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39,278
추천수 :
4,491
글자수 :
124,092

작성
16.08.31 11:26
조회
8,803
추천
152
글자
9쪽

잠룡천마 - 2.마천락(4)

DUMMY

유엽의 사방에서는 금방이라도 덮쳐 올 듯한 살기가 뭉글거리고 있었다.


“제···길,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허허···, 당연히 무사할 것이네. 이곳은 신교의 쓰레기장 아닌가? 소천마 둘쯤이야···, 언제 폐기되어도 모르는 곳일세.”


서린은 살기에 짓눌려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고, 마학장은 득의에 찬 미소로 유엽을 바라봤다. 유엽은 마학장을 보며 마주 웃었다. 구월은 탁자에 내려놓은 단검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상당히 자신감이 있어 보이는군, 유엽. 숨겨둔 패라도 있으신 모양이지?”


“죽여 보면 될 것 아닌가?”


“맞는 말이군.”


구월은 유엽의 목에 단검을 가져다 댔다. 구월과 유엽의 눈빛이 부딪혔다. 유엽은 시종일관 웃는 얼굴을 감추지 않았고, 구월은 그런 유엽을 보며 심사가 비틀린 채로 말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자가 누군지 아나? 지략도, 무력도 없으면서 거들먹거리는 뜨내기들이다.”


“내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어 보이나?”


유엽이 능글거리며 대답하자 구월은 유엽의 목에 칼을 더욱 가져다 댔다. 핏방울이 슬금 베어 나왔다.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다.”


“정말 내 머리통을 땅에 떨어뜨릴 수 있겠나? 마천락의 숙원은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군.”


구월은 숙원이라는 말에 몸을 움찔거리며 단검을 뒤로 당겼다. 유엽은 목을 쓰다듬으며 도발적인 눈빛으로 구월과 마학장을 훑었다. 서린도 표독한 눈빛으로 구월과 마학장을 바라보았다. 마학장은 구월을 손짓으로 제지하며 말했다.


“숙원이라···. 어디까지 아는지 진심으로 궁금해질 것 같군.”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일단 사방에 붙어있는 벌레들 먼저 물러주시지.”


“허허, 저놈들을 물려도 소천마의 눈앞에 있는 구월은 저래 뵈도 성마의 경지요. 소천마의 목 하나쯤은 주머니에서 물건 빼내듯 쉽게 취할 수 있소.”


“마천락 사서가 성마의 경지인 건 이미 전음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딴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역겨운 기운을 뿜는 벌레들 먼저 치워주실까.”


마학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구월에게 눈짓하자, 구월은 단검을 거두어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유엽과 서린을 향하던 살기가 사라졌다. 서린은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고, 태연한 얼굴의 유엽을 바라보며 마학장이 말했다.


“자, 그럼 굳이 신천무고를 내버려두고 이곳까지 온 이유를 설명하시게, 소천마.”


“상당히 무례하군.”


“사안에 따라선 이보다 훨씬 무례해 질 수 있네.”


“거래는 무엇인가를 주고받는 행위 아니었던가? 마학장 나리.”


유엽의 대꾸에 구월은 조용히 품속에 손을 넣었으나 마학장이 제지했다. 마학장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것도 사안에 따라서.”


유엽은 여유로운 마학장의 태도에서 과거를 엿보고 있었다. 마공을 연구하던 마학자들의 수장이었고, 본신의 실력은 뛰어나지 않으나 자신이 신천무공의 모든 마공을 이해하게 도움을 줬던 이론의 대가였다.


‘합리적이고 조심스럽다. 계략의 명수면서 성격이 불과 같은 구월과는 다른 의미에서 무서운 인물이지.’


마학장의 성격과 마천락이라는 출신성분 탓에 마학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지나가는 말로 듣게 된 것도 천마로 군림하던 전생에서 조차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다. 생각을 끝맺은 유엽은 말했다.


“좋다. 우선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하지.”


“경청하겠네.”


마학장은 수염을 쓰다듬던 손을 탁자에 내려놓았다. 유엽은 구월을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


“마천락은 본교의 팔문(八門)과 마찬가지로 독단적인 무력집단이 되었고, 그 중심에는 사서 구월과 마학자라 일컫는 무학자(武學者)들의 조직이 있다···.”

“마천락의 조직화야 이미 파벌주의가 만연한 본교에선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겠지만, 신림(新林)의 존재까지 대충 짐작하고 있을 줄이야···. 자세히 모르는 것 뿐. 이거, 출신성분이 무척이나 궁금해지는구려. 어떤 방식으로 알아차렸는지에 관한 것도.”


