했다.

그렇다면 모체인 라바 사이테리아는 그보다 훨씬 위력적인 공격을 펼칠 것이다.

곰곰은 그 공격이 저 뜨거운 용암과 관련 있다고 판단했고, 최악의 상황엔 용암이 통째로 끼얹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비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덩굴줄기를 모으는 일이었다.

덩굴줄기가 가진 붉은 색은, 모체인 라바 사이테리아로부터 받은 용암의 정수 때문이다.

덩굴줄기를 모아 뒤집어쓴다면, 용암의 열기로부터 어느 정도는 버텨줄 것으로 여겨졌다.

곰곰은 덩굴줄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주인이 짜증을 냈지만, 곰곰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지금이 이렇게 여유부릴 상황이 아니란 건 잘 안다. 그렇다고 주인이 말 그대로 ‘불구덩이’로 들이박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충분한 양의 덩굴줄기를 모은 곰곰은, 앞발에 돋은 날카로운 손톱을 놀려 가로세로로 엉성한 직물을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에 덩굴줄기를 잔뜩 넣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곰의 형상을 하고 있는 한, 이 엉성한 동굴줄기 묶음을 스스로 올리진 못한다.

신체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으니까.

그저 주인이 자신의 의도를 눈치 챘으면 할 뿐이다.


◇◇◇◇◇◈◇◇◇◇◇◇◈◇◇◇◇◇◇◈◇◇◇◇◇


“뭘 그렇게 쩝쩝대는 거야!”

곰곰이 덩굴줄기를 모아 씹는 것을 보며 위즈는 단순히 배가 고파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지만 상태창을 살펴보지 않아도 그게 아니란 건 알 수 있다.

소환수도 생물이다.

적절한 먹이를 공급해주는 건 기본 중의 기본.

하물며 전투를 앞두고 배불리 먹이지 않는 건 바보나 할 짓이다.

위즈는 바보가 아니다.

곰곰을 소환하자마자 상점에서 산 육포와 돌처럼 딱딱한 빵을 줬다.

상황이 급하니 대충 때운 감은 있지만, 결코 질 낮은 음식을 박하게 준 건 아니다.

육포의 경우는 적절히 조미가 된 것으로, 소환수를 비롯한 일반적인 짐승들도 잘 먹는 품목이다. 빵의 경우는 돌처럼 딱딱하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인 위즈의 입장에서 그럴 뿐. 곰곰은 우적우적 잘만 씹어 먹었다.

그런 음식을 탈탈 털어 전부 곰곰에게 먹였다.

딴에는 곰곰을 생각해서 그랬던 것이고, 곰곰도 잘만 먹었다.

확인 해보나마나 곰곰의 포만감은 100%다.

그럼에도 곰곰은 덩굴줄기를 잘강댄다.

마치 이갈이를 하는 새끼처럼……그렇다고 정말 이갈이는 아닐 것이다.

“뭐가 문제냐? 왜 이러는 거냐고!”

답답한 위즈가 가슴을 텅텅 쳐댔다. 이러는 중에도 빙글뱅글은 절벽을 오르고 있다.

벌써 1/5지점에 다다른 게 보인다.

곰곰은 잘강대던 덩굴줄기를 이리저리 늘어놓더니,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갈 길은 먼데 이렇게 꼼짝도 하질 않으니 위즈는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이놈을 역 소환하던지 아니면 때려서라도 말을 듣게 해야지 안 되겠어.’

위즈는 주먹을 꾹 쥐었다. 소환수라고 해서 언제나 주인의 말을 잘 듣는 건 아니다.

부여된 AI의 특성에 따라 반항적일 때도 있다. 그럴 땐 훈련을 통해 교육시키는 수밖에 없다. 위즈와 곰곰은 한 번도 그러한 조율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위즈와 곰곰이 주종관계를 맺은 건 최근의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당장이라도 혹독한 길들이기가 시작되거나, 혹은 전투 상황에 집중하기 위해 역소환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

그렇지만 위즈는 둘 중 어떤 방법도 취하지 않았다.

“이것 봐라?”

