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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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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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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08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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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124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5)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35.

숲 여기저기에서 화살이 날아들었다. 그때마다 늑대머리 거인의 손아귀에서 진보랏빛 기운이 요동쳤다.

기다란 채찍의 형태를 띤 사악한 기운은, 여전히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했다.

땅을 내리치면 갈라지며 깊은 균열이 생겨났다. 가히 절벽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다.

채찍이 지면을 긁으며 횡으로 그어지면, 농밀한 사악한 기운에 휩쓸린 나무들이 비명을 지르며 밀려난다. 이미 박살나다시피 한 나무들은 한데 뭉쳐 구석에 처박힌다. 이미 그렇게 모인 장작더미가 수없이 둔덕을 이루고 있었다.

준 보스급 덩치의 존재가, 준 보스급 공격력으로 주변을 휩쓸고. 그에 따라 지형이 뒤바뀐다. 충분히 살 떨리는 광경이었지만 이걸 본 루시엔은 오히려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그래도 아까보단 여유가 있어.”

늑대머리 거인의 목에 치명상을 입힌 직후, 여성유저는 계속 근접전을 걸었다. 그러자 광화상태에 빠진 늑대머리 거인의 공격력이 삽시간에 10배 가까이 뻥튀기 되어버렸다.

지나친 압박이 불러온 참극이었다.

그렇다고 공격을 그만 둘 수는 없다. 그래서 여성유저는 활을 들었다.

덜 치명적이지만 끊임없이 신경을 긁는 공격이 이어지자, 광화상태는 금세 풀렸다.

그 대신 여성유저가 쫓기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여성유저는 그걸 감수하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늑대머리 거인의 한 손은 여전히 목의 상처를 감싸고 있었다. 휘둘러지는 채찍도 하나뿐.

그러니 처음보다 상대하기 쉬워야 하건만, 오히려 여성유저가 운신하기 힘들어졌다.

왜냐하면 양측의 전투패턴이 극 상성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유저가 손해 보는 쪽이었다.

늑대머리 거인은 사악한 기운을 유형화 시켜 무기를 만들고, 그것으로 전투를 이어갔다.

긴 채찍, 짧은 채찍, 기다란 손톱. 라이칸스로프를 닮은 가짜들까지.

검보랏빛 기운의 난무였다. 이게 지금까지의 전투 방식.

시각적 효과만큼이나 위력도 컸다.

여성유저는 완벽하게 공격을 피해냈지만, 그것만으로도 체력이 뭉텅이로 깎여나갔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공격범위가 넓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바싹 붙어 제로거리에서 전투를 벌일 때는 달랐다.

본래 무기의 간극을 지나 품속으로 뛰어들어 와버리면, 무기를 쥔 당사자는 대응하기가 힘들어지는 법.

예를 들어 2미터짜리 창을 들고 있는 사람의 품속에 들어와 버리면, 창으로 찌르거나 벨 수 없게 된다. 결국 무기를 포기하고 뒤로 물러나거나, 보조 무장을 사용해 전투를 속행할 수밖에 없다.

늑대머리 거인 역시 그러했다.

여성유저가 달라붙자 무기의 형상으로 실체화시킨 사악한 기운을 풀고, 자신의 몸을 자해하다시피 두들겨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늑대머리 거인이 광화상태가 되는 것을 경계하여 다시 거리를 벌린 상황이다.

여성유저는 고스란히 무기의 간격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러니 고육지책으로 숲속에 들어가 코빼기도 안비치고 있다.

늑대머리 거인은 그런 여성 유저를 노리고 바닥을 쓸듯이 채찍을 휘둘러댔다. 그 와중에도 화살은 끊임없이 날아들었다.

화살은 거인에게 전혀 피해를 입히진 못했지만, 충분히 신경을 긁어놓았다.

인기척은 없었다. 그런데 화살이 날아오는 건 360도 전 방향에서다. 그것도 거의 동시에 발사되었으니, 그만큼의 인력이 동원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실제 포착되는 움직임은 하나.

활을 든 왜소한 체격의 사람이 연거푸 활시위를 당겼다 놓았다.

이제까지 늑대머리 거인을 상대하던 여성유저가 아니었다.

까칠까칠한 수염이 자라난 사내.

루시엔이 돌려보낸 NPC 사냥꾼이었다.

“바보처럼 왜 돌아와서는…….”

사냥꾼 특유의 민첩성을 살려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도, 루시엔은 혹시라도 그가 다칠까봐 걱정되어 조마조마 했다.

