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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화살 아이디어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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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화살
작품등록일 :
2020.12.04 13:36
최근연재일 :
2020.12.04 15:51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974
추천수 :
27
글자수 :
107,856

작성
20.12.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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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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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튜토리얼에서 무한회귀 1화

DUMMY

“...”


바다 깊숙한 심해도 이보단 어둡지 않으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둡고, 공허한 공간.


오랜기간 머문다면 정신에 이상이 발생할 거라 확신할 수 있는 메마른 장소.


그런 공간에 나는 눈을 떴다.


아직 잠에서 깨기 전인듯 몽롱한 정신은 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고, 조금씩 차오르는 의아함과 궁금증은 찰랑거리는 바닷물에 뒤덮힌 모래성처럼 형성되지 못한채 허물어졌다.


그렇게 언제까지나 이리저리 흔들리는 부평초처럼 휩쓸릴꺼라 생각하던 그때-


“어?”


깜박-


눈을 한 번더 깜빡였다.


깜박- 깜박-


그러나 이리저리 눈을 감았다 뜨고, 손으로 휘저어 확인해도 내 눈 앞에 자리한 그것은 눈 앞을 밝게 비추면서도 따가운 햇살같이 눈을 찌르지는 않았다.


———————————————


다음 도전을 준비하시겠습니까?


《 Yes / No 》


———————————————


밤하늘의 우주보다 어둡고, 빛 아래의 그림자보다 까맣게 물든 공간.


그런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일 것이 분명한 하얀 문자열이 시야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다음 도전을.. 준비하시겠습니까? 이게 뭐지..?”


그 문자열을 멍하니 읽어내려갔을 때, 마치 스프링이 하늘로 튕겨올라가는 것 같이 불분명하던 의식이 또렷하게 자리잡으며 정신을 차렸다.


“여기는 어디야.. 꿈인가?”


정신을 차리고 처음 든 생각은 칙칙한 공간과 다르게 담담했다. 매일 같이 꿈을 마음대로 조종해보겠다고 루시드 드림을 연습하기를 몇 주.


그렇게 루시드 드림을 성공시켰으니, 이제와서 꿈 속이라고 별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러나 곧이어 그 생각이 부정되는것을 알게되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평소때의 경험처럼 눈을 감고 원하는 물건, 세상, 사람- 등등. 아무리 집중을 해도 꿈을 조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


그제서야 이상함을 느낀 그는 멍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어둠, 어둠, 그리고 어둠.


온 세상에는 눈 앞에 자리한 하얀 문자열을 제외하고 어둠만이 정적으로 세상을 둘러싸고 있었다.


오싹-


이 상황과 유일하게 관련지을 법한 예상이 틀리자 온 몸에 소름이 올라왔다. 그제야 제대로 상황을 파악해보려 노력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뭐, 뭐야!!”


팔에 올라온 닭살을 쓸어내리며, 괜히 겁이나 공중을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바뀌는 것은 없었다. 오직 조용하고, 움직임 하나 없는 고정된 모습만이 목소리를 환영해주었다.


그렇게 몇 번이나 더 소리를 질렀을까.


목이 반쯤 쉬어서, 켁켁 거릴때 쯤 한껏 긴장된 감정이 가라앉을 수 있었다.


“몸은.. 별 다른 이상이 없는 것 같은데.”


눈 앞에 자리하는 새하얀 빛으로 인해 내 몸을 살펴볼 수 있었다. 운동화에 반바지와 티셔츠. 평소에 대충 입고다니는 옷차림이었다.


“오감도 멀쩡하지?”


눈도 잘 보인다. 귀도 들리며, 코로 킁킁 거리자 내 옷 냄새까지 맡자 확실하게 멀쩡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손에 닿은 촉감도 생생하며 팔을 한번 햘짝이자 짠 맛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여러가지 검사를 하며 혼란한 마음을 추스르자, 다른 것이 내 눈에 들어왔다.


“이 글자는 뭐지? 다음 도전?”


무슨 다음 도전? 뽑기나 게임도 아니고 눈 앞에서 이런 글자를 보게될 줄이야. 손으로 몇 번이나 글자를 휘저어봤지만, 뭉게지지도 손으로 가려지지도 않은채 뚜렷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발했다.


