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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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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280
추천수 :
4,491
글자수 :
124,092

작성
16.08.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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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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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글자
10쪽

잠룡천마 - 2.마천락(1)

DUMMY

마천락(魔天落). 마신의 하늘이 떨어진 곳.


대외적으로 알려진 마천락은 위험성과 실용성 때문에 폐기된 무공, 무구들이 잠든 곳이다. 그러나 혹자는 귀신의 굴이라고 언급조차 꺼리며, 또 다른 자들은 혹시 모를 절세비급이 잠들어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그 마천락에서 유엽은 녹슨 무기들과 낡은 내부, 켜켜이 쌓인 먼지들을 보며 감회에 젖었다.


‘많은 것이 뒤바뀌었지만 이곳은 멀쩡하군.’


“칼은 풀어 놓으셨습니까, 봉명공주?”


“어째서 본교의 소천마가 이런 곳에서 칼을 풀어야 하죠? 암습의 위험은 어쩌실 생각이구요!”


“이 곳은 칼을 들고 가는 것이 더 위험한 곳입니다, 소천마.”


구월이 서린을 바라보며 말하자, 서린은 그의 흉측한 몰골을 경계하며 칼에 손을 얹고 말했다. 구월은 서린이 자신을 경계하자, 빙긋 웃으며 헛기침을 했다. 유엽은 상념에서 깨어 구월과 서린을 바라봤고, 서린을 제지했다.


“서린, 그의 말대로다. 이곳은 칼을 들고 가면 더 위험한 곳이야. 날붙이를 보면 미쳐버리는 짐승들이 한둘이 아닐 테니.”


“마천락의 사서인 저보다 마천락을 더 잘 아시는 눈치시군요. 현명하십니다.”


“칫!”


서린은 입을 삐죽 내밀며 칼을 풀어 구월에게 던져주었다. 구월은 칼에 담긴 은은한 내공에 몸을 휘청 이며 쓴 웃음을 지었다. 유엽은 그 모습을 보며 서린을 타일렀다.


“네 조부가 말했다시피 이곳은 인외마경(人外魔境)이다. 모든 것을 얻으려다 모든 것을 잃은 자들의 무덤이지. 너도 그들과 같이 되기 싫으면 잠자코 이 자의 말을 들어야 살 수 있어.”


“네, 네! 알겠습니다. 정말 잘나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서린이 툴툴거리며 유엽을 비꼬자 유엽은 한숨을 쉬었다. 구월은 한쪽 구석의 먼지를 걷어내고 서린의 칼을 힘겹게 올려두었다. 구월의 비틀린 몸이 안타까웠는지 서린은 못내 구월의 상태를 물었다.


“괘, 괜찮은가요?”


“앞으로 이처럼 행동하면 큰일을 당하실 겁니다. 안쪽은 저조차도 제어하기 힘든 마인(魔人)들이 우글거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구월은 차갑게 대꾸하고 등불을 들어 앞을 비췄다. 서린은 싸늘한 구월의 태도에 헛바람을 삼키며 어이가 없어 했다. 유엽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으며 앞을 비추는 구월을 바라보았다. 구월은 유엽의 시선을 느꼈는지 등불을 유엽과 서린에게 비추고 말했다.


“제 이름은 구월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마천락의 사서이고 소천마님들을 안내해드릴 안내인이기도 하지요. 제 말에 따르지 않으면 목숨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우릴 어디로 안내할 셈이지?”


“마천락은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 곳 해검문(解劍門), 폐기한 무공을 모아둔 서고인 폐마고(廢魔庫), 위험한 병장기를 보관해둔 광협곡(狂峽谷), 그리고 폐마고와 광협곡의 물건들 덕분에 몸이 망가진 흑암도(黑暗島). 이 중 잠룡공자가 요청하신 곳은 폐마고입니다, 봉명공주.”


구월이 담담히 설명하자 서린은 고개를 까딱이며 앞으로 가라고 손짓했다. 유엽도 그녀의 의중에 맞춰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폐마고로 향하시게, 구월.”


