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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3.10.23 13:25
최근연재일 :
2024.03.04 08:1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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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23
추천수 :
277
글자수 :
784,850

작성
24.01.2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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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거꾸로

DUMMY

짧은 순간, 아빠는 선택을 해야 했다.

운전대를 잡은 이는 김지환도, 김미연도, 엄마도 아닌 아빠였으니까.


'이대로 가서 보행자들을 쳐 버리던가, 아니면 핸들을 돌려서 옆 차를 치던가.'


무엇이 나은 선택일까.

어느쪽을 선택하든 최악의 결과가 도출되리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터.

무엇을 선택하든 목숨은 결코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다.'


결국 아빠는 결단을 내렸다.

핸들을 돌리기로 결정한 것 이다.

횡단보도 위에 있는 사람들을 '직접' 박아버리느니, 차라리 '차'를 박아버리는 게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물론, 결국 죽게 되리라는 것은 변함이 없겠지만.


"아빠! 으아아아아아아!"

"살려줘요!"


김지환과 김미연이 비명을 내지르고, 조수석에 앉아있던 엄마가 두 눈을 질끈 감은 그 순간.

아빠가 핸들을 돌리려던 바로 그 순간.


끼이이이이익-


차가 멈췄다.

시동은 모두 꺼진 채였다.

아빠는 본능적으로 계기판을 바라보았다.


RPM이 0에 있었다.


'......어?'


이해할 수 없었다.

사고를 내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안도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멈춘거지?'


이해할 수 없는 건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

*

*


하마터면 늦을 뻔했다.

조금 전 나는 피죤의 연락을 받고 용인으로 이동 중이었다.


-마인이다구구! 마인이 나타났다구구!


내게 상황을 설명하던 피죤의 목소리가 몹시 다급했다.

마인이 뿜어댄 마력덩어리의 기운을 따라 서둘러 달려가니, 성난 황소처럼 미친듯이 내달리는 레이 한 대가 보였다.


아무래도, 내가 타이밍을 잘 맞춰서 온 모양이다.

레이가 사람들을 치기 전에 왔으니까.


솨아아아아아!


나는 서둘러 레이를 향해 신성마법을 발동했다.

인간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황금빛의 거대한 비둘기 형상이 자꾸만 달려나가려는 레이를 가로막았다. 곧 비둘기의 거대한 날개가 레이를 뒤덮었다.


웅성웅성-


일단 레이는 처리했다. 급한 불은 껐어.

다만 문제는.


'마인.'


놈이 어디에 있을까?

조금 전에 레이로부터 빠져나온 것이 느껴졌는데.


'......?!'


혹시 몰라 레이 주변을 살피고 있는데, 뒤쪽에서부터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역시, 뒤를 돌아보니 마인이 한 놈 있었다.

느껴지는 기운으로 보아하니 중급마인이 틀림없다.


{쳇!}


나와 눈이 마주친 마인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나는 레이가 완전히 안전해졌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한 부, 마인을 뒤쫓았다.

레이가 낼 뻔한 사고를 막았으니, 나머지는 저 인간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물론 놀라긴 했겠지만.'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보자.


*

*

*


콰아아아아아앙!


마인과 서로 공격을 주고받는 사이, 어느새 우리는 '포곡읍'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밤 11시가 훌쩍 넘은 현재, 우린 포곡읍에 위치한 한 야외 골프장에 있었다.

인간들이 없어서 망정이지, 만약 있었다면 꽤나 난리가 났으리라.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인간들이 사용하는 골프장이 망가져도 아무 상관이 없는 모양인지, 마인은 새카만 마기를 마구 날려대고 있었다.

당연히 나를 맞추기 위함이었다.


{왜 자꾸만 나를 방해하는 거지, 유스티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할 뿐인데 그걸 방해라고 말하면 쓰나?"

{뭐?}


콰앙! 카트 하나가 박살이 나버렸다.

흥분한 마인이 조준을 잘못한 까닭이었다.

만약 저 카트가 인간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전신이 감자처럼 으깨진 채로 즉사했겠지.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이젠 이곳을 더 이상 '골프장'이라고 부를 수가 없을 지경이다.

여기저기 파진 땅을 보니, 사실 포곡읍의 골프장에는 거대 두더지가 살고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으니까.


{도대체 네가 뭔 상관이야? 너, 아까 그 레이 운전하던 남자가 뭔 짓을 했는지 몰라?!}


그래, 이젠 놈을 멈출 때가 됐다.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중급마인이긴 하지만 생각만큼 강하진 않았으니.


슈우우-


나는 골프공을 이용하기로 했다.

여기저기 있는 골프공이 나의 신성마법에 의해 공중에 둥둥 떠올랐다.


우우우우우웅!


그러더니 그 크기가 마치 소형 자동차 크기만큼 커지기 시작했다.


