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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힘법사의 서재입니다

내 몸 안의 블랙기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광공룡
작품등록일 :
2021.05.05 08:35
최근연재일 :
2022.02.05 18:40
연재수 :
3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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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6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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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9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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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통제불능(out of control) (1)

DUMMY

(대근건설 - WBC)



다음 날 수요일, 황대근과 주혁은 WBC로 갔다.


그곳에서는 플루와 키가 대걸레를 들고 열심히 WBC 본부를 청소하고 있었다. 플루에게 다른 대원들은 어디 갔느냐 물어보니, 케어와 함께 체력훈련 중이라고 말했다.


"혼자 청소하는 게 힘들겠군요. 본부도 큰데."


황대근의 말에 키는 자신의 몸의 몇 배는 더 큰 대걸레를 흔들어 보였다.


"저도 청소하거든요!"

"그런데 왜 청소하고 있는 거야?"


주혁의 질문에 플루는 잠시 망설이더니 우물쭈물해하며 대답했다.


"제가.... 뭘 부셔서요...."

"뭘 부셨는데?"

"아주 비싸고~ 구하기 아주~ 어려운 사이드미러를 부숴버렸거든요... 대장님이 그건 이제 더 이상 구할 수 없고 생산도 안 한다면서 화가 많이 나셨었어요. 지금은 좀 괜찮지만."


주혁은 플루의 말을 되풀이했다.


"구하기 어렵고 생산도 안 한다고?"


플루가 보이지 않는 눈물을 뚝뚝 흘려 보이며 대답했다.


"네... 이제 비행선 다시는 못 탄 다면서, 다시는 비행선 타지 말라구. 흑흑, 그런데 그거 없으면 인간세상으로 어떻게 나가요?"


주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는 황대근과 시선을 교환했다. 황대근은 씨익 웃어 보였다.


"방법이 아주 없진 않을 것 같군요."







황대근과 주혁, 그리고 플루와 키는 타이니가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으로 갔다.

마이크로바이옴에 도착한 4인방을 발견한 마이크로는 친절히 작업실로 그들을 안내했는데, 이전에 마우스팀장이 이곳에 왔을 때와는 분위기가 영 딴판이다.


늘 활력이 넘치고 개구져보였던 타이니는 그의 이름대로 쪼그라든 상태였다. 기운이 없어 보였고, 의기소침해 보였다.

그런 타이니를 보며 마이크로는 4인방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얼마 전에 강도윤이 불법무기를 제조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타이니를 잡아갔어. 순전히 생 트집이지. 우리가 미쳤다고 무기를 만들어 싸겠냐? 한동안 타이니는 강도윤의 따까리 노릇이나 해야 했다구."


그러면서 마이크로는,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타이니가 진실의 방에서 고문을 당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플루와 키는 어깨를 떨었다. 얼마 전 진실의 방에서 겪은 일들이 떠오른 것이다.


황대근은 잠시 생각하더니 마이크로에게 물었다.


"삼촌, 타이니와 얘기를 좀 할 수 있을까요?"


결국 4인방은 쪼그려 앉은 타이니에게 다가갔다. 황대근이 먼저 말을 걸기도 전에, 타이니가 선수를 쳤다.


"무슨 부탁을 하러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나랑 엮여서 좋을 게 없으니까 말이야."

"부탁하러 온 게 아니에요."


물론 부탁하러 온 것이다.


"타이니, 대신 질문 하나만 할게요."


타이니가 고개를 끄덕이자, 황대근이 물었다.


"강도윤이 왜 타이니 삼촌을 공격한 거죠?"

"나도 몰라 뭐 때문인지는. 그 새끼는 원래도 싸가지가 바가지였는데, 어느 날부턴가 더 또라이 새끼가 됐다니까? 툭하면 우리 마이크로바이옴을 괴롭힌다고! 모든 걸 지 맘대로 하려 한단 말이야!"


말문이 터지자 계속해서 강도윤을 욕하는 타이니를 보며 황대근은 생각했다.

얼마 전 부바와 키키사건 때 백설하로부터 알아낸 것인데, 강도윤에게는 범인이 만들어낸 인위적 자아가 있다고 했었다.

혹시 그것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지, 그는 추측했다.


"방금 전에, TK방송국에서 왔다 갔어."


타이니의 말에 플루가 소리쳤다.


"TK방송국이요?!"


타이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TK방송국. 우리 마이크로바이옴하고 나를 완전히 묵사발로 만들 작정인가봐. 내가 아무리 뭐라고 해도, 그놈들은 악의적으로 왜곡된 인터뷰를 했단 말이야. 정말 울고 싶다."


플루와 키가 서럽게 울기 시작하는 타이니를 달래주는 동안, 황대근은 주혁과 마이크로에게 말했다.


"제 생각에는, 타이니를 도와 줄 방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주혁이 물었다.


"무슨 방법인데?"


황대근은 두 남자에게 가까이 오라고 하더니, 곧 셋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무어라 속삭였다.