마학장은 흥미로운 눈초리로 유엽을 바라보았고, 마학장과 눈이 마주친 유엽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말을 이어갔다.


“그들은 주화입마에 빠진 무인들을 연구하고 관리하며 교내의 모든 마공에 대해 서술, 기록하는 곳이다. 실제로 그들 무인들을 병기화한 흑암도가 있고. 그리고 그들의 숙명은···.”


유엽은 마학장에게 시선을 거두고 구월을 바라보았다. 구월은 당황한 표정으로 유엽을 마주봤다. 유엽은 말했다.


“구월과 같은 희생자들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이지. 이것이 내가 아는 전부다.”


“희생자? 네가 뭘 알아서 그런 말을 입에 담는 거지?”


유엽의 말에 원래부터 녹아내렸던 구월의 얼굴은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구월은 제지하던 마학장을 뿌리치고 유엽의 멱살을 잡았다.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무능한 자가 혀를 놀리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고. 지금 당장 네 혀를 잘라서 씹어 먹어주지.”


“구월, 자네! 아직 대답을 다 못 들었지 않나!”


“대사형!”


서린이 소리를 지르고, 마학장이 구월을 뜯어말렸으나, 이미 내공을 일으켜 장포가 펄럭이는 구월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구월의 억센 손아귀 속에서 유엽은 손으로 마학장을 말리며 말했다.


“뭘 아느냐고?”


“그래, 뭘 아느냐고 물었다!”


“정쟁에 휩쓸려 나락에 던져져버린 모든 이들!”


유엽은 일갈과 함께 구월의 타오르는 눈을 마주했다. 유엽의 눈과 마주하자, 구월의 눈빛이 흔들렸다.


“네가 말했던 것처럼, 나는 그들이 어떤 이들인지 아무것도 모른다. 허나 이것 하나는 알고 있지. 정쟁의 도구로 사용되던 자들을 어떤 식으로 버렸는지.”


유엽의 말이 이어질수록 구월의 손아귀가 점점 풀려갔다.


“무공을 익힌 자들은 무저갱에, 무공과 관련이 없던 일반 신도들은 죽이거나 폐마고에. 그리고 정쟁의 도구로써 쓰이던 어린 기천공자(欺天公子)는 쓸모가 없어지자 주화입마를 가장하여 폐마고에 던져졌다.”


“그래. 그들은 폐마고에 나를 보냈다. 나와 같이 주화입마하거나, 이상증세를 보이는 무인들을 던져 넣어 마천락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곳을 만들었어. 이곳에 기어들어온 너도 그들과 같이 역겨운 늑대들 아닌가?”


“난 그 빌어먹을 고리를 끊기 위해 이곳에 왔다, 구월. 언제부터 천마신교가 강자존이라는 같잖은 논리를 가지게 된 거지?”


유엽이 묻자 구월은 침묵했다. 그러자 유엽은 도리어 구월의 멱살을 잡으며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모든 것을 지키기 위해 강해져라. 이것이 마신의 가르침이고, 그 대리인인 천마의 신념이다. 모르면 그 잘난 머리통에 쑤셔 넣어! 그것이 내가 이곳에 온 이유이니까.”


유엽은 말을 마치고 구월의 멱살을 풀었다. 구월의 손과 고개가 힘없이 내려갔다. 서린은 유엽의 모습에 압도되어 있었고, 마학장은 알 수 없는 눈빛을 띄고서 다시 수염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서린은 침을 삼키고 유엽에게 다가가 말하려 했다.


“대사형···.”


그러나 고개를 숙이고 있던 구월의 말에 서린의 의식이 잠시 끊어졌다.


“이정도면 어떻습니까, 마학장님.”


“훌륭하네. 천마보다 더 천마같은 자로군.”


“뭐, 뭐라고? 이런 미친···?”


구월과 마학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서린의 입에선 욕이 튀어나왔고, 태연함을 잃지 않던 유엽의 미간이 꿈틀댔다.








건물의 밖. 왼쪽가슴에 초승달이 그려져 있는 잠행복을 입은 남자가 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잔월각의 자객. 그가 내공을 귀에 쏟아내어 그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마천락, 신림···. 그리고 폐서고라 명명된 곳의 엄청난 무공들! 이거면 확실하다. 내가 잔월각주의 제자가 될 수 있어!’