{잠깐, 잠깐! 내가 물어봤잖아! 물어봤잖아! 그 남자가 뭔 짓을 했는지 모르느냔 말이야?!}


설마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나?

당연히 알고 있지.


{그 남자, 결혼해서 자식도 둘이나 있으면서 계속 여직원들이랑 바람 피우고 다녔다고! 그 남자가 남겨놓은 흔적이 여기저기 있단 말이야!}

"그렇지."

{......뭐라고? 그런데 왜 날 방해했지? 넌 디케교의 사제가 아니던가?}


맞다.

나는 디케교의 사제다.

정의의 여신님이신 디케를 모시는 사제.

다시 말해 정의롭지 않은 일에 분노하고, 재판을 하는 사제.


{네가 그러고도 디케교의 사제인가? 이거야 원, 이래서는 내가 디케교의 사제와 더 어울리는 꼴이 됐잖아? 오히려 너는 마인아닌가? 어때? 지금이라도 종교를 바꿔보는 건?}


시덥지도 않은 말에 넘어가 줄 이유는 없었다.

그 남자가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쯤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마스터로부터 '도로'에 부름을 받아 온 것이지, 지구에 사는 인간들 전체의 죄를 심판하러 온 것이 아니다.


또한, 저 마인은 지금 당장은 죄를 저지른 사람을 괴롭히는 듯 하지만, 나중에 가면 그저 실수를 했을 뿐인 사람도 괴롭힐 것이다.

......프라우스가 그랬듯이.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나의 손짓에 거대한 골프공들이 일제히 마인을 향해 그 고개를 틀었다.


"잘 가거라."

{자, 자, 잠깐! 잠까아아안!!}


그리고 마인이 한 가지 모르는 게 있는 모양이다.

그 남자가 바람을 피운 건 결혼 전, 연애할 때 한 번 뿐이었다. 또한 육체적인 관계도 없었다.

물론 육체적인 관계가 없었다고 할 지언정 '바람을 피웠다'는 것이 정당화 될 수는 없는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결혼해서 자식을 낳은 후부터는 정신을 차리고, 죄를 뉘우치며 오로지 가족만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해왔다.


마인은 그 남자가 여러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고 했는데, 전혀 아니다.

그는 그저 같은 회사 여직원들과 함께 밥을 먹었을 뿐이다.

연인관계나 묘한 관계처럼 단 둘이 먹은 것도 아니고, 직장 상사로서 밥을 사준것 뿐이다.

심지어 그 자리에는 남자 직원들도 대다수였다.

애초에 남자가 다니는 회사는 남초사회. 여직원이라고 해봐야 20명 중에 겨우 한 두명 꼴이다.

어찌나 남자만 바글바글한지, 여직원이 1명만 있어도 많다고 할 정도니까.


그가 결혼 전 잘못을 한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저렇게 오해를 하면 쓰나.


"그럼, 잘 가라."

{아아아아아아아악!}


골프공들이 마인을 향해 날아갔다.

공의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커져 속도가 느려질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마치 우주공간을 광속으로 달리는 로켓처럼, 골프공들은 아주 빠르게 움직였다.


쿠우우웅! 쿵! 쿵!


곧, 공들이 마인을 덮쳤다.

저 정도로 얻어맞았다면 아마 살아남기 어려울 터.

이제 놈은......


{크아아아아아아아!}


.....뭐야?

되살아났어?

방금 전에 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었는데?


{거지 같은 놈! 이 거지 같은 놈!}


골프공 무덤에서 빠져나온 마인이 골프장에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분명히 놈의 머리는 터진 상태였다. 팔과 다리 역시 부러져있었다.


그런데.


'대체 왜 재생이 되고 있는 거야?'


놈의 망가진 육신이 서서히 재생되고 있었다.

반쯤 찢겨져 나갔던 놈의 오른팔이 이미 붙은 지 오래였고, 완전히 박살나 뇌가 훤히 드러나 보이던 놈의 머리통이 치료되고 있었다.


......근데 왜 도망가는 거지?

몸이 재생될 정도라면, 굳이 도망갈 필요가 없지 않나?

아무리 상대에게 얻어터진다 해도, 어차피 몸이 재생될 거잖아?


'......설마?'


놈을 뒤쫓고 있는데, 오래 전 마스터께서 내게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인간들이 모두 같지 않고, 저마다의 특징과 성질, 그리고 개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을 것이다.


-사제들도 그러하며, 마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사제들 중에서도 유독 심장이 강한 사제가 있고, 혹은 달리기를 잘하는 사제가 있지.


-마인들 역시 그렇다. 놈들도 각자 나름의 다양한 개성을 보유하고 있지.


-오늘은 다양한 개성을 가진 마인들 중 한 가지를 이야기해주마. 바로 몸이 찢겨져 나가도 재생이 가능한 마인이란다.