분명 사냥꾼은 늙은 어머니를 대피시키기 위해 떠나보냈었다.

늑대머리 거인이 내뿜는 사악한 기운으로 미루어볼 때, 통상적인 방법으로 상대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기사가 저 사악한 거인의 존재를 눈치 채고, 찾아올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루시엔은 피난을 권고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돌아온 것이다.

성직자인 루시엔을 혼자 보내는 게 마음에 걸려서라고 한다.

목숨을 소중히 하라며 다시 도망치라고 종용하는 루시엔에게, 사냥꾼은 이렇게 말했다.

짐승이나 잡아서 먹고사는 사냥꾼이지만. 그런 무식쟁이지만.

은혜도 모르는 짐승은 아니라고.

그리고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서 피난하게 하고, 늙은 어머니도 안전한 곳에 모셨으니 마음에 걸릴 것도 없단다.

그리고 사냥꾼은 여성유저를 보조하며 거인을 어떤 방향으로 유도하는 중이다.

그 과정에서 거인이 내뿜는 불길에 수도 없이 그슬렸다. 누덕누덕 기운 옷은 이미 군데군데 타들어가, 더욱 볼품없게 되어버린 지 오래다.

옷이 저지경이면, 살갗에도 제법 화상을 입었을 것이다.

“진짜 바보야.”

활을 든 시점에서 사냥꾼은 이미 아처다.

아처답게 적의 공격이 못미치는 거리에서 공격해야 하건만, 부상을 각오하면서 애매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건 루시엔을 돕고자 하는 열망.

자발적으로 나선 사냥꾼의 의지 때문이었다.

특히 여성유저가 1분 동안 홀로 상대 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을 때, 사냥꾼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여성유저는 같은 일행과 연락할 수 있었다.

“이제 계획대로 저 늑대머리통을 끌어들이기만 하면 되겠네요.”

여성유저는 다시 사냥꾼과 합류했다. 다시 두 사람이 힘을 합치자, 사냥꾼은 더 이상 화상을 입지 않았다.

“부디 무리 하지 않기를…….”

루시엔은 미니맵에 찍혀진 위치로 서둘러 이동했다.

바로 여성 유저의 동료가 있는 곳이다. 석회암지대라고 하는데, 지하의 빈 공간을 이용한 함정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고 했다.

여성유저는 루시엔에게 이곳으로 가서 동료들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하급마물인 라이칸스로프를 앞세운 암살자들과 교전하다가 부상을 입었을지도 모른다는 것.

루시엔은 기꺼이 그리하겠다고 했다. 일시적이나마 디바인 파워가 돌아왔으니 거절할 이유가 없다.

beadsman의 특기인 빠른 이동속도를 내세워 숲속을 질주한 루시엔은, 여성유저가 알려준 지점에 다다를 수 있었다. 루시엔의 걸음이 점점 느려지더니 우뚝 멈춰 섰다. 늑대머리 거인으로부터 충분히 멀어졌을 텐데도 땅이 울리고 있다.

루시엔은 이곳이 석회암지대이며, 암살자들이 인위적으로 붕괴시켰다는 걸 알고 있다.

“그 여파로 지반이 불안정해진 건가?”

루시엔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조금만 걸으면 암살자와 마법사들이 싸운다는 곳에 도착할 것이다. 하지만 그 걸음은 곧 다시 멈췄다.

땅이 계속 울리고 있다. 이건 붕괴의 여파 같은 게 아니었다.

“지하야. 지하에서 뭔가 벌어지고 있어.”

지반은 붕괴될 것처럼 불안정하고, 그 위는 서로 죽고 죽이는 전장이다. 그런데 발밑에서는 누군가 끊임없이 땅이 울리도록 충격을 가하고 있다.

루시엔은 여성유저의 동료와 합류하는 것부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가지 않을 수는 없다.

타락한 성직자인 자신을 걱정해 되돌아와 준 NPC가 있다.

일시적이나마 회복된 디바인 파워가 있다.

처음 본 자신을 믿고 일을 맡긴 여성유저가 있다.

“정신 차려. 루시엔. 두 다리만 믿으면 돼.”

그때 어디에선가 파사삭 소리가 들렸다. 바삭한 웨하스 과자를 씹는 소리 같았다. 그 소리는 발밑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내려다보니 미세한 균열이 천천히 번져나가고 있다.

