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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화살 아이디어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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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화살
작품등록일 :
2020.12.04 13:36
최근연재일 :
2020.12.04 15:51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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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
추천수 :
27
글자수 :
107,856

작성
20.12.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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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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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튜토리얼에서 무한회귀 2화

DUMMY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공허감과 허탈함 분노, 슬픔 그외 갖가지 자신도 제대로 장담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가 점차 손안에 쥔 바람처럼 흘러갔을 때 쯤, 문득 든 생각이 곧바로 튀어나왔다.


“역시 소설은 허구야.”


죽음을 겪어보니 알겠다.


이 것은 웬만한 정신력으로 극복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무력하고, 또 무능하다. 죽음의 앞에서 모두가 평등할 수 밖에 없다.


소설과 만화, 애니에서 나오는 것 처럼 죽음을 쉽게 극복할 수 없으며, 거부할 수 없다. 오히려 죽지 않기 위해 사람을 바쳐 수명을 늘리고, 악마와 계약을 한 악역들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오히려 죽음에서 쉽게 극복하고 평범하게 돌아다니는 주인공이 비정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세기의 영웅이라 불릴만한 위인이 죽음을 극복할 수 있을까?


직접 겪어본 바로는, 그들도 불가능하다. 그렇게 결론지을 수 밖에 없었다.


죽는 순간의 기억을 통째로 지워버리거나, 없는 흔히 좋은 죽음이라 일컫는 자다 죽는다는 호상이면 몰라도 얼마나 단단한 정신이든 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이런 죽음을 극복하는 방법이라고 해봐야 수십, 수백의 죽음을 겪어 자신을 ‘깍아’내거나, 죽음을 초월한 광기로 그 모든것을 덮거나.


그 정도일까.


자신의 죽음도 이리 끔찍해서 다시 떠올리기도 힘들었다.


거기에 늙어 돌아가시는 부모님을 뵙는것도 슬플진데, 눈 앞에서 살해당한 모습을 보니 가슴이 뻥 뚫린 것 같이 공허했다.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슬프고 끔찍한 기분에 얼마나 멍한 기분으로 있었는지 모르겠다.


수 시간? 아니면 수십시간? 하루? 이틀? 일주일?


아니면 시간감각이 흐려져 겨우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최소한 몇 시간 동안 멍하니 어둠속을 쳐다봤을텐데,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프거나 하는 기본적인 생리현상도 없었으니까.


“부모님은.. 천국에 가셨을까.”


아무리 둘러봐도 자신외에 사람이 없으니, 누구든 죽는다면 모든 사람이 이 곳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선택받는 조건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각자 개별공간으로 가는 것일수도 있지.


어쨌든 누구의 방해도 없이 소리지르며 감정을 발산하니 그래도 조금은, 조금은 괜찮아 진 것 같았다.


“하..”


부모님의 죽음은 아직까지 마음이 아프고, 자신의 죽음도 변함없이 끔찍하지만. 적어도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공포에 젖어 부들부들 떨기 보다는 가슴 속에 깊숙히 묻고, 억눌러 둘 수 있게 되었다.


언젠가는 분명하게 풀어야 될 응어리지만.. 지금은 아니다.


상황도, 시간도 그 모든 것도 여의치 않으니까.


“반드시, 반드시 그 자식을 죽여버린다.”


어떤 대가를 치뤄서라도.


그렇게 꾹 다짐은 끝마치고, 눈을 돌렸다. 아니, 눈을 돌렸다는 말은 틀렸을지도 모른다. 하얀 문자열은 내가 어떤 짓을 하든 내 눈앞에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


다음 도전을 준비하시겠습니까?


《 Yes / No 》


———————————————


하얀 문자열은 언제까지나 거기 있을 거라는 듯 어둠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문득 어둠속에서 눈을 가득채우는 밝은 빛에 눈이 아프지 않은 원리가 궁금했지만, 고개를 내저었다.


확실히 궁금했지만 알아낼 방법도 없으며, 알아내더라도 할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나아가야 한다.


그게 어디로 향할지 모르더라도.


———————————————


다음 도전을 준비하시겠습니까?


《 (Yes) / No 》


———————————————



Yes를 향해 손가락을 눌렀다.


꾸욱-


뭔가 누른듯한 감각과 함께 눈 앞이 새하얗게 변하며 그렇게—


———————————————


▶️Yes를 선택하셨습니다.

▶️당신은 환생하게 됩니다.

▶️환생하기전 당신은 튜토리얼로 이동되며 여러 번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한유현 님의 소망을 확인하는 중입니다⋯



⧖⋯


⋈⋯


⧖⋯



▶️한유현님의 소망


외모

재력

사랑

무력

New —⊳ 복수


▶️총 다섯 가지의 강력한 소망을 확인.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세계관을 검색합니다.