자객은 서서히 내공을 갈무리했다. 정파의 전설인 극검 현해자를 본 순간부터 그의 목숨은 이미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하지만, 목숨을 걸 만큼 수확은 있었다. 신강(新講)을 평정한 대살수, 잔월각주의 제자가 될 수 있을 테니까. 조심스레 벽에서 멀어지며 자신의 흔적을 지운다.


‘지금!’


자객은 잔월각의 보법, 삭월(朔月)을 밟으며 어둠 속으로 쏘아졌다. 어둠 속에만 들어가면 그 속에 녹아들 수 있는 잔월각의 보법!


그러나 그가 어둠을 밟은 순간, 온 몸이 저린 살기가 그를 짓눌렀다. 일이 잘못된 것을 감지한 그가 자결을 하려 했으나, 우악스러운 어둠이 그를 막아섰다.


“윽···, 윽!”


“어떻게···?”


“죽여야···.”


“보고를···.”


어둠들은 삭월의 몸을 짓누르며 말했다. 이내 자객의 몸은 그가 바라지 않은 방식으로 어둠 속에 녹아들었다.


작가의말

8월의 마지막입니다. 환절기,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잠룡천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공지)죄송합니다. +4 16.09.28 2,106 0 -
공지 잠룡천마 공지 +10 16.08.26 12,460 0 -
30 잠룡천마 - 6.항룡(亢龍),비봉(飛鳳)(4) +8 16.09.19 5,011 114 11쪽
29 잠룡천마 - 6.항룡(亢龍),비봉(飛鳳)(3) +8 16.09.18 4,628 112 13쪽
28 잠룡천마 - 6.항룡(亢龍),비봉(飛鳳)(2) +9 16.09.17 4,922 112 11쪽
27 잠룡천마 - 6.항룡(亢龍),비봉(飛鳳)(1) +5 16.09.16 5,269 128 9쪽
26 잠룡천마 - 5.늑대들의 제전下(完) +7 16.09.15 5,346 128 9쪽
25 잠룡천마 - 5.늑대들의 제전下(4) +6 16.09.14 5,310 133 9쪽
24 잠룡천마 - 5.늑대들의 제전下(3) +6 16.09.13 5,526 141 10쪽
23 잠룡천마 - 5.늑대들의 제전下(2) +10 16.09.12 5,953 126 9쪽
22 잠룡천마 - 5.늑대들의 제전下(1) +6 16.09.11 6,094 141 8쪽
21 잠룡천마 - 4.늑대들의 제전上(完) +8 16.09.10 6,466 150 10쪽
20 잠룡천마 - 4.늑대들의 제전上(4) +9 16.09.09 7,024 138 10쪽
19 잠룡천마 - 4.늑대들의 제전上(3) +12 16.09.08 7,007 148 9쪽
18 잠룡천마 - 4.늑대들의 제전上(2) +13 16.09.07 7,527 139 10쪽
17 잠룡천마 - 4.늑대들의 제전上(1) +9 16.09.06 7,778 149 9쪽
16 잠룡천마 - 3.잠룡출해(完) +12 16.09.05 7,885 148 9쪽
15 잠룡천마 - 3.잠룡출해(4) +11 16.09.04 8,007 162 10쪽
14 잠룡천마 - 3.잠룡출해(3) +7 16.09.03 8,298 151 9쪽
13 잠룡천마 - 3.잠룡출해(2) +9 16.09.03 8,197 153 8쪽
12 잠룡천마 - 3.잠룡출해(1) +11 16.09.02 8,782 148 9쪽
11 잠룡천마 - 2.마천락(完) +11 16.09.01 8,824 157 8쪽
» 잠룡천마 - 2.마천락(4) +11 16.08.31 8,804 152 9쪽
9 잠룡천마 - 2.마천락(3) +10 16.08.30 8,977 149 10쪽
8 잠룡천마 - 2.마천락(2) +12 16.08.29 9,187 152 9쪽
7 잠룡천마 - 2.마천락(1) +12 16.08.28 9,197 168 10쪽
6 잠룡천마 - 1.잠룡(完) +12 16.08.28 9,440 177 9쪽
5 잠룡천마 - 1.잠룡(4) +15 16.08.27 9,763 177 10쪽
4 잠룡천마 - 1.잠룡(3) +16 16.08.27 10,727 187 10쪽
3 잠룡천마 - 1.잠룡(2) +13 16.08.26 11,664 18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