-이 마인의 경우, 상대가 자신의 머리를 터뜨려도 바로 죽지 않을 수 있다. 목이 잘려도 말이다.


-설령 네가 놈의 목을 잘라버린다 해도, 놈은 죽지 않아.


-물론, 이런 마인에게도 한 가지 단점이 존재하지.


나는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시간.

슬슬 동이 틀 때가 됐다.

수평선 너머로 조금씩 떠오르는 해가 보인다.


-바로 '빛'이다.


-우리 디케교의 사제들이 내뿜는 '빛'이 아닌, 진짜 '태양빛' 말이다.


-그 빛 아래에서는, 해당 마인이 힘을 쓸 수 없단다.


-그렇지. 만약 그 마인을 죽이고 싶다면, 빛 아래에서 죽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마인은 자신의 몸을 재생시킬 수 없어. 태양빛이 마인이 재생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지.


역시, 그거였나.

그러나 내가 놈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순간.

마인은 눈 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

*

*


'마인이 어디로 간 거지?'


날은 이미 밝은지 오래였다.

골프장으로 하나 둘 찾아온 인간들은, 놀란듯이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아니, 밤새 골프장에서 전쟁이라도 난 겁니까?"

"그럼 오늘은 여기 사용 못 하는 거예요?"

"죄송합니다, 회원님들. 저희도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지......"


괜히 마음 한 구석이 찔려온다. 어제는 '마인' 때문에 이 곳을 고쳐줘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에 나는 서둘러 골프장을 향해 신성마법을 걸어주었다.

아마 내일이나 돼야 이전의 모습을 되찾게 되겠지. 워낙 파괴된 정도가 심해서 말이지.


'그나저나.'


마인은 어디로 도망친 것일까.

마스터께서 하신 말씀이 사실이라면, 이 땡볕으로 가득한 골프장에서 마인이 도망칠 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골프장의 어디를 가도 태양빛으로 가득할 테니까. 놈이 멍청이가 아닌 한 이곳에 숨을리가 없지.


-형님, 저랑 에버랜드 가실래요?


.....왜 갑자기 그 녀석이 했던 말이 떠오르는 거지?


-저랑 롯데월드 가실래요?


천지연, 그 여자가 한 말도 떠오르네.

.....

잠깐만, 여기가 포곡읍이라고?

에버랜드?


'......아.'


생각해보면, 이곳에는 골프장만 있는 게 아니다.


*

*

*


나는 골프장의 바로 옆에 위치한 놀이공원에 도착했다.

현재 시간은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을 무렵. 놀이공원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놀이공원은 처음인데.'


나는 이곳 놀이공원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지도를 보고 대강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 쯤은 할 수 있었다. 또한 정중재가 그동안 내 곁에서 떠들어대던 덕분에 간단한 것들쯤은 알 수 있었다.


'마인이 여기에 있을까?'


아직 낮시간이다. 태양볕이 가득한 시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마인이 나타날 리가 없다.

설령 나타난다고 해도,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감추었을지도......


'음?'


모습이 보이지 않게 감춘다고?

하지만 어떻게 감추지?


'놀이기구......'


지금 내 눈에 보이는 대다수의 놀이기구들은 모두 '밖'에서 타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줄 서서 대기하는 장소는 대체로 햇빛을 가릴 수 있는 내부이거나 혹은 차양막이 있는 채였다.

또한 소수지만, 안에서 탈 수 있는 놀이기구도 있긴 있었다.


'혹시, 그곳에 있으려나?'


실내 놀이기구가 있는 곳을 향해 이동하려고 할 때였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사람들의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놀이기구가 너무 재밌어서 내지르는 비명이 아니었다.

생과 사를 오가는 경계에 선 사람만이 내지를 수 있는 저 비명소리.


'세상에.'


일명 'T'라고 불리우는 놀이기구가 멈추었다. 사람들이 대롱대롱, 거꾸로 매달려있었다.

그것도, 360도 회전하는 위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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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어깨에 새는 키우시는 건가요? +2 24.01.16 11 2 15쪽
87 택시기사도 손님도 서로서로 적절한 매너를 지켜줍시다 +2 24.01.15 12 2 14쪽
86 오지마세요, 1호선에 +2 24.01.14 13 2 13쪽
85 어서오세요, 1호선에 +2 24.01.13 15 2 12쪽
84 시간표만 믿었다가는 큰 코 다친다 +2 24.01.12 14 2 13쪽
83 제주도에서 생긴 일 (2) +2 24.01.11 16 2 12쪽
82 제주도에서 생긴 일 (1) +2 24.01.10 13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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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검은균열 +2 24.01.06 18 2 13쪽
77 차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 것 +2 24.01.05 1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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