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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239,287
추천수 :
4,491
글자수 :
124,092

작성
16.08.26 21:06
조회
14,337
추천
181
글자
5쪽

잠룡천마 - 0.서(序)

DUMMY

서(序)


영락(永樂) 10년, 천하제일검(天下第一劍) 화검진인(華劍眞人)의 딸, 서문영령 요절(夭折).


마도(魔道) 0년, 천마신교(天魔神敎)의 천마(天魔)는 마도천하를 부르짖으며 신국(神國)을 선포.


마도 17년, 명 왕조는 신국의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괴멸, 영락제 참수.


마도 23년, 정파의 주축들은 모조리 신국의 팔대장군에게 도륙을 당하고, 남은 잔당들은 지하로 숨어듬.


마도 29년, 천마가 천하제일검과 조우.








“이제는 속이 시원하시겠구려, 천마 도우(道友). 천하제일검이라는 허명을 지닌 이 화검진인을 꺾었으니.”


양 팔이 찢겨져 검을 쥘 수조차 없는 백발의 노인이 허허벌판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름 모를 잡초들만이 백발노인의 피를 머금고 슬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시원해보이나? 화검진인?”


피를 뿜어내는 화검진인의 앞에는 흑룡포를 펄럭이는 천마가 서있었다. 위압적인 풍채와 얼굴에 새겨진 수많은 상흔들. 한자루의 도(刀)로 마도의 하늘을 이끌어낸 수장이었다. 정파의 정신적인 지주마저 뽑아낸 그는 어째서인지 하늘만을 올려다보았다.


“흘흘, 저기 하늘과 이 땅. 모든 것이 도우의 것이오. 이젠 무엇이 욕심이 나는 겐가?”


노인은 가래 끓는 목소리로 힘겹게 웃으며 말했다. 천마는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넋을 잃은 표정으로 노인을 바라봤다.


“권력의 끝에 다다랐네. 그리고 무의 끝에 도달해서 본인의 혈향부동화(血香浮動花)마저 깨뜨리고 지금 그 자리에 섰네. 자, 이제 정점에 올라선 자네의 목표를 들어볼까.”


천마는 노인의 말에 웃음을 머금고 대꾸했다.


“이거 미안하군. 너무 감격해서 그만. 그럼 내세에서 보세.”


천마는 발로 짓밟아 화검진인의 머리통을 간단히 으깨버리고 뒤돌아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 세(勢)는 중원을 뒤덮었으며, 무(武)는 하늘을 찔렀다. 그가 누리지 못하는 쾌락은 없으며, 그가 갖지 못하는 것도 없었다. 그러나 천마는 물었다.


‘왜 이렇게 공허한 것인가?’


사형제를 암살하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자들은 숙청했다. 권모와 술수로 정파와 사파를 이간시켰고, 천마에 등극하여 오롯한 무의 화신이 되어 군림했다. 그러나 공허했다. 손에 쥐고 나니 모든 것이 의미가 없었다. 그를 이 중원에 잡아두었던 단 한 줌의 의미인 화검진인마저 허무한 결말을 맺었다.


초원을 걷는 천마의 몸이 점점 흐릿해진다. 등선(登仙). 이 세계에서 자신의 모든 도(道)를 이루어 흩어진다. 바람이 불어 그의 모습을 감춘다.


‘그때도 이런 바람이 불었었지, 영령.’


생각은 바람에 실려 날아가고, 천마의 모습도 함께 어디론가 날아갔다.






스산한 바람이 불어왔다.


“···사형···.”


어렴풋이 들리는 미성에 천마는 눈을 떴다. 잘 보이진 않지만 굴곡진 몸매와 톡 쏘는 듯한 미성이었다. 예전에 정쟁에 휘말려 자신이 목을 날려버렸던 막내사매인 듯 했다.


‘옛날 일들을 보여주는 건가. 등선, 상당히 고약한 길이군.’


“대사형, 언제까지 퍼질러 잘 거예요?”


‘맞아, 막내사매가 입이 되게 험했었지.’


“에잇, 좀 일어나요!”


천마는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고통에 번쩍 정신이 들어 일어났다.


‘일어···났다?’


천마는 둔부 쪽에 고통을 느끼며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열 살 정도의 앳된 팔에 새하얀 손. 근육과 내공이 없다시피 한 연약한 몸. 게다가 주변은 익숙하기 그지없는 곳, 대사형이라 불리던 시절의 자신의 거처인 소마전(小魔殿)이었다.


“지금이 언제야, 서린?”


“머리도 허약해지신 거예요?”


서린은 엉뚱한 대사형의 태도에 고개를 갸웃하며 막말을 했지만 고운 목소리로 읊어줬다.


“연왕이 즉위한지 일년이 됐잖아요. 에휴, 내 팔자야. 어디서 이런 대사형이 굴러들어왔는지.”


천마는 무공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 새하얀 손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우화등선하던 자신은 어떻게 된 것인지, 왜 하필 천마신교의 교주, 천마에게서 태어난 사생아인 대사형 유엽(劉葉)이 공개적으로 교에 소개되는 날로 돌아온 것인지.


“빨리 오세요, 덜 떨어진 사형!”


서린은 씩씩대며 앞서 멀어져갔다. 천마 유엽의 눈앞에는 익숙하기 그지없는 신교의 대회랑, 만마전(萬魔殿)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작가의말

난생 처음 정식연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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