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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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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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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1
글자수 :
124,092

작성
16.08.2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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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글자
9쪽

잠룡천마 - 1.잠룡(完)

DUMMY

[아니 저 마도화(魔道花)라고 불리는 서린이 저 괴물 영감탱이의 손녀였단 말이오, 땡중?]


[진천마, 내 그대 마음 모르는거 아니니 진정하게. 나도 혼란스럽네.]


진천마는 더벅머리를 벅벅긁으며 소름끼치는 기운을 내뿜는 호무량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씨부럴, 저 꽃같은 소천마 휘하로 들어가 내 인생 꽃 한번 펴보나 했더니만···.’


“진정하시게, 부교주.”


“아니, 교주는 좀 빠지시게. 내 하나 뿐인 손녀딸이 저런 먹다 만 개뼈따귀같은 놈을 따라간다는데 진정하게 생겼소?”


천마는 난감한 표정으로 호무량을 말렸으나 그의 눈에는 이미 보이는 것이 없는 상태였다. 유엽은 태연한 얼굴로 호무량을 바라보았다.


‘호무량, 강골 무인이었지. 내가 무저갱에서 나올 땐 한풍 측 무인들에게 죽임당한 후. 그런데 서린의 조부인건 처음 듣는군.’


“이 씹어먹을 새끼야, 어디 내 손녀딸을 귀신굴로 끌고 가느냐?”


“마천락이 귀신굴이라,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입니다, 부교주님.”


“뭐, 뭣? 처음 들어?”


호무량이 기가 찬다는 듯 말을 잃자, 유엽은 서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서린은 절대 조부의 말을 들어주지 말라는 듯 고개를 연신 저어댔다. 호무량은 내공을 서서히 끌어올리며 유엽에게 윽박질렀다.


“이 놈아, 마교라고 불리는 우리조차 폐기한 쓰레기같은 마공이 천지인 곳이다. 그뿐이랴? 병신이 되어버린 사서가 앙심을 품고 인외(人外)의 괴물들을 부리는 곳이란 말이다!”


“그 병신이 되어버린 사서와 인외의 괴물, 저도 한번 보고 싶군요.”


“이 썩을 놈이 말을 해줘도!”


호무량이 손을 치켜들자 불길과 눈보라가 그 손에 감겼다. 염천빙공의 별호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천마는 그 팔을 잡아 천마신공을 운용해서 진정시키고 재빨리 호무량에게 전음을 날렸다.


[제 아들입니다, 어르신!]


[네 아들? 이, 이런! 진작 말을 했어야지!]


호무량은 내공을 거둬들이고 헛기침을 하며 천마의 눈치를 살폈다. 천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무리 부교주라지만 소천마에게 핍박할 이유는 없소, 호무량 부교주.”


“내 사과함세. 교주. 그러나 내 손녀딸만큼은 그 개만도 못한 자식의 아가리에 들어가게 할 수 없네!”


“부교주님. 봉명공주는 기필코 제가 지켜내겠습니다. 마신에게 맹세코.”


천마신교를 보살피는 마신에 대한 맹세. 무로써 마신의 지킴을 받는 천마신교의 교도라면 반드시 지켜야 할 맹세이다. 이것은 강자존의 법칙과 교주인 천마를 뛰어넘은 근본적인 신앙의 문제였다. 이 맹세를 어길 시, 천마신교의 주신인 아수라신에게 적으로 분류되고 징벌을 받게 된다. 호무량은 노기를 거두고 유엽에게 말했다.


“마신을 걸고 맹세라. 네가 소려의 아들이렷다?”


소려라는 이름을 듣자 시종일관 가라앉아있던 유엽의 눈이 부릅 뜨였다. 그 눈을 보며 호무량은 전음을 날렸다.


[걱정마라. 너도 알다시피 소려는 이곳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나저나 소려의 아들이라 그런지 보기 드문 놈이군. 그 맹세, 무슨 뜻인지는 알고나 있는 거겠지?]


“물론입니다.”


“흥, 좋다. 서린을 보내주마. 말을 지키지 못한다면 넌 내가 아닌 마신에게 응당 받아야할 벌을 받게 될 것이다.”


호무량이 콧방귀를 뀌며 도포를 휘감으며 물러서자 유엽은 조용히 포권했다. 서린은 그런 유엽의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천마는 만마전의 분위기를 안정시키고 다시 상석으로 올라갔다.


“소천마들이 받은 그 옥함에는 소교주임을 증명하는 마룡패와 마천단이 들어있을 것이고, 요구한 바는 내 오늘 중으로 신속하게 처리할 것이다. 그럼, 이상으로 신교총회합을 마치도록 하겠다.”


교주가 일어나 뒤의 마신상에 길게 읍(揖)하자 만마전에 있는 모두가 천마를 따라 마신상에게 예를 표했다. 그리고 천마가 자리를 떠나자 호법, 팔문십이각의 인원들부터 차례대로 만마전을 떠나기 시작했다.


“마천락이라, 그 곳에 보물이라도 숨겨져 있는 줄 아나보지?”