“Yes를 누르면 어떻개 되지? 그리고 왜 한글이 아니야?”


그럴 거면 처음부터 한글로 예/아니오로 표시할 것이지. 괜히 무엇인가 어둠 속에서 나타날 것 같은 마음에 쓸데 없는 것에 집중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무서워질 것 같았으니까.


지금으로써는 알 수 있는 사실은 몇 가지, 아니 사실상 한 가지 밖에 없었다.


지금은 어떠한 기회가 끝났기에,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


생각해 보면 지금 상황은 게임에 나오던 상황이랑 비슷했다.


여타 어느 게임이든, 캐릭터를 조종하며 플레이를 하다 죽고 난 후···


“어?”


구역질이 올라왔다.


“왜.. 왜그러지?”


식은땀이 흘러내리며 온 몸에 오한이 흘렀다. 이 공간은 춥지도 따듯하지도 않은 그런 공간이었는데 몸에서 추위를 호소했다.


“꺽.. 끅.”


갑작스럽게 숨쉬기가 불편해지며, 몸이 덜덜 떨리는며 의아하던 찰나-


기억이.


“아..?”


죽었을 때의 기억이 밑으로 떨어지는 폭포수같이 물밀듯이 흘러들어왔고.


“아아아아아아아.”


절규가-


커다란 비명이 메아리치든 어둠만이 꿀렁이는 공간사이를 찔렀다.


“크헤엑. 칵.”


숨이 쉬어지는지 들이키는지 모르겠다. 눈 앞이 핑핑 돌며, 삐- 하는 이명소리가 크게 귓구멍을 찔렀다. 눈물은 주륵주륵 흘러내왔고, 콧물과 침이 범벅이 되어 엉망징창으로 변했다.


뭐가 무서운지, 뭐가 뭔지 분간할 수 가 없어 두 손으로 몸을 꽉 안았지만 달리지는 건 없었다.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단어가 되지 못한 울부짖음이 흘러나와 나 자신을 가득 채웠고, 떨쳐내지 못한 공포가 발 밑을 스물스물 기어올라 잠식할 때-


“으흐흐..”


그런 상황에서 웃음이 나왔다.


“크흐..”


머릿속에서 뭘 분비하는지 몰라도 바람빠지는 웃음소리가 입안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왜 정신병자들이 심각하고 상상하지 못한 증세를 겪으면서도 웃나 싶었다니.


이런 거였나.


“프흐..”


그냥 웃음이 나왔다.


웃을 만한 상황이 아닌데, 그다지 웃기지도 않고 두렵기만 한데, 그럼에도 뭐가 그리 웃기다고 웃음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무슨 감정인지 자신도 몰랐고, 아직도 몸이 떨려 바스라질 것 같았다.


“그런거였구나..”


상의를 벗어 얼굴을 닦았다. 턱을 지나 목까지 내려온 콧물과 눈물, 침을 말끔하게 닦아내고 괜히 나둘 곳도 없어 공중에 던지지 티셔츠가 그 상태로 공중에 동동- 떠올랐다.


혹시나 싶어 발 밑을 살펴보니, 지금까지 지상이라 생각했던 곳도 저 멀리있는 어둠과 같은, 어딘지도 모를 공중에서 부양하고 있었다.


그저, 막연히 바닥에 서 있겠지- 그런 생각에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자신은 공중을 바닥처럼 밟고 서 있었다.


“이걸 이제야 알게 되다니.. 참.”


혼란스러운 마음에 놓친 것도 이해할 수 있었지만, 이 곳에 바닥이 없는 것을 보고도 바닥에 서있다고 생각한 자신이 우스웠다.


그렇게 얼마간 발을 움직이며 공중으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며 억지로 생각을 다른곳으로 돌려 마음을 추슬렀다.


“나는..”


죽었다.


“이걸 이제야 깨닫게 되다니.”


죽음을 겪은 뇌가 자신의 정신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기제를 발동시켰나. 하긴, 확실히 그럴만한 경험이기는 했다.


