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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39,281
추천수 :
4,491
글자수 :
124,092

작성
16.08.2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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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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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
글자
10쪽

잠룡천마 - 1.잠룡(3)

DUMMY

“천마를 뵈옵니다!”


희미한 달빛에 드러난 모습은 만마의 종주이자 유엽의 아버지인 신교의 교주, 천마와 그를 수행하는 무사였다. 유엽은 복잡한 감정이 섞인 얼굴로 그를 마주했다.


“수련에는 성과가 있었나보군. 성마를 바라보는 자를 격살할 정도라니 말이야.”


“저자가 멍청했던 겁니다. 정보조직의 조직원이 무력만 믿고 우격다짐으로 들어올 정도라···. 얼마나 조직이 분열되어야 저런 자가 비천각주의 제자를 자처 할 수 있는 겁니까?”


천마는 유엽의 말에 착잡한 얼굴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서린이 입을 열었다.


“대사형은 잘 모르시겠지만, 팔문십이각이 모두 한풍과 염자성의 손에 있어요. 방금 죽은 응두천도 염자성이 임의로 비천신마의 제자 자리에 앉힌 끄나풀이죠. 지금 교주님의 세력은 독자적 무력단체인 마천각(魔天閣)과 천마대(天魔隊) 그 둘밖에 없어요.”


유엽은 서린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마천각과 천마대는 팔문십이각에 정면으로 대항하다가 붕괴했다. 전 천마···. 아버지도 아마 염자성의 손 밑에 쓰러졌···!’


“쿨럭!”


유엽은 생각을 하던 와중 울컥 피를 토해냈다. 그러자 천마는 다급히 유엽의 완맥을 잡아 혈맥을 살펴봤다.


“말도 안돼! 서린의 말대로 이런 허약한 몸으로 어떻게 비천각주의 제자를 죽였단 말이냐? 묵영(默靈), 어서 유엽을 데리고 신의당으로 가거라!”


“안됩니다. 신의당에 사람을 보내야합니다. 제가 갈 수는 없습니다.”


“이런 고집불통 같으니!”


천마는 짜증을 내며 유엽을 앉히고 등줄기에 손을 얹어 격동하는 유엽의 내부를 진정시켰다. 교주만이 익힐 수 있는 천마신공(天魔神功)의 패도적인 기운이 날뛰는 기운들을 가라앉혔다. 천마는 그 와중,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진원지기를 천마신공의 흐름대로 발출시켰어?’


어느 정도 유엽의 내공이 진정되자 천마는 등줄기에서 손을 떼고 말했다.


“묵영, 신의당으로 가서 의원에게 내상약을 받아와라. 서린, 옆의 별채로 가거라.”


“하지만 사부, 아니 교주님!”


“명령이다, 서린.”


묵영은 그림자에 몸을 숨기며 사라졌고, 서린은 입술을 깨물고 포권을 하며 별채로 향했다. 주변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자, 천마는 유엽과 마주보고 앉았다.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천마가 입을 열었다.


“이렇게 이야기 해보는 것도 오랜만이구나, 아들아.”


“무슨 의도십니까?”


“그저, 가족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뿐이다.”


유엽은 전례가 없었던 이런 상황에 혼란이 왔다. 항상 가족에 무심했고 유엽과 유엽의 어머니를 모른척했으며 종국에는 유언도 없이 죽어버린 유엽의 아버지였다. 유엽은 천마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십니까? 가족에는 관심도 없으시던 마도의 종주께서 위대한 관심을 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건 진짜란다, 유엽. 나도 내가 죽은 네 어미인 소려(昭麗)에게 관심을 못 쏟은 것도 알고 그게 평생을 이고 갈 죄인 것도 알고 있다.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유엽은 처음 들어보는 아버지의 진심에 마음이 흔들렸다.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전생에서 그는 대부분의 순간에 혼자였다. 정과는 거리가 멀었던 악의의 구렁텅이 속에서 평생을 살았고, 한 줌의 정이었던 사랑하는 이조차 모략에 의해 죽임 당했다. 유엽은 터져나올듯한 감정을 가까스로 누르고 말했다.


“헛소리! 저와 서린을 여기 부르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너도 봤겠지만 현재 무재(武才)가 없는 천마의 권위는 땅을 기고 있다. 그것을 반전시키기 위해 이례적으로 넷이나 되는 소천마들을 만든 것이고. 서린도 네가 알 수는 없는 곳이지만 강력한 뒷배가 있다. 그렇기에 내가 제자로 삼았지.”


전생에는 들을 수 없었던 소천마직의 이유였다. 자신은 염자성과 한풍의 계략으로 무저갱이라는 곳에 떨어져 오롯한 무로써, 천마를 쟁탈한 염자성을 격살하고 천마의 자리를 가져왔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천마는 말을 이어갔다.


“사실 네가 강건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무저갱이라는 곳에 보낼 생각이었다. 그 곳에 가면 확실한 무력을 얻을 수 있으니까. 지옥 같은 곳이긴 해도 천마인 내가 손을 쓰면 너 정도는 죽지 않게 해줄 수 있었을 거야.”


유엽은 그 말을 듣고 잠시 굳어있었다. 수많은 죽을 고비 뒤에서는 유엽을 보호해주던 그의 아버지가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기 때문이다. 죄수들의 틈에서 죄악을 비비며 살아왔던 그 곳에서 말이다. 유엽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제가 어떻게 믿습니까? 쓸모없어진 자식을 버리는 짓 아닙니까?”


