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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의 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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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렬천사
작품등록일 :
2013.09.13 10:45
최근연재일 :
2015.05.24 21: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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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1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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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쪽

143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4)

첫번째 리메 시작합니다.




DUMMY

54.

사이테리아는 유혹하는 꽃이다.

그 어떤 꽃보다 화려한 꽃을 피우며, 그 어떤 꽃보다 향기로운 내음을 발산한다.

그렇게 해서 끌어들인 생물들을 자양분으로 삼기 위해, 아름다움을 무기로 사용하는 마물.

신화 속 비너스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건 그래서이다.

용암지대에 핀 사이테리아는 향기를 흘리지 않았다.

용암을 빨아들이며 스스로 변이한 결과, 향기를 내뿜는 기관들을 스스로 태워 제거해버렸다.

잎사귀도 제거되어, 오직 뿌리와 꽃대, 그리고 꽃만이 남은 기형적인 형태가 되었다.

그 대신 피워낸 꽃은 세상의 그 어떤 꽃보다 찬란하게 타올랐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과도 비견할 광휘가 꽃에 머물렀다.

수십 장의 거울을 붙인 것처럼 휘황찬란한 빛은, 그 존재만으로도 세상 모든 이들을 돌아보게 만들 아름다움을 내뿜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사이테리아에 홀린 이들의 시각,

적어도 사이테리아를 조종하는 사람에겐 해당되지 않는 얘기다.

조종자에게 이 라바 사이테리아가 피워낸 꽃은, 그저 거대한 빛 덩어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실제 용암지대의 일부는 환하게 변해 사물을 분간하기 어렵게 되었다.

지나치게 밝은 빛 때문에 명암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용암의 강 근처의 땅은 아예 눈이 부셔 쳐다보기도 힘들 지경.

이정도면 누가 숨어 있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일부러 더미를 놓기까지 했건만, 꽃을 피우기도 전에 도망가다니.”

건너편에 있어야 할 빙글뱅글이 위즈의 눈을 피해 이곳에 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그것은 죽음을 ‘거부’하는 네크로맨서의 생존비기 덕분이다.

마법사의 한 갈래가 네크로맨서이지만, 네크로맨서는 마법사와 크게 다르다.

마법사는 초․중․고급으로 단계가 나뉘고, 그 수준에 따라 사용하는 마법의 종류가 달라진다.

반면 네크로멘서는 레벨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으며, 1레벨이라 해도 모든 네크로맨시를 사용할 수 있다. 보통 네크로맨시는 불러낸 소환물의 수에 따라, 상위 수준의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느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빙글뱅글은 이미 폐허의 지하에서 다수의 언데드를 일으키며 조건을 달성했다.

단순히 하급 구울들이었지만, 통로마다 배치해 두느라고 제법 많은 수를 만들었다. 이때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다른 소환물까지 함께 준비해두었다.

그렇게 소환된 존재는 아메바처럼 생긴 부정형의 꾸물거리는 덩어리.

단 한번 침식이라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어 어찌 보면 쓸모없게 보이는 녀석이다.

하지만 이 아메바 같은 덩어리의 정체는 도플갱어.

먹이로 삼은 생물의 외모를 모방하여 활동하는, 의태의 궁극적인 도달점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의태능력만 쓸 만하지, 지능은 형편없었다.

소환된 순간 주변에 있는 게 누구든 간에 공격하는 포악함은, 소환물로서 유용성을 제로로 평가되게 했다. 물론 이건 전적으로 마도로스 社에서 한 차례 밸런스 조정을 한 결과였다.

예전에는 도플갱어가 하급 마족이었다.

그때 도플갱어는 각 나라의 고위인사를 잡아먹고, 그 행세를 하며 레드오션의 세계를 파탄에 몰아넣었다. 아직 유저들은 이렇다 할 성장을 이루지 못한 시절,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게임 속의 세계를 좀 먹은 것이다.

이대로 두면 레드 오션이란 게임은 망하게 될 것이었다.

그래서 마도로스 社는 도플갱어를 하급 마족에서, 하급 마물로 강등시켰다.

마족에서 마물로 AI의 수준이 떨어진 만큼, 지능은 낮아지고 행동패턴도 단순해졌다.

레드 오션을 계승한 지금의 더 오션에서도 그건 마찬가지다.