“서, 설마 지금 무너지진 않겠지?”

루시엔은 덜덜 떨면서 한걸음 내디뎠다.

티각. 후두둑.

뒤꿈치가 닿자마자 발밑이 허전해지며 균열이 더욱 크게 번져 나갔다. 그리고 곧장 열리는 시커먼 공허.

“아, 안 돼!”

루시엔의 모습은 구멍 속으로 삼켜져버렸다.


◇◇◇◇◇◈◇◇◇◇◇◇◈◇◇◇◇◇◇◈◇◇◇◇◇


“어째서 그런 객기를 부렸는지 원.”

딜런은 한때 암살자들의 교관이었다. 그런 그의 눈에는 지상에 있는 녀석들이 전부 애송이로 보였다. 고작 내홍에 휩쓸려 스러져가기엔 너무도 아까운 목숨들이었다. 그래서 딜런은 스스로 석회암 동굴 내부로 들어왔다.

지형의 특성을 이용하면 광범위한 지역을 함몰시킬 수 있다. 그것은 적에게 충분한 위협이 된다. 잘하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설사 실패해도 상관은 없다.

딜런의 계산대로라면, 이 넓은 범위의 붕괴에서 시체를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죽음을 위장하기에 최적의 조건인 것이다.

그는 철벅대며 걸어가 석주하나에 단검으로 X자를 그렸다.

그러자 그의 뒤에 서 있던 라이칸스로프가 그르렁대며 다가왔다.

“여기에서 대기해라.”

라이칸스로프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수그리며, 석주를 꼭 껴안았다.

왔던 길을 돌아서 나오는 그의 발길에 죽은 라이칸스로프의 시체가 채였다.

주변은 온통 피바다였다.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라이칸스로프들이 죽어가며 남긴 흔적들이다.

늪 속에 빠졌다가 중독된 녀석들은, 발광하며 이곳저곳을 들이받았다. 주변에 남겨진 핏자국들은 그렇게 남겨진 것이었다.

물론 모든 라이칸스로프가 죽은 건 아니다. 아직도 명령에 따라 석주를 부수며 돌아다니는 녀석들이 있었다. 그리고 자폭할 수 있는 녀석들도 아직까지 살아남아 있다.

딜런은 그런 녀석들을 데리고 이동하며, 포인트를 정해주고는 필요한 명령을 내렸다.

자폭이 가능한 놈들은 조금 전처럼 대기명령을 내리고, 그렇지 않은 녀석들은 석주를 부수게 했다. 석회동굴은 더 이상 어둡지 않았다. 천장에 생긴 틈새로부터 빛이 새어 들어왔다.

이미 지상에는 땅에 금이 가 있는 상태였다.

이럴 때 라이칸스로프들이 동시에 자폭을 하고, 연금술사로부터 얻은 약품을 이용한다.

그 결과는 금이 가 있는 모든 지역의 붕괴.

“시간을 너무 지체했군.”

모든 라이칸스로프들을 배치한 딜런은 동굴 속을 뛰었다.

이젠 처음 들어온 장소로 돌아가야 했다.

라이칸스로프를 타고 달리면 금방이지만, 내려서 이동하니 왔을 때보다 훨씬 느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라이칸스로프를 하나 불러낼 수도 없다. 라이칸스로프의 숫자가 너무 적기 때문에, 탈 것으로 빼낼 여유가 없다.

전력질주 스킬까지 사용해가며 뛰는데, 돌연 그의 눈앞이 환해졌다. 벌써부터 천장이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이건 타이밍이 생명이다. 빨리 움직여야 해!’

딜런은 천장으로부터 떨어지는 파편을 피했다. 하지만 동굴의 폭이 좁아서 미처 피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꺄아아아악!”

‘비명?’

딜런은 무심코 고개를 들어올렸다. 큼직한 엉덩이가 그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우득!

허리가 뒤틀리면서 딜런은 정체모를 여자에게 깔렸다.

“앗! 사람이!”

여자는 허둥지둥 몸을 일으켜 딜런을 살폈다.

하지만 딜런은 혼백이 이탈한 상태. 눈은 휙 돌아가 흰 창이 드러났으며, 입으로는 게거품까지 흘리고 있었다.

“이걸 어째! 내가 사람을 죽이다니!”

여자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감청색의 성직자 복장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발밑이 붕괴되어 지저세계로 빠진 루시엔이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녀는 낙하로 인한 높은 데미지를 입고 캐릭터가 사망해야 했다. 헌데 마침 아래쪽에 있던 딜런이 쿠션 역할을 해주어 살아남은 것이다.

