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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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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292
추천수 :
4,491
글자수 :
124,092

작성
16.09.1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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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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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글자
10쪽

잠룡천마 - 4.늑대들의 제전上(完)

DUMMY

“대사형! 저, 저는 전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어요!”


서린이 만마전에 꿇어앉아 울먹이며 말한다. 그러자 수많은 이들이 왁자하게 짖어댄다. 그중, ‘그’가 말한다.


“죽여야 합니다. 마지막 한걸음, 대업을 그르치실 겁니까?”


그의 말이 끝나자, 모두가 동조하며 말한다.


“부교주의 말이 맞습니다, 소교주. 저 자는 언제 우리의 뒤를 칠지 모르는 자.”


“사제의 정으로 봐줬더니 권력을 탐하려 들어!”


유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가 일어나서 외친다.


“소교주를 사지로 몬 죄, 천마를 암살한 죄! 그리고 본교의 전복을 꾀한 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아니, 용서하면 안 됩···!”


“그만.”


유엽은 그의 말을 끊고 천천히 서린에게 다가갔다. 서린의 맑은 눈은 두려움에 젖은 채 유엽을 바라봤다. 유엽도 서린이 했을 리가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이미 그건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무저갱에서 나왔을 때부터 유엽은 이미 호랑이를 올라탄 셈이었다. 멈추면 죽는다! 천마가 되기 위한 길, 이젠 너무 멀리 왔다.


“대사형! 저, 전 진짜 아니에요···. 저 믿으시잖아요···.”


모든 사건이 서린을 가리키고 있었고, 그녀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 강자존의 세계란 그랬다. 그녀를 밟고 올라가느냐, 아니면 그녀와 같이 죽느냐.


유엽의 손이 올라간다.


잠시 멈칫하던 손은 이내 망설임 없이 내려갔다.


쿵-









“왔군.”


지면의 울림이 유엽을 상념에서 끄집어냈다. 유엽은 가볍게 읊조리며 눈을 떴다. 유엽의 눈동자는 어느 때보다 깊게 타오르고 있었다. 불씨가 가라앉은 대장간, 싸늘하기 까지 한 그 곳에서 두건사내는 다리를 떨며 유엽에게 말했다.


“정말 막을 수 있소? 성숙해의 장인들도 나름 날리던 인물들이었는데···.”


“나는 성천야장을 찾아온 사람이요.”


“알지, 성천야장을 찾아오는 이들은 하나같이 범인은 아니라는 걸. 하지만···.”


“그럼 걱정할 시간에 쓸 만한 무기나 좀 내오시오.”


두건사내는 유엽을 바라보다 혀를 차고 뒤편에 있던 창고로 들어갔다. 잠시 뒤, 잘 벼리어진 도를 유엽에게 던졌다. 유엽은 도를 받아들고 도신을 가볍게 훑었다. 약간의 뒤틀림이 있으나, 상당한 정성이 들어간 물건이었다. 몇 차례 휘둘러보던 유엽은 문으로 다가갔다.


“지금 뭐하려는···.”


“그 창고에서 나오지마.”


쩡!


유엽이 말을 마치고 철제문을 가볍게 내려치자, 문이 대각선으로 두 동강이 났다. 그리고 땅을 울린 장본인이 부채를 펼치며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등장했다.


“일 공자···!”


“여기서 날 볼 줄은 몰랐군, 잠룡공자. 아니, 허상이라고 해야 옳겠지.”


‘그’의 몸에서 녹색의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그를 보던 유엽의 얼굴은 유난히 상기되어 있었다. 그 감정은 흥분을 넘어 선 희열에 가까웠다. 유엽의 몸에선 무색의 기운이 울컥울컥 뿜어져 나왔다.


“예상 밖의 일이지만···. 더 잘된 일이야. 여기서 널 죽이고 난 교내 권력의 정점에 선다.”


“그런 속셈이셨군, 허상. 전에도.”


“전···이라니?”