도플갱어는 여전히 쓰레기 취급받는다.

‘하지만 난 방법을 찾아냈다.’

빙글뱅글은 소환물을 임의로 강화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도플갱어를 한번 죽인 뒤 부활시키면, 부정형의 꾸물거리는 덩어리는 말라비틀어져 비닐봉지처럼 변한다.

빙글뱅글은 이것을 껍데기만 남은 도플갱어라고 불렀다.

이때 네크로맨서의 마력을 있는 힘껏 부어버리면, 이 껍데기는 마력의 주인과 완전히 똑같은 형태로 변하게 된다. 또한 주인의 마력을 가득 채웠기 때문에, 확실한 지배권까지 획득하게 된다.

이렇게 다시 태어난 도플갱어는 자신이 빨아먹은 마력을 이용해, 네크로맨서가 지금까지 하고 있던 작업을 수행하게 된다.

완벽한 더미의 완성이다.

‘난 W의 존재를 확인하자마자 마력을 방출했다. 그리고 다시 유령상태로 돌아가 W의 근처로 갔지. 그것도 모르고 W는 도플갱어를 공격했다.’

빙글뱅글이 준비한 것은 도플갱어 뿐이 아니다.

도플갱어는 단일 개체로서 공격력도 방어력도 형편없다. 단지 대상을 모방하는 능력이 뛰어날 뿐이다.

그래서 준비한 게, 바로 사이테리아.

유저들은 식물형의 사이테리아를 보통 무시하고 지나간다.

마물이지만 싸워봐야 특별히 많은 경험치를 주는 것도 아니며, 변종의 특성에 따라 일일이 대처하기도 까다롭기 때문이다.

다리라도 달려있어서 쫓아오면 모를까, 그냥 붙박이 식물이니 무시하는 게 상책이었다.

빙글뱅글은 유저들의 인식을 뒤집어 생각했다.

‘유저들이 무시한다는 것은, 달리 말해 사이테리아가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소리 아닌가.’

추격자가 있는 상황에서 다수의 사이테리아를 뿌려두면 이보다 더 유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빙글뱅글은 사이테리아의 씨앗을 미리 준비해두었다.

어떤 환경이든지 충분히 적응해 개화하는 특성을 이용한다면 쓸모가 있을 것 같아서이다.

하지만 미리 뿌려둔 씨앗 3개 중에서, 개화한 것은 단 하나.

나머지는 용암지형에서 버티지 못한 모양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내가 부활할 지점을 둘러싸고 세 지점에서 동시 개화해야 하건만…….”

사이테리아의 엄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이곳을 탈출할 계획은 무산되었다.

하지만 하나라도 개화한 게 어딘가.

용암지대에서는 뽑아낼 수 있는 소환물이 얼마 없다.

체력게이지 대신 내구도가 존재하는 언데드는 용암지대에 머무는 것만으로 내구도가 닳아 쓰러져버린다.

“자빠진 언데드가 있다면 이렇게 애먹진 않을 텐데.”

주변에 언데드가 있다면 스캐빈저 스킬로 도움이 될 만한 마물을 불러낼 수 있다, 하지만 땅속에서 솟아나는 용암을 본 빙글뱅글은 헛된 희망을 접었다. 용암에 녹아도 진즉 녹아버렸을 것이기에.

그렇다고 악령 같은 걸 불러낼 수도 없다. 그건 W에게 통하지 않는다.

결국 살아 있는 존재를 이용해야 하는데, 이 용암지대에서 버틸 만한 녀석들이 없다.

조건 없이 마력만으로 불러낼 수 있는 건, 스티키 젤과 라이칸슬로프가 전부.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 둘은 화염에 약하다.

반면 사이테리아는 무속성. 거기에 용암을 빨아들이고도 무사할 만큼 튼튼하다.

“위안 삼을 건, 그것뿐이군.”

빙글뱅글은 사이테리아를 피해 고지대로 오르는 위즈를 보며 매직스틱을 들어올렸다.

그 움직임을 따라 사이테리아의 꽃이 슬며시 방향을 틀었다. 마력을 동조하는 기술을 잘만 응용하면, 이렇게 거대한 소환물의 움직임도 정교하게 통제하는 일 정도는 쉽다.