곰곰의 등에서 내려오니 자연스레 그 앞에 펼쳐진 덩굴줄기들에 눈길이 갔다.

엉성하긴 해도 덩굴줄기들은 직물처럼 서로 엮여 격자무늬를 이루고 있었다. 위즈는 단번에 곰곰의 의도를 눈치 챘다.

“덩굴줄기가 가진 화염내성을 이용하자 이거냐?”

곰곰의 고개가 크게 끄덕여졌다.

위즈의 생각에도 곰곰의 발상은 일리가 있었다.

모체인 라바 사이테리아에서 분리된 부분이니 당연히 화염내성이 있을 것이다. 이것들을 몸에 두른 채 돌진하면, 덩굴줄기들의 공격은 거의 무시해도 된다. 뿐만 아니라 용암의 강을 건너 라바 사이테리아와 싸울 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오해해서 미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면 곰곰이 보통의 산짐승과는 달리 영리하다는 건 이미 밝혀진 사실이다.

아이린을 찾아 폐허의 지하에 침투했을 때, 함정을 화려하게 부순 게 곰곰이다.

누구라도 찾을 수 있도록 일부러 흔적을 남기고, 뒤따르는 자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공들여 함정을 부순 것이다. 함정을 부수는 시간만큼 아이린 일행의 이동속도는 지체되었고, 뒤따르던 위즈는 함정에 걸리지 않고 지나치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이만큼이나 전략적인 사고(思考)가 가능한 소환수는 매우 드물다.

‘하루도 안 지났는데, 어째서 그런 일을 까먹었지? 학살자의 망령이 한 말대로 난 지금 몸도 머리도 굳어 버린 건가?’

그워엉.

곰곰이 앞발로 늘어놓은 덩굴줄기들을 탁탁 쳤다. 어서 빨리 마무리 지으란 태도다.

“알았다. 알았어.”

위즈는 덩굴줄기들을 더욱 단단하게 엮어 매듭을 지었다. 여분의 덩굴줄기는 로프처럼 엮어 챙겨두었다.

위즈는 덩굴줄기로 짠 거적때기 같은 것을 뒤집어 써보았다.

생산직이 만든 물건이 아니라서 아이템정보는 떠오르지 않았지만, 위즈는 이것이 상당한 방어력을 보장해줄 것으로 여겼다.

“이제 가자!”

곰곰에 오른 위즈가 갈기털을 움켜쥔 것을 신호로, 네 발에서 시커먼 발톱이 길게 튀어나왔다. 단단하게 다져진 흙까지 파고들어간 발톱이 흙을 파헤치다시피 밀어냈다. 그 반동으로 곰곰의 육중한 몸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응?’

처음 타본 곰곰의 승차감은 어째서인지 미묘했다.

위즈는 이미 라이칸스로프를 타본 적이 있다. 원래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짐승이 아니니, 당연히 위아래로 흔들림이 심했다. 이를 꽉 안 다물면 턱이 덜그럭대며 혀라도 씹힐까 걱정될 정도.

당연히 곰곰도 그럴 것이라 생각한 위즈는 입을 꾹 다물었다.

헌데 곰곰이 땅을 디디는데 흔들림은 전해지지 않는다. 곰곰의 체중에다가, 투실투실한 살집을 감안해보면 이건 이상한 일.

‘소환수라 그런 건가?’

잠시 방심한 그때, 곰곰의 몸이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하마터면 떨어질 뻔한 위즈가 심장이 벌렁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런 거였나.’

평소 때라면 달리는 속도가 초당 10m이겠지만, 곰곰은 지금 아드레날린 부스터가 발동된 상태.

달리는 속도가 향상되어 17㎧다.

내리막길에서 점점 가속이 붙으면서 곰곰 스스로도 제어가 안 될 정도가 된 것이다.

하지만 간간히 덩굴줄기들이 곰곰의 커다란 몸뚱이를 때릴 때마다 전투모드로 전환되어 속도가 감소했다.

위즈가 떨어질 뻔했던 것은 바로 속도가 강제로 줄어드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9㎧의 속도다. 곰곰은 맞서 싸우지 않고 한 번의 도약으로 뛰어넘어 버렸다.