“분부대로. 절 잘 따라오셔야 할 겁니다. 폐마고로 가는 길은 흑암도를 가로질러 가는 길이니.”


구월이 불편한 걸음으로 앞장서자 그 뒤를 서린, 유엽 순으로 뒤따랐다. 해검문을 지나자 나온 풍경은, 깎아지른 절벽의 면을 이용해 지은 전각들이였다.


“이건···, 아무리 폐기물품들이 오는 곳이라지만 너무하네요.”


서린의 말 대로였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한 모습을 보이며 서있는 건물들의 모습은 마치 언제라도 터질 듯한 이곳의 분위기를 말해주는 듯 했다. 또한 해가 떠있을 시간이나 기괴하게 자란 소나무들이 해를 가리고 선 것도 한몫을 거들고 있었다. 서린은 따라가기만 하는 것이 따분한 듯, 유엽에게 말을 걸었다.


“대사형, 저 사람은 뭐하는 작자이기에 이 마천락의 사서가 된 거죠?”


“교주님이 소천마이던 시절에 소천마였던 자다. 함부로 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예? 그럼 지금 태상호법에 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그보다 왜 그걸 지금 말해요?”


유엽은 서린의 책망을 무시하고 앞으로 가라며 눈짓했다. 서린은 입을 삐죽 내밀며 큰 걸음으로 걸어갔다. 유엽은 자신과 어울리는 서린의 모습에 이런 기억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즐거워졌다. 그저 암투와 정쟁뿐인 일상을 걸어왔던, 단 한 번의 빛줄기조차 빼앗겨야 했던 저번 삶과는 다른 의미,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걷자 안개가 그들을 앞에 놓여있었다. 구월은 뒤로 손을 내밀어 서린과 유엽을 세웠다.


“이 곳에서 부턴 목소리를 낮춰야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내공 또한 운용하시면 안 됩니다. 내력에 반응하는 실혼자(失魂者)들이 존재하는 곳에 도달했으니까요.”


“실혼자들이라면 어떤 이들이죠?”


“주화입마 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생명, 내공 등을 탐하는 이들입니다. 적어도 성마의 경지에 위치한 자들이죠.”


“적어도 성마라면···. 극마(極魔), 탈마(脫魔)의 사람들도 있다는 뜻인가요?”


서린의 물음에 구월은 의미모를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경우에 따라선 그 이상도.”


서린은 주먹을 쥐며 구월을 바라보았다. 침을 꼴딱 넘기는 모습에 구월은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등불을 들어올렸다. 등불이 안개 속을 비추며 드러나는 모습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폭풍이 할퀴고 간 듯, 주변의 전각은 찢겨나갔다는 표현이 들 정도로 형편없이 무너져 있었고 굳은 피와 채 썩지 않은 백골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가시죠.”


구월은 걸음을 옮겼다. 서린은 긴장된 몸짓으로 걸음을 옮기며 유엽을 바라보았다. 유엽의 표정은 예의 그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서린은 그 모습을 보며 심통이 나 고개를 팩 돌려버렸다. 유엽은 주변을 둘러보며 구월의 걸음에 맞춰갔다.


‘그 이상이라. 내 기억으로는 탈마의 경지였던 혈음노조(血陰老祖)가 가장 위험한 고수였었는데···.’


유엽의 상념을 듣기라도 한 것일까, 구월은 유엽을 바라보며 입술에 검지를 올렸다. 서린 또한 구월의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춰 주위를 살폈다. 구월의 전음이 서린과 유엽의 머리를 울렸다.


[그자입니다. 숨소리를 죽이세요.]


서린과 유엽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구월은 등불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둘과의 거리가 벌어지자, 구월은 허공에서 무얼 잡듯 안개를 움켜쥐고 잡아당겼다. 그러자 안개가 걷히고, 구월의 손에는 낡은 칼 한 자루가 쥐여졌다. 구월은 신경질적으로 칼을 땅에 꽂아 넣으며 서린과 유엽에게 다가갔다.