“일단 이 녀석의 성능시험부터 해볼까. 라바 사이테리아(Lava Cytherea). 화산탄을 쏴라!”


◇◇◇◇◇◈◇◇◇◇◇◇◈◇◇◇◇◇◇◈◇◇◇◇◇


학살자의 망령은 고지대로 뛰어올라가던 멈추고, 위즈를 제자리에 서 있도록 했다.

『주변을 먼저 살핀다. 뭐가 보이지?』

“바위덩어리?”

손에 들린 칼이 가까운 바위를 푹 찍고는 다시 뽑아내었다. 바위는 채 식지 않은 용암을 토해냈고, 칼끝에는 끈적이는 용암이 묻어 나왔다.

『이제 뭐가 보이나?』

“이 주변도 결코 안전지대는 아니로군.”

『그 반대다. 덜 식은 용암덩어리는 효과적으로 투사체를 품어내는 완충제다.』

“완충제? 그게 왜 필요하지?”

『잘 봐라.』

고개를 들어보니 사이테리아에서 쏘아진 뭔가가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리고 있다.

위즈는 매직 애로우를 피할 때처럼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섀도 런이면 충분히 피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학살자의 망령은 생각이 다른 모양이었다.

『저 공격은 마법이 아니다. 질량을 가진 단순한 투사체다. 이럴 땐 굳이 피하지 않는다. 그렇다 하여 맞받아 쳐서는 안 된다. 그 힘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물체가 점점 가까워졌다. 그것은 날카롭게 깎인 바위조각이었다.

“스톤……캐논?”

사이테리아가 이유 없이 나타나진 않았다는 게 위즈의 생각이었다. 당연히 빙글뱅글의 짓임을 알았고, 지금의 공격 역시 그럴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학살자의 망령은 앞서 말했다. 마법이 아니기에 피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저 바위덩어리는 정말 사이테리아가 쏘아낸 것이란 말인가?

『정…신 차려! 연결이……헐거워지고……있다.』

다른 생각을 했던 탓인지 망령의 말이 늘어지고 있다. 위즈는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망령의 말투가 다시 또렷이 들려왔다.

『양손으로 칼자루를 쥐고 풍차처럼 돌려준다.』

“저걸 다 막아내려고?”

『그냥 쳐내는 게 아니다. 원하는 궤도로 공격을 틀어버리기 위함이다.』

가장 큰 바위덩어리가 도신에 닿았다. 회전중인 것을 감안하면, 바위덩이는 그대로 깎여나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돌가루 대신 선연한 주홍색이 넓게 퍼졌다.

촤악!

‘이건 용암? 그럼 날아오는 게 전부 바위가 아니라, 겉만 살짝 굳은 용암덩이!’

학살자의 망령은 칼의 회전을 유지하면서, 위즈의 몸을 뒷걸음질 치게 했다. 날아드는 덩어리는 죄다 회전하는 칼에 걸려, 질척이는 용암을 뿌렸다. 위즈가 지나온 길들은 용암에 덮여 녹아내렸다. 주변의 바위들도 용암을 뒤집어 쓴 채 벌겋게 달아올랐다.

뒷걸음질이 멈췄다. 덜걱 소리를 내며 회전을 멈춘 칼은, 좌에서 우로 거세게 흩뿌려졌다.

넓은 도신에 치덕치덕 달라붙은 용암은, 그 움직임에 한군데로 몰리며 땅으로 흘러내렸다.

위즈는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해보았다.

잘 익은 토마토 세례를 받은 것처럼 주변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지만, 단 한 방울의 용암도 몸에 튀지 않았다. 아무리 학살자의 망령이 넓은 폭의 도신을 가졌다 해도 이해가 안가는 일이다.

날아드는 물풍선을 하나도 아니고, 열 개 가까이 쳐낸 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한 방울도 묻지 않았다. 마법이나 어떤 특수한 스킬을 사용한 게 아니다.

칼 좀 빨리 휘두른 것뿐이다. 그러면서 튀는 것까지 완벽히 차단했다.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학살자의 망령은 해냈다.

“방금 그게 스킬이 아니란 건 알겠어. 대체 어떻게 한 거야?”