그 움직임은 폭주라고밖에 부를 수 없었다.

곰곰은 자신을 노리는 공격은 ‘대자연의 가호’와 ‘윤기 흐르는 털가죽’으로 그냥 때웠다.

그러다보니 등에 올라탄 위즈에게 가해지는 공격은 어쩌다 한두 번 들어갈 뿐. 그마저도 덩굴줄기를 엮은 거적때기에 막혀 감소되었다.


<220, 320, 140의 데미지가 들어왔습니다.>

<치명타가 터져 499의 데미지가 들어왔습니다.>

<알 수 없는 장비에 의해 지금 받는 공격의 데미지가 감소됩니다.>

<재계산>

<200, 300, 100의 체력을 회복합니다.>

<둔기에 의한 치명타는 무시되었습니다.>


‘탄성에 의한 둔기피해 무시?’

장비나 스킬의 효과에 기대어, 입었던 피해를 줄이거나 감소시키는 경우는 많다.

그럴 때는 게임 속 공식에 의한 계산을 거친 결과 값이 데미지로 반영된다. 앞서 데미지를 얼마나 입었든, 결과 값대로 데미지가 적용되는 것.

헌데 지금 덩굴줄기에 의한 피해는 그렇지 않다.

먼저 처음 입은 데미지는 데미지대로 들어가고, 나중에 결과 값을 수정하면서 기존에 받은 피해량을 일부 회복시켜주었다.

그 결과, 어째서인지 몰라도 백 단위에 해당하는 체력이 다시 차올랐다.

‘이건 또 무슨 경우냐?’

포션을 아꼈다는 안도보다는 의문이 생겼다.

시스템 메시지가 하나 더 출력되었는데, 그 내용이 전혀 상황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굴의 투지’ 효과로 1분 동안 무조건 캐스팅이 성공합니다.>


‘이건 레미라의 무명용사 칭호에 달린 효과야. 체력이 최대치의 10%이하로 감소하면 무조건 캐스팅이 성공하는 거지. 하지만 지금 내 체력은 절반 넘게 차 있어.’

레미라섬에서 잇페인과 싸울 당시 최대체력은 3500.

하지만 사망으로 인한 페널티로 인해, 체력에 투자한 스탯이 깎이면서 지금은 3200이 되었다. 즉, 불굴의 투지가 발동하려면 체력이 320이어야 한다.

‘근데 지금 내 체력은 1680이잖아?’

위즈는 시험 삼아 간단한 주문을 만들어보았다.


<라이팅을 시전하였습니다.>


이 용암지대는 EMP가 뒤엉켜 있다. 라이팅이 정말 쉬운 주문이라도, 위즈 수준에서는 당연히 실패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주문이 만들어진다.

‘불굴의 투지 효과가 맞아.’

곰곰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앞을 가로막은 덩굴줄기들 때문이다. 위즈는 거적때기를 다시 푹 눌러썼다. 조금 전과 같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데미지가 먼저 들어왔고, 재계산 후 체력이 채워졌다.

라이프 드레인이나, 흡혈공격이라면 모를까. 그냥 얻어맞기만 했는데 체력의 일부가 회복되다니.

혹시 버그가 아닐까 싶어서, 위즈는 시스템메시지가 담긴 로그를 저장해두었다.

‘나중에 케이트에게 보내줘야지.’


<‘불굴의 투지’ 효과로 1분 동안 무조건 캐스팅이 성공합니다.>


‘응? 또?’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덩굴줄기를 얻어맞을 때마다 ‘불굴의 투지’효과가 발동되었고, 몇 초 남은 ‘불굴의 투지’ 효과는 타이머가 초기화되었다.

‘맞을 때마다 지속효과가 1분이 되고 있다.’

위즈의 눈이 가라앉았다. 이 현상을 이용한다면, EMP가 엉켜있던 말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면, 빙글뱅글을 압박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결국 버그를 이용하는 일.

‘마도로스社의 게임 서버를 해킹한 건 나야. 버그악용 따위로 괜히 조사받다가 꼬리를 잡히면, 그보다 멍청한 짓은 없겠지.’

