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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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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092

작성
16.09.0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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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잠룡천마 - 4.늑대들의 제전上(2)

DUMMY

비마전(秘魔殿), 사공녀 봉명공주의 거처였다. 수려한 가구들, 다소 질박한 원탁에 서린과 마천락의 다섯 간부들이 둘러앉았다.


“어쩐 일로 모두를 부른 거죠, 구월?”


“이제 본격적으로 염자성의 공세가 시작되었고···. 긴히 논의할 거리가 많아지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말을 마친 구월은 자리에서 일어났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구월은 주위를 빙빙 돌며 말했다.


“곧 있으면 마신제전이라는 본교의 큰 축제가 열립니다. 신도들에게는 마신을 기리는 큰 축제이고, 무인들에게는 자신을 증명할 큰 축제이기도 하죠. 그리고 저희들에겐···.”


“세력을 견주는 장이라 이거군요.”


“맞습니다. 마신제전은 큰 축제이자, 기회임과 동시에 위기이기도 하죠. 바로 지천회랑에서 열리는 비무제와 모의전입니다.”


구월이 걸음을 멈추고 서린을 바라보았다. 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마천락이 날 지원해준다곤 하나 아직 모습을 보일 순 없죠. 그렇다면 비무제와 모의전···. 치룰 수가 없겠군요.”


“하지만 나가야합니다. 그 둘의 결과로 대출사에서의 보급, 지원이 결정되니까요. 게다가 교내에서 숨죽이던 인재들까지. 청해성의 내로라하는 무인들은 대부분 마신제전의 비무제만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서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서장과 신강, 그리고 감숙성과 맞닿아있는 청해성은 수많은 세력의 각축장이었다. 서장의 라마승과 신강의 수많은 종교. 그리고 청해성의 중심, 서녕에 위치한 무림맹 지부. 마신제전은 천마신교의 마신에게 감사를 표하는 축제이기도 했으나 청해성의 패자, 천마신교의 입지를 널리 알리는 축제이기도 했다.


그런 마신제전 이후에 치러지는 대출사는 이런 청해성을 넘어서 감숙, 신강으로 이어지는 비단길의 물줄기를 손 안에 두려던 오래전부터 행해왔던 행사였다. 그러나 최근 교권의 붕괴로 그저 순찰의 의미만을 띄고 있었고, 대출사때 받은 보급은 모조리 내전의 군자금으로 사용될 뿐이었지만.


“마천락은 모습을 보일 수 없는데 비무제와 모의전은 나가야 한다라···. 제 조부는 아직 전면으로 나올 수 없어요.”


“물론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본 것이···, 비무제는 총 세 부문에서 치러집니다. 교내의 무인들만 참여할 수 있는 부문, 외부의 인물만 참여하는 부문, 그리고 그 둘을 모두 포함한 호법 이하의 모든 이들이 참여하는 부문.”


“외부의 인물이 참여하는 부문에 제가 나갈 것이오.”


구월이 비무제를 설명하자, 피풍의를 걸친 장철주가 조용히 손을 들며 말한다. 그러자 설검영이 따라서 손을 들며 말한다.


“전 교내의 인물로 참여하겠습니다. 제 얼굴을 아는 이들이 몇몇 있을 테니···.”


“괜찮겠어요? 두 분 다 성마의 경지 아닌가요?”


서린이 걱정스런 얼굴로 묻자, 침묵하던 마학장이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괜찮네, 공주. 흑암도주 장철주는 신림의 정화. 극마, 아니 탈마도 상대할 수 있는 괴물아닌 괴물이네. 그리고 우리 광협곡주는···, 만병문의 후계자였었네.”


만병문. 귀영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던 천변마제 설천혁의 가문으로 무투파 중의 무투파였다. 그런 가문의 후계자였다는 사실에, 서린은 놀람과 측은함이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설검영은 그런 서린을 보며 멋쩍은 듯 미소 지었다.


청호는 그런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한 숨을 쉬며 말한다.


“둘은 내 인정하지. 마천락의 본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호법이하 모든 이들이 나오는 그 비무제는 도대체 어쩔 생각인데, 구월?”


“그 해답은 아마 주군이 주고 갔을 테죠, 공주?”


“어떤···?”


“태극검.”


구월이 말하자 서린은 탄성과 함께 보자기에 싸인 검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묶인 부분을 슬쩍 풀자, 태극문양이 음각된 녹슨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밀서고에서 유엽이 허리춤에 꽂아두었던 태극검이었다.


“청호, 태극신마의 도명(道名)과 사제관계에 대해 말해보도록.”


“현태(玄太). 사형으로는 현해자(玄海子)···. 맙소사.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지?”


구월의 말에 청호는 대답했고, 놀라운 사실과 안배에 감탄을 했다. 서린 또한 태극검의 칼날을 훑어보며 유엽의 안배에 또다시 경외감을 가졌다. 구월은 그 태극검을 다시 보자기에 싸 서린에게 건네고, 말을 이어갔다.


“이것으로 비무제는 해결될 것입니다. 모의전은 비무제가 끝나고 나서 다룰 문제입니다. 이제 당면한 것은 이공자의 공세···. 삼공자는 어째서인지 공세를 보이지 않고 있군요.”


“그, 그건···.”


“그건?”


“아마 한풍이 날 연, 연모하고 있어서···.”


서린은 구월의 의문에 기어가는 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다섯 간부 모두가 피식거리며 웃었다. 서린의 얼굴이 붉어졌고, 애써 웃음을 진정시킨 구월이 말했다.


“그렇다면 당장은 이공자의 공세에 집중해도 되겠군요. 이공자는 간교하고 치밀합니다. 아마 마신제전 전에 비천각, 잔월각을 통해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저희를 끝장내러 올 것이라는 게 제 견해입니다.”