⧖⋯


▶️세계관 [엘루시스 사가] 확인.

▶️한유현님의 소망 일치도 확인 중⋯

▶️100% 조정 완료.


▶️튜토리얼의 난이도를 조절합니다.

▶️난이도 최상(最上) 설정 완료.


▶️한유현 님께서 소망을 이루시기를 바라며 행운을 빕니다.


———————————————


—정신을 잃었다.



* * *



- 댕 댕 댕


커다랗고 낮은음의 종소리가 귓가를 울리는 소리에 눈이 뜨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5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들이 훈련복처럼 보이는 가벼운 옷차림을 입고 빠르게 돌아다니고 있었고, 그 사이에 자신이 멍하게 눈을 뜨고 있었다.


“제대로 줄맞춰! 거기 너!”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에 고게를 돌리니 바쁘게 몸을 움직이는 아이들 사이로 가만히 서있는 자신을 가리키는 남자가 있었다.


“예, 예?”


“그래, 너! 제대로 줄 맞춰 서라! 10초 남았다.”


멍하니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 하얀 옷에 물방울 모양의 문양이 수놓인 옷을 입은 남자가 자신을 가리키는 손짓에 몸을 움직여 주위 아이들과 줄을 맞춰섰다.


아직 어떠한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저 10초의 시간이 지난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으리란 사실을 알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군대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오와 열을 맞춰 줄을 서자 눈 앞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스윽-


이건 게임이 아니라는 듯 아무런 소리도 없이 눈 앞에 자리한 익숙해 보이는 하얀 문자열에 비명을 지를 법도 했지만, 고요히 가라앉은 분위기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


▶️당신은 세계관 [엘루시스 사가]로 환생하게 됩니다.

▶️지금은 환생하기 전, 당신의 소망을 이루게 해 줄 기초를 다지기 위한 튜토리얼 입니다.

▶️튜토리얼은 여러 번 도전할 수 있으며 죽음을 기점으로 다시 시작이 가능합니다.

▶️튜토리얼은 총 3단계로 진행되며 각 단계별 목표와 테마가 달라집니다.


▶️1단계 튜토리얼의 테마 : 무력, 외모


▶️1단꼐 튜토리얼의 목표 : 물의 신전에서 진행하는 비밀스러운 훈련소에서 최우수로 졸업할 것.


▶️배경 설정 : 당신은 물의 신전에서 비밀스럽게 주관하는 비인도적인 훈련소에 납치당한 많은 아이들 중의 한 명이 되었습니다. 이 훈련소에서는 지금 대륙에서는 금지된 비술과 여러 인체실험을 실행할 예정이며 순환신만을 따르는 무정하고 무자비한 살인기계를 양산하기를 원합니다.


▶️이 곳에서 얻을 능력은 차후 당신이 원하던 외모와 무력을 향상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며, 당신의 재능과 노력 여하에 따라 더 많은 것을 얻는 것이 가능합니다.


▶️한유현 님의 행운을 빌며, 소망을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


제빠르게 눈으로 읽어나갔다.


무슨 세계관? 엘루시스 사가? 튜토리얼? 테마?


정확히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튜토리얼에서 여러 번 도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무한하다는 건지 의아한 부분도 있었지만 목표는 확고하게 정해져 있었다.


“무력을 키우고, 최우수로 졸업해라.”


간단했다.


오히려 저런 간단한 목표가 정해져 있으니, 다른 곳에 집중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나저나 [엘루시스 사가]?


내가 생각하던 것이 맞나?


물의 신전이나 엘루시스 사가라는 세계관이나 많이 들어보았고,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알 정도로 세계에서도 유명한 만화였기에 헷갈리지 않았다.


‘여기가 진짜 엘루시스 사가라고..?”


주위로 조심스럽게 눈을 돌려 자신의 팔과 다리 몸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짜리몽땅한 팔과 다리에 비율에 맞지 않는 조금은 큰 머리. 통짜 허리와 살짝 찔러보니 부드럽게 들어가는 볼살.


주위를 둘러봐도 어린아이들 투성이니 자신도 같은 아이인게 맞으리라.


그렇게 이 곳이 만화에서 나왔던 장소인지 집중하려던 찰나, 커다란 목소리가 생각을 강제로 끊어냈다.


고개를 돌리니 아이들이 모인 강당? 광장같은 공간의 앞에는 돌로 만든 듯한 회백색의 단상이 있었다.


그 위에는 키가 2m는 넘을 듯한 근육질의 노인이 몸을 둘러싼 하얀 사제 복 위로 물방울과 물결 무늬가 두드러진 옷을 입고 환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은 선택받은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어린나이임에도 자질과 외모를 인정받아 이 훈련소에 입소하게 되었지요. 이제부터 앞으로 순환신만을 모시며 순환신을 위한 삶을 살아가게 될 영광스러운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참으로 명예럽고, 신성하며 때로는 의문도 들 것 입니다. 제가 그랬듯이 말이죠.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은 이곳에서 그 모든 의문을 풀것이며 순환신을 위한 사상과 정의를 배워나가며, 참으로 복되고 알찬 삶을 살게 될 것이니 말입니다.”


