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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ke 님의 서재입니다.

정신조종하는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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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작품등록일 :
2023.08.04 18:08
최근연재일 :
2023.08.23 12: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721
추천수 :
107
글자수 :
75,924

작성
23.08.07 18:16
조회
428
추천
8
글자
9쪽

뇌전도

DUMMY

청호단 한 입, 현수는 곧장 그것을 삼켰다.

청아한 느낌이 입안을 가득 채우자, 가슴의 뻐근함이 사라졌다.

그 느낌은 마치 청량한 바람이 그의 내부를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물론, 그가 팽준호의 식견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단전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더 대단한 인물에게 물어봐야 했으니까.

일단은 임시로 치유하고, 수련부터 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그때, 한 무리의 사내들이 현수를 둘러싸고 다가왔다.

그들은 현수가 단약을 먹는 걸 보고 접근해 왔다.

뻔한 속셈.

그들은 현수가 가진 것을 빼앗으려 했다.


대한제국이 설립되고 인구의 폭발적인 성장 이후, 사회의 치안은 엉망이 되어버렸다.

큰 범죄들은 조선 황실에서 처리했지만, 작은 것들은 그렇지 않았다.

법의 구멍 사이로 빠져나가는 수많은 범죄들.

그 중 하나가 현수 앞에 있는 이 부류들이었다.


사내들은 길을 막고, 흉기를 꺼내 현수를 위협했다.

한 사내가 신호를 보내자, 다른 사내들은 다시 현수를 둘러쌌다.

현수는 이런 상황을 빈번히 겪었다.

그냥 주고 보내는 게 낫다.

하지만, 이번에는 무언가 달랐다.

이 사내들이 과거에 마주쳤던 불량배들과는 조금 다른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 자세, 그리고 눈빛.

이들은 단순한 불량배 이상이었으며, 약간의 무공을 배운 것처럼 보였다.


“이 자식, 내 코는 못 속이지.”

“단약이 있어.”

“지나가려면 가진 것을 내놔라.”


다른 사내가 협박했다.


현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차분하게 손을 도검에 올렸다.

현수의 동작은 간결했다.

그저 도검을 쥐고 자세를 잡는 그 한 행동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 단순함 속에는 깊이가 있었고, 이는 사내들을 놀라게 했다.


“이 녀석, 도법을 알고 있어. 잘봐봐, 흔치 않은 자세다.”

“단약을 가지고 있는 것만 봐도 무공을 모르는 녀석이라곤 생각하기 어렵군.”


또 다른 목소리가 덧붙였다.


“하지만 혼자서 우리 모두를 상대할 수 있겠냐? 순순히..”


“꺼져.”


현수의 답변은 단호했다.

현수는 도검을 쥐고 출수의 준비를 마쳤다.

사내들도 자신들의 무기를 꺼냈다.

단도, 검, 그리고 곤봉 등 다양한 무기들이 현수를 향해 빛을 냈다.


사내들의 몸에서는 약간의 내공이 느껴졌다.

현수는 팽가의 혈족이 익히는 하급심법인 ‘건곤심법’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건곤미허신공과 호환이 되는, 팽준호의 기억에서 읽어낸 심법이었다.

그는 오는 길에 이 심법을 구결해 두었다.


위험한 상황이긴 했지만, 현수는 왠지 모를 자신이 있었다. 팽준호의 기억과 팽씨 가문의 거목인 팽기훈의 기억을 보았기 때문이다.


곤봉을 든 사내가 선두로 달려왔다.

단번에 현수를 제압하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현수는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오직 가상의 그림자와 팽준호의 기억에서 스며든 본능뿐이었다.


그의 감각이 점차 활성화되고, 건곤심법이 체내를 돌아다니며 여러 정보를 전달해왔다.


“가만히 내놨으면 좋았잖아!“


사내의 외침이 공기를 가르며 퍼졌다.

그와 동시에 그의 곤봉이 현수의 어깨를 향해 가파르게 내려왔다.

그러나 현수의 시야는 이미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서 곤봉의 궤적은 더욱 또렷하게 드러나고, 각도와 속도, 이를 이용한 공격의 가능성 모두가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그려졌다.


그리고 현수가 앞으로 나아갔다.

출수한 도가 공격을 당한 사내의 허벅지를 베어버렸다.

뇌전도.

그것은 벼락처럼 빠르고, 후발로 상대를 제압하는 묘리가 있었다.

뇌전도의 잔여로 인해 상대는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다.


“이, 이 미친...”


당황한 사내가 중얼거렸다.


그의 몸이 너무나도 빠르게 중심을 잃고 기울어졌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현수는 뇌전도로 그의 목을 가볍게 날려버렸다.

목이 분리된 채로 사내는 땅에 쓰러졌다.


휘둘러진 곤봉과 떨어진 목.


“아이고, 왜 방심했냐, 이 병신!”

“무공 좀 배웠다고 했잖아, 무작정 달려들다니.”

“내공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어디서 도법 좀 배운 놈한테 자세를 좀 배웠나 봐.”


그런 그들 중 한 사람이 검을 들고 현수를 향해 돌진해왔다.

현수는 뇌전도를 거두고 다시 기본 자세로 돌아섰다.

