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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3.10.23 13:25
최근연재일 :
2024.03.04 08:1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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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글자수 :
784,850

작성
24.02.0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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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배달오토바이

DUMMY

나와 유덱스는 각그랜져에 탑승한 채였다.

우린 고가도로 위에 있었는데, 반대 차선인 2차선에 요란하게 생긴 렉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찌나 요란한지, 불법으로 튜닝이라도 한 모양이었다.


부아아아아앙!


물론, 튜닝한 것 정도는 양반이었다.

운전을 어찌나 험악하게 하는지, 사고가 안 나는 것이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였으니까.

반대차선과 우리 차선을 구분하는 중앙분리대도 없는 상황인지라, 불안함은 더욱 증폭되었다.


"묘기라도 부리는 거야?"


유덱스의 말대로, 렉카에게 있어서 방향지시등 따위는 사치나 다름없었다.

이리저리 아슬아슬한 곡예운전을 하던 렉카가 핸들을 확 틀어 1차선으로 차선을 급하게 변경하더니.


"와, 미친 거 아냐?"


우리가 있는 차선으로 한번에 넘어오고는, 역주행을 하기 시작했다.

놈은 우리 차가 있는 차선으로 성난 황소마냥 험악하게 밀고 들어오더니.


"부딪힌다, 부딪혀, 이 미친놈아!"


그대로 우릴 지나쳤다. 화가 난 유덱스가 놈을 향해 온갖 쌍욕을 퍼부어댔다.


"......혹시, 맡았어?"


굳은 얼굴로 유덱스가 내게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이 무엇을 묻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마력덩어리.

렉카가 지나가자마자 진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풍기는 기운이 결코 강력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냄새가 구린 건 구린거다.


"뭐, 뭐야? 쟤 지금 뭐하는 건데?"


빵빵! 빠아아아앙!


어느새 우리 뒤로 바싹 따라붙은 렉카가 시끄럽게 경적을 울렸다.

유덱스는 이미 80이 가까운 속도로 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차량이 없다면 그 이상 밟아도 무관하겠지만, 우리 앞에 차량이 없진 않았다. 지금이 딱 적당한 속도인데.


"왜 저렇게까지 바짝 따라붙느냔 말이야?!"


유덱스가 투덜거리는 동안, 나는 고개를 돌려 뒷 상황을 살폈다.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로 렉카는 각그랜져의 뒷꽁무니에 바싹 붙어 있었다.

만약 비상상황이 발생해서 우리가 급브레이크라도 밟게 된다면..... 아,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빵빵빵빵!


한참이나 시끄럽게 경적을 울리던 렉카가 드디어 다른 차선으로 이동했다.

우린 2차선을 달리고 있었는데, 놈이 1차선으로 이동한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1차선이 아니라 반대편 1차선이었다.

역주행이었다.

반대편 차선이 빈 틈을 타 그쪽으로 갔다가, 우릴 추월할 생각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해야 했을까?

추월하고 싶다면 우리 차선인 1차선이나 3차선에서 추월해도 되지 않나?

굳이 위험하게 역주행을 해가면서까지 추월해야 할 중요한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정말 급한 일이 있다면 하루 전날 나오던지.

아니면 쌩쇼하지 말고 그냥 빨리 가던지.

그것도 아니고 자기 혼자 지랄하다가.


끼이이이이이익!


저렇게 사고를 내면 어쩌잔 말인가.

신나게 반대편 1차선에서 역주행을 하던 렉카가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당황했는지 핸들까지 틀어버린 모습이었는데, 이미 늦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반대편 1차선을 90이 훌쩍 넘는 속도로 달리던 람보르기니 우라칸.

렉카와 그대로 박고 말았다.


부디 저 람보르기니가 최소 '깡통차량'이길 바란다.

만약 이것저것 옵션을 더 추가했다면...... 기본가격보다 훨씬 더 비싼 값이 될 테니.


"......우리가 굳이 안 나서도 될 것 같지 않아?"


사고현장을 지나치며 슬쩍 확인해보니, 유덱스의 말이 맞는 듯했다.

렉카 차주는 사형장에 끌려나온 죄인이라도 된 듯 덜덜 떨고 있었다.

누가봐도 이건 렉카 차주의 잘못이다. 무조건 100:0이다. 역주행을 한 놈이 잘못한 거니까.

우리는 그냥 마력덩어리만 회수해도 되겠지.


"내가 할게. 넌 운전이나 해."


운전대를 잡은 유덱스가 마력덩어리를 회수하겠다는 것을 말리며, 나는 신성마법을 발동했다.

저 정도 마력덩어리 쯤이야, 그냥 흡수해버려도 된다. 어려운 일도 아니다. 애초에 강력한 것도 아니니까.


".....람보르기니가 제법 박살이 난 모양인데."


유덱스가 무얼 생각하는지, 말 안 해도 안다.

벤츠나 BMW와 사고가 나도, 보상해야 하는 수리비용이 만만치 않은 법.

하물며 람보르기니는 오죽할까. 조금 전에 봤던 렉카 차주의 사색이 된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나는 흡수한 마력덩어리를 이리저리 살피며 말했다.


