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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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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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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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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092

작성
16.09.0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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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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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잠룡천마 - 4.늑대들의 제전上(4)

DUMMY

“네가 가지고 있다며? 칼.”


태극신마가 서린에게 말했다. 산발이 된 그의 머리칼에 가려진 눈이 번뜩였다.


“그 칼 말이군요.”


서린은 그가 다가오자 몸을 흠칫 거렸지만, 이내 사태를 파악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태극신마는 고개를 까딱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내놔.”


“내놓다니요, 무엇을?”


서린의 반문에 태극신마는 눈썹을 올리며 서린을 째려봤다. 태극신마는 서린에게 한 발짝 다가오며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태극검. 네가 가지고 있잖아.”


“물론 제가 가지고 있긴 하죠. 드리기도 할 거예요. 근데, 지금 당장은 드릴 수가 없네요.”


“왜지?”


서린이 능청을 떨자, 태극신마는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러자 서린은 태극신마의 손짓에 구석에 찌그러져버린 만병문주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치들이 저희를 죽이려 하고 있고, 저희가 죽으면 태극검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르게 될 거니까요.”


태극신마는 등을 돌려 전장을 쓱 훑었다. 그러자, 서린을 습격하려 했던 모든 이들이 공포에 젖어 부르르 떨어댔다. 태극신마가 그들을 보더니,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땅에 긴 흉터가 생겨났다.


“넘어오면 죽는다.”


땅마저 찢어발기는 태극신마의 가공할 무력에 모두가 경악했다. 태극신마는 아무렇지 않게 뒤돌아 서린에게 손을 내밀며 칼을 요구했다. 그러자 서린은 침을 삼키고 말했다.


“칼을 드리면 어떻게 하실 거죠?”


“그건 네 알바가 아니야, 애송이. 어서 칼을 내놔.”


“절 지켜주세요. 그럼 칼을 드리죠.”


그 말을 듣자 태극신마는 서린의 목을 움켜잡고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서린이 태극신마의 손목을 쥐고 바둥거렸으나, 의미 없는 몸짓이었다.


“나에게 흥정을 걸어? 배짱한번 두둑해. 난 이대로 네 목을 비틀어버릴 수도 있어.”


“그···,럼 당신 사형의 칼은···. 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에···, 묻히겠죠···!”


서린을 묵묵히 바라보던 태극신마는, 혀를 차며 그녀를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서린은 마른기침을 하며 태극신마를 올려다보았다.


“과연···. 날 부추긴 그놈의 사매야. 그 흥정, 응해주지.”


태극신마는 말을 마치고 가볍게 진각을 밟았다. 그러자, 가공할 기운이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며 전장을 잠식했다. 그런 광경을 보던 만병문주는 피를 토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을 둘러보자 온통 겁먹은 이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런···! 모자란 새끼들아, 빨리 저년을 죽이지 못해!”


칼을 들고 윽박을 지르던 그의 눈에 정신을 잃어버린 설검영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설검영을 들어 올려 목에 칼을 겨눴다.


“잘 봐라, 무능한 놈들아! 이렇게 죽이란 말이다!”


만병문주는 칼을 힘차게 당겼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의 손은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아보려 고개를 돌리려 했으나, 고개조차 돌릴 수가 없었다. 그의 머리는 거구의 사내에게 쥐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넌 뭐하는 놈이기에 내 손녀 집에서 궁상떨고 있냐?”


“···!”


사내는 가볍게 만병문주의 허리를 걷어찼고, 만병문주의 상체는 불꽃에, 하체는 냉기에 휩싸여 각기 다른 곳으로 향했다.


“할아버···!”


“이년아, 이제야 날 찾아? 가정교육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어! 이 빌어먹을 놈, 저따위로 키우다니. 에잉, 쯧쯧!”


서린을 보며 우렁차게 꾸짖어 대는 그는 염천빙공 호무량이었다. 태극신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서린에게 물었다.


“저자도 죽여야 하나?”


“그랬으면 좋겠지만, 안돼요.”


태극신마의 물음에 서린은 한숨을 쉬었다.










별이 잠든 대지라고 불리는 청해성의 명소(名所), 성숙해(星宿海).


수백 수천의 연못과 늪지가 하늘의 별마냥 땅에 박혀있는 신비의 대지. 수많은 모우(牦牛)와 새들, 고원의 토끼가 목을 축이고 별을 노래하는 곳. 그 장엄한 대지의 위에 유엽이 서있었다.


‘공동파가 곤륜을 제물로 바쳐 마교의 준동을 막았다···. 이를 알게 되었던 것도 십년 후이고, 곤륜혈마(崑崙血魔)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십년 후였지.’


곤륜파를 멸문시켜 무림과 관(官)의 모든 이목을 집중시킨다. 마교의 평판을 끌어내렸을 뿐만 아니라 마교의 섣부른 행동까지 막는 공동파의 계략이었다. 무림맹의 재가를 받은 이 계략은 훌륭하게 성공하였고, 마교가 중원으로 진출할 수 없는 이유를 만들어냈다.


‘곤륜혈마를 보냈으니 서린 쪽은 당분간은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계획대로 돌아간다면 태극신마까지 있을터. 문제는 이제 이곳인데···.’