그는 수많은 검을 본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눈 앞에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기억 덕분에 어색함은 없었다.


등 뒤에서 단검이 날아왔다.

현수는 본능적으로 보법을 밟아 단검을 피했다.

현수의 내공은 아직 부족해서 움직임은 어색했지만, 생각이라기보다는 거의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이것은 현수의 것이 아닌 누군가의 수련과 각인의 결과였다.


현수가 단검을 피하려는 빈틈을 노려 검을 든 사내가 달려왔다.

그러나 그는 뇌전도의 힘을 가슴에 받고 넘어갔다.

늦게 단검을 뽑아 든 사람이 빠르게 달려왔지만, 그의 눈은 충격에 빠져 있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현수의 움직임은 그가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빨랐다.

분명 내공은 미약했는데, 그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패도.

이어서 그 역시 뇌전도의 일격을 맞고 쓰러졌다.


“....”


현수는 검을 거두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사실, 이렇게까지 해야 할 필요가 없었지만, 그의 몸에 각인된 무공은 모두 실전적이고 승부의 끝을 내기 위한 것들이었다.

아직 미숙한 그의 통제력으로는 이런 본능적인 흐름을 막기란 어려웠다.


피의 냄새가 공기 중에 진동하며 현수의 코를 찌르기 시작했다.

그가 벗어나려는 순간.

두 명의 사내가 그를 더욱더 위협하려고 다가왔다.


“이런 빌어먹을!”


한 명이 소리쳤다.


“이 자식 확실히 막아야 한다!”


아마도 방금 전 쓰러진 세 사람들과는 친분이 있어 보였다.


현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발을 땅에 꽂으며 보법을 밟았다.

미허신보(彌虛神步).

그의 내공은 약해서 원래의 힘의 반의 반도 나오지 않았지만, 기습으로는 충분했다.


갑작스러운 현수의 공격에 사내들은 당황하였다.

현수는 내공을 많이 소모하는 건곤연환탈백도(乾坤連環奪魄刀)보다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로 공격했다.

현수의 내공은 미약했지만, 완벽한 자세와 기세는 그를 한 마리의 호랑이와 같게 만들었다.


도검의 일격은 느릿하고 견고했지만, 예상치 못한 속도와 힘으로 사내에게 닥쳤다.

사내는 일격을 막았지만, 그의 검은 현수의 압도적인 기세 앞에 밀려난다.

검날이 그의 목에 깊게 박히며, 그는 쓰러졌다.


길이 열리자 현수는 빠져나가려 했지만, 또 다른 무리의 사내들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상대가 현수를 황당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너가 이런 짓을 한 거냐?”


현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딱 봐도 혼자인 거 같은데, 여기서 네 놈은 끝이다. 내가 얼마나 많은 너 같은 애송이들을 처리 해왔는지 알아?”


상대가 고개를 흔들며 이어갔다.


“내공이 약한 것들은 마수 잡이에서 항상 뒤치기를 해왔고, 도를 쓰는 것들은 하나 같이 약하다. 여럿이 뒷치기해서 죽인 기억이 있지. 덜떨어진 것들은 죽어야지.”


상대의 말과 태도를 듣고 보니, 그는 도를 쓰는 자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 보였다.

그의 추가 발언에서 가족이 있다면 끝까지 처리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고, 현수는 그 말에 마음을 먹었다.

이 녀석을 처리하지 않고는 안 될 상황이었다.


대한제국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다.

도시는 비대해졌지만, 중심지만이 안전했고, 조금만 벗어나도 힘이 곧 법칙이었다.

더 밖으로 나가면 운반 도로를 제외하곤 마수가 많았다.


현수와 남자가 대치하던 중.

사내가 갑자기 부하를 현수에게 밀어쳤다.

그 순간 현수는 민첩하게 상대의 공격을 피하고, 상대는 찌르기를 시작했다.


둘 사이의 공방이 순식간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중간에 끼어있던 부하는 이미 크게 베어져 쓰러져 있었다.

검과 도가 부딪치며 바람이 갈리는 소리가 가득하였고, 공격은 주로 목과 다리를 노리며 진행되었다.


“이게 뭐야!”


상대가 욕설을 내뱉으며 말했다.

현수의 오호단문도가 연신 펼쳐졌다.


“너 이 자식 팽가의 사람이구나!! 반드시 죽인다!”


오호단문도를 알아본 상대가 분노하며 외쳤다.


챙!


현수와 그는 처음으로 거리를 벌리게 됐고, 상대의 팔목에서 핏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공격이 들어간 것이었다.


사내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이곳에서 생사결을 해야 할 줄은 몰랐네. 넌 괴물 같은 녀석이군. 어째서인지 내공은 약하지만, 경험은 아득한 수준이야.”


그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려 하지만, 현수는 듣지 않고 선공했다.

묵직한 기세로 상대를 압박하며, 도검이 그의 몸을 내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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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기부해 23.08.10 262 6 9쪽
8 습격 23.08.09 289 7 11쪽
7 너의 훈련 23.08.08 324 5 8쪽
6 업드려 23.08.08 369 6 8쪽
» 뇌전도 23.08.07 429 8 9쪽
4 기연 23.08.07 508 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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