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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화살 아이디어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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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화살
작품등록일 :
2020.12.04 13:36
최근연재일 :
2020.12.04 15:51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984
추천수 :
27
글자수 :
107,856

작성
20.12.0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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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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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네크로맨서는 신을 죽이고 싶다 1화

DUMMY

“흐음. 역시 진짜 늑대수인과 늑대인간은 마력형질이 다른가 보네요.”



한 남자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얇은 하얀 장갑 위로 들고있는 파랗게 변한 삼각형의 플라스크를 몇 번 흔들어봤다.


실험대 위에는 이미 색깔이 비슷한 수십개의 플라스크가 고정되어 옅은 빛을 내뿜으며 어두운 실험실을 밝히고 있었다.


“역시⋯ 수인은 달의 저주를 받은 그들과는 다르단 걸까요. 하지만⋯”


남자는 들고있던 플라스크를 실험대 위 고정대에 흔들리지 않게 끼워놓고는 몸을 한 바퀴 돌아섰다.


“달의 저주가 생물체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수인과 같은 신체로 변화시키는지 궁금하네요. 더불어 그 둘의 신체를 엮은 후의 거부반응 또한 확인하고 싶으니까⋯”


달깍-


실험대 뒤쪽, 어둠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아무런 빛도 없이 어둡게만 잠겨 있던 그곳에 작은 소리와 함께 환하게 물들었다. 그곳에는 많은 수술대가 비어 있었는데 그 위로 얼마나 많은 피가 흘렀었는지 색깔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흐응~”


실험을 집행하던 남자, 카인이 일부러 누군가에게 들으라는듯 발걸음이 넓게 울리도록 걸음을 옮기며, 실험체가 고정된 수술대가 있는 곳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탁-


“조금만, 조금만⋯”


“물, 제발⋯ 물 한모금만 주게⋯”


“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살려줘.”


“아아아아⋯”


그곳의 광경은 처참했다.


대부분의 인원이 팔, 다리, 목 다섯 부위를 사슬로 묶어둔 후, 신체 곳곳에 길다란 바늘을 박아넣어 마치 곤충 표본처럼 고정되어 있었다.


몸 곳곳에 자르고 이어붙인 흔적이 남아있었고, 몇 실험체의 신체 부위는 아직까지 반으로 갈라져 활짝 열려있엇다. 그 안에 위치한 내장과 근육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거칠게 맥동하며 활력을 뛰었다.


그래, 표본과 다른 점은 아직 그들이 살아있다는 점일까.


“사, 살려주게. 카인⋯ 우리는 친했지 않았는가⋯”


카인이 말 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며 다음 실험을 생각하고 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아직까지 몇 군데 밖에 상처가 없는, 들어오지 얼마안된 싱싱한 재료였다.


이름이⋯ 카노? 카닌? 카랍?


“제발, 제발 부탁하네. 나를 내보내 주게. 이곳에서 본 광경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네. 내 붉은 늑대부족의 카낙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네.”


아⋯ 카낙, 그래. 카낙이었지.


처음에는 일일히 재료들의 이름도 기억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귀찮기도 하고 친한척 구는것도 짜증나서 잊어버리게 되었다.


그래도⋯


“아, 카낙 아저씨. 정말인가요? 여기서 있었던 모든 일을 잊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으신거죠?”


그는 자신이 이 끔찍하고 두려운 장소에 끌려오기 전과 달라지지 않은 그의 태도에 소름이 돋는것을 느끼며 대답했다. 지금은 두려움보다 멀리 고향에 있는 아내와 딸이 그리웠다.


“그, 그래. 내 다섯 순환신들께 맹세하지. 절대로⋯ 절대로 발설하지 않겠네. 그러니 제발⋯ 나를⋯ 나를⋯”


그 뒤의 말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살려달라.’, ‘내보내 달라.’, ‘돌려보내달라.’ 이런 이뤄주지도 않을 희망을 내뱉으며 바라보겠지.


이미 파탄난 관계에 눈을 돌리며, 썩은 동앗줄을 붙잡으며.


어리석게도.


그러나 카인은 그런 그의 지겹게 듣던 소리에 알겠다는 듯 크게 고게를 끄덕였다. 나와 너의 관계는 아직 그대로라는 듯 지금까지는 실수라는 듯, 그의 희망처럼.


“알겠습니다. 카낙 씨.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잊고 나가게 해달라는 거죠?”


“그, 그렇네.”


“여기서 본 모든 광경을 잊고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도 맞나요?”


카낙은 마치 돌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에 옅은 기대감을 가지며 가슴이 뛰었다.


“흐히히히히.”


