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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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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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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91
글자수 :
124,092

작성
16.09.03 07:58
조회
8,197
추천
153
글자
8쪽

잠룡천마 - 3.잠룡출해(2)

DUMMY

천뇌경의 효과가 가신 유엽의 머릿속에선 수많은 지식들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지식들은 서로 앞다투어 뇌를 헤집어댔고, 유엽은 구토를 했다.


“대사형!”


“후우···!”


유엽이 몇 차례 속을 게워내자, 서린은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봤다. 유엽은 머리가 터질 듯 했으나, 끝끝내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내가 운기조식을 할 동안 잠시 쉬고 있어.”


“정말 괜찮은 건가요? 제가 다시 내공을 불어넣어서···!”


유엽은 서린의 물음에 고개를 살짝 저어 답하고 운기를 했다. 조약한 내공이 몸속을 휘돌며 엉망진창이 된 내부를 정돈하기 시작했다. 얼추 내부가 정돈되자, 기는 혈도를 타고 백회혈로 향했다. 심법은 계속되었다. 점차 속도를 더해가는 내공은 유엽의 의식을 깊은 곳으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


유엽은 눈을 떴다. 그러자 수많은 책들이 허공에서 산산히 흩어져있는 공간이 자리했다. 깊은 관조(觀照)로 자신의 심상(心想)을 눈으로 보는 듯이 구현해 낸 것이다. 높은 무공을 지닌 자들도 감히 꿈 꿀 수 없는 지고(至高)의 경지.


‘앞선 폐마고의 무공들과는 차원이 다른 무공들이야.’


유엽은 손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패천공이라는 제목이 적힌 책이 유엽의 손에 딸려 들어왔다.


‘패천공을 뼈대로 내공심법들을 덧댄다. 나만의 천마신공을 다시 쌓아 올리기 위해!’


유엽의 생각이 시작되자마자 고요하게 멈춰있던 책들이 폭풍과도 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몇몇의 책들이 패천공에게 날아왔다. 날아온 책들은 패천공에 스며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풍은 멎었다.


‘혼원패천공(混元覇天功)’


책들은 다시 자신의 위치에서 멈춰있었다. 유엽의 손에 쥐어져있던 패천공이라는 이름의 책은, 어느새 혼원패천공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유엽은 혼원패천공의 책자를 품속에 갈무리하고 양 손을 앞으로 뻗었다.


‘무공.’


생각이 시작되자 폭풍은 다시 시작되었다. 이번엔 서로의 책들이 부딪히며 튕겨났다가, 합쳐지며 점점 개체의 수를 줄여나갔다. 수많은 책들이 빛무리가 되어 은하를 이루고, 별을 이루었다. 그리고 명멸하며, 네 개의 책만을 남겼다.


‘봉신검(封神劍)’, ‘심혼락(心魂落)’, ‘경천파(驚天波)’, ‘용마경(龍魔境)’


그 중 봉신검을 집어들자, 유엽의 머릿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뇌까리는 말이 울려 퍼졌다.


‘봉신검. 그대, 마도의 종주여. 무공의 모든 흐름(流)을 알고, 모든 식(式)을 알고 있다. 자, 이제 어떻게 맞설 것인가.’


유엽은 생각했다.


‘그 무공의 사문(死門)을 찾아 찌른다.’


당연한 말이었다.


‘그렇다. 당연한 행동이지. 그렇기에 모든 마공의 사문을 알고 있는 무공인 봉신검. 말 그대로 신조차 봉해버리는 절대무패의 무공인 것이다.’


지피지기 백전불태. 모든 마공의 주인이며, 또한 집행자인 유엽만이 가질 수 있는 무공이었다. 유엽은 마공들의 투로(鬪路)를 그리며 느릿한 움직임으로 봉신검을 펼쳐보았다. 수많은 마공들이 유엽의 칼 끝에 졌고, 봉신검만이 느릿한 움직임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이어서 심혼락. 툭 까놓고 이야기하지. 천마라는 자가 사술(邪術), 마법(魔法)에 홀린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절대로.’


‘그래. 이 무공은 사마(邪魔)의 절정에 서있는 무공, 술법위에 군림하는 무공이다.’


심혼락이 발동한다. 유엽의 눈이 깊어진다. 수많은 무희들이 유엽의 몸을 긁어댔고, 보물들은 유엽의 심장을 옭아맨다. 하늘을 찌르는 무력이 유엽의 손에 들려있었으며, 유엽의 발아래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세력이 있었다. 유엽은 다시 그것들을 바라본다. 순식간에 녹아내려 다시 심상의 공간에 자리한다.


‘자, 다음 차례는 경천파. 유엽, 천마군림보는 어떤 무공이지?’