그들의 수상쩍은 대화가 끝나자, 음흉하게 씨익 웃고 있는 주혁과 마이크로를 뒤로 한 채 황대근은 타이니에게 다가가갔다.


"타이니, 그만 울어요. 제가 삼촌을 도와줄게요."


얼마나 울은 것인지 두 눈이 마카롱마냥 퉁퉁 부어버린 타이니가 훌쩍이며 황대근을 올려다보았다.


"훌쩍, 정말?"

"대신, 제가 이번 사태를 해결해주면 제 부탁도 들어주세요."


이때, 타이니는 황대근의 표정이 왠지 수상하다고 느꼈으나 곧 의심을 버렸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우선 눈 앞에 떨어진 동앗줄을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며칠 뒤 10월 9일 토요일, 한글날. 구영원에서는 한창 바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늘은 구영원의 큰 잔칫날이나 다름이 없는 날인데, 두 명의 지파장을 새로 임명하는 날이기도 하고, 침례(浸禮)식을 진행하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구영원에는 총 12개의 지파가 있다. 대한민국의 전국 8도, 아니 함경도 평안도 황해도는 제외하고 나머지 도의 전교활동을 담당하는 지파다.

구영원은 어떤 사람이라도 신도로 받아준다. 초기 입교 조건은 없다. 누구나 차별 없이, 평등하게 받아준다.


그런 뒤 특정 시간이 지나면 이 신도들은 '정식'신도로서 한 계단을 올라가게 된다.

정식 신도가 되기 위해서는 영부에게 선택받은 각 지파장에게 까다로운 간증과 절차, 출신과 교육 등등을 모두 세밀하게 검사 받아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하면, 침례식을 진행하게 된다.


웅성웅성—


구영원에는 이렇게 많은 신도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시연엄마와 김철환은 오늘의 주인공이나 다름없었는데, 두 사람 모두 결혼식이라도 가는 사람들 마냥 꾸민 상태였다.


탁—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들이 정식신도가 될 예비신도들 앞에 커다란 욕조를 가져다 놓았다.

바닥에 앉아있던 신도들은 남자들이 가져온 욕조를 보며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아무래도 지파장을 새로이 임명하기 전, 침례식부터 진행될 예정인 것 같다.


"어떻게 하는 걸까? 침례식 말이야."

"글쎄, 나도 처음이라 잘.... 헉! 저기 봐! 영부님이야!"


침례식이 시작되기 전, 웅장한 관악기의 선율이 구영원 전체에 울려 퍼지더니 영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옆에는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낀, 30대로 추정되는 비교적 젊은 두 남성이 영부를 경호했다.


제법 화려한 그의 등장에, 신도들은 일제히 납작 엎드려 절을 올렸다.


"믿습니다.... 믿습니다....!"


얼마 전 십자가 자살사건 때, 예배실의 십자가가 소리소문없이 스스로 사라진 이후로, 그리고 영부가 구치소에 있는 동안 밤마다 모습을 드러낸 후로 신도들은 영부를 더욱 더 믿게 되었다.

이제 영부는 그들에게 있어 거의 신이나 다름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스윽—


영부가 두 손을 들어 올려 보이자, '믿습니다'를 중얼거리던 신도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그들의 눈동자는 조금이라도 놓칠 세라 영부를 쫓고 있었다.


"큰하늘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신도들이 화답했다.


"믿습니다!"


영부는 욕조 앞에 나란히 앉은 예비신도들을 흘긋 보더니, 곁에 있던 검은 선글라스의 두 남성에게 무어라 속삭였다.

두 남성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주 작게 '믿습니다'라고 하고는 예비신도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둘은 가장 맨 앞줄에 앉아있는, 한 할아버지 신도를 부축해 욕조로 갔다.


이 할아버지의 이름은 고길동. 나이는 85세. 거동은 제법 불편해 보인다.


"여... 영부님...."


젊은 시절 고생을 했는지, 고길동의 치아는 많이 빠져있는 상태였고 말라 비틀어져 흐물흐물한 가죽만 남아있는 몸은 마치 뱀의 허물과 같았다. 목소리 역시 다 쉬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타고난 유전인지 무엇인지, 다행히 모발의 건강 상태는 상당히 좋아 보였다.

영부는 그런 고길동의 거칠고 딱딱한 손을 자신의 부드러운 손으로 감싸 쥐더니 말했다.


"형제님. 큰하늘님의 성수로, 새롭게 태어나십시오."


영부가 곁에 있던 검은 선글라스를 낀 두 남성에게 고갯짓을 하자, 두 남자는 즉시 고길동을 안아 들고는 욕조에 담갔다. 옷은 벗기지 않은 채였다.


꼬르륵—


두 남자는 고길동의 머리도 물 속으로 집어넣었다. 고길동은 수영을 하지 못한다. 당연히 물속에서의 호흡법 역시 모를 것이다.

나이가 조금 있으면 90인데, 이건 노인학대가 아닐까?


꼬르르륵—


물속에서 기포방울이 수면 위로 마구 올라왔다. 물 속에 잠긴 고길동의 표정은 괴로워 보였다.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게 용하다.