『튀지 않도록, 칼을 회전시키면서 살짝 기울였다. 이 경우 가장 취약한 부분은 회전축. 회전축에 용암이 튀면, 손이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봐.”

『칼을 회전시키면서 뒷걸음질 쳤다. 그렇게 되면 중심축의 위치가 함께 이동하게 되니, 손에 와 닿을 용암은 회전하는 도신을 따라 바깥으로 빠져나간다.』

“데미지를 바깥으로 흘려 주변에 넓게 퍼뜨리는 거로군.”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왜 피하지 않고 이렇게 맞받아 쳤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위즈는 학살자의 망령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깨닫지 못했다. 뭔가를 가르쳐주려 하는 건 알겠는데,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저게 용암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지?”

『직관이다.』

“그냥 감만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앞서 저 마물이 용암을 빨아들여 변화한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 마물의 공격과 용암이 관련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겉보기엔 그냥 바위였잖아?”

『주변의 바위도 사실은 식어서 굳어가기 시작한 용암이었다. 마물이 쏘아낸 것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은 없다.』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어!”

『심상 세계에 그토록 밝은 빛을 품고 있기에 기대하였건만……아직 이른 모양이로군.』

망령이 심상세계를 입에 올리자 위즈는 잇페인을 떠올렸다.

설마 망령도 멋대로 기억을 헤집어 본 것인가.

“단순한 동조가 아니었어?”

『여유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튕겨낸 조각들을 경계하라.』

그 말에 위즈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뾰족뾰족한 돌조각들이 바위에 처박혀 있다.

그 바위들은 겉만 그렇지 속은 덜 굳은 용암.

뾰족한 돌조각들은 용암에 삼켜져 타올랐다.

하지만 몇 개는 지나갈 길에 흩뿌려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칼의 회전이 멈출 때는 단단한 걸 쳐낸 것 같았어. 이봐, 저게 뭐라고 그러는 거지?”

하지만 망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 전의 경고를 끝으로 다시 잠잠해졌다.

위즈는 학살자의 망령을 크게 휘둘러보았다. 스태미나가 깎이며 근처의 바위가 터져나갔다.

아직 망령이 쏙 들어 가버린 건 아니다.

위즈는 넓은 도신을 가로로 눕혀 전면을 보호했다. 망령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폭발적인 움직임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이점은 여전하다.

“마지막으로 튕겨낸 조각을 조심하라고?”

겉보기에는 그냥 스톤 대거 조각이 박힌 것 같다. 위험해 보이지도 않는다.

생각은 그러하였으나, 망령의 경고가 있었다. 당연히 행동은 조심스러워졌다.

한 발짝 앞으로 다가서자, 그것에서 틱틱 소리가 나며 실금이 갔다.

위즈는 뒤로 물러서며 반사적으로 학살자의 망령을 휘둘렀다.

붉고 긴 물체가 넓은 도신에 얻어맞아 튕겨나갔다.

“촉수?”

연달아 날아드는 공격 패턴을 보면 아무리 봐도 그런 종류였다.

낭창낭창 휘어지는 뭔가가 급격히 구불거리면서 대상을 후려친다. 사거리가 긴데다가 그 숫자도 점점 늘어나, 위즈는 사방에서 공격받게 되었다.

치이익!

공격이 스치자 단숨에 살이 익으며 데미지가 떴다.


<화상으로 85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위즈는 전 방위 공격에 완벽 대응할 만큼 무술의 달인은 아니다.

적어도 등짝 정도는 보호해야 할 게 아닌가.

그렇다면 방어구에 신경 써주는 건 필수.

가지고 있는 옷 중에는 제법 쓸 만한 방어구도 있다.

스톤스킨이 걸린 로브.

모든 물리 공격을 마력을 깎아 보호해주는 장비이니, 불타는 촉수 정도는 감당할 만하다.

하지만 이곳은 용암지형이다.

여기서는 모든 장비의 내구도가 쉽게 깎인다.

특히 천으로 된 방어구는 몇 분 지나지 않아 내구도가 한계까지 떨어지고 만다.

지금 착용한 초보자 아처 복장이 그랬다. 지척에 용암이 있다는 것만으로 내구도가 바닥을 쳐, 공격을 맞으면 그 부위가 파괴될 지경이 되었다.