유엽은 대답대신 가벼운 참격을 날려주었다. 그 참격을 지켜보던 허상은 가볍게 부채를 휘둘러 녹색 강기를 담은 선풍(旋風)으로 대응했다. 유엽의 경지를 낮잡아 보던 허상은 이어지는 광경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강기를 담은 바람은 참격에 부딪히자 무색의 기운으로 바뀌며 시퍼런 도신에 의미 없이 흩어졌다. 허상은 맹렬한 기세로 돌변해 자신의 목을 탐하는 칼을 가볍게 회피한다. 그리고 뒷걸음질 치며 유엽을 향해 펼쳐진 부채를 날렸다. 유엽은 부채를 도로 막았으나, 부채는 폭발하며 독연을 뿜어댔다.


“쿨럭!”


안개가 걷히자 유엽은 피를 토하며 나타났다. 눈을 가늘게 뜬 유엽은 내부를 가볍게 훑어보았다.


‘산공독(散功毒)! 용케 당가(唐家)에게 얻어내셨나 보군. 아는 것도 없으면서 이런 투자를 할 인물이 아닌데···.’


그런 유엽을 보던 허상은 미소를 지으며 요대를 풀어 바닥에 내리쳤다. 그러자 하늘거리는 검신이 모습을 보였다. 연검이었다. 유엽도 입가에 묻어있는 피를 닦아내며 도를 들었다. 그러자 허상이 달려들어 연검을 휘둘렀다. 유엽또한 허상에게 달려들며 도를 찔러갔다.


“어리석군!”


허상의 비웃음과 함께 연검은 도신(刀身)을 타고 나선을 그리며 유엽의 손목을 탐했다. 그러자 유엽은 가볍게 손목을 회전시키며 연검의 공세를 풀어갔다.


‘이 애송이가···! 역시 그 놈의 말이 맞았어. 평범한 놈이 아니야.’


허상은 예상 밖의 대응에 당황하였으나, 연검에 내공을 주입시켜 검강을 뿜어냈다. 그러자 도신을 타고 흐르던 연검의 움직임이 더욱 음유해지고, 날카로워졌다. 유엽은 혼원패천공을 불어넣어 강기를 발출, 녹색의 강기를 무(無)로 되돌리며 연검을 튕겨냈다. 하지만 산공독의 영향 덕에 발출이 늦어 도신이 갉아먹히는 것은 피할 수 없었다.


“과연. 평범한 놈이 아니었어. 탈마경을 상대해야할 지도 모른다더니. 게다가 그 기운, 내 독혈기(毒血氣)를 무효화 하고 있군.”


“어떤 놈의 사주지?”


“이런, 순진도 하셔라. 직접 알아보시지.”


“좋다, 직접 알아봐주지.”


유엽은 말을 씹어 뱉으며 도신을 살펴봤다. 도는 뱀이 타고 간 것처럼 갉아먹혀 있었다. 게다가 산공독은 짙은 고통을 남기며 혼원패천공을 흩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가 전력을 다하지 않은 탐색이었다. 유엽은 칼을 빙글 돌리더니 역수(逆手)로 쥐며 자세를 낮췄다. 한 발짝. 허상은 그에게 달려들지 않고 서서히 거리를 좁혀갔다. 유엽도 그에 맞춰 옆으로 한걸음을 옮겼다.


팡!


가벼운 발놀림으로 허상은 유엽의 옆을 돌았다. 그리고 일검(一劍)! 유엽은 재빠르게 맞받아쳤으나 산공독은 그 반응을 허락하지 않았다. 허상은 가볍게 유엽의 어깨를 베고 지나갔고 이어지는 이검, 삼검 또한 유엽을 베어냈다. 유엽은 뒤쪽으로 몸을 날리며 한줄기 검강을 허상에게 날렸고, 허상은 연검에 기운을 담아 가볍게 올려쳤다. 검강은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독룡문의 제자셨군.”


“한 때 문주였지, 애송이.”