깔린 사람이 보통 사람이라면, 떨어지는 루시엔은 물론 깔린 사람까지 모두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쿠션역할을 해준 딜런은 암살자를 키우던 교관. 보통은 한참 넘는 사람이다.

그는 둔기에 의한 충격 데미지 경감을 시켜주는 패시브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떨어지는 루시엔으로부터 가해지는, 낙하 데미지를 상당부분 경감시킨 것이다. 그래도 원래 낙하 데미지가 크다 보니, 경감시키고도 남은 데미지가 들어가 딜런은 납작코가 되어버렸다.

혼란스러워하던 루시엔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정신을 차렸다.

이곳은 석회암 동굴이다. 지금 여기 들어와 있을 사람은 없다. 있다면 여길 붕괴시킨 암살자들 뿐.

“그럼 이 사람이?”

딜런의 복장을 살핀 루시엔은 암살자가 맞다고 확신했다. 허리춤에는 벗겨낸 복면이 걸려 있었고, 무장은 석궁과 단검뿐이다. 독이 담긴 걸로 보이는 주머니도 보인다. 신발은 발끝이 심하게 닳아 있다. 암살자나 도적유저들의 신발이 이렇다.

루시엔은 즉시 딜런의 소지품을 몽땅 꺼냈다. 죽인 건 아니지만 사실상 무력화 된 거나 마찬가지라, 루팅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허리띠부터 품속에 숨긴 아이템까지 모든 걸 털어낸 루시엔은, 그것을 한데 뭉쳐서 인벤토리에 던져 넣었다.

장비를 남겨두면 나중에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 빼낸 거겠지?”

딜런의 몸을 더듬으며 확인하던 루시엔은, 팔뚝부근에서 단단한 물체를 발견했다. 옷을 찢어 확인해보니, 붉은 액체가 담긴 시험관이 나왔다.


<익스플로전 튜브를 획득했습니다.>

<중요 아이템을 손에 넣어 돌발퀘스트가 발동합니다.>


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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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퀘스트/ 대지진을 막아라.]

당신이 제압한 암살자 ‘딜런’은, 라이칸스로프를 자폭시켜 지름 1킬로미터의 범위의 싱크 홀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자신의 적을 쓸어버리기 위해.

하지만 그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습니다.

이 근처엔 단층대가 존재합니다. 만약 딜런의 의도대로 거대한 싱크홀이 생겨나면, 그 충격으로 인해 신성왕국 바하의 남부지역에 대지진이 일어납니다.

당신이 손에 넣은 ‘익스플로전 튜브’는 그것의 트리거입니다.

운 좋게도 당신은 딜런이 익스플로전 튜브를 사용하기 전에 그를 제압할 수 있었습니다만, 그 방법이 과격하여 익스플로전 튜브 내부의 촉매제가 깨지고 말았습니다.

제한시간 내에 익스플로전 튜브를 처리하십시오.


난이도: C++ / 레벨제한: 없음.

제한시간: 10분.

보상: 자연재해를 막아낸 당신에게, ‘이름 없는 여신’이 자신의 신전으로 향하는 여정에 초대합니다.

[주의 : 익스플로전 튜브에 충격을 가하면 즉시 폭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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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 이게 뭐야!”

루시엔은 시험관을 든 손을 부들거렸다. 한마디로 시한폭탄 아닌가. 난이도가 C등급이다. 거기에 플러스(+)도 두 개나 붙어 있다.

“무, 무리! 절대 무리야! 10분 안에 이걸 어떻게 처리하란 말이야! 여길 빠져나가는 것도 힘들다고!”

beadsman은 타인의 요청이 있어야만 스킬을 쓸 수 있다. 패시브는 전부 이동속도나 회피능력, 저주무효화 같은 것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이런 퀘스트 받아봐야 혼자서는 해결 못한다는 소리다.

“그래! 그 사람한테 알리자.”

루시엔은 여성유저가 화염병이 달린 화살을 사용했던 걸 떠올렸다. 화염병을 높이 떠올린 다음에, 그걸 코로나라는 스킬로 터뜨리면 될 것도 같았다. 적어도 공중에서 터뜨리면 지진이 일어나는 건 피할 수 있지 않은가.

“그래 알려서…알려서…….”