옆에서는 이미 정신이 나가버렸는지, 어두운 죽은눈의 여자가 그 광경을 보며 공허한 웃음을 터트렸다. 카낙은 어두고 깊은 늪에 반쯤 몸이 잠기는 것 같은 감각을 외면하며 대답했다.


“그래⋯”


“알겠습니다. 카낙씨는 지금까지의 ‘모든’ 기억을 잊고,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니 제가 이뤄드려야지요. 저희는 친한 사이였잖아요? 하하.”


카낙은 목을 고정한 쇠사슬에 숨이 막히는 것도 잊고 미친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에 따라 짤랑거리는 소리가 방안 깊숙하게 퍼져나갔다.


카인은 그,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빛나는 눈동자를 보며 손을 짝짝- 두들기며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큽⋯ 하하하하하하핫!”


카낙도 그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하면서도 따라 웃었다.


“하하하⋯”


그 애처롭고, 불쌍한 모습에 카인의 눈이 반달처럼 휘었다. 하찮은 자의 재롱을 보듯 내려다보는 그 모습에 카낙은 불안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웃음을 멈췄다.


“그, 그러니⋯ 이제 풀어주지 않겠나? 너무, 몸이 너무 아프네.”


카인은 대답하지 않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마치 미식가가 극상의 맛을 음미하듯 한층 시간을 보낸 후, 천천히 그에게로 다가와 목을 팽팽히 조이던 사슬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가 가까이 다가가자 그의 그림자가 카낙을 집어삼켰다.


“카낙 씨는 가족이 보고싶으신 거죠?”


“그렇네. 그러니 어서 조⋯”


“그렇다면 가실 필요가 없으시겠네요.”


그 말과 동시에 목을 압박하던 쇠사슬이 스르르 풀리며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카인은 마치 오페라의 절정을 즐기듯 기대하는 얼굴로 손가락을 튕겼다.


탁-


“옆을 보시죠.”


보지마라, 보면 안된다. 본능의 경종이 미친듯이 울리며 머리를 울려댔으나, 그의 신체는 마치 통제를 벗어난듯 녹슨 기계처럼 기기긱- 비틀어 되듯 돌아갔고.


“어?”


나의 그녀가.


“어어⋯?”


자신의 붉은 갈기가 좋다며, 수줍게 고백하던 그녀가.


“이, 이이이⋯”


첫 아이를 가진 후 조금 관계가 서먹해졌을지언정, 여전히 사랑한다며 볼을 부비던 그녀가.


“하하. 가족상봉입니다. 카낙 씨. 이제 가족도 있으니 가실 필요가 없겠군요!”


“이, 이것이 어, 어어어찌된⋯”


카낙의 동공이 거칠게 흔들리며, 몸을 떨어댔다. 그의 아내가, 언제까지나 수줍게 웃어줄꺼라 믿던 아내가, 피부가 갈라져 내장 전체를 활짝- 들어낸 채로 공허하게 웃고 있었다.


“아, 이것 말인가요? 카낙씨를 데려온 후, 혼자 있기 쓸쓸할 것 같아 데리고 왔습니다. 너무 거칠게 반항하느라 인자 반응 실험과 수인과 늑대인간의 이종교배 실험같은 여러 실험을⋯”


카낙의 귀에는 아무러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이번 상행이 위험하지 않냐며, 만류하던 그 모습만 아련하게 떠올랐다.


“아아아아아아아⋯”


“그래서 이렇게 할 수 밖⋯”


카낙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비쭉 말라버린 늑대머리가 사납게 변하며, 가만히 있던 신체들이 버둥거리며 근육이 꿈틀거렸다. 신체가 족히 1.5배는 커지며 입에서는 언어가 되지 못한 그르릉- 거리는 울부짖음만이 맴돌았다.


하지만-


탁-


카인이 손가락을 한 번 더 튕기자, 부인의 옆 자리에 갑작스럽게 자신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 아이의 모습이 나타났다. 카낙의 몸이 두배 넘게 부풀어 오르던 중, 그 모습을 보더니 잠시 입을 벌렸다.


입에서는 한숨소리일지, 하지못한 웅얼거림일지 모를 소리가 흘러나왔고.


“하하하⋯”


쿵-


다시 그의 신체가 바람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며 처음같이 수술대에 고정되었다. 몇 분전과 다른 점은 그의 눈은 더 이상 희망과 기대에 비쳐 밝게 빛나지도 않았고, 그저 어둡게 늪처럼 빨아들일 뿐이었다.


“흐음⋯ 역시라고 해야 될까요⋯ 수인은 달의 저주를 받은 일족에 비해 호전성과 야생성이 떨어지네요. 그래서 인자의 결합성이 떨어지는 건가? 흠⋯”


카인은 죽은듯이 침묵하는 그의 곁을 맴돌며 여러 가설을 생각해보다 짝- 박수를 쳤다. 그와 동시에 카낙의 정신을 붕괴시켜버린, 그의 아내와 딸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러나 수많은 수술대 위에 검게 번진 핏자국과 다른 실험체는 여전히 신음을 흘리며 ‘살아’있었다.