<초보자 아처 복장의 소맷단이 부위파괴 됩니다.>

<초보자 아처 복장의 전체방어력이 -1 됩니다.>


위즈는 불에 타 바스러진 소맷단에 힐끔 시선을 주었다. 부위파괴는 처음 당하는 일이었다. 보통은 적의 일점집중 공격에 당할 경우 생기는데, 지금 걸친 옷은 내구도가 바닥이라 단 한 번의 공격을 허용해도 이렇게 된다.

차라리 배리어 같은 스킬로 적극적인 방어를 펼치는 게 더 나았다.

하지만 그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잘 안다.

이 용암지형이 생겨난 원인을 생각해보면 간단히 나오는 결론이다.

포탈을 가동시키고 EMP폭풍이 마구 몰아치고 있지 않은가.

마력을 보는 눈을 발동시킨 뒤부터는, 그냥 하늘을 올려다보길 포기한지 오래다.

엄청난 양의 EMP가 뭉치며 저절로 매직 애로우가 만들어질 정도이다.

하늘은 보이지 않고 그냥 새하얗게 번쩍이는 마력의 천장이 있으니 눈이 부실 지경이다.

그 아래에서 마력을 컨트롤해 배리어를 구축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 서 있는 곳은 그나마 EMP가 안정적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

이 용암지대라는 필드 전체가 마력을 모으는 행위를 방해하는 환경이다.

‘빙글뱅글이야 마법사 계열 플레이를 오래 한 유저고. 난 마법을 배운지 얼마 안 되는 초짜니까.’

방어구도 허술하고, 배리어도 못 치는 상황에서 속절없이 공격에 얻어맞고 있자니 위즈는 열불이 뻗쳤다.

‘망령의 말을 듣고 움직이는 게 아니었는데……그냥 섀도 런으로 빠져 기회를 노렸어야 했어.’

위즈는 뒤로 물러섰다. 휘어지며 날아든 공격이 등까지 노리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공격은 뒤쪽이 덜하다. 뒷걸음질로 멀어질수록, 저 촉수인지 뭔지의 공격 획수가 줄어들었다. 무한정 늘어나는 고무줄이 아닌 이상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열 발짝 뒤로 가자, 갑자기 몸이 제멋대로 움직였다.

다시 아까 전의 그 자리로 움직인 것이다.

망령의 짓이었다. 위즈는 투덜거리지도 못했다.

이번엔 너무 가까이 붙어서,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붉은 잔상들을 어림짐작으로 찌르고 베며 위즈는 이를 갈았다.

“으아아아!”

학살자의 망령에 박힌 붉은 보석에서부터 시뻘건 기운이 도신에 스며들었다. 붉게 변한 칼날이 지나간 궤적이 겹치며 그물처럼 촘촘한 잔상을 만들어냈다. 헌데 그것은 그저 잔상이 아니었다. 마치 진짜 그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잠깐 동안 촉수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뭐지 이건?’

새로운 스킬인가 싶어 위즈는 시스템 창을 살폈다. 아무런 내용도 떠 있지 않았다. 하다못해 마력이나 스태미나가 얼마씩 소모되었다는 문구조차 없다.

『그대는 정말 잡생각이 많군.』

거대한 도신이 채찍과도 같은 공격을 무시하고, 횡으로 크게 베기를 하며 휘둘러졌다. 방어를 도외시한 큰 동작의 움직임은 빈틈이 많았고, 채찍과 같은 공격은 전부 위즈의 몸에 적중하고 말았다.


<화상으로 65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185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화상으로 35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15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초보자 아처 복장의 등 부분이 부위파괴 됩니다.>

<초보자 아처 복장의 왼쪽 소매가 부위파괴 됩니다.>

<초보자 아처 복장의 전체방어력이 -6 됩니다.>


옷에 붙은 방어력은 이제 달랑 3밖에 남지 않았다.

더 오션에서 가장 가난한 유저의 옷도, 이보단 방어력이 높을 것이다.

이제 위즈의 옷은 더 이상 방어구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조금 전의 공격으로 무조건 잃기만 한 건 아니다.


<라바 사이테리아의 덩굴 줄기들을 처치했습니다.>

<총 22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초보자 사냥터에서 다람쥐를 잡을 때나 얻을 법한 매우 짜디짠 경험치가 들어왔고…….