“믿지 않아도 상관없다. 나는 우군이 필요하고 팔문십이가 외의 강력한 소천마는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줄 테니까. 그리고···, 세상 어느 애비가 자식을 버리겠느냐.”


천마의 말에 유엽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의 끝을 봤고 세의 끝을 본 그였다. 다시 아귀다툼에 끼어들기에는 너무 지친 상태였다. 그 허무함에 우화등선하던 자신이 세력다툼을 한다? 어불성설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생에서 느껴지는 부정(父情)은 황폐한 유엽의 마음을 움직였다. 생각을 마친 유엽은 아버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전 천마가 될 생각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말 그대로입니다. 전 현재의 위치에 만족합니다. 그저 서린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도라면···, 아버지의 치세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천마가 될 생각이 없다라···. 그렇다면 천마신공의 한 구절을 운용한 널 내가 어떻게 처분해야하지?”


“···!”


유엽은 소스라치게 놀라 자신의 내부를 살피며 입술을 깨물었다.


‘익숙한 느낌이긴 했어. 그런데 그 방법이 천마신공이었다니. 안일했다.’


“너도 천마신공이 교주직전의 무공인 것은 알 것인데···. 소려가 말해준 것이냐?”


유엽은 긍정도 부정도하지 않았다. 약간의 정적. 아무런 말이 없는 유엽을 보며 천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천마가 될 생각이 없다면 천마신공은 쓰지 말거라. 비록 소려가 알려준 단 한 구절 일 지라도. 자칫하다간 정쟁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래도 날 도와주겠다니 쓸 만한 마공하나정돈 줘야겠지.”


천마가 손가락을 두들기며 고심하자 유엽은 속으로 안도의 한 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마천락(魔天落)의 입장을 허가해 주십쇼.”


“마천락에 대해서 알고 있느냐?”


“예. 위험성, 실용성 때문에 폐기해버린 무고(武庫)이지 않습니까?”


천마는 유엽의 눈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십몇년간 마주한 적이 없으니 어찌된 속인지도 눈치를 챌 수가 없었다. 마천락에 대해선 천마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저갱이상으로 위험한 곳이었다. 잘못된 무공 습득으로 온 몸이 터져나가는 자신의 부하들을 봐왔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천락의 무공을 위험하다. 내 신천무고(神天武庫)를 열어 줄 테니···.”


“아직 소교주도 되지 못한 소천마에게 신천무고를 열어줬다간 무슨 사단이 날지 모릅니다. 천마신공을 쓰지 않으면 당연히 신천무고 또한 열지 말아야합니다.”


“허허, 신교의 네 무고 중 가장 위험하고 쓸모없는 마천락이라···.”


천마는 또다시 손가락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마천락은 무저갱과 다르게 지켜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 쓸모없거나 위험하기 짝이 없는 무공들뿐이었다. 천마의 손가락이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날 보거라 유엽. 내가 누구로 보이느냐?”


“마도지존, 신교의 주인으로 보이십니다.”


“틀렸다, 유엽. 나는 네 아비다.”


유엽은 또 다시 그의 말에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천마는 눈빛이 흔들리는 유엽을 보며 말했다.


“나는 네가 내 뒤를 이었으면 좋겠다만, 네가 거부하니 강요는 않겠다. 하지만 살아서 나와 같이 소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소천마 유엽에게 거는 조건이다.”


“···예.”


유엽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마의 말에 대답했다. 자신이 모르던 것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상당히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전생과는 벌써 다른 삶이 시작되었다. 천마는 창문너머 묵영과 의원이 오는 것을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일 신교총회합이 열릴 것이다. 몸을 잘 추스르고 마천락에 들어갈 준비를 하거라.”


“그리고 비천신마는···.”


“알겠다. 다시 생각해보니 제자의 충성과잉으로 얼버무릴 수 있겠구나. 묵영에게 지시해두마.”


천마는 묵영과 의원이 도착하자 말을 마치고 돌아갔다. 유엽은 착잡한 얼굴로 의원에게 손목을 내밀어 진맥을 지시했다. 공허함 속에 역대 최약(最弱)의 천마라고 불리던 아버지의 연민이 뒤엉켰다. 하지만 선뜻 앞에 나가 싸울 의욕은 생기지 않는다.


‘썩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 천마신공 이외의 무공 하나 정돈 익혀둬야겠어.’


유엽은 비천신마와의 결투, 현 천마신교의 상태를 생각했다. 본래의 신교의 가르침을 왜곡시킨, 강자존(强者存)이라는 비정한 가르침을 따르게 된 곳. 자신이 지휘했던 신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저 누가 교주가 되었냐 일 뿐. 모든 것에 환멸을 느낀 유엽은 이 아귀다툼에 발을 들이는 것을 꺼려했다. 그러나 이미 소천마들이 굴린 모략의 수레바퀴는 돌아가기 시작했고, 그렇다면 휩쓸리지 않기 위해 대비를 해야 했다.


“물러가시게. 따로 처방은 필요 없네.”


“예, 예! 소천마님.”


유엽은 의원을 물리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묵영이 이미 흔적을 지워 약간의 혈흔만이 아까의 사투를 증명하고 있었다. 달을 누르고 군청색의 하늘을 밝히며 동이 터온다. 여명이 잔뜩 지쳐있는 유엽의 얼굴을 비췄다.


작가의말

상쾌한 주말의 시작이네요!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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