이곳에서만큼은 마법을 절대 쓰지 않겠다고 위즈는 결심했다.

만약 마법을 써야 한다면 이 거적때기는 벗어야 한다.

버그사용자로 몰리는 일만은 피해야 하기에.

위즈는 둘러쓴 거적때기의 끄트머리를 꽉 움켜쥐었다.

이건 제대로 가공된 장비가 아니다. 그런데도 효과적으로 물리 공격을 막아낸다면, 재료자체가 가진 특성이 뛰어나다는 증거.

반대로 생각하면 가진바 능력이 너무 뛰어나, 밸런스조정이 필요하다는 뜻도 된다.

이게 원래 의도된 컨셉인지, 아니면 사이테리아의 덩굴줄기로 뭔가를 만든 게 잘못된 건지는 모른다. 다만 의심받을 짓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단순히 거적때기를 둘러써 물리적 피해를 줄이는 데에만 사용하면 모를까, 불굴의 투지 효과를 이용해 마법을 펑펑 써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나저나 곰곰 녀석.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한 거지?’

위즈는 생산직이 아니다. 따라서 주변에 널린 사물을 가지고 뭔가를 만들어내고자 애쓴 적이 거의 없다. 배우지 않으면 유저조차 이럴진대, 한낱 곰이 도구를 만들 생각을 했다.

원래 곰일 때부터 영리한 건지, 계약을 맺고 소환수가 되면서 바뀐 건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곰곰의 사고능력이 범상치 않다는 거야.’

덩굴줄기를 모으느라 처음엔 미적거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렇게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게다가 포션도 거의 소모하지 않아 빙글뱅글을 상대할 때 훨씬 여유가 생긴다.

공격해오는 덩굴줄기를 무시하고 달린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위즈는 뜨거운 공기가 숨을 콱 틀어막는 것을 느꼈다. 둘러쓴 거적때기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묵직한 공기만으로도 위즈는 용암이 지척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멈추지 마! 뛰어넘엇!”

터덕거리는 소리가 그치고 곰곰의 몸이 크게 도약했다.

여기까지 달려온 기세는 그 자체로 도움닫기처럼 작용했다. 곰곰의 몸이 크게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렸다. 곰곰의 어깨뼈가 언저리가 긴장을 하며 단단하게 부풀었다.

위즈는 거적때기가 벗겨질까 더욱 단단히 여미는 한편, 거적때기의 틈으로 바깥을 살폈다.

가까워진 만큼 라바 사이테리아가 거대하게 보였다. 주변에는 덩굴줄기가 하나도 없었다. 위즈가 있는 주변에만 집중적으로 뿌렸기 때문이었다.

이로서 위즈가 가장 걱정했던 요소가 하나 줄었다.

‘주변에 덩굴줄기를 깔거나, 새로운 공격을 할까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빨리 움직인 게 먹혀든 것 같군.’

위즈가 곰곰에게 강행돌파를 종용하고, 용암의 강을 단숨에 뛰어 넘도록 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미적거리다간 라바 사이테리아가 대처할 틈을 줄 수도 있었다.

빙글뱅글이 컨트롤하지 않는다 해도, 미리 모종의 명령을 지정해두었을 테니까.

구워어어엉!

착지를 알리는 곰곰의 울음소리가 울렸다.

곰곰의 몸이 힘차게 지면을 내리찍었다. 발톱을 단단하게 내린 상태였지만, 가속도로 인해 곰곰의 몸뚱이가 밀려나갔다. 바닥을 긁어내는 발톱 때문에 자욱하게 흙먼지가 일었다.

뒤로는 곰곰의 몸이 밀려나며 생긴 기다란 고랑이 남겨졌다.

영화 속에서나 보던 불시착 현장 같았다.

“콜록! 콜록! 잘했어!”

곰곰의 머리를 뚜덕여준 위즈는 등에서 내리려 했다. 곰곰은 자신이 내디딘 바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더니 갑자기, 내려오는 위즈를 물어 자신의 등위에 내팽개쳤다.

“야!”