<매우 희귀한 마물을 처리하여, 캐릭터 ‘위즈’의 근성과 집중력 스탯이 영구적으로 1 오릅니다.>

<영구적으로 오른 스탯은, 상태이상으로도 깎이지 않습니다.>


위즈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지금까지 공격해온 붉은 물체는 밑동이 절반이상 잘려나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꺾어버린 나뭇가지처럼 뻗어 있는 줄기 끝에는, 대바늘 같은 침이 숭숭 돋은 덩어리가 매달려 있었는데, 그것은 위즈가 보는 앞에서 부스러지며 여러 조각으로 나뉘었다.

그 모습은 꽃눈이 스스로 떨어진 모습 같았다.

동물보다는 식물의 특성이 두드러지니, 촉수보다는 덩굴 줄기 쪽이 더 어울리는 모습이다.

“아…체력 많이 깎였네.”

위즈는 체력 게이지에 눈길을 주었다.

추가적인 스탯을 얻은 건 기쁜 일이지만, 그보단 생존에 직결되는 체력관리가 더 중요했다.

체력은 350정도 남아 있었다.

22라는 짠 경험치와 달리, 그 공격은 너무도 매서웠다. 100이하로 떨어져 빈사상태에 이르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그런 공격을 몸으로 받으며 강공으로 밀어붙인 결과, 자신을 괴롭히던 촉수 같은 것의 밑동을 깡그리 베어버릴 수 있었다.

그야말로 살을 내어주고 뼈를 베는 공격의 결과.

허나 위즈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회피할 수 있는 상대를 두고, 뭐 하러 싸움을 벌인단 말인가?

“이럴 거면 내 몸에서 나가. 마력의 공급도 끊겠어.”

『어찌하여……평소처럼 싸우……지 않는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동안……저돌적……전투…인상적……왜…지금……두려워…하…….』

망령에게 실망한 탓인지 연결이 느슨해졌다. 망령의 말은 다시 말더듬이의 것이 되었다.

하지만 위즈는 그 연결을 다시 정상으로 돌릴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난 두려워 한 적 없어!”

『그럼…왜……도망…?』

“이건 도망이 아니라 전략적 후퇴야! 지금처럼 덩굴 줄기 같은 거나 상대할 이유는 없다고!”

『거짓…말…….』

위즈는 더 이상 망령과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이라면, 학살자의 망령은 도구가 아니라 짐만 되는 쓰레기일 뿐이다.

마력만 끊어버리면 된다. 하지만 이어지는 망령의 말에 위즈의 몸은 굳어버렸다.

『그대는……두려워…한다….』

위즈는 입을 꾹 다물었다. 하나도 두렵지 않다고 대꾸하고 싶지만, 입이 얼어붙은 것 마냥 떨어지지 않는다.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력의 공급을 끊으면 된다.

하지만 그러질 못하고 있다. 마음속 어디에선가 망령의 말이 옳다고 속삭인다.

“무, 뭘 두려워한다는 거지?”

『그대의 몸……머리까지…두려움에…굳어 있다.』

“그게 대체 뭐냐고!”

『이곳…….』

그 말에 위즈는 자신도 모르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용암이 흐르며 강을 이루고, 바위를 태우고 흙을 녹이는 불길이 넘실댄다.

그 때문인지 이 용암지대를 채우는 컬러는 붉은 색 계열.

오래 쳐다볼수록 눈이 아픈 진홍색의 흐름은 용암.

흙속의 불순물이 타들어 가며 내뿜는 빛은 주황색과 노랑이 뒤섞인 색채.

심지어 원래 검은 색이었을 바위조차, 용암이 내뿜는 빛에 물들어 붉었다.

그리고 용암의 강 너머에는 사이테리아의 변종이 붉게 타오르고 있다.

연속공격을 하기 어려운 듯, 곧바로 공격이 들어오진 않았지만. 이쪽을 향해 불타는 꽃을 이쪽으로 삐딱하게 기울인 모습은 가히 위협적이다.

위즈는 엉뚱하게도 그 모습에서 무너져가는 건물에 얹은 박공지붕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글거리며 매직 애로우를 쏟아내는 하늘은, 형광등이 촘촘히 달린 하얀 천장을 생각나게 했다.

