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올힘법사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조회수 :
13,396
추천수 :
327
글자수 :
1,661,802

작성
21.11.11 18:40
조회
22
추천
1
글자
12쪽

황대근의 소화불량 (1)

DUMMY

며칠 뒤 10월 16일 토요일 점심시간, 영부는 구영원 내에 있는 영부실에 있었다.

영부실의 모습은 소소하고 검소해보인다. 값비싼 가구같은 것은 전혀 없다.

벽지나 바닥의 장판은 이미 도배를 할 시기를 놓친 듯 하다.


간혹 가다 신도들 중 형편이 좋은 신도들이 자기가 돈을 낼 테니 도배장판을 좀 하라 했지만 영부는 늘 거절했다.

큰하늘님이 거하시는 이 성전에, 자신을 위한 사치를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 때문이었다.


털썩—


영부가 나무로 만든 의자에 앉았다. 이 의자와 의자 앞에 있는 나무책상은 영부가 스스로 만든 것이다.

신도들은 검소하게 생활하는 그런 영부를 보며 언제나 스스로의 탐욕에 대해 반성했다.


슥—


책상 앞에는 벽이 있다. 벽의 윗부분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선반 하나가 있다.

선반의 위에는 금박을 입힌 7개의 성배가 있었다. 성배 안에는 검은 액체가 들어있었는데, 첫 번째 성배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흠..."


영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텅 빈 성배를 손에 쥐고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사라졌군."


나머지 6개의 성배에 담긴 검은 액체에서 수상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울음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다.


툭—


영부는 들고 있던 텅 빈 첫 번째 성배를 다시 제자리에 올려 두었다.

첫 번째 성배의 바로 옆에 있는 두 번째 성배에 들은 검은 액체가 조금씩 끓기 시작했다.

나머지 5개의 성배에 들어있는 액체들은 잠잠했다.


도로 나무 의자에 앉으며, 영부는 중얼거렸다.


"곧... 둘째가 깨어나겠구나."






(대근건설 - WBC)



비슷한 시각, 황대근과 혜윰은 WBC로 갔다.

황대근의 손에는 검은 봉다리가 하나 들려있었는데, 무언가 들어있는지 봉지는 뚱뚱하게 부풀어올라 있었다.

WBC에 도착하니, 플루와 키는 여전히 청소 중이었다.


"플루씨."


더러워진 걸레를 빨기 위해 화장실로 걸어가던 플루에게 황대근이 검은 봉다리를 건넸다.


"이거 받으시죠."


난데없이 검은 봉다리를 받게 된 플루는, 그냥 청소용품이겠거니 하는 심정으로 봉다리를 받았다.


"한 번 풀어봐요."


황대근이 재촉하자, 청소가 끝나고 나중에 살펴보려던 플루는 마지못해 검은 봉다리에 든 것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그녀가 봉지 안에 들어있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자, 그녀는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이, 이건....!"


혜윰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어 보였다.


"플루씨가 찾던 바로 그거예요."


만들기에 확실히 재능이 있는 타이니는, 황대근에게 너무 고마운 나머지 재료만 준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이드미러를 만들어 주었다.

플루는 새롭게 만들어진 사이드미러를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키는 곁에서 그녀가 또 부숴버릴까 걱정하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플루씨."


황대근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기쁨에 절어있던 플루는 겨우 고개를 들었다.


"사이드미러를 다는 건, 케어대장님보고 알아서 하시라 하세요."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저도 할 수 있으니까요! 어쨌든 정말 고마워요!"


황대근과 혜윰, 그리고 키의 표정이 동시에 어두워지자, 그녀가 말했다.


"왜요? 걱정돼요? 걱정하지 마요! 저 생각보다 잘 해요!"






(대근건설 - 제1건물 브레인 - 사장실)



플루와 키가 도움을 준 이들에게 연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는 동안, 쉐도우는 화가 난 상태였다.

인간 황대근을 조종하라고 보냈던 강도윤이 멍청해져서 돌아온 탓도 있었고, 인간 황대근을 조종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린 탓도 있었다.


"젠장, 영부 그 새끼가 나한테 별 지랄을 또 하겠지. 갑자기 나타나서 나 또 패는 건 아닌가 모르겠군."


사장실의 저편에서 헨리는 최근에 볼링을 배운 것인지 한창 기초자세를 연습하고 있었다.

나름 잘한다. 던지지 않고 부드럽게 굴리는 것이 자세가 좋다.

쉐도우는 그런 헨리를 지켜보며 소파에 앉더니, 소파 옆 탁자에 올려진 검은 병을 집어 들었다.


"그나마 저 녀석이라도 붙들고 있으니 망정이지...."






기분이 좋아진 케어가 황대근과 혜윰, 플루와 키에게 한턱을 쏘는 동안 영부 역시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오늘의 점심메뉴는 구영원에서 주최하는 국수잔치의 잔치국수였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 국수잔치에는 노숙자들이나 독거노인, 가난한 이들과 병자들과 함께하는 잔치라는 것이다.