“그래···. 그럼 이제 알고 있는 모든 걸 불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거야.”


허상은 비웃음으로 대꾸하려 했으나 유엽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유엽 뿐 만이 아니라 대장간 전체가 뒤틀린 모습이 되었다. 허상은 그리 놀라지 않았다. 이런 사술은 마교에서 빈번한 일이였고, 탈마경일 지도 모르는 자가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허상은 오감을 일깨우고 내공을 휘돌렸다. 기감으로 뒤틀린 오감을 바로잡는, 간단한 사술의 해체법이였다.


“이게 어떻게 된···?”


하지만, 뒤틀린 배경은 정상적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유엽 또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허상은 흥분하여 강기를 사방팔방으로 쏘아댄다. 하지만 감촉은 없었다. 한차례 강기를 뿌리던 허상은 자신을 애써 진정시키고 진법(陳法)인지 확인하며 땅을 훑었다. 유엽의 발걸음이 일정하게 밟혀있었다.


‘애들 장난을 쳐놨었군.’


허상이 그 발걸음을 밟자, 뒤틀린 배경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허나, 유엽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허상은 연검에 강기를 담아 사방으로 휘두르려 했다. 하지만, 허상에겐 휘두를 팔이 존재하지 않았다.


“으, 으아아악!”


“자, 그럼 직접 알아봐주지.”


유엽은 허상의 뒤에서 상처하나 없는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허상 자신이 깊게 베었을 거라 착각했던 상처들은 그저 옷을 베어냈을 뿐이었다. 경천파, 천리를 뒤트는 보법이었다. 허상이 팔 째로 도려내진 절단면을 움켜쥐며 앞으로 튀어나갔다.


“나, 난 탈마경을 뛰어 넘었다! 그런데 대체 어찌?”


“독룡문에서 임의의 약물로 만들어낸 허울뿐인 탈마경. 정상적인 탈마경이라고 하긴 어렵지 않겠나?”


“네 놈···. 어디까지 알고 있느냐?”


“순진하시군. 직접 알아내시면 될 일 아닌가?”


유엽은 헐거워진 웃옷을 벗으며 허상에게 다가갔다. 마신의 육체가 옷 밑에 자리하고 있었다. 사실, 허상의 공격은 제대로 들어갔다. 단지 용마경의 공능으로 벨 수 없는 몸이었을 뿐. 허상은 유엽이 가까워지자 괴성을 지르며 피를 뿌려댔다. 독룡문의 정화, 혈독. 그러나 유엽의 몸에 닿지 못하고 그저 애꿎은 돌만을 녹여낼 뿐이었다.


“자, 말해라. 어떤 놈이 나에 대해서 떠벌리고 다녔지?”


“으···, 으윽···! 이···새끼···!”


“이런!”


유엽은 허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러나, 허상은 신음성만을 흘려대더니 점점 몸을 부풀려갔다. 유엽은 허상의 동귀어진을 직감하며 곧바로 주먹으로 머리를 부수고 허상의 시신을 문 밖으로 던지려 했다.


그러나, 허상의 폭발이 먼저였다.



쾅!




굉음과 함께 온 천지를 녹여낼 혈독이 강기를 담고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지독한 독연(毒煙)이 일었고, 대장간의 모든 것을 녹여내며 쓰러져있던 유엽을 침범하고 있었다. 그 때, 창고의 문을 열고 안대를 쓴 중년이 나타났다.


“철웅아, 나오지 말거라.”


한 마디를 남기고 그는 독연의 한복판에 발을 들였다. 희멀건 빛이 일며 독연을 가르고 길을 열었다. 그는 천천히 걸어가 유엽의 목에 손을 얹었다.


“죽진 않았군. 날 찾아왔다기에 어떤 놈인가 했더니···. 졸지에 늑대들의 제전을 즐기게 생겼어.”


그는 혀를 차며 유엽을 들쳐업었다.


작가의말

주말 잘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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