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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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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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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1
글자수 :
124,092

작성
16.09.1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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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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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
글자
8쪽

잠룡천마 - 5.늑대들의 제전下(1)

DUMMY

“여긴···.”


유엽은 온 몸에서 고통을 느끼며 눈을 떴다. 흰 침대와 싸늘한 공기, 책상하나만 놓여있는 단출한 방이었다. 유엽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안대를 찬 중년이 그의 머리를 밀어 눕힌다.


“내 집이네. 지금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니 누워계시게. 방금 의원이 왔다갔으니.”


“성천야장···.”


“그래, 내가 성천야장일세. 무슨 일로 내 공방을 찾았는지도 대충 감이 잡히네. 마신제전···. 맞지 않나?”


유엽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성천야장은 혀를 차고 말한다.


“쯧, 안타깝지만 난 새끼늑대들이 벌이는 패싸움에 낄 생각이 없네. 내가 아들을 잃어 제정신이 아니라는 거짓 소문도 그래서 퍼뜨린 것이고. 성숙해를 습격한 범인을 잡아준 것은 감사하게 생각하고는 있다네.”


성천야장은 말을 끝맺고 흐트러진 이불을 끌어올려 유엽에게 덮어주었다. 그리곤 긴 머리를 벅벅 긁더니 품을 뒤져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이건 성숙해의 보증이라네. 언제든 무기 한 자루를 준다는 내용이지. 마교의 일 공자라고 하셨나?”


“그 한자루···, 지금 정하겠소.”


“몸이 더 회복된 뒤에 하지 그러나?”


유엽이 고개를 젓자 성천야장은 한숨을 쉬며 말한다. 이런 고집불통 부류들은 말을 해봤자 듣지 않는다는 수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한숨이었다. 자신도 그런 부류였으니까.


“뭐, 마음대로 하시게.”


유엽은 성천야장의 허락이 떨어지자 가냘픈 손목을 들어 성천야장을 가리켰다. 성천야장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그의 손목을 강제로 끌어내렸다.


“하하, 날 기어코 데려가겠다?”


“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대겠소.”


“철마당(鐵魔黨)말인가? 난 이미 그 곳을 떠났다네.”


“전대 당주가 죽었소. 그리고 당신의 아들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지.”


성천야장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유엽의 손목에서 손을 떼며 말한다.


“그 녀석은 내 손을 떠난 놈이야, 어찌 되든 상관이 없지.”


“죽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요. 그는 곧 성천야장의 신념을 져버리게 되지.”


“내 신념에 대해서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는군. 게다가 이미 내 손을 떠난 놈이라고 말했을 텐데?”


“그의 칼은 이미 중심이 뒤틀려있고, 망치질은 헐겁기 그지없소. 이제 곧 당신이 말하는 쓰레기들을 만들어 어울리지 않는 이들에게 던져줄 것이오. 이래도 괜찮소?”


성천야장은 그의 말에 헛웃음을 뱉으며 말한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말고 몸이 회복되면 여길 썩 떠나게.”


“내가 죽인 이는 본교의 부교주, 허상이었소.”


“······!”


성천야장은 유엽의 말에 놀라 창백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유엽은 말을 이어갔다.


“나를 따르시오. 당신을 쫒아낸 이들에게 복수를, 그리고 필생의 비원과 이면의 숨겨진 모든 것을 알려주겠소.”


“나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알아온 모양이군···. 그리고 이면의 숨겨진 것이 뭐지?”


“날 돕겠다는 전제 하에.”


성천야장은 책상에 앉아 안대의 표면을 벅벅 긁어댔다. 유엽은 창백했지만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성숙해의 생활은 만족스러웠고, 과거의 일은 묻어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소원은···, 소원이었을 뿐. 그러나 지금, 갑자기 나타나 포기했던 모든 것을 이뤄주겠다는 자가 등장했다.


“잠시.”


생각을 마친 성천야장은 짤막한 한마디를 남기며 바깥으로 향했다. 유엽은 그런 성천야장의 뒷모습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몸에 줬었던 긴장을 풀었다.


그러자, 고통이 유엽의 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유엽은 과거엔 익숙하기까지 했던 그 고통 속에서 생각했다.


‘생각보다 대단한 내공심법이야, 혼원패천공. 내기의 공능을 무효화 시키는 것은 알았지만 독까지 중화시킬 줄이야···. 하지만 몸 상태는 영 아니군.’


유엽은 내공을 슬쩍 휘돌려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용마경의 능력으로 단단한 육체가 자리했던 그의 몸은 어느새 비쩍 마른 채였다. 단전에 남은 얄팍한 내공은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았다. 한숨을 쉬며 유엽은 확인을 멈췄다.


