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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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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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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4,092

작성
16.09.0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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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잠룡천마 - 3.잠룡출해(完)

DUMMY

구월은 안개에 휩싸인 비밀서고를 바라보며 차를 마셨다. 마지막 시험이라곤 하였으나, 구월은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에게 은혜를 베푼 천마의 아들이라고 하나, 결국 무공의 수위는 범재.


탈마경을 넘어선 호무량의 손녀가 휘말린 것이 두렵긴 하였으나, 현해자의 단독 행동으로 얼버무리면 금방 잊힐 사건이었다. 더군다나 후환을 제거해 준 대가를 나머지 소천마들에게 받을 수 있을 터였다.


쾅!


적막만이 켜켜이 쌓인 마을에서 한줄기의 굉음이 들려왔다. 비밀서고의 안개가 걷혔다. 차를 홀짝이던 구월은 그 소리가 들리자 오싹함을 느끼며 안개가 걷힌 비밀서고를 바라보았다. 구월은 상기된 표정으로 찻잔을 정리했다.


"범상치 않다고 했더니···. 제 상상을 뛰어넘으셨군요."


구월은 짜릿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비밀서고로 향했다.








비밀서고.


이젠 서고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몰골이 되어버린 곳에서, 유엽은 서린을 뉘이고 자신의 내공을 서린에게 불어넣었다.


서린의 창백했던 안색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유엽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하늘을 바라보던 유엽은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구월, 나오너라."


그러자 구월이 난장판이 된 서고 밖에서 걸어왔다. 유엽의 앞에 다다르자, 구월은 재빨리 부복하며 외쳤다.


"이 구월, 견마지로를 다하겠···!"


"닥쳐라."


유엽은 구월의 외침을 끊으며 그를 발로 걷어찼다. 내공이 들어가진 않았으나, 구월의 자세를 흔들어 넘어뜨리기에는 충분한 힘이었다.


구월은 다시 일어나 부복했고, 유엽은 또 다시 걷어차서 구월을 넘어뜨렸다. 유엽은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넘어져 있던 구월의 몸뚱이에 던졌다.


"무엇인지 알아보겠느냐?"


"속하는···, 전혀···."


구월이 시치미를 떼자, 유엽은 내공을 끌어올려 심혼락을 발동시켰다. 모든 사마를 제어하고, 꿰뚤어보는 무공. 유엽은 구월의 멱살을 잡아 일으켜 세우곤, 두 눈을 마주봤다. 구월은 유엽의 끝을 알 수 없는 눈동자의 깊이에 전율했다. 유엽이 말했다.


"다시 말하겠다. 무엇인지 알아보겠느냐?"


"그, 그것은···!"


"말해."


"소, 소인의 마지막···, 시험이었습니다. 고, 공자를 미행하던 잔월각의 자객을 잡아, 현해자를 빙의시켜서···."


그 말을 듣자 유엽은 구월을 바닥에 내팽개치고서 구월의 머리 바로 옆에 진각을 밟았다. 바닥이 찢겨나가고, 유엽은 몸을 숙여 구월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지막 시험이라고 했으니, 나도 너에게 마지막 시험을 하겠다. 한 번만 더 이런 식으로 나를 귀찮게 하고, 내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하려 한다면···. 죽음을 바랄 정도로 착실하게 찢어발겨 주겠다."


구월이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자, 유엽은 발을 치우고 몸을 일으켰다. 유엽은 던졌던 칼을 다시 허리춤에 꽂고, 서린을 등에 업었다.


"아, 안가(安家)로 안내하겠습니다."


"마천락의 주요 간부들도 모조리 소집해."


"조, 존명."


구월은 바닥에서 일어나 먼지를 털고, 안가를 향해 앞장섰다. 뒤돌아서서 걸어가는 구월의 입에는 환희의 미소가 걸려있었다.








지하에 위치한 마을의 안가.


탁자에 놓인 등불은 은은한 빛으로 유엽과 서린, 그리고 다섯명의 남녀를 비췄다. 유엽은 다섯 명의 남녀 중 하나, 구월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 모인 건가?"


"예."


