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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청하 님의 서재입니다.

잠룡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적청하
작품등록일 :
2016.08.08 18:25
최근연재일 :
2016.09.19 21:18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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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301
추천수 :
4,491
글자수 :
124,092

작성
16.08.2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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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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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글자
10쪽

잠룡천마 - 1.잠룡(4)

DUMMY

만마전. 어제 끊어진 신교총회합이 다시 개최됨과 동시에 천마의 제자들인 소천마들의 환영식이 있을 예정인 곳. 온갖 조무래기 무사들과 팔문십이각의 관계자들, 호법 등등이 모여 왁자했다. 그들 중 가장 상석에는 천마가 자리했고, 그 앞으로는 네 명의 소천마가 부복해있었다.


[복잡해 죽겠소, 파천승(破天僧) 이 땡중! 멋대로 호법에 쑤셔 넣고 이게 뭐하는 짓거리요?]


[진정하게, 진천마(震天魔). 나도 이렇게 추접한 즉위식은 처음보이. 저기 큰 지천회랑(地天回廊)이라는 연병장을 내버려두고 어찌 여기서 여는지.]


승려의 차림을 한 파천승과 거렁뱅이 차림의 진천마를 포함한 호법들은 제각기 전음으로 투덜댔고 팔문의 문주들 또한 불평의 음색을 쏟아냈다. 천마는 어느 정도 준비가 된 듯, 옥좌에서 일어나 사자후를 터뜨려 만마전의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천마는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말했다.


“신교총회합에 온 이들을 모두 환영한다. 새로이 천마신교의 주인이 될 이들에 대한 궁금증은 내 모르는 바가 아니다. 허나 지금은 본교에게 있어서 크나큰 행사이니 조금 자제해주기 바라노라.”


말을 마친 천마는 상석에서 천천히 내려와 부복해있는 네 소천마들 앞에 도달했다.


“일어나라.”


천마의 말이 떨어지자 네 천마는 일어나 천마를 쳐다보았다. 천마는 유엽을 가리키며 말했다.


“유엽, 앞으로.”


“존명.”


유엽은 절도 있게 대꾸하며 한발 앞으로 향했다. 약간의 웅성임이 조무래기 무사들, 팔문십이가 측에서 일었다. 출신성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소천마였다. 팔문의 유력한 자제도 아니었고, 십이각에서 실전을 겪은 전공이 있는 자도 아니었다.


[그저 보고만 있을 것이오, 염천문주!]


[절대로! 조금만 더 두고보게. 내 저 천둥벌거숭이의 콧대를 짓밟아 놓을 것이오, 사령문주. 앗!]


팔문측 인물들은 천마가 고개를 돌리자 금새 조용해졌다. 그러나 서로간의 전음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활발했다. 천마가 손짓하자 흑의 무복을 입은 사내가 옥함을 가져왔다.


“유엽을 제 일 소천마의 위에 봉한다. 마천단과, 개인무력단을 조직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다.”


천마가 옥함을 받아 유엽에게 내밀자 유엽은 포권을 하고 옥함을 받아들였다. 슬쩍 만지기만 해도 내부의 기운이 충만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도 잠시, 팔문십이각 쪽에서 일갈이 터져 나왔다.


“어찌 팔문의 출신도 아니고 신교의 십이각 출신도 아닌 근본도 없는 자를 제 일 소천마에 봉하는 것이오! 게다가 저 치의 몸뚱이와 하찮은 내공수위가 보이지도 않소?”


“또 자네인가, 염천문주.”


“그렇소! 난 저자를 인정할 수 없···!”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천문주의 앞에 천마가 마주섰다. 패도적인 삭풍과 함께 만마전 바닥이 짓이겨졌다. 교주직전무공, 천마군림보(天魔君臨步)의 파괴적인 공능이었다. 최약의 천마라고 하나 그 역시 천마였다.


“자네가 천마인가?”


“그렇진···, 않습니다.”


“그럼 그 냄새나는 주둥이를 닥치고 찌그러지게.”