"영부님은 정말 좋은분이라니까!"

"맞아. 우리 같은 놈들도 차별 없이 좋아해주시고 받아주시잖아."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데, 왜 허구한 날 미친 늙은 새끼들만 되는 지 모르겠다."

"영부님을 청와대로! 영부님을 국회로!"

"에이, 아니야. 영부님은 정치에는 욕심이 없으셔. 그리고 그런 썩어 빠진 자리에 우리 고귀한 영부님을 데려다 둘 수야 없지 않겠어?"

"내가 예전에 지하철을 탔는데, 어떤 고등학생 남자애 두 명이 날 보고 인상을 찌푸리면서 그러더라고. '병신 새끼가 냄새나게 기분 X같이 구네'라 하더라니까? 그냥 잠깐 좀 쳐다본 것일 뿐인데 말야! 그런데 영부님은 그런 게 없으셔. 구영원 사람들 모두."


수많은 사람들의 극찬과 칭찬을 한 몸에 받은 점심식사가 무사히 끝난 후, 영부는 침실로 돌아왔다.

그의 나이는 아직 한 종교의 지도자치고는 비교적 젊은 나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힘든 것은 힘든 것이었다.


"영부님, 눈 좀 붙이세요."


침실에 미리 와 있던 시연엄마는 영부를 침대에 누이며 말했다.


"오늘 힘드셨잖아요."

"허허, 힘들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다 사랑으로 하는 일인 것을요."

"그래두..."

"눈을 좀 붙여야겠군요. 오늘은 육의 사랑을 나누기에는 힘이 좀 부칩니다."

"아, 네! 어서 주무세요! 피곤하실 텐데 쉬셔야죠!"


시연엄마가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더니 침실의 불을 껐다.

영부는 곧 잠에 빠져들었고, 곁에 누워있던 시연엄마는 끝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영부는 꿈을 꾸었다.

꿈 속에서 한 남자가 그를 쫓아오고 있다. 마치 죽일 것처럼.

영부는 도망쳤다. 그를 쫓아오는 남자의 두 손과 발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알 수 없다. 허나 건장한 상체와 두툼한 손과 발로만 따져봤을 때는 남자인 것 같다.


"헉헉...."


둘은 어딘지도 모르는 암흑 속의 추격전을 펼치고 있었다.


"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죽어!"


영부를 쫓는 남자의 입에서 여자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남자가 아닌 것인가? 여자였던 것인가?

아니다. 지금은 그런 것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영부의 목숨이 위험하다. 비록 꿈 속이기는 하지만.


쿠당탕—


영부가 넘어졌다. 딱히 걸려 넘어질 만한 것도 없었지만, 그래도 넘어졌다.

바닥에 엎어진 영부는 서둘러 몸을 돌려 자신을 공격하려는 상대를 마주했다.


"너, 넌 누구냐?"


상대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기괴하게 모습이 바뀔 뿐이었다.

분명 상대의 육신은 남성의 육신이었는데, 갑자기 여성의 육신으로 바뀌었다.

아니다, 이제는 두 성별의 육신이 모두 섞인 상태다. 두 발과 두 손에는 여전히 구멍이 뚫려있었다.

상대가 한 손으로 영부의 머리를 쥐어 채더니 그의 귀에 속삭였다.


"영부님, 괜찮으세요?"


영부는 잠에서 깨어났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상대는 없다.

그가 누워있던 베개는 땀으로 폭 젖어있었다.


"영부님, 괜찮으세요? 영부님!"


영부가 옆을 보니, 옆에는 시연엄마가 그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침실 저편에 있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화장실에 있던 수건 하나를 물에 적신 후, 영부의 이마에 올려두었다.


"나쁜 꿈이라도 꾸신 건가요?"


영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사탄, 사탄의 무리가 절 공격하는군요. 원래 어둠은 빛의 주인을 싫어하는 법이죠."


드르륵—


영부는 손을 뻗어 침대 옆에 있는 협탁의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사진이다.

그것은 구영원 신도들의 단체사진이었는데, 얼마 전 죽은 곽두팔과 자살한 7명의 신도들이 보였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


"그리고 빛의 주인은..... 정의를 행해야 하는 법이지요."






(대근건설 - 메모리아부서 - 구내식당)



"그래서, 제가 드디어 이 약을 만들었다는 소식입니다~"


늦은 점심을 먹던 황대근과 메모리에게 혜윰은 회색의 약병 하나를 흔들어 보였다.


"무슨 약인데요?"


황대근이 묻자, 혜윰은 대답했다.


"이건 저번에 주이사님께서 헨리사장님이 먹는다는 그 약을 본떠서 만든 거예요!"


메모리가 중지와 엄지를 튕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기억납니다! 그런데 그걸 어디에 써먹습니까?"

"사장님 몸 속에 있는 또 다른 자아를 빼내와야죠! 사장님 몸 속에는 범인의 자아가 들어가 있잖아요?"


황대근은 혜윰의 말에 동의했다. 헨리의 몸 속을 지배하도록 계속 내버려 두었다가는, 인간 황대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었으니까.