시스템창을 조작하던 루시엔은 곧 멍청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데 그 여자. 이름이 뭐였지?”

이야기는 나누었지만, 서로 통성명은 하지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이름도 모른다.

“내가 미쳐!”

루시엔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이제 이 얼토당토 않는 퀘스트를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

“그래…이건 불가항력이야. 하필이면 beadsman인 나한테 이런 퀘스트가 들어온 게 잘못이야.”

포기하기로 마음먹은 루시엔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차피 이곳은 전투발생지역이라 로그아웃도 불가능하다.

“멧돼지로부터 벗어났더니, 이번엔 폭발 때문에 죽는 건가?”

퀘스트를 깨야겠다는 생각을 버리자 루시엔은 마음이 편해졌다. 아니, 곧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비집고 떠오르는 게 있었다.

바로 자신을 믿고 여기까지 온 사람들.

루시엔이 포기한 채 손 놓고 있을 동안, 여성유저와 사냥꾼NPC는 늑대머리 거인을 끌고 오고 있다.

그리고 여성유저의 일행이라던 마법사와 아처는, 루시엔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루시엔의 마음은 금세 불편해졌다.

디바인 파워를 다시 되찾았다는 기쁨에, 여성유저의 계획에 그러마 하고 동참했다. 하지만 루시엔은 계획대로 움직이지도 못했고, 오히려 이런 곳에서 발목 잡혀있다.

“한심해.”

스스로의 무력함이 너무도 뼈저리게 느껴진다. 이럴 때는 괜히 beadsman을 했나보다는 생각도 든다.

“차라리 여기 떨어진 게, 그 여자였다면…….”

그렇다면 이런 동굴, 단숨에 벗어나서 익스플로전 튜브를 쉽게 처리했을 것이다.

루시엔은 늑대머리 거인과 싸우던 여성유저를 떠올렸다.

상대하기 벅찬 적을 상대로 묵묵히 홀로 싸우던 그 당당함을.

포기를 모르던 그 투지를.

끊임없이 물러섬을 반복하면서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끈질김을.

그건 자신에게 없는 것들이었다.

“그게 나란 인간…….”

확실히 자신은 여성유저가 가진 용맹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았다. 원래 그녀의 성격이 그러했다. 게임 속에서 공격자의 역할은 적성에 맞지 않았다. 뭔가를 때리고 상처 입히는 건 거부감이 인다. 차라리 내가 몇 대 맞고 만다. 그게 루시엔의 사고방식이었다. 그러니 루시엔은 방어가 굳건한 방패전사나 나이트, 혹은 생존율이 높은 성직자군을 골라야 했다.

전사 계열인 방패전사나 나이트는 어쨌거나 전투에도 직접적으로 참여해야 했으니, 당연히 루시엔은 비전투 직업군인 성직자를 택했다.

그것도 철저히 타인의 조력자 역할 밖에 할 수 없는 beadsman을.

beadsman은 스스로 판단하여, 버프를 걸고 치료하지 않는다.

성금함에 돈을 받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요구받은 뒤에야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철저히 수동적인 플레이를 강요받는 직업군인 것이다.

그동안 그렇게 수동적으로 움직여온 머리가, 갑자기 생겨난 돌발 퀘스트로 엉클어졌다.

아니, 돌발 퀘스트를 받기 이전부터 문제가 있었다.

여성유저와 연계플레이를 결심하고서도 이름조차 묻지 못한 게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로 루시엔은 아무 생각 없이 플레이하고 있었다.

“영혼 없는 플레이를 하면서……성직자로써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고? 그게……정상인가? 수동적으로 행동해서 얻는 쾌감이란 게 존재하는 건가? 이게 자위야? 그런 동물적인 행위와 동급이야?”

루시엔은 고개를 푹 숙였다.

“글러먹었어…….”

루시엔은 양 무릎을 모아 양팔로 감싸 안았다.

“글러먹었다고.”

아니. 그게 글러먹었다고 표현될 것인가?

나쁘게 말하면 beadsman을 선택해 플레이해온 루시엔은 수동적이다. 하지만 beadsman이 어떤 건지 알면서 고른 게 아닌가. 그리고 영혼 없는 플레이를 했다지만, 그건 단순히 과정의 반복일 뿐. 그 반복의 지루함만을 피했을 뿐이다.

그리고 어쨌거나 성직자가 되어서 선행을 베풀지 않았는가.

“아니,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래? 생각해보면 그렇게 못난 건 아니잖아!”