“저건 대체···.”


“검선(劍仙)이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물론이죠. 도교에서 추구하는 이상적인 무인이잖아요.”


서린이 대꾸하자 구월은 그 칼을 바라보며 말했다.


“검선의 전 단계인 신검합일(身劍合一)의 경지를 추구하다 몸 전체가 안개가 되어버린 자가 바로 이 칼의 주인입니다.”


“그럼 이 안개가 사람이라는 뜻인가요?”


“예. 이 안개가 바로 정파의 전설적인 검객, 극검(極劍) 현해자(玄海子)입니다. 달리 무당파의 전 장문인으로 알려져 있죠.”


서린은 구월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라 그 칼을 바라보았다. 녹이 시퍼렇게 슬어있는 검신(劍身)에는 이제는 희미해져가는 태극음각이 자리하고 있었다. 유엽 또한 그 말을 들으며 눈을 빛냈다. 구월은 그 둘의 반응을 뒤로하고 등불을 집어 앞으로 가져갔다.


“이자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런 무림전쟁의 잔재들은 여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널려있습니다. 중요한 건 저희가 폐마고에 도달했다는 겁니다.”


등불이 그려낸 풍경은 의외로 멀쩡했다. 음산한 분위기에 동화되어 귀기어리고 낡은 전각일 줄 알았으나, 적당히 크고 관리가 잘 된 전각이 서린의 눈에 들어왔다. 단정한 글씨체로 쓰여진 폐마고라는 간판도 이질적인 느낌을 내고 있었다. 구월은 폐마고의 문을 열며 말했다.


“들어오시죠.”


서린과 유엽은 구월을 따라 폐마고의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둘을 맞이한 것은 뒤죽박죽 책장에 꽂혀있는 압도적인 양의 서적과, 코를 슬그머니 누르는 퀴퀴한 종이냄새였다. 구월은 등불에 씌운 천을 벗기고 문 옆에 놓여있는 탁자에 놓았다. 유엽은 구월을 보며 말했다.


“의복과 먹을 것. 침구류를 마련 해 줄 수 있겠나?”


“말 하시는 것으로 보아하니 제 거처가 이 곳임을 알고 계시는 모양이군요. 헌데, 무상으로 제공하기에는 이곳에선 너무 값진 것들 아니겠습니까?”


“아 참, 이 곳이 마학자(魔學子)의 근거지라는 것도 잘 알고 있지.”


구월은 마학자라는 말에 눈을 부릅뜨며 유엽을 바라보았다. 유엽은 씩 웃으며 앞 쪽의 책장으로 걸어가 낡은 책 한권을 집어 들며 말했다.


“난 많은 것을 바라지 않소. 그저 앞서 말했던 대로 침구류와 의복, 식사 약간만 제공받으면 끝이니.”


“얼마나 알고 계시오?”


“난 그저 풍문으로 듣고 아는 게 다요. 구월 당신에게 뭘 바라고 들어온 것도 아니고, 너무 적개심은 드러내지 마시오.”


구월은 적의에 찬 눈빛으로 유엽을 경계했다. 서린은 구월의 눈빛을 보고 유엽의 곁에 한발 다가섰다. 유엽은 구월의 눈빛을 책 너머로 넘기며 딴청을 피웠다.


“···알겠습니다. 시종을 시켜서 보내도록 하죠. 더 필요한 것이 생기시면 이 탁자 위에 있는 종을 울리시면 됩니다. 그럼.”


한참 유엽을 바라보던 구월은 탁자에서 종을 꺼내고 빼곡한 책장 사이로 사라졌다. 서린은 구월이 사라지자 유엽의 소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대사형, 이젠 말하세요. 사부, 아니 교주님이 어떤 말을 하셨는지. 대사형은 어떤 사람인지.”


서린의 타오르는 눈길이 유엽의 눈과 마주했다.


작가의말

일주일의 마지막이네요. 모두들 편안한 휴식 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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