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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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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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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잠룡천마 - 3.잠룡출해(1)

DUMMY

구월은 유엽의 말을 듣고 휘파람을 불었다. 흑의 무복의 여인이 배경에 그려지듯 나타나 종이 한 장을 탁자에 놔두고 다시 사라졌다. 긴 종이에는 수많은 글자들이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구월은 종이에 손을 짚으며 말했다.


“본교의 역학관계와 그 단체의 규모가 적힌 종이입니다.”


유엽은 종이를 슬쩍 훑으며 말했다.


“우선 팔문십이각부터.”


“예. 먼저 팔문. 옛날부터 세력을 길러와서 지금은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간부들입니다. 염천문(閻天門), 마룡문(魔龍門), 설백문(雪魄門), 사령문(邪靈門)과 같이 사법(邪法)계열은 이공자측의, 굉천문(轟天門), 수라문(修羅門), 정마문(正魔門), 만병문(萬兵門). 무투(武鬪)계열은 삼공자측의 세력이죠.”


“반반이라, 꽤나 팽팽하군.”


유엽은 의외의 결과에 감탄했다. 그가 무저갱에서 나올 때에는 이미 염자성이 대부분의 세력을 손아귀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엽은 곧 염자성이 몸을 일으킬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자신을 궁지에 몰았었던 자였으니까.


“한풍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아마 새로운 두뇌가 들어온 것이 아닐까 예측하고 있죠.”


“맞아요. 한풍이었으면 전혀 하지 않았을 행동을 신교대회합때 보여줬죠. 오로지 무력만 중시했었는데···.”


“봉명공주님의 말대로 마교의 실질적인 집행단체인 십이각에서 큰 변화가 있었죠. 정보수집의 비천각(飛天閣), 암살 및 특작의 잔월각(殘月閣), 약과 독을 담당하는 독룡각(毒龍閣)과 토건 및 기타 제반 사업을 담당하는 제천각(製天閣). 현 십이각에서 이공자를 지지하는 곳들입니다. 그리고.”


구월이 종이의 한 부분을 짚자, 마학장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만룡각이 넘어갔군.”


“예. 신교대회합의 결과로 행정업무, 재정총괄을 하는 만룡각(萬龍閣)이 삼공자의 편에 섰습니다. 이는 무투계열과 일반 신도들을 휘어잡고 있는 한풍에겐 날개를 단 셈이지요. 일반 신도를 관리하는 신회각(信會閣), 내부 무력단체 총괄의 숭마각(崇魔閣), 외부 무력단체 총괄의 귀영각(鬼影閣). 신도들을 가르치는 곳인 교마각(敎魔閣). 모두 삼공자를 따르는 곳이죠.”


“사법각(司法閣)과 천주각(天柱閣), 신마각(神魔閣)은 어떠하지?”


“셋 다 역할이 역할인지라 중립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유엽의 물음에 구월이 대답했다. 유엽은 탁자를 두드리며 생각했다.


‘천마각 내의 서적을 담당하는 천주각, 종교행사 등 각종 관례를 다루는 신마각. 그리고 교내의 법을 집행하는 사법각은 얼핏 보면 중립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었지.’


유엽은 전생의 기억을 반추해본다. 지금의 팽팽한 상황과, 중립을 고수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은 절대 좋은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폭풍 직전의 고요함과 같았다. 중립을 표방하던 그들은 이미 발톱을 숨기고 있었으니까.


“구월, 그 중립이라고 말하는 셋. 더 깊이 팔 수 있겠나?”


“가능합니다. 허나 저희가 몇 번 탐방했지만 결과는 이와 같이 별 볼일 없는 명목뿐인 집단으로 집계되었는데···.”


“다시 한 번 파보도록. 지금 당장.”


구월은 유엽의 말에 의아해했으나 마천락과 신림을 꿰뚫어본 그의 안목을 믿었다. 구월은 유엽에게 포권을 하고 서고를 나갔다. 마학장은 종이를 갈무리하여 품속에 넣는 유엽을 보며 말했다.


“이젠 어쩔 셈이오?”


“연무장을 준비해라.”


“그거야 어렵지 않네만···. 계획이 있을 것 아닌가?”


“우린 열흘 내에 성마의 경지에 오를 생각이다. 그리고 열흘이 지난 즉시 본교의 내분을 끝내러 출정, 사매를 소교주의 자리에 올린다. 그때까지 마천락과 신림의 모든 전력을 정비하도록.”


유엽의 자신감에 찬 말에 마학장은 눈을 빛내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서린도 열흘 내에 초절정의 경지인 성마의 경지를 운운하는 유엽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마학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함세. 연무장은 탁자 밑에 있는 문을 열면 나올 걸세. 전력을 숨겨야 하는 처지라. 그럼, 수련 열심히 하시게.”


마학장은 흘흘거리는 웃음을 남기며 뒤돌았다. 그러다 무언가 생각 난 듯, 책장을 뒤지더니 책 하나를 내려놓았다.


“혹시나 해서 추천해 주는 것이네. 수련이 끝나면 읽어보시게.”