성직자는 아무나 할 수 없다. 매 순간 ‘선(善)’을 시험받기 때문이다. 비록 타락판정을 받았긴 해도, 그동안은 루시엔 자신의 ‘선’을 인정받고 있었다.

그 증거는 자신을 돕는 사냥꾼 NPC.

사냥꾼은 위험한 걸 알면서도 되돌아왔다. 그동안 해온 일은 헛되지 않았다.

이렇게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다.

“근성도 제법 있다고!”

성직자로 전직하는 과정에서 받은 퀘스트는, 머리 아플 정도로 어려웠다. 그렇지만 한 순간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 퀘스트들은 전부 누군가를 돕는 것이었다.

루시엔은 남을 돕는 게 너무 좋았다.

beadsman을 고른 것도 그래서였다.

더욱 자주, 더욱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해. 오로지 효율만을 보고 고른 것이다.

이것이 그녀가 가진 긍지다.

타락했어도 사고관은 바뀌지 않는다.

“아직 안 끝났어!”

루시엔은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인벤토리를 뒤져서 조금 전, 암살자 딜런에게서 루팅한 돈주머니를 꺼냈다. 제법 묵직했다.

“이건 내 돈이 아냐. 아닌 거야.”

자기최면을 걸면서 루시엔은 딜런의 손에 돈주머니를 쥐어주었다. 그리고 딜런의 손을 강제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무의식중에 딜런이 신음을 흘리며 얼굴을 찡그렸다. 그는 자연스레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돈주머니가 꼭 쥐어졌다.

루시엔은 그 상태에서 딜런의 뺨을 후려갈겼다. 딜런의 눈이 번쩍 뜨였다.

“으윽!”

루시엔은 딜런의 멱살을 잡아끌었다. 힘이 지나친 나머지 딸려온 딜런의 머리가 루시엔의 머리와 부딪쳤다. 딜런의 눈동자가 게게 풀렸다.

하지만 루시엔은 그것에 아랑곳 않고, 딜런의 멱살을 탈탈 털었다.

“죽고 싶지 않지? 살고 싶지 않아?”

그녀의 질문에 딜런의 입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살……고 싶어. 살려…줘.”

암살자라도 사람이었다. 무의식중에 딜런의 속마음에 새어나왔다. 루시엔은 기꺼웠다.

“난 성직자야! 살고 싶으면 똑바로 말해! 살고 싶어?”

“살려줘…….”

“돈을 내! 난 beadsman이야! 그러면 치료해줄 수 있어. 치료받고 싶지?”

“치료……살려…줘….”

거기까지 말한 딜런이 고개를 꺾었다. 부상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루시엔은 딜런의 손에 들린 돈주머니에서 끈을 풀었다. 동전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반짝이는 은화 속에서 유일하게 누렇게 빛나는 것을 발견한 루시엔의 눈이 커졌다.

“그, 금화! 아, 아니지. 이럴 시간이 없다고.”

루시엔은 일단 은화를 몇 개 집어 성금함에 넣었다. 루시엔의 주변으로 환한 빛이 번져나갔다.

“beadsman. 루시엔. 은화 3닢 확인했습니다. 이 사람에게 치유의 빛을!”


<부상자를 치료했습니다.>

<지불한 돈이 부족하여 치료의 효과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부상자의 상처가 깊지만, 목숨만은 부지하게 되었습니다.>


다 죽어가는 딜런을 치료하면서 일부러 은화를 3개만 사용한 것은, 그가 암살자이기 때문이다. 완전히 치료해 말짱해지면 다시 못된 짓을 하려 들지 모른다는 노파심이 루시엔을 치사하게 만들었다. 다음으로 사용한 건, 기원계열의 스킬이었다.

“beadsman. 루시엔. 금화 1닢, 은화 25닢 확인했습니다. 어둠속에 갇힌 이들에게 자유를!”


<석회암 동굴에 갇힌 모든 사람들을 밖으로 이동시킵니다.>

<지불한 돈이 부족하여 이동 좌표는 랜덤이 됩니다.>

<발밑을 조심하십시오.>


치료나 버프와 달리, 직접적으로 디바인 파워로 성직자의 의지를 구현하는 것이 ‘기원’.

기원을 사용할 수 있는 성직자는 교황급에 해당하는 자들밖에 없었다. 하지만 루시엔은 다른 성직자와 달리, 돈만 있으면 뭐든 가능한 beadsman.