더운 여름이었음에도 피가 빠져나가 차갑게 변한 몸과 가까이 말하고 있음에도 멀리서 말한 것 같이 들리는 소리. 특히 주마등이었는지 멀리서 들리는 소리가 느리게 울리기 까지 해서 머리가 혼잡했다.


어디가 부러졌는지, 몸에 상처가 났는지 몸이 뜨거운데 반해 상처 부위는 뜨거워서 온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그리고-


죽음이 늪처럼 온 몸을 감싸앉고 가라앉는 그 감각은-


“우읍..”


생각을 멈추고, 다시 공포에 빠지려는 몸을 멈춰세웠다. 더 이상은 안된다.


그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다시 한 번 죽음에 대한 감각을 다시 생각하면 너는 전처럼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일 거라고 마음속에서 속삭이는 것 같았다.


양반다리로 편한 자세로 바꿔 앉고는 천천히 떠올렸다.


-무엇을 하다 죽었지?


이 의문을 생각하기 위해.


“천천히 생각하자..”


20대 중반의, 이제는 후반이라 불릴만한 나이로 가는 것에 몇개월 남지 않았을 나이.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장남이자 독자였다.


부모님은 어디에서나 볼법한 사람이었고, 다른 부모님들과 마찬가지로 자식에게 희생적이며 자신만 바라보고 사는 사이였다.


변변찮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도 못하고 방황하던 때, 제촉하기 보다는 천천히 생각해보라며 오히려 용돈까지 더 주던 그런 사람들.


그렇게 자괴감에 휩싸여 취업준비를 하던 그때, 우연히 하게된 생각.


-소설을 써볼까?


공부는 잘하지는 못하고, 못하지는 않는 중상위층의 성적을 가진 나에게 소설과 만화 애니메이션과 같은 유희는 이것들은 그만둔다면 더욱 성적이 올라갈 것을 알고 있음에도 끊지 못한, 마약과도 같은 취미생활이었다.


그런 취미생활을 하던 중 취업도 힘들고, 고단한 생활에 지쳐 소설가가 되보자는 편한 도피는 생각지도 못한 성공을 가져다주었다.


반쯤 난 무언가를 하고 있다- 이런 자위를 하며 쓴 소설이 생각치 못한 성공을 이루어 낸 것이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성공은 불필요한 소비로 일어난다는 것을 잘 알고있던 나는, 그 돈으로 지금까지 고생한 부모님께 집을 사드리고자 했다.


저금을 해도 된다. 아니면 그렇게 원하던 시계, 차, 옷을 사도 되고.


그렇지만 나는 부모님게 집을 사드리고 싶었다. 평생 내 집하나 마련하지 못하셨던 부모님의 모습과 그럼에도 나에게 내색하지 않으셨던 그 모습에 어찌 자신이 원하는 것만 할 수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준비한 이사는 순조롭게 준비 되었다.


부모님께서는 아들이 하고 싶은거나 하라며 말렸지만, 그런 부모님의 마음에 더욱 확고한 생각으로 계획을 밀고 나갔다.


주변에 신도시 개발로 인해 새로 지어진 새 아파트로 계약을 끝마쳤고, 새로운 가구까지 주말에 가족끼리 쇼핑도 했다.


그렇게 이사만 끝마치면 되는 상황에서, 부모님은 한 푼이라도 아끼고자 집에 남은 가구들을 팔려고 하셨다.


솔직히 오래 사용해서 그냥 버려도 무방하지만, 아들에게 집과 가구까지 낼름 받아먹기만 하고 싶지 않다며, 중고시장에 가구를 올려두었고.


-그 선택이 처참한 결과를 가져다 주었다.


싼 가격에 올려놓은 가구를 사겠다는 사람이 있었다.


사는 사람은 이십 대의 남자.


자취방에 가져올 가구를 중고로 거래한다는 소리에 살짝 의심이 들었으나, 이사날짜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에게 집으로 안내하여 가구를 보여주었고.


-살해당했다.


가구를 보는 척 옷 안에 숨겨둔 식칼로 나의 배를 깊게 찌른 후에 부모님을 공격했다.