"페인트 값만 몇백이 나올 걸."


다시 생각하는 거지만, 이 마력덩어리는 냄새만 요란하지 실속이 없다.


"갚으면 다행이지만, 못 갚는다면 뭐."


이렇다 할 능력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마력덩어리.


"신용불량자 되는 거겠지."


주인을 닮았군.


*

*

*


두 사제가 사고현장을 떠난 후 1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무렵.


"아...... 진짜......!"


람보르기니 운전석에서 40대 중후반 정도로 추정되는 한 남자가 내렸다.

어마무시한 근육질 남성이었는데, 척 보아하니 일반인은 절대 아니었다.


'우, 운동선순가?'


렉카차주의 가뜩이나 작은 어깨가 더욱 움츠러들었다.

람보르기니 차주는 딱 붙는 머슬핏의 검은색 반팔을 입고 있었는데, 어깨가 무슨 수박처럼 거대했다. 이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어깨 뿐만 아니라 가슴 역시 수박처럼 거대했으니까.


저 팔에 잡히면 최소 골절이다, 렉카차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무슨 운전을 그따위로 합니까? 예?"


희한한 일이었다.

람보르기니의 앞 범퍼는 전손처리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고친다 해도 예전만큼의 성능을 과연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저 거대한 엔진이 과연 멀쩡할까.


그런데.


'왜 저 남자는 멀쩡하지?'


저 정도로 파손되었다면 람보르기니 차주도 몸의 어딘가가 박살이 나야 정상일 터.

혹시 저 괴물같은 근육이 몸을 지켜준 것일까?

렉카 차주는 순간 저 근육질 남자로부터 황금빛 바람이 흘러나온 것 같다는 착각을 했다.

그러나 눈을 한 번 깜빡한 순간, 바람은 사라져 있었다. 아마 당황해서 헛것을 본 것이겠지.


"저, 그러니까, 제가 급한 일이."

"급한 일 뭐? 씨발, 그렇게 급한데 아까부터 운전을 그 지랄로 하냐?"

"에, 예?"

"나는 뭐 블랙박스 없어? 분명히 반대 차선에 있던 새끼가 갑자기 역주행을 몇 번이나 하는 거야? 사고 났다면서? 사고 났으면 지랄하지 말고 그냥 지 갈 길이나 갈 것이지 여기서 뭔 개지랄이야?!"


이미 다 봤구나. 렉카 차주는 할 말이 없었다.

여기서 더 뭐라고 해 봐야 나만 불리하겠지. 렉카 차주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 애원했다.


"저기, 형님! 제발 한 번만 좀 봐주십쇼. 예? 제가 갚아야 할 빚이 있습니다. 제발요, 예?"

"하!"


람보르기니 차주가 어이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라. 내가 어지간한 사고면 그냥 넘어가는데, 너 같은 새끼는 못 넘어간다."

"혀, 형님!"

"형님같은 소리 하지마라. 뭔 뜬금없는 형님이냐? 나는 너 같은 새끼를 동생으로 둔 적이 없어."

"제발요, 형님! 실수였습니다!"

"실수? 실수면 더 큰일이지. 역주행을 실수라고 할 수 있나? 만약 렉카운전하는 새끼가 실수로 역주행을 했다면 큰일 아닌가? 운전면허 뺏어야지. 안 그래?"


렉카차주의 얼굴에 절망이 스쳤다.


"형님, 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봐주십쇼! 저 여기서 빚 더 늘어나면 신용불량자 됩니다! 형님 제발!"

"야."


이미 람보르기니 차주의 마음은 굳은 상태였다.

누가 저 차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는가.


"됐고, 돈 갚을 준비나 해."


렉카 차주는 절규했다.


"형니이이이이이이임!!!!!"


*

*

*


나와 유덱스는 쉬지 않고 순찰을 돌고 있었다.

조금 전의 렉카 차주의 몸에서 나온 마력덩어리와 비슷한 것들을 제법 주운 상태였다.

다행이라고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강력한 마력덩어리들은 아직까지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마력덩어리는 마력덩어리니까.'


물론, 아무리 보잘것 없는 기운을 지닌 마력덩어리라고 해도 모을 필요는 있다.

왜, 작은 것들이 결국 모이면 큰 산을 이룬다고 하지 않던가. 하나라도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 마력덩어리는 결국 마신의 일부니까.


그건 그렇고.


"유덱스, 우리 슬슬 간식 좀 먹는 게 어떨까."

"뭐?"


운전 중이던 유덱스가 어이없다는 듯 나를 노려보았다.


"너 아까 햄버거 10개나 처먹었잖아."

"소화가 다 됐는데."

"...이제 겨우 2시간 밖에 안 지났는데?"

"슬슬 간식먹을 시간이 된 거지."

"너 그래서 이따 저녁에 그 여자랑 식사는 할 수 있겠어?"

"그건 저녁식사잖아. 식사랑 간식은 다른 거야."

"참나......"


유덱스가 투덜거리더니 근처에 있는 베이커리카페로 차를 틀었다.