헌데 신기하게도, 헨리는 지금까지 아무런 일도 벌이지 않았다. 쉐도우 역시 헨리를 이용해 그 무엇도 하지 않았다. 어떤 사고도 친 적 없다.


그래서일까? 황대근과 그의 동료들은 굳이 헨리를 구하기 위해 애를 쓰지 않았다.


"그 약은 임상실험 했습니까?"


황대근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약병을 쳐다보자, 혜윰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일단 해보고 보는 거죠."


메모리가 말했다.


"뭐, 일단 부딪혀보는 건 참 제 스타일인데 말입니다, 사장님한테 어떻게 먹일 계획이신지?"


혜윰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입을 강제로 벌린 다음에, 억지로 목구멍을 통해 약을 쑤셔 넣는 거죠."


메모리는 웃었다.


"와우, 그거 정말 괜찮은 방법인데요?"

"그쵸?"

"그럼 입은 어떻게 벌릴 겁니까?"

"손으로요."

"그래요, 당연히 손으로 벌리겠죠. 그게 아니라 헨리의 입을 벌리려면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데, 헨리의 곁에는 쉐도우가 있지 않습니까?"

"쉐도우도 죽일까요?"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었으면 진작 죽였겠죠."

"그거 참 안타깝네요."


결국 둘은 토론을 중지했다. 혜윰이야 워낙 약만들기의 귀재니 그런 부분에서는 걱정할 게 없다만, 그녀에게는 한 가지가 부족했다. 바로 계획이었다.

그렇게 안 생겨서는 워낙 성격이 화끈한터라, 우선 들이받고 보는 것이 그녀의 스타일이었다.


물론, 황대근 역시 계획파는 아니었다. 그 또한 일단 '해보고 보자!'는 스타일이니까.


"흐음... 정말 걱정이네... 우짜지?"


메모리가 맛대가리도 없고 보기에도 구역질이 나는 파란색의 쌀밥을 수저로 푹푹 찌르며 중얼거렸다.


"이건 뭐, 힘들게 약 만든 보람이 없잖아요?"


그러자 혜윰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참나, 약은 제가 만들었는데요?"

"아니 그니까! 혜윰씨가 보람이 없을 것 같다~ 이거죠."

"말은 잘 하시네요."

"뭐요?"

"말을 참~ 잘 하시네요~"

"아이구~ 감사합니다~"


벌컥—


그때, 구내식당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마이크로였다.


"대근아~ 삼촌 밥 좀 사줘라! 마이크로바이옴에는 오늘 뭔 죄다 풀때기 뿐이다!"


마이크로의 난데없는 등장에 3인방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만 껌뻑거리더니, 곧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마이크로를 쳐다보았다.

그런 그들의 부담스러운 눈빛세례에 마이크로는 뭐가 들어있지도 않은 위장에서 무언가 올라오는 것 같다고 느꼈다.


"내.... 내가... 내가 뭐 잘못했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0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5) 21.11.23 22 1 13쪽
149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4) 21.11.22 25 1 12쪽
148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3) 21.11.22 18 1 12쪽
147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2) 21.11.21 21 1 12쪽
146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1) 21.11.21 20 1 13쪽
145 선과 악은 한 끗 차이 21.11.20 20 1 13쪽
144 시연아빠 (2) 21.11.20 20 1 13쪽
143 시연아빠 (1) 21.11.19 17 1 13쪽
142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 거야 21.11.19 19 1 13쪽
141 당신 미쳤어? 21.11.18 22 2 12쪽
140 그 남자의 의심 21.11.18 20 1 12쪽
139 플렉스(Flex) 21.11.17 19 1 13쪽
138 바쿠(Baku) (4) 21.11.17 23 1 13쪽
137 바쿠(Baku) (3) 21.11.16 18 1 11쪽
136 바쿠(Baku) (2) 21.11.16 20 1 13쪽
135 바쿠(Baku) (1) 21.11.15 20 1 12쪽
134 악몽(The nightmare) (3) 21.11.15 19 1 12쪽
133 악몽(The nightmare) (2) 21.11.14 20 1 14쪽
132 악몽(The nightmare) (1) 21.11.14 19 1 12쪽
131 황대근의 소화불량 (5) 21.11.13 22 1 13쪽
130 황대근의 소화불량 (4) 21.11.13 20 1 12쪽
129 황대근의 소화불량 (3) 21.11.12 19 1 13쪽
128 황대근의 소화불량 (2) 21.11.12 21 1 13쪽
» 황대근의 소화불량 (1) 21.11.11 22 1 12쪽
126 통제불능(out of control) (5) 21.11.11 21 1 13쪽
125 통제불능(out of control) (4) 21.11.10 21 1 13쪽
124 통제불능(out of control) (3) 21.11.10 18 1 12쪽
123 통제불능(out of control) (2) 21.11.09 22 1 12쪽
122 통제불능(out of control) (1) 21.11.09 18 1 13쪽
121 유령의 십자가 (5) 21.11.08 21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