뭐 의문? 사상? 저건 그냥 세뇌가 아닌가.


“하지만..”


배경설정으로 주어진 정보로 비인도적인 실험도 있을 거라는게 확실한 상황에 신전이라는 것들이 하는 짓이 저러니 우스웠다.


“이 영광스럽고 일생의 기회에 불만스러운 녀석이 있는 것 같네요.”


그런데 그 표정을 드러내면 안됬던 걸까. 노인의 인자한 얼굴이 이상하게 불길하게 느껴졌다.


“당신, 당신, 당신, 그리고 당신. 앞으로 나오십시오.”


단상에 서있는 사내의 손가락이 다른 아이들과 함께 나를 가리켰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나갔다. 이때의 나는 확실히 물렀던 것 같다.


신전이라는 이름을 달았기에 무의식적으로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신을 섬기는 만큼 죽이지는 않을 거라고. 벌을 받거나 할지언정 5살짜리한테 손을 대지는 않을 거라고.


그런, 물러터지고 희망만 가득찬 생각을 했었다.


그결과는-


“오.. 순환신이시여. 이 어린 죄악을 보내오니 용서해주시옵고, 죄를 사하여 주시옵소서. 그럼 작은 새싹과도 같은 악에 찬 것들은..”


생각만큼 좋지 않았고-


“즉결 심판-.”


그런 나약한 생각의 결과는 당면한 죽음이 되어 되돌아왔다.


“-으로 회개하시길 바랍니다.”


단상 앞으로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걸어나온 순간, 단상 위에서 소리치던 사내가 가학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리그었다.


쾅-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머리가 땅에 박혔다. 바닥은 부스럭거리는 흙이 아닌, 차갑고 딱딱한 대리석이었고, 어린아이의 머리로는 버틸 수 없었다.


피가 흘러내린다. 한 번은 겪어본 적있는 감각. 몸이 차갑게 식어가며 피가 또르르 흘러내려 바닥을 적시는 감각.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오줌이 흘러나왔는지 바지가 따뜻하게 적셔졌다.


“으.. 에?”


“흠?”


겨우 내쉰 의문섞인 소리를 들은걸까?


이걸로 벌은 끝인가? 이제 의무실로 데려다주겠지? 아픔은 싫다. 머리가 바닥에 박혀 두개골이 어떻게 되었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


어둠 속에서 했던 다짐은 양초처럼 흘러내려 눈물로 흘러나왔고, 고통어린 신음만이 입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오호라.. 제 자비가 너무 컸나 보군요. 어린 죄악마저 심판할 수 없었다니. 이런 자가 커서 악을 행할 것을 생각하니 제가 다 떨리는 군요. 으후후.”


저 소리에 욱하며 반항적인 욕지거리가 튀어나올만도 하지만, 한 번 겪은 죽음이 다시 내몰려 오는 느낌에 그저 살고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사, 살려..”


“순환의 축복을-.”


그런 소리와 함께 휠끔 올려다본 그의 손이 다시 아래로 떨어졌고-


-콰직


머리가 부서지는 거대한 고통을 느끼며 정신이 암전되듯 새까맣게 물들었다.




그렇게 나의 첫번째 도전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작가의말

2화도 마찬가지네..


너무 역한감성이다. 역시 폐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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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소시민 용사의 회귀변곡 2화 +5 20.12.04 115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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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튜토리얼에서 무한회귀 2화 20.12.04 39 1 12쪽
16 튜토리얼에서 무한회귀 1화 20.12.04 3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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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신캐로 게임 속에 떨어졌다 1화 20.12.04 31 1 12쪽
13 게임 속 고블린 엑스트라 2화 20.12.04 21 1 13쪽
12 게임 속 고블린 엑스트라 1화 20.12.04 26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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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가챠게임에서 섬 키우기 1화 20.12.04 37 1 14쪽
9 이세계 충인이 사는 법 1화 20.12.04 2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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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네크로맨서는 신을 죽이고 싶다 1화 20.12.04 43 1 12쪽
6 고블린 하드 플레이어 2화 20.12.04 39 1 14쪽
5 고블린 하드 플레이어 1화 20.12.04 40 1 14쪽
4 빙의론자는 어떤가요? 2화 20.12.04 43 2 12쪽
3 빙의론자는 어떤가요? 1화 20.12.04 70 1 13쪽
2 게임 속 단체전이 2화 20.12.04 50 2 13쪽
1 게임 속 단체전이 1화 20.12.04 19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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