불평을 쏟아내려던 위즈는 곰곰이 아무 이유 없이 이런 행동을 할 리 없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방어를 위해 덩굴줄기를 엮을 생각까지 하는 녀석이야. 대체 뭣 때문에 이러는 거지?’

자연스레 위즈의 시선은 곰곰의 머리를 따라 움직였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에 위즈는 더욱 열심히 관찰했다.

‘곰곰은 보는데 나만 못보고 있어. 내가 놓치고 있는 게 뭐지?’

곰곰의 머리가 기웃거리는 곳은 그저 땅 갈라짐이 있는 곳이었다. 사이테리아가 뿌리를 내리면서, 들뜬 지면에 미세하게 균열이 가있는 것.

‘가만……균열?’

위즈는 균열이 보이는 땅들을 둘러보았다. 균열의 한가운데는 하나같이 공통점이 존재했다.

야구장의 마운드처럼 불룩 솟아있다.

이곳에 사이테리아만 있다고 안심한 것부터가 판단착오였다.

“곰곰! 균열이 없는 땅으로 피해!”

위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땅속에서 붉은 줄기가 삐죽 튀어나왔다.

붉은 줄기의 군데군데 달린 꽃눈이 열리더니 삽시간에 성장해 땅바닥에 드리워졌다. 붉은색의 머리카락 같은 게 치렁치렁 걸린 모습은, 먼지 털이로 사용되는 총채를 왕창 걸어둔 것만 같다.

‘아무리 거리를 벌렸다지만, 털처럼 보일 정도로 많은 덩굴줄기라니?’

수십 개가 한 곳에 몰려 있다면, 거적때기로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피하기로 한 선택은 잘 한 것이었다.

변화는 계속 이어졌다. 치렁치렁한 덩굴줄기들이 한데 꼬이며 한 가닥의 줄로 변했다.

촤락 휘잉!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매섭다.

덩굴줄기의 숫자는 줄었지만, 그 대신 엄청 굵어졌다. 게다가 한번 휘둘러지니 원래 길이의 세 배까지 늘어났다. 이제까지의 덩굴줄기는 그래도 식물의 느낌이 강했지만, 저것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무기처럼 보였다.

위즈는 곰곰의 갈기털을 움켜쥐었다. 여러 가닥이 모여 이루어진 튼실한 한 가닥의 덩굴들은 이제 채찍처럼 너울거렸다. 그것들은 제각각 시험 삼아 휘두르는 것처럼 성의 없게 한 두 번씩 흩뿌려졌다. 그리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위즈는 알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면 휘둘러질 것임을.

이정도면 대놓고 길막이다.

사이테리아를 중심으로 세워진 그것들은 5개나 되었다.

그것들은 완벽한 저지선을 구축해놓고 있었다.

“하지만 뚫고 가야해.”

하늘을 날지 않는 한, 빙글뱅글이 매달려 있는 절벽까지 갈 방법은 하나.

저 사이테리아와 덩굴채찍 옆을 지나가는 것뿐.

“무슨 수로 가냔 말이다.”

가장 빠르고 편하게 가능 방법은 역시나 섀도 런을 사용하는 것.

문제는 지나치게 밝은 용암지대에서는 적당한 그림자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만약 라이팅 주문으로 인위적인 광원을 만들면, 섀도 런을 쓰기에 딱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 돼.’

EMP의 흐름에 구애받는 상황에서 주문을 쓰려면, ‘불굴의 투지’효과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덩굴줄기를 엮어 만든 거적때기와 관련되어, 버그 사용자로 몰리기 딱 좋다.

그렇다면 남은 건 곰곰의 기동력이다.

아드레날린 부스터가 발동되어 있으니 곰곰의 이동속도는 초당 17m.

잘만하면 저 덩굴채찍에 맞기 전 빠져나갈 수도 있다.

‘외길도 아닌데다가, 덩굴채찍이 수비하는 범위는 가로로 늘어서 있을 뿐이야. 첫 타만 피하면 속도가 줄어들 일은 없지.’

위즈는 곰곰의 머리를 토닥였다.

