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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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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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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1
글자수 :
124,092

작성
16.09.1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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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9
추천
128
글자
9쪽

잠룡천마 - 6.항룡(亢龍),비봉(飛鳳)(1)

DUMMY

싸늘한 기운마저 감도는 소마전. 유엽은 직접 옷을 입으며 자신의 모습을 동경(銅鏡)에 비춰본다. 흑색바탕에 멋들어진 복식. 분명 서린이 무어라 할 것이 분명하지만, 유엽은 자신의 모습에 꽤나 만족하고 있었다. 유엽은 고개를 돌려 창문너머 시들기 시작하는 나뭇잎들을 바라봤다. 이제 자신이 회귀 후 두 번째로 하게 되는 신교총회합의 날이었다.


“가을인가.”


유엽은 시들거려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잎을 보며 말했다. 슬쩍 들어온 찬바람이 유엽을 밀치고 간다. 유엽은 마른기침을 하며 입가주위를 닦는다. 피가 묻어있었다. 유엽은 자신의 몸이 거의 임계점에 달했음을 알고 한숨을 쉬었다.


외공을 단련할 시간이 없다면, 내공이라도 채워넣어서 자신의 몸을 안정시켜야 했다. 지금 당장 칩거하여 외공을 단련하며 내공을 쌓아올리고 싶었지만 마신제전까지 단 이 주. 그랬다간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서린의 세력은 순식간에 무너질 것이다.


‘많이 약해지셨군, 천마.’


자책이 자신을 휘감는다. 하지만 유엽은 그 자책에게 말한다.


‘하지만 이런 것도 재밌지 않은가!’


유엽은 그 대답에 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선 장포를 두르며 발걸음을 옮겼다.






“예나 지금이나 늦는 건 똑같군요.”


“그렇구나.”


서린은 유엽을 타박했다. 유엽이 대답하자, 서린은 유엽의 차림새를 위아래로 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서린의 모습이 귀여웠던 유엽은 미소를 지었다. 그런 유엽의 눈과 잠시 눈길이 겹쳤던 서린은 깜짝 놀라 팩 고개를 돌렸다.


“이, 이번엔 조금 괜찮네요! 그, 그럼 다른 사람들이 기, 기다리고 있으니까 얼른 가죠!”


서린은 딱딱하게 굳은 걸음걸이로 앞장섰다. 유엽은 엷은 웃음을 걸고 그녀를 따라갔다.


그녀를 따라 도착한 곳은 멀지 않은 곳에 만마전이 있는 약간 너른 공터. 구월과 마학장을 제외한 마천락의 간부들과 태극마신, 곤륜혈마. 성천야장과 진천마가 서있었다. 유엽은 천천히 걸어가 그들 앞에 섰다. 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양 손을 펼쳐 말하라고 부추겼다.


“쓸모없이 모여 있군. 구월과 마학장은?”


“그 둘은 아직 모습을 보일 수 없다며 비마전에 대기 중이오. 아니 그나저나, 우리는 이제 사 공녀의 세력 아니오? 모여서 가는 게 당연한 것인데, 쓸모없이 모여 있다니?”


진천마가 킬킬대며 말하자 유엽은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까딱이며 동의했다. 하지만 진천마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약간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한 배를 타게 된 것을. 유엽은 잠시 가만히 있었다. 모두가 조용해지자, 유엽은 장포를 펄럭이며 뒤돌아섰다.


“출발하지.”


서린은 그런 유엽의 모습에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부끄러워하는 것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서린은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가죠, 여러분.”


서린, 그리고 서린의 세력. 모두가 유엽의 등을 쫒았다.








다시 찾은 만마전. 유엽은 곧바로 부교주의 자리를 훑었다. 호무량은 자리가 불편한 듯 온몸을 비틀어대며 툴툴대고 있었고, 허상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하지만 별 다른 소요가 없는 것으로 보아, 삼 공차 측에서 이미 손을 쓴 듯 했다.


[공자, 여기요! 여기!]


진천마가 태극신마의 곁에서 전음을 하며 유엽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유엽은 그를 흘끗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말단무사들이 왁자하게 모인 곳을 바라보았다. 안대를 찬 장발의 성천야장과, 서생 복장을 한 곤륜혈마가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크흠, 흠!”


유엽은 서린과 함께 걸어가 소천마의 자리에 착석했다. 그러자 백발이 성성한 신마각주가 내공을 싣고 헛기침을 했다. 만마전의 일동이 모두 침묵하며 신마각주의 말을 기다렸다. 신도들을 다 둘러보던 그는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신교대회합, 시작하겠소.”


모두가 마신에게 읍을 하였고, 한차례의 종교행사가 끝난 후 신마각주는 목을 가다듬더니 말했다.


“교주님께서 들어오십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가장 상석에 있는 천마의 자리를 바라봤다. 천마는 수신호위 둘을 거느린 채 가벼운 걸음으로 천마의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신마각주의 말과 함께 모두들 자신의 자리로 착석했다.