천마는 염천문주의 귓가에 말을 씹어 뱉은 뒤, 유엽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수많은 이들의 눈가에 이채가 띄었다.


‘드디어 패를 손에 쥐었군, 천마. 칼을 뽑아 들다니.’


부교주 허상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흥미로운 눈빛으로 천마를 쳐다보았다. 천마는 천마신공을 갈무리하고 말했다.


“유엽에게 잠룡공자라는 별호를 하사한다.”


유엽은 다시 부복하여 천마의 말에 대답했다. 박수를 치는 이도, 야유를 하는 이들도 없었다. 천마의 패도에 기가 죽은 이들도 있을 것이고, 잠자코 검을 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만마전은 유엽을 무능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다. 천마는 유엽을 일으켜 세운 뒤 염자성에게 걸음을 옮겼다.


“염자성, 앞으로.”


천마는 염자성을 불러 세웠다. 염자성은 타오르는 눈빛을 하고 천마를 노려보았다. 천마는 덤덤히 그 시선을 넘기며 옥함을 넘기고, 염자성을 제 이 소천마의 직에 봉했다.


“염자성에게 마천공자라는 별호를 하사한다.”


“존명”


염자성은 이를 뿌득 갈며 힘겹게 대답했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박수소리와 염자성을 연호하는 소리로 북적였다. 천마는 염자성을 일으켜 세우고 한풍에게 걸어갔다. 마찬가지로 질시의 눈빛이었으나, 감정을 쉬이 들어내지는 않고 있었다. 천마는 한풍을 제 삼 소천마의 직에 봉하고 신력공자라는 별호를 하사했다. 그러자 한풍 측 세력의 환호성이 뒤따랐다.


“서린에게 봉명공주라는 별호를 하사한다.”


“존명.”


마찬가지로 서린에게 옥함과 별호가 주어졌으나 유엽 때와 같은 싸늘한 반응이었다. 천마는 뒤돌아 상석으로 걸어갔고, 만마전은 아까와는 다르게 소리 없이 들끓었다. 천마는 내공이 담긴 은은한 목소리로 그 분위기를 깨뜨렸다.


“신교의 미래를 이끌어갈 소천마들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영광을 기원하겠네!”


천마의 말이 끝나자 만마전은 환호성으로 들썩였다. 서린은 들뜬 얼굴로 그들을 돌아봤고, 염자성과 한풍은 분한 듯 유엽을 노려보았다. 유엽은 지친기색으로 천마를 보고 있었다. 천마는 그런 유엽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좌중을 진정시킨 후 말을 이어나갔다.


“신도들이 이렇게 기뻐하니 내 특별히 소천마들에게 원하는 바가 있으면 하나씩 들어주겠네. 한 명씩 말해보게.”


염자성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한풍 또한 앞으로 나아가려 했으나, 먼저 나간 염자성을 보고 입을 앙 다물었다.


“신천무고의 이용을 허해주십시오.”


염자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무래기 무인들 사이에서의 동요가 커지기 시작했다. 신천무고. 교주 휘하의 가신, 천번지복(天飜地復) 백리유(百理儒)가 관리하는 곳으로 수많은 지식의 보고, 기나긴 전쟁의 시대 동안 수집해 온 비급과 보검의 산실이었다. 허유는 염자성의 요구안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염자성의 진영은 절대적인 수와 보급은 충분하나 무력이 부족하다. 탁월한 선택이군. 허나 이미 칼을 빼든 천마가 들어줄지 모르겠군.’


천마는 잠시 당황했으나, 금세 생각을 마치고 말했다.


“허한다.”


조무래기 무인들 사이의 동요는 좀처럼 가시질 않았고, 팔문십이각의 염자성 진영 또한 열기를 감추지 못했다. 소요도 잠시, 한풍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염자성은 득의의 미소를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한풍, 원하는 바를 말해보아라.”