자신의 아들이 칼에 찔렸다는 것에 충격받아서 일까, 부모님의 반응은 느렸고 자신을 상대할 사람이 없다 여긴 살인범은 부모님에게까지 칼을 휘둘렀고.


부모님도..


-미안하다.아들아.


-사랑해. 아들.


“부모님이..?”


머릿속이 생각을 따라가지 못했다.


부모님이 죽었다고? 그걸 왜 이제 떠올렸지? 그 살인범 새끼는? 그깟 가구 버리는 거였는데.


그저, 그저 하얗게 변한 샌 늙은 부모님이 저항하나 못하고 쓰러지는 모습만이 눈 앞을 가득채웠다.


입이 빠끔거렸다.


전과 비교되지 않았다.


바람빠지는 듯한 애매한 소리와 열렸다 닫히는 입. 눈에는 초점이 맞지 않았고, 손발은 어디를 잡는지 허우적거리기만 했다.


그리고 절규가, 크나 큰 절규가 목에서 나왔을거라 믿기지 않을 만한 음량이 튀어나왔다.


“아아아아!”


이제 효도 좀 하나 싶었는데, 진짜 제대로 살아보려고 했는데.


“아아아아아아!”


한 평생 불효자식을 보살핀 분들이다. 사랑하다는 말 하기가 얼마나 부끄럽다고, 행동이면 되겠다 생각했는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몸이 덜덜 껄렸다. 고통도 아니다. 공포도 아니며, 두려움도 아니다.


그저, 슬펐다.


그리고 화가났다.


그깟 가구들 다 팔아봤자 얼마나 한다고.


그걸 말리지 못한 자신이 저주스럽고, 부모님과 자신을 죽은 살인범이 저주스러웠다.


그리고, 그리고.


부모님을 찌르는 모습을 무력하게 지켜보는 자신이 증오스러웠다.


“———————”


그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크게 울부짖었다.


진정할 수 없었다. 자신의 죽음은 크게 눌러둘 수 있었지만, 가까운 사람. 그것도 지인도 아닌 부모님의 죽음은 커다란 충격이 되어 뇌리에 박혔고, 가슴속에 쌓이는 울분은 풀 수 없는 메아리가 되어 공간을 진동시켰다.


눈에 수분이 말랐는지 피가 흘러내렸고, 평소같으면 기겁할 그 모습에 아무런 감흥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이나 주저앉아 울었다.


작가의말

지금 읽어보니 이건 엄청 중2병같네.


이건 이대로 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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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소시민 용사의 회귀변곡 2화 +5 20.12.04 115 4 13쪽
18 소시민 용사의 회귀변곡 1화 20.12.04 37 2 13쪽
17 튜토리얼에서 무한회귀 2화 20.12.04 39 1 12쪽
» 튜토리얼에서 무한회귀 1화 20.12.04 37 1 12쪽
15 신캐로 게임 속에 떨어졌다 2화 20.12.04 48 1 12쪽
14 신캐로 게임 속에 떨어졌다 1화 20.12.04 31 1 12쪽
13 게임 속 고블린 엑스트라 2화 20.12.04 21 1 13쪽
12 게임 속 고블린 엑스트라 1화 20.12.04 26 1 14쪽
11 한국 괴이담 1화 20.12.04 31 2 11쪽
10 가챠게임에서 섬 키우기 1화 20.12.04 37 1 14쪽
9 이세계 충인이 사는 법 1화 20.12.04 29 1 9쪽
8 네크로맨서는 신을 죽이고 싶다 2화 20.12.04 39 1 12쪽
7 네크로맨서는 신을 죽이고 싶다 1화 20.12.04 43 1 12쪽
6 고블린 하드 플레이어 2화 20.12.04 39 1 14쪽
5 고블린 하드 플레이어 1화 20.12.04 40 1 14쪽
4 빙의론자는 어떤가요? 2화 20.12.04 43 2 12쪽
3 빙의론자는 어떤가요? 1화 20.12.04 70 1 13쪽
2 게임 속 단체전이 2화 20.12.04 50 2 13쪽
1 게임 속 단체전이 1화 20.12.04 20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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