유엽의 말에 구월은 대답했다. 아직은 채 회복되지 않은 듯, 창백한 얼굴을 한 서린도 관심을 보이며 그들을 둘러봤다. 유엽은 그런 서린에게 눈짓하며 말한다.


"시작해, 사매."


서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깊은숨을 들이쉬었다. 다섯 남녀가 그녀를 바라보자, 숨을 토해내며 말한다.


"본인은 호서린. 본교의 네 번째 소천마이며, 별호는 봉명공주, 마도화에요. 조부로 염천빙공 호무량을 두고 있으며, 아군으로는 여기 있는 대사형 유엽. 이것이 내가 가진 세력의 전부에요. 하지만···. 그대들이 나를 따라준다면, 나는 신교 내부의 적들, 그대들을 이곳으로 몰아넣은 그들을···. 그대들 앞에 무릎 꿇게 하겠어요."


구월은 감탄의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 마천락에서 성장한 것은 유엽만이 아니였다. 풋내 가득했던 온실 속의 공주는 어느덧 은은한 패기를 뿜으며 좌중을 압도하고 있었다. 유엽은 서린의 말이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본인은 유엽이다. 첫 번째 소천마이고, 알다시피 잠룡공자라고 불리고 있지. 난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사매가 모든 것을 이루고 천마가 되는 것을 지원할 뿐. 끝이다."


유엽은 간단히 자신을 소개하고 좌중에게 눈짓하자, 한 여인이 일어나서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설검영(雪劍影)입니다. 광협곡의 곡주(谷主)이며, 수많은 신병이기(神兵利器)들의 대리인입니다. 만약 그들을 제 앞에 무릎 꿇려 주신다면···. 제 목숨, 아니 광협곡의 그 어떤 것이라도 바치겠습니다."


"설 씨···. 만병문주와는 무슨 관계죠?"


"제가 사지를 찢어 죽여야 할 사람입니다."


서린의 물음에 설검영은 원독에 찬 눈을 불태우며 말했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손을 잘게 떨었으나, 눈을 감고 진정하며 다음 사람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피풍의를 입은 사내가 일어나며 말했다.


"소인은 장철주(長鐵柱)요. 흑암도를 이끄는 자이기도 하고, 주화입마에 든 자들을 돌보는 사람이기도 하오. 바라건데···, 무림전쟁과 마교 내부의 정쟁에 희생된 이들을 구원해 줄 이들이길 바라겠소. 그들은 그것을 위해선 무엇이든 할테니까."


그는 굵은 목소리로 말을 끊었다. 유엽은 담백한 인물일 거라는 생각과 함께 눈을 다른 이들에게 돌렸다. 익숙한 이가 눈에 띄었다. 유엽이 말했다.


"저자는 문지기 아닌가?"


"크크크···. 소인은 문지기이자 해검문의 문주인 청호(靑虎)입니다. 다른 말은 굳이 필요 없을 것 같고. 비천신마와 잔월각주 그 두 씨발놈들을 제 눈앞에 데려다주시오. 사례는 내 목숨으로라도 하지."


청호의 말이 끝나자, 조용히 자리를 지키던 노인이 일어났다. 마학장이였다.


"신림(新林)의 수장인 마학장 백적(伯積)이요. 두 소천마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하지."


서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학장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덧붙였다.


"물론 날아간 비밀서고는 빼고 말이네."


딱딱해져 가는 분위기를 잠시 농담으로 풀자, 구월은 헛기침을 하며 자신에게 주의를 환기시켰다.


"마천락의 사서인 구월입니다. 널리 알려진 별호는 폐공자라는 별호가 있지요. 전 솔직히 기쁩니다. 탈마경에 육박하는 주군을 모시게 되었으며, 우리 마천락 식구들의 숙원을 해소해줄 것을 약속하는 여장부 밑에서 일하게 되었으니까요. 그렇기에, 이자리를 빌어 사죄하겠습니다."


구월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린과 유엽에게 다가가, 오체투지(五體投地)를 행했다.


좌중에 있던 마천락의 간부들은 구월의 행동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존심의 화신이던 구월 아니었던가! 그런 그가 절대복종의 의미인 오체투지를 행하는 광경에 모두가 당황하기 충분했으리라.


