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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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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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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092

작성
16.09.15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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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글자
9쪽

잠룡천마 - 5.늑대들의 제전下(完)

DUMMY

소마전, 유엽의 거처.


곤륜혈마와 성천야장을 얻기 위한 이주간의 여정, 마룡문주와의 대결. 수많은 고난을 넘긴 유엽은 안락함을 느끼며 침대에 누웠다. 그러나, 그 휴식은 오래가지 못했다. 서린이 발을 쿵쾅거리며 소마전의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유엽은 한숨을 쉬며 반겼다.


“간만이지, 서린?”


“대사형, 대체 어디 갔다가 이제 오신 거예요! 이주가량을 대체 교 밖에서 뭘 하고 왔어요? 그리고 곤륜파의 장문인은 또 언제···!”


“일단 좀 앉자. 안 그래도 조만간 부르려고 했다.”


유엽은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에 쌓여있던 먼지를 쓸어냈다. 서린은 그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천마신교의 첫째 사형을 뭐로 보는 건지, 시비들도 두지 않고 청소조차 안하다니···.”


“본교의 전반적인 생활을 담당하는 신회각이 적의 손에 넘어가있으니 어쩌겠느냐. 그나저나, 소식은 들었다. 만병문주의 습격에 잘 대처했더구나.”


“대사형이 주신 그 칼 덕분이죠. 그런데 그 칼에 얽힌 연원은 또 어찌 아신 건가요?”


“무당의 쌍검이라 불리는 사형제는 원체 유명한 이야기라···. 그중 사형인 현해자의 칼이 여기서 발견될 줄은 몰랐지만.”


유엽은 조용히 대꾸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 칼은 정확히 구년 후, 천하제일검의 딸이었던 그녀에게 받게 되는 검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에게 그 칼을 주었다는 죄로 말미암아 죽게 되었다. 그런 칼이 마교 내부에, 그것도 마천락에 있었다. 제아무리 유엽의 전생으로 사건들이 뒤틀렸다고는 하나, 이상함을 느끼기 충분한 사건이었다. 생각에 빠진 유엽을 바라보던 서린이 탁자를 탕 치며 유엽을 상념에서 끄집어냈다.


“또 딴생각하시네, 또! 무슨 일 있는 줄 알고 걱정했었잖아요···.”


“탈마경에 이른 사람을 걱정하는 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짓이야.”


“그래도···.”


“내가 없는 동안 어떤 일이 있었지?”


서린은 자신의 질문을 묵살한 유엽의 대답에 우물쭈물하면서 이를 갈았다. 한숨을 쉰 후, 서린은 대답했다.


“삼 공자의 진형에 있던 만병문, 태극신마와 해원조, 도마가 이 공자 측으로 넘어갔다고 들었어요. 이건 태극신마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확실할거에요.”


“만병문과 태극신마를 넘겼다라···. 너무 딱 맞아 떨어지는 인선이군. 역시 삼 공자 측에 책략가가 붙은 게 분명해. 본교내에선 삼 공자에게 붙을만한 책략가는 없을 텐데···.”


“그리고 만병문과의 전투 후 저희는 광협곡주를 앞세워 만병문을 점령했고, 이 공자측은 아직 침묵상태에요.”


유엽은 눈을 감고 얼굴에 손을 얹었다. 상황은 나름 좋게 흘러갔다. 서린이 순간 위기에 처할 수도 있었으나, 자신이 태극신마를 부추기고 간 덕분에 어찌저찌 막을 수 있었다. 게다가 만병문주의 후계자였던 설검영의 영향으로 만병문을 차지하는 과정은 거의 무혈입성에 가까웠다.


그러나 초절정 고수는 없으나 무인들의 절대적인 수에서 앞서는, 게다가 부족했던 지력을 갖춘 삼 공자와 천마신교의 괴물이라고 불리는 마룡문주가 등장한 이 공자 측. 어느 곳 하나 얕볼 곳이 없었다. 전생과는 많이 다른 양상이었다. 둘을 상대해야 했으니까.


“전투 이후에 수확은?”


“진천마가 제 진영에 들어왔어요.”


“진천···마? 모르는 이름인데?”


“갓 호법이 된 사내니까 대사형이 모를 수밖에요.”


유엽은 심각한 표정으로 서린을 바라봤다. 이 세계의 유엽이 모를 수는 있다. 그러나, 전생의 천마인 유엽은 진천마라는 사내를 몰라서는 안 된다. 유엽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며 말했다.


“한번 데려와 보거라.”


“지금요?”


“당장.”


“잠깐,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날 너무 심하게 부려먹는 거 아니에요?”


유엽은 질린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사래를 쳤다.


“알겠다. 오면 뭐하고 다녔는지 이야기 해줄 테니 다녀오너라.”


“좋아요, 약속했어요?”


“그래, 빨리.”


서린이 자리를 뜨자 유엽은 고민했다.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호법? 있을 수 없었다. 전생의 ‘신국’이라 불렸던 곳의 인재는 대부분 자신이 뽑고, 내쳐왔으니까. 사건이야 얼마든 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없던 사람이 생겨난 것은 의심을 해봐야한다. 태극검이 이곳에 있던 것처럼.