두 검은 남자가 고길동을 물 속에 가둬 두는 동안, 영부는 오른손에 검은책을 들고 왼손으로는 검은책 위에 손을 얹은 후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가히 권위적으로 보였다.


"전능하사 천지를 만드신 큰하늘님을 내가 믿사오며, 당신이 보내신 당신의 외아들이 당신 곁에 이렇게 가까이 머물러 있사오니......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큰하늘님 우편에 앉아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믿사옵니다...... 저에게 죄를 사하여 줄 수 있는 권능을 주시고...... 당신 곁에서 영원히 사는 것을 믿사옵나이다."


영부가 온갖 종교의 기도문이 짬뽕된 듯한, 또 어딘가 조작된 듯한 기도문 아닌 기도문을 읊는 동안, 신도들은 땅에 머리를 찧으며 '믿습니다'를 외쳐댔다.


구영원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제 3자가 이 광경을 본다면 '정말 정신 나간 새끼들이군'이라며 혀를 내두르겠지만, 신도들에게는 전혀 아니었다.

평범하고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이 분위기와 영부의 행위를, 신도들은 진심으로 믿었다.


"크허억!"


검은 선글라스의 두 남자가 물에 잠겨있던 고길동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허억... 허억...."


당연하겠지만, 고길동의 머리는 폭 젖어있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영부를 바라보았다.


"영부님.....!"


정상인이라면 이 상황에서 자신을 죽이려 한 저 놈에게 쌍욕을 날려야 정상이다.

허나 고길동은 쌍욕은 커녕, 욕조에서 젖은 몸을 이끌고 내려와 영부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모습을 본 신도들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고길동의 무릎은 상당히 좋지 않았는데, 무릎을 꿇을 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신도들은 외쳤다. 이건 기적이라고.


"영부님...! 이 늙은이에게 이런 기적을 베풀어 주시다니요....!"


영부는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저으며 그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형제님. 이 모든 것은 다 큰하늘님의 크신 은혜 덕분입니다. 그분께 감사하십시오."


허나 영부가 아무리 이렇게 말한다 한들 대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인간이라는 동물은 결국 눈에 보이는 것을 믿기 마련이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신을 부르짖고 들리지 않는 신을 찾았지만, 결국 그들이 발견한 것은 눈에 보이는 늙은 인간이었을 뿐이다.






(대근건설 - 뇌부서 - 뇌파추적팀)



토요일 저녁시간, 뇌파추적팀에는 릴리팀장 혼자 뿐이었다.

그녀의 책상에는 다 먹은 컵라면들과 커피자국이 묻은 가득 쌓인 종이컵이 한 가득이다.

다른 직원들은 없다. 리커버도 없다. 부하직원이라는 놈들이 팀장은 버려두고 리커버가 쏜다는 맛있는 갈비를 먹으러 갔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강도윤과 브레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리커버는, 짧았던 주머니가 두둑해졌는지 전형적인 졸부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다 나갔나? 확실하겠지?"


그러나 릴리는 그런 것 따위 상관하지 않았다. 학생 때나 할 법한 유치한 기싸움 따위, 그녀에게는 관심사 밖이었다.

그녀는 직원들이 모두 다 나갔는지 몇 번이나 확인한 끝에 어딘가로 전서혈을 보냈다.

약 10분 뒤, 뇌파추적팀 직원들이 한창 갈비를 뜯고 있을 때 누군가 뇌파추적팀으로 왔다.


한 명이 아니다. 여럿이다.


"릴리 팀장님, 부르셨습니까?"


황대근이다. 그의 곁에는 혜윰과 주혁이 있었다.

릴리는 그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네, 대근씨가 말씀하신대로 해보긴 했는데, 역시는 역시네요."


황대근은 릴리가 보여준 화면을 보며 씨익 웃더니 말했다.


"이번 일, 금방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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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시연아빠 (2) 21.11.20 20 1 13쪽
143 시연아빠 (1) 21.11.19 17 1 13쪽
142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올 거야 21.11.19 19 1 13쪽
141 당신 미쳤어? 21.11.18 22 2 12쪽
140 그 남자의 의심 21.11.18 21 1 12쪽
139 플렉스(Flex) 21.11.17 20 1 13쪽
138 바쿠(Baku) (4) 21.11.17 23 1 13쪽
137 바쿠(Baku) (3) 21.11.16 18 1 11쪽
136 바쿠(Baku) (2) 21.11.16 20 1 13쪽
135 바쿠(Baku) (1) 21.11.15 2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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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 악몽(The nightmare) (2) 21.11.14 22 1 14쪽
132 악몽(The nightmare) (1) 21.11.14 1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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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황대근의 소화불량 (4) 21.11.13 20 1 12쪽
129 황대근의 소화불량 (3) 21.11.12 19 1 13쪽
128 황대근의 소화불량 (2) 21.11.12 22 1 13쪽
127 황대근의 소화불량 (1) 21.11.11 2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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