마학장은 책을 던져놓고 발걸음을 옮겼다. 유엽은 책을 집었다. ‘마하경(魔河經)’이라는 제목과 함께 오래된 책 특유의 습한 냄새를 풍겼다.


“무슨 책일까요?”


“겉으로 봐선 아직 모르겠군. 마하경이라···.”


“그건 그렇고 어떻게 저희가 열흘 만에 성마가 된다는 거죠? 아무리 마천단의 힘을 빌려도 기를 운용하는 절정이 한계일 텐데. 무슨 전설 속에 나오는 것처럼 임독양맥 타통하고 그런 건 아니죠?”


서린의 말에 유엽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 임독양맥 타통이라···. 가능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서린, 네가 익히고 있는 심법의 이름을 알려줘.”


“가능···, 하다니요?”


“신교대회합때 받았던 마천단의 효능. 하지만 온전하게 흡수하려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것을 서린도 잘 알고 있잖아?”


“무튼···, 알겠어요. 염혼빙백공(炎魂氷魄功). 할아버지의 무공이죠.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셨죠?”


유엽은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하더니, 웃통을 벗고 가부좌를 틀었다. 서린은 소스라치게 놀라 내공을 이용해 펄쩍 뒷걸음질을 쳤다.


“아, 아니! 무, 무슨 짓이에요? 왜 갑자기 옷을···. 전 대사형을 마음에 둔 적 추호도 없어요!”


서린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렸다. 뛰는 가슴 밖에 손을 얹고 생각했다.


‘왜, 왜! 가슴이 뛰는 거야!’


유엽은 그런 서린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서린, 네 내공을 나에게 주거라."


“갑자기 그게 무슨···?”


유엽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퀴퀴한 공기가 유엽의 머리를 감싼다. 들이마신 공기를 타고 수많은 마공들의 지식이 온몸을 휘돌았다. 열흘 안에 이 모든 서적을 다 읽을 수 있는 마공이 필요했다.


‘천뇌경(千腦經).’


유엽은 자신의 부하가 줄곧 즐겨 썼던 무공을 떠올렸다. 내공을 이용해 뇌를 활성화시켜서 외부의 정보를 순식간에 머릿속에 넣는 무공. 큰 방을 가득 메운 이 책들을 소화시키기 위해선 강제로 발동시킬 수밖에 없었다.

“서린. 열흘 안에 모든 것을 끝내려면 네 내공이 필요하다.”


“아, 알겠어요. 입 꼭 닫으셔야 해요. 타인의 몸에 내공을 빌려주는 격체전공(隔體傳功)은 정말 위험한 거 잘 알고 있으실 테니까.”


깡마른 유엽의 등줄기로 서린의 손이 한차례 머뭇거리다 얹어졌다. 등 쪽에는 맹수의 발톱모양을 띈 거대한 상처가 남아있었다. 잠시 그 상처를 보던 서린은 눈을 감고 조심스레 그녀의 내공을 유엽의 몸속으로 불어넣었다.


‘이 상처···.’


서린은 빈약하기 그지없는 유엽의 혈도를 천천히 채워가며 상처에 얽힌 과거를 생각했다. 조부의 무공조차 익히지 못했던 그때. 삵에게 습격당해 주저앉은 자신을 지켜준 사람이었다. 그 힘든 수련 내내 서로를 의지할 수 있었던 사람이었기도 했고. 서린은 유엽의 단전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것을 느끼고, 서서히 내공을 거둬들였다.


“어떠세요?”


“약간 더부룩하군.”


그대로 유엽은 눈을 감고 내부를 관조했다. 염혼설백공, 순수한 양기와 음기의 집합체였다. 다른 이들이라면 배출하기에 급급했겠으나 그는 전생의 천마이자 마공의 종주. 순조롭게 자신의 내공에 녹여내, 모든 내공을 백회혈로 몰아갔다. 비좁기 짝이 없는 혈도로 내공을 보내 뇌를 어루만졌다.


‘아직 이 빌어먹을 몸뚱이로는 무리가 심하게 가는 무공이야···!’


생각을 마치고 유엽이 눈을 뜨자, 그의 두 눈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이 실핏줄들이 튀어나왔고, 검붉은 빛이 유엽의 얼굴을 메웠다.


“대사형! 무슨 짓을···?”


“잠깐 내 백회혈을 자극시켜 오성(悟性)을 늘렸을 뿐이야. 폐서고에서처럼 여기 있는 모든 책을 독파해야한다.”


유엽은 비틀거리며 책장을 짚고 섰다. 힘겨운 몸짓으로 책을 꺼내들었으나, 읽어낸 것은 순식간이었다. 단 한 번의 훑어냄으로 책을 독파해낸 유엽은, 일각이 채 되지 않아서 책장 한 면을 모조리 습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게, 무슨···!”


“시간 없다, 다음!”


고통섞인 유엽의 음성에 서린은 정신을 가다듬고 다른 책장의 책들을 유엽에게 날랐다.


두시진.


유엽이 마천락의 비밀서고를 독파해낸 시간이었다.


작가의말

주말의 전인 금요일입니다. 모두들 일 마무리 잘 하시고 편안한 휴식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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