무너진 건물의 이미지와 하얀 천장을 떠올린 순간 위즈는 파랗게 질렸다.

화재로 붕괴되는 건물, 그와는 대조적으로 하얀 내부.

그것은 악몽에 자주 나오던 요소들 아닌가.

“설마 내가 용암……아니, 불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도 안 돼!”

그동안 화염돌격이란 스킬을 얼마나 많이 사용했던가. 대놓고 화염병을 뿌리는 화공도 자주 벌였다.

물론 현실에서도 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간단한 요리정도는 알아서 지지고 볶는다. 잘하는 건 김치 볶음밥.

불이 두렵다면 아예 요리 같은 걸 못해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뜬금없이 불에 대한 두려움이라니?

『불을 무서……아니다…….』

“그럼?”

『모른다……상황…일지도.』


<마력이 부족하여 학살자의 망령이 잠듭니다.>


“하필 이럴 때!”

화염돌격을 연거푸 쓴데다, 마력을 보는 눈을 유지시키는 것만도 마력의 소모가 상당하다.

여기에 학살자의 망령까지 사용했으니, 마력이 바닥을 치는 것도 당연.

당장 화염 돌격 스킬을 쓰기 위해서라도, 마력을 충분히 채워놓을 필요가 있었다.

위즈는 인벤토리를 열어 마력포션을 들이켰다.

자신도 인지 못한 마음속 공포를 학살자의 망령은 잡아냈다.

그게 뭔지 꼭 들어야 했다.

‘고작 게임 속 AI주제에 어디까지 파고드는 거냐!’

잇페인 때에도 같은 일을 겪었다. 적대적인 존재가 멋대로 기억을 읽고 주물럭댄 것은, 혐오감을 넘어 분노를 일으켰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분노의 방향이 정반대다.

위즈는, 아니 편재는 스스로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모든 문제는 ‘더 오션’이라는 게임과 ‘셸터’가 연결되면서 생겨났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잇페인이다.

그때 셸터는 안전장치를 가동하였고, 마도로스 社에서도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브림캐스터의 기술이 들어간 이상 셸터의 안전장치에 모든 걸 맡길 순 없다. 이 사실을 모르는 마도로스 社의 대처도 믿을 수 없다.

위즈는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이젠 더 이상 틈을 보이지 않겠다고 그렇게나 다짐했는데!’

그런데도 같은 일이 반복 되었다.

이번에는 잇페인처럼 자신을 괴롭히는 게 아니었지만.

자신도 모르는 내면을 나 아닌 누군가 들여다보았다고 생각하니…….

자기 자신의 한심함에 화가 났다.

무엇보다 화가 나는 건, 이런 기분에서도 궁금하다는 것이다.

대체 망령은 무얼 알고 있는 것일까.

정말 나도 모르는 내면의 공포가 남아 있단 말인가?

쓔웅! 터억!

뭔가가 날아와 땅바닥에 내리꽂히는 모습에 위즈는 정신을 차렸다. 바닥에 박힌 뾰족한 돌조각이 틱틱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미치겠네!’

위즈는 마력 포션을 절반도 못 마시고 섀도 런을 썼다.

몸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붉은 덩굴줄기가 튀어나와 그 자리를 휩쓸었다.

이번에는 덩굴 줄기의 숫자가 늘었다. 그만큼 쏘아낸 양이 많기 때문이다.

용암의 강 너머에서 사이테리아가 번쩍이는 빛을 내더니 무언가를 쏘아냈다.

조금 전과 같은 날카로운 돌덩이다. 그 속도는 이전과 비교해 엄청나게 빨라졌으며, 이번에는 겉만 굳은 커다란 용암덩이는 없었다.

그렇다면 날아드는 물체는 전부 덩굴줄기다.

위즈가 애먹는 모습을 본 빙글뱅글이, 아예 작정을 한 모양이었다.

아까보다 짧은 간격으로 쏘아내자 주변은 금세 덩굴줄기의 군락지가 되어버렸다.

엎친대 덮친 격으로, 매직 애로우까지 날아들기 시작했다.

같은 자리에서 너무 시간을 잡아먹은 탓이다.

‘위험하다.’

빙글뱅글은 사이테리아에 딱 달라붙은 채 방어를 굳히고 있다.

