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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화살 아이디어 단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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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화살
작품등록일 :
2020.12.04 13:36
최근연재일 :
2020.12.04 15:51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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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수 :
107,856

작성
20.12.0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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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네크로맨서는 신을 죽이고 싶다 2화

DUMMY

“자, 이제 보고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와 그녀가 들어온 방은 평수로 따지자면 20평 정도 크기의, 집무실로 쓰기에는 다소 넓어 보이는 방이었다.


집무실에는 가구가 몇 개 없었다.


오래된 듯한, 도서관에서 날법한 고서와 잉크의 냄새가 가득한 방의 벽에는 입구 근처의 벽을 제외한 모든 벽에 책장이 있었고, 책장에는 고서와 마법서 그리고 둥글게 감싸인 두루마리가 빽빽하게 가득차 있었다.


출입구의 벽면에는 표정없는 어느 여인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는데, 그를 제외하고도 책장의 꼭대기에는 하나씩 고대 유물들과 기이한 모양의 물건들이 놓여 있어 다소 번잡해보였다.


발 밑에 깔린 피처럼 붉은 색의 부드러운 양털 카펫과 방 사이사이를 밝히는 주황색의 등불이 차가운 분위기를 지워나갔다.


책상위에는 하얀색 깃털 팬과 붉고, 검은 잉크병이 놓여있었고, 그는 입구를 마주보는 책상에 앉아있었다.


“한 달동안 어떤 정보를 얻고, 수집하셨는지 평소대로 보고해주시면 됩니다. 아멜리아.”


“우선, 순환교에서 저희를 쫓는 기색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정확히는, 종적을 잡을 수 없어 잠정적으로 포기한것에 가깝기는 합니다만⋯ 몇 년전 처럼 위급하게 도망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꽤 좋은 소식이네요. 의식도 실패하고, 몇 년동안 지겹게 쫓겨다니느라 힘들었는데 다행입니다.”


“말씀하신 붉은 늑대부족은 북동쪽 수인연합에 위치한 부족 중 하나입니다. 전형적인 수인 부족 중 하나며, 카인 님께서 사로잡으신 수인이 꽤 독특하다고 생각됩니다.”


“역시 그런가요⋯ 하긴, 기계에 미친 수인 중에 상인이 나온 것도 꽤나 신기한 일이었으니, 부족 전체가 그럴지 않을 거라는 건 예상했습니다만⋯ 아깝네요.”


카인은 방금전까지 즐겁게 대화하던 카낙을 떠올리고, 그가 건 저주 속에서 환상을 보며 허우적 거리던 모습을 생각했다.


역시 아깝다⋯


서부에 수인을 보기란 흔치 않다. 거기에 길루다의 사막을 뚫고 들어올 정도면 평범한을 넘어 대단하다고 칭할 정도. 그 길고 긴 거리의 무역로를 뚫고 서부로 들어왔으니 실력이 강한게 당연했다.


그러니 한 달의 공을 들였지.


“붙잡은 늑대 수인은 꽤 유명한 자로, 수인 연합에서도 흔치않은 상인의 직종을 가지고 있어 쉽게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카낙의 납치가 들킬 가능성이 있나요?”


길루다의 사막에서 그들을 발견하고, 천천히 이끌어 자신의 공방이 존재하는 거인의 유적지에 끌어들여 납치했다. 그 가운데 흔적을 남기지 않았지만, 그를 찾고자 하는 이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없습니다. 이번 상행은 그들이 생각하기에도 도전에 가까운 것이었고, 이번에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들킬 가능성은 적으리라 생각됩니다.”


“다행이네요⋯ 이렇게 몰락하지 않았다면, 그냥 영혼이 붕괴되는 걸 감수하고 기억을 뽑아내는 걸 시도해볼텐데, 아멜리아에게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카인은 미묘하게 웃으며 그녀의 공을 치하했다. 아멜리아는 여전히 딱딱하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카인 님께 도움이 되었다면 이 한 몸 충분히 바칠 수 있습니다.”


“하하, 아멜리아 그렇게 말하면 제가 섭섭하지 않습니까. 제 유모로써 지금까지 저를 돌봤는데, 그렇게 할 수야 없지요. 다른 것들은 몰라도 아멜리아와 알리나는 버리지 않을겁니다.”


주황색 등에 비친 그녀의 그림자가 불안정하게 꿈틀거렸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창백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에게 대답했다.


“언제까지나 보필하겠습니다.”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카인은 요즈음 제일 중요하게 여기던 두 개의 보고가 끝나자, 앞으로의 일을 생각했다. 웅크리느냐, 영역을 확대하느냐 둘 다 어느것도 중요하지 않은게 없었다.