“달리기에 열중해. 많이 흔들려도 좋으니까. 저것들이 때리기 전에 빠져나가는 것만 생각하자.”

곰곰은 서서히 거리를 벌렸다. 조금이라도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이다.

“너만 믿는다.”

크르르릉.

곰곰의 몸이 자리를 박찼다. 앞서했던 당부 때문인지, 몸이 심하게 흔들렸다. 이제까지의 정숙한 이동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난폭한 질주였다. 어차피 이 상태에서 무기를 휘두르거나 할 생각이 없었기에 위즈는 불평하지 않았다. 그저 곰곰의 갈기털을 쥔 채 착 달라붙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절벽까지 도달할 수 있다면, 머리통이 떨어져라 흔들려도 좋았다.

쉬잉!

공기가 찢기며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는 것을 시작으로, 대기에 붉은 그러데이션을 그리던 작은 선이 통나무만큼 굵어지며 들이닥쳤다.

그것은 위즈와 곰곰이 통과하고 불과 2초 뒤 지면을 강타했다. 용암의 열기로 인해 푸석거리는 지면이 박살나며 돌조각이 튀었다.

“좋았어!”

하지만 위즈는 저 굵은 덩굴채찍 하나가 여러 개의 덩굴줄기로 이루어진 사실을 잊고 있었다.

“아…….”

반대쪽에 있던 덩굴채찍이 풀려버리며 수십 가닥의 덩굴줄기가 너울거렸다.

피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덩굴채찍에 얻어맞자 전투모드로 변해 달리는 속도가 줄었다.

곰곰은 덩굴채찍을 무시하며 잇달아 도약했다. 이미 줄어든 속도는 어쩔 수 없었다. 최대한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야만 했다.

쉬이잉!

“이 소리는! 하늘이다!”

가만히 있던 라바 사이테리아가 또 뭔가를 쏘아내고 있었다.

이번에는 뭐가 묵직해 보이는 바윗덩이. 라바 사이테리아가 처음 쏜 것과 같다.

“용암! 안 돼. 옆으로 피해!”

곰곰은 방향을 꺾었다. 지근거리에서 쏘아낸 탓인지 빠르게 떨어져 내린 덩어리는, 부서지면서 뜨거운 용암을 사방에 튀겼다.

위즈의 기대어린 시선이 용암덩이가 떨어진 곳에 향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국수가닥처럼 우글거리던 덩굴줄기위에, 뜨거운 용암이 끼얹어졌다.

멀쩡하진 않을 게 아닌가.

그렇지만 덩굴줄기들은 생각 외로 강인했다. 점성이 강한 용암을 헤집으며 꾸물거린다.

용암을 퍼먹는 사이테리아에서 나온 것이니 당연한 일.

저 광경을 보고 있자니 큰 문제가 남았다.

조금 전의 용암덩이를 시작으로 라바 사이테리아가 곳곳에 용암덩이를 퍼붓기 시작한 것이다. 아직 굳지도 않은 용암이 발린 땅을 밟고 갈 수는 없는 법.

그런 곳만 피해 달리다보니 덩굴채찍 언저리만 뱅뱅 돌고 있었다.

공격에 노출되는 횟수는 점점 늘어났다. 그렇다고 뒤로 빼는 것은 여의치 않다.

어느 샌가 새로운 줄기가 솟아나 덩굴채찍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안심하고 들어오게 한 다음, 나머지가 모습을 드러내 퇴로를 차단한 것이다.

“이래서야 포획틀에 갇힌 짐승하고 마찬가지잖아!”


작가의말


Attached Image

원랜 이걸 표지로 하려 했으나, 결국엔 다른 걸로 교체했습니다. 

어차피 도찐개ㅉ....아니, 도긴개긴이긴 하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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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143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4) +4 15.03.19 882 23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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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39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0) +4 14.12.26 853 27 42쪽
141 138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9) +5 14.09.21 953 23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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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136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7) +3 14.08.04 750 21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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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34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5) +7 14.07.23 847 24 23쪽
136 133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4) +3 14.07.21 727 29 27쪽
135 132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3) +2 14.07.18 842 24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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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128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9) +1 14.07.14 809 21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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