‘내가 알던 사건과 현실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회귀 때문인가?’


그럴 수 있다. 자신이 마천락을 접수한 것도 원래는 이 세계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고, 신공절학을 자신이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도 없었던 일이니까.


유엽은 뒤틀린 세계선에 대한 생각을 잠시 미뤄뒀다. 마룡문주의 등장만으로도 충분히 골치가 아팠기 때문이다. 암계가 통하지 않는 호무량으로 상정될 정도의 괴물이었다.


‘이곳은 이제 다른 세상이다. 전생과는 달리, 내가 지켜야 할 것이 있는 곳. 참고는 할 수 있으나 맹신은 금물이다.’


유엽이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자 서린이 진천마와 함께 들어왔다. 유엽은 그의 얼굴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천마도 놀라는 유엽을 보며 자신도 놀라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벽력왕(霹靂王)?”


“예? 벽력왕이요? 그건 제 스승님인데···.”


“···아니, 그래···. 당신 스승은 무림맹의 전대 맹주였지 않나?”


“그거야 스승님이죠. 전 아니지 않습니까?”


은근히 거슬리는 말투, 멍해 보이는 눈. 마구잡이로 기른 머리까지. 전생의 자신을 몇 번이나 물 먹였던 정파의 별동대를 이끌던 자가 틀림없었다. 정마대전에서 자신을 골려먹으며 사방팔방으로 활약했던 이. 유엽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짜증을 가라앉히고 말했다.


“어쨌든 앉지.”


“아니 잠깐, 벽력왕이 스승이라고요?”


“뭐, 예. 스승님이 벽력왕이었습니다. 전 그런 꼰대같은 사람이 싫어서 마교에 투신한 거구요. 그래서 사 공녀의 휘하에 오게 되어서 정말 기쁘다구요!”


“앉으라고 했잖나.”


유엽이 눈썹을 세우며 진천마를 째려봤다. 진천마는 유엽을 보며 툴툴댔고, 서린은 은근히 화난 유엽을 낯설어하며 진천마를 자리에 앉혔다. 둘이 자리에 앉자, 유엽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일단 진천마 자네의 무공수위가 어느 정도지?”


“화경이요. 여기 식으로는 극마경이겠군.”


“아 참, 진천마 호법이 잘하면 파천승을 데려올 수도 있다고 하네요.”


“그래···.”


유엽은 잠시 고민을 했다. 파천승이 설령 오지 않더라도 이제 고수는 충분했다. 문제는 세력이었다. 제아무리 고수라고 하여도 눈먼 칼, 땅을 기는 독에는 재간이 없을 테니까. 요는 전쟁은 결국 쪽수가 반이라는 것이었다.


“만병문의 세력은 어느 정도지?”


“광협곡주가 훈육하고 있는 자들까지 합치면 대략 이백 명 정도 되죠.”


“···결국 교마각주와 담판을 지어야겠군.”


유엽은 천마신교의 모든 무인들을 가르치는 교마각주를 떠올렸다. 꽤 힘든 담판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세력 모양새를 하고 있는 서린에게 붙을 가능성은 충분했다. 교마각주는 표면적으로는 삼 공자에게 붙어있다곤 하나 반 중립에 가까운 인물. 유엽의 생각을 끊으며 진천마가 말한다.


“저, 교마각주는 좀···.”


“왜지?”


“제가 좀 많이 찝쩍댔거든요.”


“···.”


유엽은 할 말을 잃었다. 서린은 얼굴을 벌겋게 붉히고 유엽과 진천마를 번갈아 쳐다봤다. 진천마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태연스러운 얼굴로 유엽을 바라봤다. 유엽은 한 숨을 쉬고 말했다.


“고의인가?”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진천마는 유엽의 말에 웃으며 대꾸했다. 유엽은 그 꼴을 보지 않으려 눈을 감았다. 그러자 서린이 말한다.


“병력은 부족하지만, 결국 마신제전 전까지만 그들의 공세를 버티면 되지 않나요? 비무제는 고수의 숫자가 많은 저희의 진영이 더 유리할 테니까.”


“모의전은 어쩔 셈이야?”


“그거야 다 방법이 있죠.”


“무슨?”


유엽의 물음에 손가락을 세우며 당당하게 말을 하는 진천마. 서린의 물음과 함께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진천마가 말한다.


“저랑 사귀거든요, 교마각주. 차였다는 말은 안했잖아요?”


“···.”


서린은 그 답변에 할 말을 잊고 굳어버렸다. 유엽은 턱을 쓰다듬다가 말했다.


“한대 때려도 되나?”


“안되죠.”


“잔말 말고 한 대만 맞아.”


평정을 잃은 유엽이 일어서서 주먹을 움켜쥐고, 서린이 그런 유엽을 말렸다. 진천마는 실실 웃고선 탁자에 발을 올리며 말했다.


“재밌는 사람들이야!”


어찌됐건, 그들의 마신제전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추석인 관계로 제사, 성묘 등등의 일 때문에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모쪼록 사건사고없이 좋은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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