‘내 휘하에서 팔대장군이라 불리던 이들 중 곤륜혈마, 태극신마는 십년이나 더 빠르게 내 밑에 들어왔다. 성천야장까지 들어오면 셋···.’


“이보게, 자네.”


유엽의 상념을 끊으며 성천야장이 손가락만한 망치를 들고 나타났다. 유엽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성천야장은 침대 위에 앉아 그 망치로 가볍게 유엽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자 엷은 진동이 온몸의 구석까지 퍼졌다가, 그 울림은 다시 성천야장에게 돌아왔다.


“몸이 상당히 부실하군.”


“알고 있습니다.”


“지금 자네의 상태는 경각에 달했어. 내공과 외공의 부조화가 몸을 뒤틀어 버릴 정도지. 제대로 싸움조차 할 수 없었을 텐데 허상을 이겼다라···, 상당히 흥미로운 자야.”


“···.”


유엽은 성천야장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자신의 부조화는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깨달음은 이미 아득한 곳을 향하였고, 내공은 아직 부족. 게다가 몸은 삼류무인보다도 못한 몸.


부조화 속에서도 탈마경이라는 경지에 도달한 것은 순전히 유엽 자신의 능력이었으나, 그 부조화 덕에 지고한 경지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해 허상의 예기치 못한 피습에서 위기에 처한 것도 사실이었다.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마공의 경지는 삼마지경과 그 위의 두 단계가 있네. 검기를 사용하는 성마, 묵령기를 보이는 경지인 극마. 그리고 백령기의 탈마. 정파의 성경, 화경, 현경의 경지처럼 내외공의 조화가 필수적이지. 마공은 특히 더!”


“그건 저도 잘 알고···.”


“그런데 자네는 그 내외공의 조화가 완전히 깨져있어. 마치···, 그 세 단계를 넘어 반로환동(反老還童)의 고수라도 된 것처럼.”


“···.”


“대답하기 곤란한 모양이군.”


날카로운 성천야장의 말에 유엽은 또다시 침묵했다. 추측은 틀렸으나 자신이 이질적인 존재인 것을 눈치 챈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유엽이 입을 꾹 다물고 있자 성천야장은 망치를 책상위에 올려두고 말했다.


“내 필생의 숙원을 이뤄준다고 했나?”


“그건 확실히 장담하오.”


“그럼 마교의 신물(神物)인 흑천도룡포(黑天屠龍包)와 천마도(天魔刀), 그 이상의 것을 만들어 내게 할 수 있겠나?”


“난 준비가 되었소. 남은 건 당신이 어떻게 철을 두드리냐에 따라 달렸지.”


유엽의 말에 성천야장은 잠시 얼굴을 꿈틀거리더니 폭소하며 외쳤다.


“푸하하! 철웅아, 게 있느냐?”


“예, 어르신.”


“짐 싸라!”


“예?”


“짐 싸라고!”


철웅의 반문에 성천야장은 호통을 쳤다. 그러자 밖에 있던 철웅은 목을 움츠리며 마굿간으로 향했다. 성천야장은 애써 웃음기를 가라앉히고 말했다.


“흑천도룡포와 천마도는 본 적이 있겠지?”


“만져도 봤으니 안심해도 좋소.”


성천야장은 그의 대답을 들으며 생각했다.


‘아직 늑대새끼일 뿐인데 상당히 노련해···. 마신제전의 전과 후에 신나게 벌이는 내전, 늑대들의 제전에 주역이 될 놈이야. 그런데···.’


성천야장은 잠시 밀려오는 반문을 붙잡고 입 밖으로 뱉었다.


“그 몸과 내공은 어찌할 셈인가? 설마 그 몸으로 마교까지 가겠다는 건···?”


“시간이 없소. 암투는 극에 달했고, 마신제전은 바로 앞으로 다가왔지···. 아직은 충분하오.”


유엽은 강건한 목소리로 말을 뱉고, 눈을 감으며 머리를 뉘였다. 그러자, 참아왔던 고통이 다시 모습을 보였다.


표정은 요지부동이었으나, 연약한 몸은 의지와는 다르게 고통에 잘게 떨고 있었다. 성천야장은 그 광경에 어딘지 모를 처절함이 느껴졌다. 저런 이에게는 단 하나의 말 빼고는 들리지 않는다.


알겠다는, 그 단 한마디밖에.


“알겠네.”


성천야장은 짤막히 대답하고 유엽을 들쳐 업었다.


작가의말

몸 상태가 근 이틀 동안 좋지 않아 연재가 많이 늦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몸조리를 하여 다음에는 더 빠른 시일에 볼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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