"제 어리숙한 자존심에 위기에 처한 점을 사죄드리겠습니다. 단지, 우리의 숙원을 해결해 줄 주군을 바랬을 뿐···. 목숨을 거둔다고 해도 달게 받겠습니다."


유엽은 구월의 오체투지를 바라보다, 서린을 보았다. 서린은 잠시 눈빛이 흔들렸으나 이내 또렷한 시선으로 구월을 보았다. 그녀는 구월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당신의 죄를 아시고 계시는 군요, 구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그 죄, 나와 이곳 모두에게 속죄하세요. 목숨이 아닌 능력으로."


서린은 구월을 자리에 앉히고, 모두에게 앉으라며 손짓했다. 유엽과 간부들은 자리에 앉았다. 다섯 명의 간부들은 그저 얼굴만 예쁘장하고 성격이 괄괄하다는 정보밖에 알려지지 않은 서린이 얼마나 큰 그릇의 인물이었는지 느꼈다.


왜 유엽이 그녀를 소교주의 자리에 앉히려는 지도. 그녀는 강자존의 신념이 아닌, 지키기 위해 강해지라는 천마신교 본래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있었다.


"이젠···, 이 칙칙한 협곡에서 나가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잖아요?"


서린의 말에 다섯 간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숨죽여 그녀의 말과 과거를 음미할 뿐.





그러한 침묵 속에서, 사 공녀 호서린이 천마신교의 암투에 도전장을 던졌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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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2

  • 작성자
    Lv.73 쌔새뮈
    작성일
    16.09.05 18:35
    No. 1

    구월은 안죽리는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달빛서린검
    작성일
    16.09.05 18:43
    No. 2

    오늘도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산해山海
    작성일
    16.09.05 19:08
    No. 3

    즐겁게 잘 봤습니다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마령검銀白
    작성일
    16.09.05 19:29
    No. 4

    구월믜 생각 중 서린이 호무량 딸로 언급되었는데 수정하셔야 할 듯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9 적청하
    작성일
    16.09.05 19:45
    No. 5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수동태
    작성일
    16.09.05 19:51
    No. 6

    아....진짜 담편보고싶당..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3 소주병
    작성일
    16.09.05 21:52
    No. 7

    오! 드디어... 좋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소설보러
    작성일
    16.09.06 18:42
    No. 8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모종
    작성일
    16.09.07 14:43
    No. 9

    언제 올라오나요?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미르네
    작성일
    16.09.11 12:23
    No. 10

    에...앞서 종종 어색한 부분이 있긴 해도 그럭저럭 볼만했는데 이 편 내용은 좀 어처구니가 없네요. 애초 절정에도 이르지 못 했던 두 소천마에게 무려 다섯 단계나 위인 현경의 고수를 암수로 보내고 시험 운운하는게 말이 되나요. 전편 서린의 전투장면을 보면 만약 주인공이 애초 선포한대로 성마의 경지에만 올랐다면 이거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무위 차이가 느껴지던데요. 이건 구월은 주인공에게 뭘 기대하고 시험한 게 아니라 그냥 죽으라고 보낸거 아닌가요? 이번 화 초반부만 봐도 주인공과 서린을 이용해 먹을 생각만 하고 있구요. 진짜 시험의 의도였다면 애초 언급했던 성마급 무인을 보내야 말이라도 되죠.
    더 이해 안가는건 주인공이 그걸 또 다 받아주고 구월 살려주네요. 회귀 전 마도제일인으로 무림도 황실도 잡아먹은 분이 왜 저렇게 어설픈가요. 자기 죽일려고 한 사람에게 한번만 더 이러면 죽여버린다는데 자비가 넘치네요. 영약 하나와 운기조식 한번으로 다섯단계를 뛰어넘은 주인공이 저런 거 다 받아주면서 구월 살려서 데리고 있을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네요.

    찬성: 2 | 반대: 1

  • 작성자
    Lv.70 go****
    작성일
    16.09.20 10:51
    No. 11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마아카로니
    작성일
    18.08.04 10:19
    No. 12

    건투를.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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