염자성이 유엽을 향해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엽은 염자성을 잠시 흘깃 보고는 그대로 지나쳐갔다. 한풍 또한 서린을 잡고 말했다.


“서린, 마천락은 위험하다.”


“왜죠, 또 그 잘난 사제걱정인가요? 항상 교주직을 어떻게 해야 찬탈하면 좋을지 궁리하는 사형의 말을 제가 왜 들어야 하죠?”


서린은 한풍에게 쏘아붙인 뒤 유엽을 쫒았다. 염자성은 한풍과 마주서서 말했다.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셨군, 신력공자님. 하여튼, 이번엔 한 방 먹었어. 만룡각주와 야합을 했을 줄이야.”


“네 패거리들이 신천무고의 무공으로 무장하는 것에 비하면 싸게 먹힌거지, 염자성.”


한풍은 가볍게 대꾸하고 염자성을 지나쳐 자신의 무리에 섞였다. 염자성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염천문의 대열에 합류했다.


“문주, 잔월각주를 불러 가장 은밀한 놈으로 유엽의 미행을 붙이세요.”


“미행이라면?”


“마천락이죠. 혹시 우리가 모르는 것을 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습니다.”


염천문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재빨리 자리를 떴다. 염자성은 멀어져가는 유엽의 모습을 보며 미소지었다.




한풍이 섞인 무리는 대부분이 정련된 무인들로 가득했다. 한풍은 흉터투성이인 거구의 남성을 불러 세웠다.


“굉천문주. 어서 숭마문과 연락하게.”


“유엽의 미행을 붙이시겠습니까?”


한풍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아니, 잠룡공잔지 지룡공잔지 하는 조무래기는 내 알바가 아니다.”


멀리 사라지는 만룡각주의 등을 보며 한풍은 말을 이어갔다.


“백색도 아니고 흑색도 아닌 잡졸들을 만나러 가야지.”





유엽은 소마전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틀어 만마전 뒤편에 위치한 천락산(天落山)으로 향했다. 천마전과 신의당 등이 위치한 내각의 중심이었다. 천락산의 외딴에는 마천락 또한 자리하고 있었다. 서린은 그런 유엽을 쫒아오며 물었다.


“대사형, 저희 식량이랑 의복같은건···?”


“현지에서 조달한다. 지금은 한시가 급하다.”


“어째서요? 아무리 그래도 생필품을 챙겨야 할 텐데.”


유엽은 없는 내공을 쥐어짜 달려가며 말했다.


“아마 미행이 붙을 거야. 마천락에는 이미 연락이 가 있을 테니 우린 가서 미행을 따돌리고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명색이 신교 삼대 금지인데 들어갈 때 빼고는 보안이 완벽할거야.”


“마천락엔 왜 가는 거죠? 그냥 염자성 그 놈이 먼저 가자고 한 신천무고로 가면 될 것을!”


“마천락에 만나야 할 사람이 있다. 그리고 신천무고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가치가 있는 곳이지.”


서린은 모든 것을 아는 듯이 행동하는 유엽의 행동에 의문을 품었다. 유엽이 숨을 헐떡이며 협곡 앞에 놓인 문 앞에 멈춰 섰다. 귀기어린 글씨체로 마천락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석비가 놓여 있었고, 한동안 방문이 뜸했는지 문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있었다. 문 너머로 보이는 협곡은 슬금슬금 귀기가 새어나왔다.


“들어가자.”


“잠깐, 한가지는 짚고 들어가야겠어요. 어떻게 이 모든 것을 아는 듯이 행동하는 거죠? 나와 만난 직전만 해도 나태하고 멍청했던 대사형이.”


“일단은 교주님께서 일러주신 거다. 자세한건 들어가서 설명하지.”


유엽은 서린의 물음을 얼버무리고 옥함에서 마룡패를 꺼내 문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문 주변이 점점 흐릿해지더니 문지기를 그려냈다.


“아, 이번에 소천마가 되셨다던 잠룡공자시군. 마천락에 들다니, 취향한번 독특하시네 그려.”


“무례한···!”


서린이 냉큼 으르렁댔으나 유엽이 제제하고 마룡패를 집어넣었다. 문지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주변 배경에 녹아들었다.


“무례하지만 신기한 사람이군요.”


“이 곳은 금지된 마공이 가득한 곳이니까. 그걸 익힌 사람들 또한 여기서 생활하지.”


유엽과 서린이 문에서 한발 앞으로 나가자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서린은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으나 내색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낡은 칼과 병장기 밖에 없었고, 곳곳에 거대한 거미줄과 겹겹이 쌓인 먼지가 얼마나 방문이 뜸한지 말해주고 있었다.


“칼을 풀어 놓으시죠.”


“꺄악!”


서린의 옆에서 얼굴이 녹아내린 듯한 꼽추 사내가 튀어나와 말을 건넸다. 서린은 소리를 질렀고, 유엽은 익숙한 그 얼굴을 눈에 담았다.


‘폐공자(廢公子), 구월(究月).’


그 흉측한 모습의 사내는 마천락의 사서인 폐공자 구월이었다.


작가의말

일주일의 마무리인 일요일입니다. 편안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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