“좀 더 많은 실험체가 있으면 좋겠는데, 요즘은 수급도 힘드니 쯧⋯”


카인은 실험대로 돌아와 종이에 몇 개의 가설과 실험결과를 기록한 후, 실험실을 나서려다 우뚝- 걸음을 멈췄다.


“아. 깜빡할 뻔 했네요.”


연구를 할 때 이래서 문제다.


한 번에 깊게 생각에 빠지니 이렇게 실수를 할 때가 많이 생겨 골치가 아팠다.


“제자를 가져야 하나⋯”


어차피 가져봐야 언젠가 죽일 가능성이 높을텐데.


카인은 뒤돌아 서 수술대 아래, 작은 철제 상자를 열어 붉은색의 포션을 꺼내 카낙의 입안에 흘린 후, 노란색 액체가 들어간 주사기를 그의 목에 박았다. 그 후에 짙은 보라색의 날이 들지 않는 검을 꺼내 그의 머리를 찔렀다.


검은 날이 없어 날카롭지 않음에도 그의 머리를 반투명하게 통과에 뇌를 찔렀다.


“⋯됐다.”


카낙의 신체가 보라색 막으로 뒤덮이는 것을 확인한 그는, 스트레칭으로 굳은 몸을 풀어주며 실험실을 나섰다.



* * *



실험실을 나선 카인은 부족한 잠을 명상으로 해결하기 위해 어두운 통로를 헤쳐나가던 중, 하녀옷을 입은 여성이 그에게로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모습은 이질적, 아니 기괴했다.


발목이 드러나는 검은색 원피스 위로 귀여운 프릴이 달린 하얀색 앞치마를 하고, 머리에 하얀색 카츄사는 일반적인 메이드의 모습이었지만, 가까이 다가올수록 그 차이가 확연히 들어났다.


옷의 가장자리가 낡아서 찢어진건 당연했고, 걸어오면서 낡고 찢어진 옷 사이로 드러나는 몸에는 피부를 억지로 이어붙인 듯 수많은 바느질 자국이 가득했다.


얼굴은 제외하고 모든 신체부위에 흉한 자국이 가득해, 그녀의 흠결없는 아름다운 외모가 더욱 그 차이를 심화시켜 기괴한 느낌을 자아냈다.


그럼에도 그녀의 녹발은 마치 그곳에만 생기가 가득차 생생해 보였다.


호박색의 눈은 호롱불이 일렁이는 듯 어스름한 어두운을 보여주며 깜박거렸고, 하얀 피부를 넘어 핏기가 없어보이는 창백한 피부와 초췌한 인상은 살아있는 것 처럼 보이지 않았다.


“⋯⋯”


그녀는 카인과 마주치고 일순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무표정한 표정에는 무슨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고, 바라보는 두 눈은 거울같이 상대방을 비췄다.


“아멜리아. 다녀왔습니까?”


“네. 카인 님. 다녀왔습니다.”


카인이 먼저 인사를 건네자 아멜리아는 우아하게 두 손으로 치마를 끝을 살짝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자신이 먼저 대화를 하지 않는 한 침묵하는 그 모습에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벌써 정기적으로 보고할 시간이 되었나 보네요.”


한 달이 벌써 지나다니.


이번에 늑대 수인을 납치하느라 시간을 너무 소비했다. 늑대 수인보다 더욱 희귀한 달의 저주를 받은 일족, 늑대 인간을 구했으면서 늑대 수인을 구하는데 한 달이나 쓰다니, 너무 느슨하게 진행했나?


아니다.


지금 밖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니 자연스럽게 데려오기 위해서는 이정도의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었다.


그래도 시간을 너무 소비한 것은 사실, 어차피 당분간 나가지도 못할테니 다음부터 다른 방법을 강구해보자며 상념을 마친 그는 아직까지 투명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아멜리아를 바라보며 손짓했다.


“아멜리아, 지금 정기보고를 받을 수 있을까요? 방금까지 실험을 하느라 피곤하네요.”


“알겠습니다.”


침실로 향하던 발걸음을 고쳐, 공방의 방 중 하나인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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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고블린 하드 플레이어 2화 20.12.04 40 1 14쪽
5 고블린 하드 플레이어 1화 20.12.04 41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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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빙의론자는 어떤가요? 1화 20.12.04 70 1 13쪽
2 게임 속 단체전이 2화 20.12.04 51 2 13쪽
1 게임 속 단체전이 1화 20.12.04 20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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