“그의 전력은 대부분 무력 이외의 빙공, 독공과 같은 비무투계열. 신천무고의 개방도 얼마 안되었고, 전력이 급격하게 상승하진 않았을 거예요.”


“잘 보고 계시는 군요. 아직 그는···!”


쾅!


구월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비마전의 문이 부숴질 듯이 열렸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병기들이 그려진 무복을 입은 한 사내가 흑의를 입은 사람을 서린의 앞에 던져놓으며 말했다.


“이 곳이 배신자 설검영이 있는 곳인가?”


“피하셔야···, 구월님···!”


“재잘재잘 말이 많은 밀정이군.”


사내는 말을 마치고 흑의를 입은 사람의 머리를 간단하게 터뜨려 버렸다. 비마전이 순식간에 피로 점철되어 비릿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서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내에게 다가갔다.


“만병문주···. 소천마의 처소에 기별도 없이 무슨 무례인가?”


“내 가문의 배신자를 숨겨주고 있다는 첩보를 받고 왔소. 그 쥐새끼는 덤이고 말이지.”


만병문주는 서린의 노호성에 대꾸하고 비마전의 안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설검영과 눈이 마주쳤다.


“이 년, 설검영!”


만병문주가 소리를 지르며 묵색의 기운을 담아 설검영에게 단검을 던졌다. 그러나, 그 단검은 멀리 가지 못했다. 검기가 불타오르는 칼이 단검을 베어버린 것이다. 푸른 불꽃, 서린의 검기였다. 간단히 단검을 베어버린 서린은 검을 다시 집어넣고 말했다.


“내 수하에게 손을 대려 했다···. 각오는 충분히 되어 있겠지?”


“각오? 하! 성마경의 우리 귀여운 공주님이? 좋다! 어떤 각오가 되어 있는지 내 친히 보여주도록 하지.”


만병문주가 뒤를 돌아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갔다. 서린은 그의 뒤를 따라 비마전을 나섰다. 그러자, 병기들이 그려진 만병문의 깃발과, 이공자의 표식인 화룡이 그려진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고, 수많은 인물들로 꽉 메워져 있었다.


“어떻소, 공주 나으리. 각오는 된 것 같소?”


“···.”


“만병문이 왜 이 공자 측에···?”


따라나온 구월은 경악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만병문의 문도들, 그리고 드문드문 보이는 귀영각의 표식을 한 인물들. 게다가 이공자의 편에 섰으니 독을 포함한 보이지 않는 위협은 더 가중될 것이리라. 구월은 서린을 바라보았다. 서린은 놀랍도록 차분한 모습이었다.


“구월, 청호에게 염천빙공을 호출하라 명하세요. 귀영각의 표식···. 검을 쥐고 있는 것을 보니 마령단이겠군요.”


“광협곡주의 정체는 간부들조차 최근에 안 것인데, 어찌 만병문주 따위가···.”


“마천락이 등장해야 할 때인 것 같군요. 구월, 빨리.”


구월은 서린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모습을 감췄다. 뒤따라서 나온 이들은 밖을 가득 메운 병력을 보고 경악을 했다. 특히, 설검영의 기색은 어두웠다. 서린은 그런 설검영의 상태를 눈치 채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차피 당면할 문제였어요. 미안함을 느낀다면, 지금 당신이 해야 하는 일에 모든 것을 거세요.”


설검영은 서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만병문주를 보았다. 자신을 배신자로 몰아 만병문을 차지한 원수, 서린의 말대로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입장이 아니었다. 모두가 전투태세를 갖추자, 서린은 검 손잡이를 꽉 쥐고, 눈을 감았다. 떨림을 감추기 위함이었다.


‘대사형,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요? 이렇게 무서운데, 혼자 소마전에 박혀서 무엇을···.’


서린은 생각을 끊고 눈을 떴다. 지금 생각해봐야 쓸모없는 것, 칼을 뽑을 것이면 거침이 없어야 한다! 호무량에게 누누이 들어왔던 가르침이었다. 서린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가죠, 여러분.”


서린은 칼을 뽑았다.








곤륜산. 신선이 산다는 곳이기도 하며,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는 전설이 내려져 오는 곳. 그리고 또 하나, 곤륜파라는 신선들의 문파가 있는 곳. 허나 역시 전설일 뿐인지, 강호인들이 마교라고 칭하는 천마신교가 곤륜산에 터를 잡고 있었다.


그런 곤륜산의 초입, 용문객잔에 삿갓을 쓴 사내가 들어왔다. 비교적 한산한 객잔, 사내는 비어있는 자리를 무시하고 책을 읽으며 술을 기울이던 서생과 합석을 했다. 서생은 책으로 향하던 시선을 그 사내에게 돌렸으나, 그 사내는 시치미를 떼며 점소이를 불렀다.


“여기, 주문 좀 받지.”


“예이. 어떤 것을 드릴깝쇼?”


“운룡주(雲龍酒) 여덟 병과 추룡(追龍) 한 접시.”


“···!”


점소이가 아무말 않고 사내를 바라보자, 서생이 책을 덮었다. 그러자 점소이는 순식간에 자세를 낮추며 은빛의 기를 담은 정권으로 사내의 가슴을 찔러갔고, 사내는 강맹한 권격을 삿갓으로 가뿐히 막았다. 그러나 형편없이 짓이겨진 삿갓은 더 이상 사내의 얼굴을 감출 수 없었다. 그 얼굴을 본 서생이 말했다.


“마교의 일 공자께서 누추한 객잔엔 어떤 일이신지.”


그 사내는 유엽이었다.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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