“교주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교주님.”


“먼저 본교의 큰 행사인 마신제전을 앞둔 우리 신도들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노라. 오늘 신교총회합에선 마신제전에 대한 것을 잠깐 다뤄볼 생각이오.”


신마각주가 말을 줄이자, 천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만마전은 조용히 숨죽이고 있었다. 이미 칼을 뽑은 천마이니, 어떤 폭탄을 장내에 떨어뜨릴지 몰랐기 때문이다. 천마는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는 마신제전을 치른다는 흥에 앞서서, 서로의 감정까지 상하게 하는 일들을 많이 겪어왔소. 심지어 신도들끼리 상잔하는 일까지 벌어졌지. 최근, 만병문주의 타계는 참 안타까운 일이었소···.”


소천마들이 벌이는 각축전. 속칭, 늑대들의 제전. 자신들의 세력을 이용하여 마신제전에 보일 적 세력을 최대한 깎아내리는 암투. 천마는 그 암암리에 이뤄지던 것을 언급하고 있었다. 천마는 소천마들을 쓱 훑으며 말했다.


“그렇기에 지금 이시간부로 마신제전까지의 암투는 없어야 할 것이오. 이는···.”


천마는 옆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조각상이 새겨져 있는 지팡이가 천마의 손에 쥐어졌다. 천마령(天魔令), 천마신교 모두가 따라야 할 법이 그 지팡이에 서려있었다. 모두들 그 지팡이가 쥐어지자 거대한 파고(波高)가 몰려들었다.


천마령은 교주의 생애에서 단 세 번밖에 쓸 수 없는 기물이었기 때문이다. 그 능력은 모든 신도들의 절대적인 복종! 이를 어길 시에는 교에 반기를 든 것으로 간주, 천마신교 모두가 그를 추살하기 위해 움직인다. 천마는 천마령을 땅에 찍어 그 소란을 진정시켰다.


“이 천마령의 권한으로 말하는 바요. 모두들 명심하시기 바라오.”


유엽은 웃음을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의 아버지에겐 별 기대를 걸지 않았었다. 그러나 천마가 해 준 것은 그 어떤 것보다 값진 시간을 벌어주었다. 전생에선 세력이 없어 마룡문주에게 허무하게 밀려갔으나 현생에선 세력이 생기니 전술의 귀재라고 불리던 자신의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의가 있으신 분은 손을 들어주시오.”


아무도 들 수가 없었다. 그 누가 천마령의 권위에 손을 들어 반기를 들겠는가? 천마령을 쥐고 있는 천마의 모습에선 느낄 수 없었던 위압감이 풍겨 나오기 시작했다. 이 공자와 삼 공자는 얼굴을 구긴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천마는 천마령을 다시 옆의 호위에게 맡겼다. 그리고 간단한 말로 신교총회합을 끝맺었다.


“그럼, 마신제전을 신나게 즐겨주시게.”


천마가 뒤를 돌아 마신상에 읍을 하고 사라지자, 다른 모두도 마신상에 읍을 하고 장내를 떠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천마들은 그 인파에 섞이지 않고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이 공자는 유엽을 바라보며 말했다.


“허약한 버러지새끼가 꽤나 영리하군.”


“주둥이만으로 만병문과 태극신마를 받아낸 사제만 할까.”


“···!”


염자성은 유엽의 말에 얼굴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이 한풍과의 협상에서 받아낸 것들을 간단하게 뺏어간 장본인이 바로 앞에 있었다. 염자성은 신음성을 내더니 장포를 소리나게 휘감고 유엽에게서 멀어졌다.


“서린, 마신제전에선 발 빼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개같은 소리 하지 마세요, 셋 째 사형.”


“이것은 널 위한 충고다, 사매. 그리고···.”


서린은 간만에 웃으며 독설을 날렸다. 한풍은 아랑곳 않고 유엽을 바라봤다. 유엽도 한풍을 바라보았다. 한풍의 눈에선 가늠 못 할 광기가 서려있었다. 유엽은 생각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자가 되었다···. 상당히 재밌군.’


“몸조심하시오, 대사형.”


“자네도 몸조심하게, 사제.”


한풍은 무미건조한 말을 던져놓고 몸을 돌렸다. 한풍의 세력이 우르르 몰려와 그를 감쌌다. 유엽은 그를 대수롭지 않게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려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한풍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유엽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다가섰다. 그는 조소를 지으며 유엽을 맞이했다.


“잠룡공자께서 저에게 무슨 볼일이 있으신지?”


“너, 죽은 것 아니었나?”


“설마요. 전 이렇게나 멀쩡합니다. 잠룡공자가 제 걱정을 다해주시니, 이 허상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유엽은 허상을 바라봤다. 허상은 당황한 유엽의 모습에 조소를 머금고 부채를 펼쳤다. 입가를 가린 그의 부채너머로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유엽의 심장을 옭죄었다.


작가의말

추석이 끝나고 주말이 다가왔습니다.


모두들 남은 연휴,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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