“소인은 만룡각(萬龍閣)과 신회각(信會閣)의 증축을 원합니다! 그동안 본교는 강자존이라는 틀에 갇혀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했소. 새로운 신교는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만룡각, 일반 신도들을 관리하는 신회각과 함께 나아가야하오!”


한풍의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한풍을 연호하는 소리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만룡각주또한 한풍을 바라보며 만족의 웃음을 띠고 고개를 끄덕였다. 유엽은 의외라는 듯, 한풍을 쳐다봤다.


‘전생에선 강경일변도였던 한풍이 어째서···. 무력중심인 한풍 진영이 보급을 위해 만룡각주를 회유하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지만, 과거와는 다른 사건의 연속이라니.’


들뜬 좌중의 분위기를 진정시키고 천마는 흔쾌히 수락했다. 명분상 금지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신회각의 증축은 자신도 생각하고 있는 바였기 때문이다. 만룡각이 적의 손에 넘어가는 것은 뼈아프나, 이미 염자성의 손에 대부분 떨어져 가던 것이었다. 한풍도 만족한 얼굴로 들어가자, 유엽이 앞으로 나가 말했다.


“마천락의 입장을 허해주십시오.”


앞선 의미와는 또 다른 이유의 웅성임이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신도들은 마천락을 천마신교 삼대 금지로 알고 있었다. 호법이나 문주급 이상들은 그 곳에서 얻을 것이라곤 단 하나도 없고, 심지어 기괴한 마공을 익혀 주화입마에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덕분에 그의 선택에 조소와 당황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허한다.”


이미 염자성이 신천무고의 입장을 허가받은 상태에서 그의 마천락행은 영문을 알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를 말려야 할 천마는 흔쾌히 허가했다. 부교주 허유는 그 의미를 알겠다는 듯, 그 선택을 조롱하며 웃었다.


‘어디 절세비급이라도 떨어진 곳 인줄 아는 애송이군. 제 몸을 터뜨리는 폭탄이 수천수만 개가 있는 곳인데 말이야. 잠룡공자라, 마천락의 품에서 영원히 잠들겠어. 잠룡보단 토룡(土龍)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놈이로군.’


유엽이 포권을 하고 돌아서자 팔문십이각, 호법들이 위치한 자리 곳곳에서 조소가 터져 나왔다. 염자성과 한풍 또한 그 감정을 감추지 않고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대사형, 제가 또 모르는 사이에 저런 짓을···!’


유엽의 말이 긴 여운을 남기고 있을 때, 생각을 마친 서린은 성큼 앞으로 나와 말했다.


“저도 마천락에 가는 것을 허가해주십시오!”


발랄한 목소리로 서린이 말하자 천마는 그녀를 보며 잠시 고심에 빠졌다. 유엽과는 이야기가 되지 않았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 허유의 옆자리에 있던 거구의 노인이 자리를 박차고 외쳤다.


“넌 안 돼, 이년아!”


“염화빙공!”


천마가 부른 그는 두 명의 부교주 중의 한명인 염화빙공(炎火氷公) 호무량(豪無量)이었다. 그는 지난 혈교와의 대전에서 단신으로 혈교주와 그 호위무사들을 격살한 전적이 있는 전무후무한 무력과 업적을 자랑하는 괴물이었다. 심지어 그 깐깐하다고 소문난 정파무림에서도 한수 접어주는 인물이었다.


“이 싸가지 없는 년이 어디서 그런 귀신굴을 스스로 걸어 들어가려고 해!”


“할아버지는 뭔데 끼어들어요? 벽에 똥칠이나 하고 죽을 것이지!”


서린의 입에서 나온 할아버지라는 말에 만마전은 발칵 뒤집혔다. 끝을 모르는 무력의 소유자인 호무량의 손녀딸이었다니! 꽤나 예쁘장한 외모로 신교 사이에서 은근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녀의 출신에 모두들 동요했다.


“너, 거기 가면 내가 기필코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 버릴 줄 알아!”


작가의말

즐거운 토요일 되셨는지요? 이야기를 빨리 진행하고 싶은 욕심에 한편 더 올립니다. 편안한 휴식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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