‘패도(覇道)의 끝, 모든 것의 위에 군림하는 보법이자 모든 것을 짓밟는 최강의 무공.’


‘옳다. 그러나 지금은 그 무공을 쓸 순 없다. 그대는 천마이지만, 천마가 아니지 않는가? 그렇기에 천마신교의 모든 보법과 신법을 뜯어내어, 재구성한 결과가 바로 경천파이다.’


유엽은 슬쩍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수많은 괴리(乖離)와 왜곡(歪曲)들이 나타나 공간을 뒤틀어버렸다.


‘쾌(快), 환(幻), 중(重), 유(柔). 어느 것이든 될 수 있고, 어느 것이라도 누를 수 있는 진정한 패도. 한걸음의 발자국으로 하늘을 놀라게 하여 천리(天理)를 뒤틀어낸다. 그게 바로 보법, 경천파.’


유엽이 다시 한발자국을 옮기자, 뒤틀렸던 공간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용마경이라는 책만이 유엽의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유엽은 그 책을 쥐었다.


‘무림은 수많은 방법으로 몸을 단련해왔다. 모래에 손을 넣으며, 혹은 독을 손에 절여가며, 온몸을 맞아가며. 하지만 천마라는 자가 그런 하찮은 무공에 손을 댈 수야 있나! 이건 그런 저질스러운 수련을 하지 않고도 모든 이들이 바라던 최강의 육체를 손에 넣는 무공이다.’


‘용과 마신의 몸을 얻게 하는 무공이라···.’


‘정확히는 무공이 아니라 기공(氣功)이라고 할 수 있겠지. 자신의 기를 인위적으로 가공해서 단시간, 육체를 각성시키는 무공이니까.’


유엽이 인식하자, 온몸에 힘이 차오르는 감각이 느껴졌다. 용의 눈과 같아진 시야는 어둠을 꿰뚫었고, 마신과 같아진 육체는 주체할 수 없는 힘이 요동치고 있었다. 용마경마저 유엽의 품속으로 들어가자,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책 하나가 유엽의 앞에 펼쳐진다.


‘지류(支流)는 강하(江河)가 된다. 무공역시 마찬가지다. 만류귀종(萬流歸宗). 그것이 마하경(魔河經)의 시작이며, 끝이다. 끝없는 마의 흐름에 그 어떤 마가 거스르랴!’


그 생각을 끝으로 유엽의 심상세계는 붕괴되었고, 운기조식이 끝맺어졌다. 유엽이 눈을 뜨자 수많은 책들이 널브러져 있는 광경이 보였다. 유엽은 창조해낸 네 무공과 마하경의 가르침을 주억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서린은 유엽에게 달려가 부축을 하며 말했다.


“무슨 운기조식을 그렇게 길게 하세요?”


“몇 시진정도 지난거지?”


“대략···, 이일정도 지났네요.”


유엽은 고개를 끄덕이며 탁자를 치우고 지하 연무장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비밀서고와 마찬가지로 야광주가 박혀있는지, 밑으로 이어진 사다리에선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마천단과 생필품은 챙겼나?”


“네, 대사형. 챙겼어요.”


“좋아. 내려가지.”


유엽과 서린은 사다리를 타고 지하 연무장으로 내려갔다.










“구월님···.”


“조치를···!”


흑의 무복을 입은 사람들이 잔월각의 자객을 구월 앞에 무릎 꿇려놓고 있었다. 구월은 마른 손길로 찻잔을 쥐고 있었다.


“잔월각의 자객인가.”


“폐공자 구월···!”


잔월각의 자객은 몸을 비틀며 저항했지만, 우악스러운 손길에 다시 제자리에 앉혀졌다. 구월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마침 잘 와주었네. 자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


“널 도울 일은 없을 것이다!”


“글쎄···? 아마 도와주게 될 거야.”


구월이 손가락을 튕기자 흑의 사내들은 보자기로 싼 칼을 조심스럽게 구월에게 넘겼다. 그러자 구월은 보자기를 풀어헤치며 칼을 쥐었다.


“무당의 태극검이라···. 너무 수려한 자태 아닌가!”


구월이 가져온 검은, 극검 현해자의 낡은 검이었다.


“어쩌면 그대에게도 좋은 일일 수도 있어. 정파의 현경(玄境)급 고수가 될 수 있는 기회이니 말이야. 굳이 본교의 방식대로 따지자면 탈마의 경지겠군.”


말을 마친 구월은 낡은 검을 잔월각의 자객에게 찔러 넣었다.


“컥!”


“마지막 시험입니다, 공자.”


잔월각의 자객을 중심으로 안개가 몰려들었다.


작가의말

주말의 시작입니다. 산뜻한 하루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후 4시에 다음화가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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