“그리고,”


멍하니 손가락으로 뺨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기려던 것을 방해하던 건 그녀의 목소리였다. 그 소리에 카인의 눈동자가 의아함을 띄었다.


“앞으로도 외출과 행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건 왜 그런가요?”


“아직, 정확한 정보를 모으지 못했지만 이세계인⋯ 이라는 다른 세계의 인간이 대륙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이세계인이라⋯?


카인은 느슨하게 풀어낸 자세를 다시 되돌렸다.


아멜리아는 자신의 충직한 종이자 유모 그리고 하나뿐인 시녀다. 자신이 바란다면심장을 뽑아 바치기를 망설이지 않으며, 원한다면 밤자리 시중까지 들 정도로 충직하고, 또 맹목적이다.


그렇기에 카인은 그녀가 그 소문을 반 이상 확신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그냥 뜬 소문만을 보고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풍문이라⋯ 증거를 찾았습니까?”


“아니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동부를 제외한 서부의 지역 대부분에서, 그것도 풀어낸 악령들 대부분이 같은 소문을 확인했으며, 이세계인이라 주장하는 인물 또한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다른 세계는 실존한다.


일반적으로 확인가능한 거울 세계와 그림자 차원, 정령계와 요정계 그를 제외하고도 망가진 공간의 틈으로 들어오는 다른 생물들까지.


악마와 같은 생물부터 인간을 능가하는 지적 능력을 가진 괴물들까지.


심지어 다른 세계의 마법사가 직접 이 세계로 이동하는 사례도 있기에 그리 특별하지 않다.


애초에 세상이 이지경으로 망가지게 된 원인이 그것에 있었으니 더 말해봐야 뭐할까.


그러나 이렇게 대량으로, 그것도 모든 도시에 퍼진다고⋯?


“수상하네요. 하지만⋯ 그들을 실제로 사로잡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아직 모르는게 많으니 더욱 자세하게 조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카인 님.”


“그런데, 당분간 활동을 자제하라는 것은 무슨 말씀입니까?”


순환교의 추적이 멎었고, 사로잡은 실험체가 추적 당할 위험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세계인은 흥미롭긴 하나 그리 신경쓸만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슬슬 영역을 확장해도 모자를 판에 더욱 웅크리라니.


나쁜 선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신수의 숲의 움직임이 이상합니다.”


그 말에 멈칫한 카인의 고개가 느릿하게 움직였다.


“어디가 이상하다는 겁니까?”


“신수의 숲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해, 주변의 움직임으로 밖에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신수의 숲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만을 가까스로 관측했을 뿐입니다. 가끔 울리는 굉음과 울음소리, 불안정한 숲의 마력으로 미루어 보아 어떤 사건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그녀의 관찰은 꽤 정확한 편이니 신뢰해도 되겠지.


하필이면 이곳에서 일주일 거리에 위치한 신수의 숲에서 이상현상이 발생하다니, 이 정도의 문제라면 충분히 웅크릴 이유가 되었다.


사실 진짜 고대의 신수라 하기에 부족한, 그 혈통을 이었을 뿐인 어린 신수에 불과하겠으나 전성기의 자신이라면 몰라도 도망자로 전락한 후의 자신은 어린 신수와 그 권속들을 상대할 저력도 없었다.


사실 이곳에 자리잡은 것도 그 맹점을 이용한 것이라 상당히 불안했는데⋯


“이런, 어쩔 수 없네요. 당분간 몸을 사릴 수 밖에. 무슨 일인지⋯”


카인은 아직은 힘을 드러낼 시간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했다. 다시 한 번의 실패를 겪을 수는 없지. 이번에는 일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되니.


“아멜리아, 알리나에게도 이 소식을 전해주실 수 있나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물러나겠습니다.”


그녀가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며 물러나는 모습에 손을 흔들어 답했고, 끼익- 거리는 문을 열어 밖으로 나섰다.


철컥-


“흐음⋯ 그렇다면 하던 연구나 마무리 지을 수 밖에 없으려나⋯ 아. 요정의 정수 확인 실험이 이나 해볼까⋯.”


카인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지금까지 연구에 보고를 연이어 들어 피로했다. 실험에 필요한 실험체와 재료또한 부족하니 하나하나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카인의 등 뒤로 검은 색 원이 나타나며 불길한 파동을 뿜어냈다.


웅웅-


“⋯⋯”



잠시 후 집무실에서는 옅은 숨소리와 등 뒤의 검은 원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들리는 파동만이 적막함 사이를 울렸다.



* * *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쿠그긍-


“이건⋯?”