루시엔은 레벨과 상관없이 기원을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어느 정도의 페널티는 감수해야만 한다. 바로 디바인 파워가 일시적으로 고갈.

기원에 사용되는 디바인 파워가 상당하다는 설정 때문이다.

어찌되었든, 이제 루시엔은 30분 동안은 그 누구도 치료할 수 없는 건 물론, 버프도 줄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무리해서 기원을 사용한 건, 혹시라도 다른 민간인이 휘말렸을까봐 염려되어서였다. 그건 루시엔의 기우에 그쳤다.


<루시엔, 딜런. 두 사람을 석회암 동굴 밖으로 랜덤워프 시켰습니다.>


“휴우……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 이거로군?”

주변을 살핀 루시엔은, 자신들이 나타난 곳이 호숫가임을 확인했다. 그녀는 곧, 말을 탄 사람들이 호수 반대편에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저 사람들이 그 여자의 동료구나.”

하지만 호수의 둘레는 제법 넓어서 5분 정도는 뛰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딜런을 끌어 나무에 기대어놓은 루시엔은, 반대편까지 뛰어갔다. 조금 전 ‘기원’을 사용한 탓에, 루시엔의 디바인 파워는 완전히 고갈된 상태.

당연히 패시브 적용되던 이동속도 보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근력 역시 약해져 몸이 쉽게 지쳐갔다.

“헥헥! 아이고 죽겠다!”

막 호숫가로 도착하려는 순간, 지면이 흔들리더니 숲 근처의 나무들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면 역시 일렁거리며, 호수 속의 물이 빠져나가기 시작됐다.

약해진 지반이 저절로 무너지면서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었다.

호숫가에 모인 마법사들은 말들이 놀라서 날뛰자 진땀을 뺐다. 결국 마법사들은 현혹의 주문까지 걸어가며 말들을 달랬다. 하지만 이들이 서 있는 곳은 땅이 갈라지고 무너져 내리는 한가운데다. 위기를 느낀 말들은 더욱 거칠게 굴었다.

“루시엔님?”

아처복장을 한 남자가 다가와, 자신을 소개했다. 그 이름을 들은 루시엔이 깜짝 놀랐다.

“빌헬름텔이라면, 집단공격기를 처음 사용한 그 샤프슈터?”

“그렇습니다. 위즈님이 보내서 오셨지요? 일단 여길 빠져나가는 게 좋겠습니다. 저기 깔때기 모양으로 파인 구덩이 보이시죠? 주변의 땅이 모조리 실금이 가 있어요. 저곳을 중심으로…….”

빌헬름텔의 말을 루시엔이 가로챘다.

“지름 1킬로미터가 통째로 가라앉는다는 말이죠?”

“허……거기까지 살펴보신 겁니까?”

“돌발 퀘스트가 떴어요. 그렇게 될 거라고. 단지 땅만 주저앉는 게 아니에요.”

“뭐가 또 있는 겁니까?”

“1킬로미터나 되는 범위의 지면이 가라앉는 충격이, 근처의 단층대까지 전달된다고 해요. 그렇게 되면 대지진이 일어날 거예요.”

“범위는 얼마나 되는 겁니까?”

“바하 남부지역 전체.”

빌헬름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라이칸스로프의 자폭만으로 그게 가능할 리가…….”

루시엔은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익스플로전 튜브를 건네주었다. 붉은 액체가 담긴 시험관을 받아든 빌헬름텔이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퀘스트 관련 아이템인 탓에, 그에게도 퀘스트가 뜬 것이다. C++의 난이도와 제한시간이 1분 15초 밖에 남지 않은 것을 본 빌헬름텔의 얼굴이 누렇게 떴다.

“이건 누가 뭐래도……허허…….”

그 얼굴을 보며 루시엔은 자신 역시 조금 전과 같은 생각을 했음을 떠올렸다. 그녀는 빌헬름텔의 손을 붙들었다.

“빌헬름텔님은 샤프슈터잖아요. 이걸 활에 실어 쏘아 보낼 수 있지 않아요?”

“하늘높이 날려서 공중에서 폭발시키자는 얘기입니까?”

“네! 물론 화살의 밸런스가 무너져서 높이 날리기는 힘들겠지만, 샤프슈터의 힘 스탯이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높게 쏘아 보낼 수 있지 않겠어요?”

그녀의 말에 빌헬름텔이 고개를 저었다.

“무리입니다. 그건. 전 아직 샤프슈터로 전직하지 못했습니다.”