유엽은 천천히 성숙해의 늪지를 걸어갔다. 찰박거리는 소리와 함께 진흙이 유엽의 발을 움켜쥐었다. 가물거리는 전생의 기억이 유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분명히 이쪽일 터였으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저 드넓은 성숙해의 모든 곳을 하나하나 밟아가고 있을 뿐. 자신에게 오라고 손짓하는 진흙, 그저 반짝이는 세 호수들. 가물거리는 기억 속에도 확실히 그려지는 장소였다.


옆으로 한걸음, 앞으로 한걸음. 몇 차례나 움직였을까, 그런 유엽의 발을 잡아당기는 곳이 있었다. 유엽은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그 곳에 두발을 담갔다. 그러자 늪은 더욱더 빠른 속도로 유엽을 먹어치웠다. 이윽고, 유엽의 모습은 성숙해에서 찾을 수 없었다.






“좀 이른 시기지만 이곳은 여전하군.”


늪지에 삼켜졌던 유엽은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원통을 반으로 자른 듯한 동굴, 천장에 박혀있는 빛나는 보석들. 유엽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조금 더 나아가자, 벽에는 무기가 걸려있었다. 유엽이 그 무기를 손으로 훑었다. 몸을 훑는 예기가 손을 통해 퍼져나갔다. 장인의 손길. 유엽은 손을 거두고 앞으로 걸어갔다.


“이곳은 어찌 알고 들어오셨소? 이방인이 함부로 올 만한 곳이 아닐 텐데.”


우렁우렁 울리는 소리에 유엽은 그를 쳐다봤다. 그는 철제문 앞에서 나무껍질을 질겅이고 있었다. 웃통을 벗고 머리에 두건을 쓴 그는 비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그는 나무껍질을 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라오쇼. 밖으로 보내드릴 테니.”


“야장(冶匠)을 뵈러 왔소.”


문을 열던 두건사내는 행동을 멈추고 유엽을 바라보았다. 유엽의 얼굴은 덤덤했고, 두건사내는 그런 유엽을 보며 한숨을 쉬고 말했다.


“보니까 천성야장(天星冶匠) 그분을 뵈러 온 것 같은데···. 지금 제정신이 아니오. 나중에 찾아오쇼.”


“그게 무슨 소리···?”


두건사내는 침을 뱉고 주먹으로 벽을 때렸다. 그러자 벽이 움푹 들어갔다. 이윽고 두건사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유엽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교···, 그 개 잡졸 놈들이 우리 성숙해의 대장간을 하나하나 파괴하고 있소. 그리고 독립했던 천성야장 그분의 아들마저 잔인하게 살해해 버렸지.”


“마교라니? 대체 누가?”


“잠룡공자, 그 씹어먹을 새끼가! 성숙해의 대장간에서 어찌 감히···!”


유엽은 자신의 별호를 듣자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마천락에서 나온 즉시 자신은 소마전에 은거하여 모든 이들의 이목을 속이고 은밀하게 행동중이였다. 누군가에게 모함을 받을 행동도, 그럴 여지도 남기지 않았을 터였다. 유엽은 마음을 진정시키고 두건사내에게 물었다.


“그 잠룡공자라는 자, 생김새에 대해서 알 수 있겠소?”


“나도 자세히는 못 들었소. 그저 녹색의 기운을 두르고 있다는 말 밖에는···.”


녹색의 기운이라는 말에 유엽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녹색의 기운에 감히 성숙해의 대장간을 침범할 수 있는 자···. 그자뿐이로군.’


유엽은 그자를 머릿속에 그렸다. 왜 자신의 이름을 들고 활동하는 줄 모르겠으나, 어차피 그는 자신의 손에 가장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죽어야 할 인물이었다. 이젠 그 순서가 늦냐 빠르냐의 문제일 뿐.


‘생각보다 빠르게 조우하게 되었어. 전생에서 서린과 날 상잔하게 해준 보답은 톡톡히 치르게 해주지.’


유엽은 두건사내의 어깨를 잡으며 웃었다.


“그 잠룡공자라는 자, 내가 죽여 드리지.”









호수가 독기에 증발하고, 모든 대장장이들이 목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그 독을 풀어놓은 장본인은 손바닥을 비비며 만족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호수 밑의 대장간이 한 순간에 멸망하는 순간이었다. 숨을 헐떡이던 마지막 대장장이가 독을 푼 자의 발목을 잡았다.


“이···놈! 잠룡공자···.”


“그래, 내가 잠룡공자다. 잘 알아 두도록.”


그는 소매에 손을 넣어 부채를 꺼내, 자신의 발목을 잡던 손을 간단히 으깨버렸다. 부채를 접고 자신이 잠룡공자라 칭하는 인물은 뒤를 돌아 천천히 걸어갔다. 그러자 귀면탈을 쓴 사내가 날아와 그의 앞에 부복한다. 한풍의 옆에 있던 그자였다.


“힘든 일이셨을 텐데, 저희 삼 공자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부교주님.”


“별말씀을. 난 그저 신력공자가 천마가 되길 바랄 뿐이요. 이제 남은 곳은 어디요?”


“이제 천성야장을 잡아서 본교로 데려가면 모든 일은 끝입니다.”


귀면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정체는 천마신교의 부교주, 허상이었다. 둘은 그 말을 끝으로 천성야장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작가의말

주말이 찾아오는 금요일입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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