어차피 이제 이 근방에는 더 이상의 마력덩어리도 없었다.

신성력이 늘어나니까 배가 더 고파온다. 내 실력이 늘어날수록, 섭취해야 하는 열량도 점점 늘어난 것이다.


"먹을 게 많아서 좋군."


미리 알아보고 간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베이커리카페의 음식들은 매우 훌륭했다.

벌써 빵만 8개째 먹는 나를 보며, 오렌지 쥬스를 홀짝이던 유덱스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가 돈이라도 많으니 다행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넌 이미 파산하고도 남았을 거야."

"내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쯧."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유덱스가 혀를 차더니,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갓 구운 따끈한 소보로빵을 한 입에 넣는 바로 그때였다.


"야."


유덱스가 다급하게 나를 불렀다. 녀석은 손가락으로 창 밖을 가리켰다.

고개를 돌리니, 배달오토바이 하나가 베이커리카페 반대편에 있는 인도로 침범했다.


순식간에, 배달 오토바이가 인도를 걷고 있던 50대 여성을 치고 가버렸다.

오토바이와 부딪힌 여자는 공중에 붕- 뜨더니,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


나와 유덱스는 서둘러 그곳으로 달려갔다.

오토바이는 이미 재빠르게 사라진 뒤였다.


"어으으......"


여자는 제대로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괜찮으시냐고, 핸드폰 있으시냐고 물어도 대답하지 못했다.

그만큼 고통스러운 것이다. 말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거다.

살펴보니, 아무래도 꼬리뼈 부근이 부러진 모양이다. 되도록이면 허리가 무사해야 할 텐데.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신경은 무사한 것 같다는 거다.

만약 신경이 다쳤다면, 이 여자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을 테니까.


"유덱스, 너는 119에 연락을 해. 지금 당장."


나는 피해자의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이 여자의 가족들에게 이 사태를 알릴 필요가 있었다.


*

*

*


피해자의 가족들은 분개했다.

다행히 피해자가 이 근처에 사는 모양인지, 가족들은 금방 도착했다.

보호자와 함께 119에 실려가는 피해자를 보며, 나는 유덱스에게 말했다.


"냄새가 나지?"


유덱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피해자 주변에 마력덩어리의 기운이 남아있었어."

"피해자를 공격한 배달오토바이의 번호는 기억 나나? 생김새는?"

"사실 배달오토바이들이 다 비슷비슷해 보여서 제대로 기억나진 않아. 번호도 기억 안나고. 하지만 상관없어."


유덱스가 무엇이 상관없다고 하는 것인지, 나는 알 수 있었다.

때로는 굳이 직접 말로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까.


"그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시간이 됐다.


"가해자가 흘리고 간 꼬리를 쫓아가자."


배달오토바이가 남긴 마력덩어리의 흔적을 따라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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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찾을 수 있다 +2 24.01.30 13 2 14쪽
101 거꾸로 +2 24.01.29 11 2 12쪽
100 어떡하지? +2 24.01.28 12 2 14쪽
99 제가 잘못한 건가요? +2 24.01.27 13 2 12쪽
98 운동을 좀 배워볼까 해서 왔습니다만 +2 24.01.26 12 2 13쪽
97 상황이 급하면 역주행해도 합법인가요? +2 24.01.25 15 2 13쪽
96 사고만 안 내면 장땡? +2 24.01.24 13 2 12쪽
95 팔자에 없는 것 +2 24.01.23 11 2 13쪽
94 평화가 함께 하기를 +2 24.01.22 13 2 15쪽
93 반갑습니다? +2 24.01.21 12 2 15쪽
92 찌그러졌네? +2 24.01.20 13 2 12쪽
91 편견이 이렇게 무서운 겁니다 +2 24.01.19 17 2 15쪽
90 폭설에 고속도로 따위 타고 싶지 않아 +2 24.01.18 15 2 13쪽
89 10월 가을에도 눈이 오나요? +2 24.01.17 12 2 15쪽
88 어깨에 새는 키우시는 건가요? +2 24.01.16 11 2 15쪽
87 택시기사도 손님도 서로서로 적절한 매너를 지켜줍시다 +2 24.01.15 11 2 14쪽
86 오지마세요, 1호선에 +2 24.01.14 13 2 13쪽
85 어서오세요, 1호선에 +2 24.01.13 15 2 12쪽
84 시간표만 믿었다가는 큰 코 다친다 +2 24.01.12 14 2 13쪽
83 제주도에서 생긴 일 (2) +2 24.01.11 16 2 12쪽
82 제주도에서 생긴 일 (1) +2 24.01.10 13 2 13쪽
81 회전교차로에서 우선권은 누가 갖게 되나요? +2 24.01.09 15 2 12쪽
80 인간적으로 제주도에서 초보운전연수는 하지 맙시다 +2 24.01.08 13 2 12쪽
79 떠나요, 제주도 +2 24.01.07 16 2 12쪽
78 검은균열 +2 24.01.06 18 2 13쪽
77 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 것 +2 24.01.05 1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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