“아……그럼 힘 스탯도?”

“물론 힘 스탯은 충분합니다. 전직만 하면 될 정도지요.”

“그럼 뭐가 문젠가요?”

“지금 들고 있는 철궁과 제 힘 스탯이라면, 이 시험관을 하늘 높이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됩니다.”

“어째서요?”

“진짜 아무것도 모르시는군요. 이 시험관, ‘익스플로전 튜브’는 그 위력이 현실의 고폭탄 같은 위력을 냅니다.”

“고폭탄이요?”

“하아……블록버스터 영화라는 말은 들어보셨지요? 원래 블록버스터는 시가지의 한 블록 정도는 초토화 시키는 폭탄을 말합니다. 물론 최소한의 위력이 이렇다는 뜻이지요.”

“이 시험관이 그런 물건이란 건가요?”

“그렇습니다. 연금술사의 작품으로……이거 10개를 잘 계산해서 사용하면, 대도시도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예전 레드 오션에서 지하의 비밀 도시하나를 그렇게 지워버렸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물론 직접 본적은 없지만.”

루시엔은 익스플로전 튜브를 내려다보았다. 이 작은 물건이 그만한 위력을 가졌다는 걸 믿을 수 없었다.

“제가 아무리 높게 쏘아 올려도, 폭발 데미지는 분명히 우리 쪽으로도 옵니다. 화염도 장난 아닐 테고요. 게다가 이미 내부 캡슐이 깨져있습니다. 활을 쏠 때 걸리는 물리적 에너지만으로도 폭발할지 모릅니다.”

“그럼 이걸 어떡해야…….”

“저도 뜻밖의 일이지만 어떻게든 될 거라 생각합니다. 위즈님이 조력자가 온다고 했으니까요.”

“위즈님? 그 여성유저분인가요?”

“아……뭐, 지금은 그렇지요.”

뭔가 이상한 대답이었지만, 루시엔은 그 위화감을 지나치며 다시 물었다.

“그럼 우린 지금부터 무얼 해야 하나요?”

“도망가고 싶으십니까?”

루시엔은 손안에 들어온 시험관을 꾹 쥐었다.

“도망가 봐야 이것 때문에 소용없잖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보다 그건 이리 주시지요.”

익스플로전 튜브를 건네받은 빌헬름텔은 그것을 화살에 묶었다. 빌헬름텔은 그걸 쏘아 보낼 생각인 것이다.

“조금 전 그 방법은 소용없으시다고…….”

빌헬름텔이 입맛을 쩝 다셨다.

“그렇다고 코앞에서 터지게 놔둘 수는 없지요.”


작가의말

연참 2일차  [10,010 자]




2014.11.0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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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149화...5-(ED) +5 15.05.24 977 23 52쪽
151 148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9) +2 15.05.03 1,229 16 44쪽
150 147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8) +3 15.04.22 874 15 34쪽
149 146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7) +3 15.04.05 895 14 29쪽
148 145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6) +3 15.03.26 992 21 29쪽
147 144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5) +2 15.03.25 1,024 18 31쪽
146 143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4) +4 15.03.19 882 23 29쪽
145 142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3) +5 15.03.16 954 16 32쪽
144 141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2) +3 15.02.16 1,201 19 27쪽
143 140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1) +4 15.01.25 993 15 29쪽
142 139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0) +4 14.12.26 854 27 42쪽
141 138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9) +5 14.09.21 953 23 38쪽
140 137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8) +3 14.08.17 1,143 27 23쪽
139 136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7) +3 14.08.04 750 21 18쪽
138 135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6) +1 14.07.30 751 16 23쪽
137 134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5) +7 14.07.23 848 24 23쪽
136 133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4) +3 14.07.21 728 29 27쪽
135 132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3) +2 14.07.18 843 24 22쪽
134 131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2) +4 14.07.17 769 21 23쪽
133 130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1) +2 14.07.16 817 22 25쪽
132 129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40) +3 14.07.15 693 35 19쪽
131 128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9) +1 14.07.14 809 21 24쪽
130 127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8) * +5 14.07.12 778 23 39쪽
129 126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7) +1 14.07.11 883 28 26쪽
128 125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6) +2 14.07.10 869 26 23쪽
» 124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5) +1 14.07.08 896 37 29쪽
126 123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4) +2 14.07.07 736 18 21쪽
125 122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33) * +4 14.07.03 813 34 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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