당장 달려들어 들이 박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렇게 바깥으로만 돌면, 덩굴줄기가 더 많이 뿌려져 운신할 공간조차 잃게 된다. 가뜩이나 용암 때문에 발 디딜 곳이 적은데, 그마저도 덩굴 줄기가 차지한다면…….

‘결국 빙글뱅글을 놓치겠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 덩굴줄기를 피하는 건 능사가 아니다.

그렇다면 덩굴줄기를 상대하면서도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저 마물이 지금 용암을 빨아먹고 변종이 되었다는 사실.

이럴 때 하는 손쉬운 대응은, 냉기 계열 주문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허나 위즈가 쓸 수 있는 냉기 계열 주문은 발사체의 초기 단계인 아이스 니들이다.

어지간해서는 데미지를 입히기 어려운 수준의 주문.

게다가 용암지대에서 냉기계열 주문이 성공하려면, 그만큼 마력을 투자해야 했다.

EMP가 폭풍처럼 미쳐 날뛰는 수라장 속에서 가능할 리 없다.

‘침착하자. 침착해. 이럴 때를 대비해 생각해놓은 것도 있잖아.’

위즈는 자신이 받은 칭호 ‘레미라의 무명용사’를 떠올렸다.

그중에서도 불굴의 투지 효과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사용하기 좋았다.

체력게이지가 최대치의 10%이하까지 떨어졌을 때, 1분 동안 무조건 캐스팅이 성공한다는 옵션 때문이다.

그러자면 고의로 공격에 노출시켜 체력을 깎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달랑 1분 동안 쓴 냉기 마법으로 가능할까? 가만……?’

위즈는 걸음을 멈췄다.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었다.

지금 서 있는 곳은 용암지대의 한 가운데. 해당 필드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전망이 트인 곳에서 살펴보니, 지금도 사이테리아는 계속해서 덩굴줄기를 여기저기 쏘아내고 있었다.

용암지대의 1/3은 이미 덩굴줄기로 뒤덮였다.

그것들은 위즈가 서 있는 곳을 빈틈없이 에워싸고 있다.

완전히 포위당한 형세. 하지만 이 상황이 낯설지 않다.

‘이건 마치 에켈 산에서 노상강도 수천이랑 싸울 때와 똑같잖아?’

그때 위즈는 높은 곳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속도를 이용해 찌르고 베며 강행돌파를 했다.

그저 달려서 내려오는 관성만으로 싸워야 했다. 방향도 꺾지 못했고, 스크롤을 찢기 위해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이때 위즈는 한 번 죽어야 했다.

레벨이 10을 막 넘겨서 사망 페널티까지 적용되었다. 여러모로 열불 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에켈산에서 치룬 두 번째 전투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앞서와 같이 경사진 지형을 내려오면서 전투를 벌인 것까지는 동일하였으나.

이번엔 방패를 썰매처럼 타고 내려오며 붙은 가속도를 이용했다.

힘도 들이지 않고 적을 베었으며, 적들이 반격하기 전에 빠져나가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두 번째가 난이도는 낮았다. 사기가 꺾인 적들은 반격하기 보단, 왕국군을 피해 달아나기 급급했다. 게다가 ‘밤 하늘아래 어둠 가시밭’이란 스킬을 막 얻어서, 노상강도의 우두머리들까지 처치할 수 있었다.

허나 지금은 방패가 없어 같은 방법은 쓰지 못한다.

게다가 위에서 쏟아지는 매직 애로우는 어떡할 것인가.

가뜩이나 용암과 치솟는 불길로 환한 용암지대에서는 섀도 런만으로 피하는 것도 마땅찮다.

“흥. 안 되는 게 어딨어?”


작가의말

난생 처음 백화점 행사 상품이란 걸 제 돈주고 구입했습니다.

무려.....4벌에 11.6만원!

저 고딩때는 NIX 청바지가 꽤나 비쌌던 걸로 기억하는데......

세상 참 많이 변했어요. 변했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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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144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5) +2 15.03.25 1,024 18 31쪽
» 143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4) +4 15.03.19 883 23 29쪽
145 142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3) +5 15.03.16 954 16 32쪽
144 141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2) +3 15.02.16 1,201 19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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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39화...5. 혼돈을 비추는 거울 (50) +4 14.12.26 854 27 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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