아멜리아의 보고를 듣고 피로한 정신과 사용한 마나를 보충하기 위해 명상을 하던 카인은 자신의 공방이 옅게 울릴정도의 떨림의 저절로 눈이 뜨였다.


아무리 영락하고 도망자 신세였다 한들, 그는 위대한 마법사 중 한 명이었던 몸.


그런 그의 공방이 작은 지진하나 무시하지 못할리가 없지만, 문제는 이 지진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에 있었다.


마법사의 감은 특별하다.


상태가 괜찮을 때는 내일의 날씨마저 예지할 정도며, 실력이 좋은 마법사들은 마치 본능이 발달된 초식 동물처럼 각종 재해가 일어나기 며칠 전에 어렷품이 알 수 있으며, 불길함까지 느낄 수 있다.


그렇기에 이종족들을 제외한 인간들은 마법사들을 두려워 하며, 미신과 미지의 대상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방금 전, 지진이 일어날 예정이었다면 상태가 매우 나쁜게 아닌 이상 카인 정도의 마법사는 ‘반드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도는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가 알지 못했다는 건⋯


“자연재해가 아니라 누군가가 직접 일으켰다건가요⋯”


카인의 눈이 가늘게 얇아졌다.


자신의 공방이야 마법사, 자신들의 영지답게 당연히 튼튼하고 각종 위협에 대비가 되어있었기에 작은 흔들림으로 끝났지만, 낡은 건물이나 식기들은 떨어지며 부서질만한 위력이었다.


이런 땅이 뒤흔들릴 위력은 카인조차 몇 날 며칠 직접 준비를 해야될 정도의 힘이 담겨 있었다.


누군가가 몇 달을 소비해 의식을 준비해 이만한 위력이 담긴 지진을 일으켰다고 해도, 이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그가 낌새하나 눈치 채지 못할리도 없다.


그렇다면?


“이만한 힘을 곧바로 풀어낼 수 있을만한 강자의 등장⋯ 인가요?”


등장이 아닌, 그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강하기에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아직까지 자신의, 마법사의 감으로는 아무런 불길함이나 다른 것을 느끼지 못했기에 안전하다고 할 수 있으나 앞으로의 대비는 필요할 터.


카인은 아멜리아와 알리나가 자신의 집무실로 급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지나가면 좋겠지만⋯”


그럴리는 없겠지.


카인은 골치아픈 일이 일어날 듯한 직감에 옅은 숨을 내쉬며, 황급히 방으로 내달려오느 그녀들을 기다렸다.



* * *



끼이익-


끼이익-


어두운 그림자와 닳고 닳아 이제는 기억도 못할 스러져가는 영광의 쉼터. 그 길고 긴 오욕의 세월은 남은 망자의 원념마저 잠들게 만들었고, 이제는 그 의지마저 빛바랜 오래된 폐허라고 불릴만한 지하의 공동.


그곳에 칠이 다 벗겨져 흉한 몰골을 드러낸 거대한 잿빛의 석상이 있었다.


석상은 오랜 시간이 흘러 이제 그 반짝거리던 신체는 뭉텅거리는 고철로 변하였지만, 그 두 손에 들고 있는 하나의 투박한 검은 아직까지도 검게 반짝이며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언제까지고 가만히 어둠속에 잠겨 그 세월과 같이 모래속에 파묻혀 사라져 버릴 예정이었으나-


쿠구긍-


땅을 울리는 거대한 진동과 동시에 힘겹게 폐허를 지탱하던 벽이 흔들림과 동시에 쾅- 무너져 내렸다.


천장과 벽이 중심을 잃고 무너져 내렸지만, 다행스럽게도 투박한 검과 석상은 아직까지 단단함을 유지하는는지 무게를 버텨내었고, 그 막힌 벽이 사라져 시원하게 뚫린 천장에서는 밝은 빛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우웅-


햇빛은 오랫동안 빛 한점 보지 못했던 검을 비추었고, 검은 옅게 진동함과 동시에 뚝- 하고 다시 멈추었다.


그 자리에는 옅게 피어오르는 먼지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듯 반짝이는 빛을 반사하는 투박한 검 그리고 동상을 둘러싸는, 아니 그것을 넘어 광장 전체를 채울듯한 거대한 뼛더미만이 부서진 돌조각과 섞여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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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블린 하드 플레이어 1화 20.12.04 41 1 14쪽
4 빙의론자는 어떤가요? 2화 20.12.04 43 2 12쪽
3 빙의론자는 어떤가요? 1화 20.12.04 70 1 13쪽
2 게임 속 단체전이 2화 20.12.04 51 2 13쪽
1 게임 속 단체전이 1화 20.12.04 201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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