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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화살
작품등록일 :
2020.12.04 13:36
최근연재일 :
2020.12.04 15:51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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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9
추천수 :
27
글자수 :
107,856

작성
20.12.0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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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신캐로 게임 속에 떨어졌다 1화

DUMMY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직장에서 젊다라는 사실은 그리 메리트가 되지 못한다.


게임 개발자라고 하면 보통 프로그래머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모두 그렇지는 않다. 감독(디렉터), 제작자(프로듀서), 프로젝트 매니저(PM), 프로덕트 매니저, 게임 매니저, 최고 기획자 등등 게임 개발팀은 다양한 역할이 있고 겸직도 흔하게 하는 편이다.


디자이너나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 그래픽 아티스트 같은 직업도 있고, 대기업이 아닌 이상 대우가 그리 좋지 않은편이며 환경도 힘들다. 흔히 열정과 애정이 없으면 하지 그만두기 일쑤인 직업.


“우리 막내. 자잘한 버그 수정하고, 한 번 플레이해서 확인도 좀 해봐. 할 수 있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닌 외국에서도 정리해고가 잦은편이니.


그래서 내가 이러고 있는 거겠지.


“네. 할 수 있습니다. 먼저 퇴근하세요. 형.”


아는 형의 인맥으로 들어온 직장이다.


작은 게임 써클을 전전하며 게임에 관련된 건 일단 다 손대보며 경력을 쌓아가길 몇 년. 그래도 취직이 안되는 현실에 아는 형에게 연락이 왔다.


같은 게임 써클에서 활동하던 사이였지만 특유의 서글서글한 성격과 좋은 입담 덕분에 빠르게 취직했다고 들었다.


그렇게 취직한 형이 기획자 한 명 구한다길래 얼마나 기쁘던지. 나중에 술 산다고 약속까지 하고서 들어온 지 어언 세 달.


“게임 내 버그도 할 수 있으면 하고. 알았지? 그럼 먼저 들어간다. 내일 보자!”


“네. 하하.”


한 달 동안 한 일이라고는 사람이 부족한 곳에 뺑뺑이 돌려진 것 밖에 없었다. 기획자라는 직업이 직업인 만큼 그 정도는 각오했지만, 마치 원래 부른 목적이 이거라는 것처럼 일정한 역할 없이 뒷처리나 하는 ‘잡부’ 역할이 떠올랐다.


“에이, 진짜..”


거칠게 머리를 긁적이며 삐걱거리는 의자에 등을 기댔다. 퇴근시간이 지난 하늘은 아직 7시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검게 변하고 있었다.


“진짜, 미치겠네.”


게임을 개발하는건 즐겁다.


작은 써클에서 쭈끄르 게임같은 작은 게임부터 시작해서 경력이 붙고 이곳에 입사할 때까지. 내게 게임은 돈이 되는걸 떠나서 하나의 즐거운 작업이나 마찬가지였다.


혹자는 취미와 일이 겹칠 수 없다고 하지만 글쎄.. 애정과 열정이 없다면 금방 그만두고 기술이나 하나 배웠을거다. 그게 더 돈이 되니까.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세 달간 이 생활은 내게 최악이나 다름없었다. 낙하산이라 그런지, 급히 뽑혀온 젊은 놈이라는 인식 때문인지 의견을 제대로 받아주지도 않고 커피 심부름이나 하기 일쑤였다.


게임에 대한 의견을 받아주기 보다는 주어진 일이나 다 끝내는 기계를 원하니 아무리 게임에 애정을 가지고 있어도 버티기 힘들었다.


“그래도.. 형 때문에 입사하긴 했으니까. 이번 프로젝트만 끝내고 나가든가 해야지.”


이번에 뽑힌것도 프로젝트 막바지라 일은 넘쳐나고, 사람은 죽어나가니 여러 작업을 땜빵치며 돌릴 수 있는 인원을 구한 것 뿐이었다. 형은 그때 나를 추천해준 것 뿐이고.


솔직히 직장은 별로였지만, 형이 추천해준 것도 있고 중간에 끼어들고 뒷처리 작업이나 했어도 직접 관여한 게임의 마무리를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오픈 베타테스트도 일주일 후고, 여러 잔업도 그 전까지 마무리 될 것 같았다.


물론 갈려나가는건 나겠지만.


“으윽.. 또 코피야? 요즘 눈도 침침하고 머리도 아픈데.. 병원 한 번 가야하나?”


출시가 금방이라 족히 2주는 야근을 했으니 몸이 괜찮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딱히 운동 같은걸 하지는 않았으니까. 잦은 코피와 두통밖에 없으니 지금까지는 괜찮았지만 병에 걸렸을지 모른다.


오픈 베타테스트만 무사히 끝나면 출시도 금방이니, 딱 그 때쯤 나가면 될 것 같았다. 병원에 한 번 검진도 받고 보약도 한 채 지어먹는것도 좋겠다.


그 후까지 회사에서 자신을 써줄 것 같지도 않고 애초에 돌려막으려 했던게 목적이었으니.


“일단.. 보이는 건 다 수정했고, 문서 정리는 어제 해둔 것 같았는데..”


자잘한 버그는 수정했지만 또 무슨 문제점이 있을지 모른다. 애초에 완벽한 게임이 아니니까 자잘한 버그는 꾸준히 발생할 수 밖에 없었다.


이스터 에그나 폐기된 설정 같은 개발진만 아는 정보를 제외하고, 게임 구동에 문제가 되는 버그는 보이는 건 일단 수정이 끝났다.


“이제 직접 해보고, 또 버그 발견할거 생각하면 진짜.. 시..”


욕이 나오는건 어쩔 수 없었다.


말이 잔업이지.


겉에 나오는 버그 수정하는 것도 한 세월인데. 게임 안에 있는 버그까지 수정하면서 뭐? 자잘한 버그? 참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하긴 해야되니까.


“에휴..”


아름다운 여전사가 얼굴이 그려진 게임을 클릭했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작은 화면 크기의 게임 화면과 함께 잔잔한 음악과 함께 로그인 창이 함께 떠올랐다.


로그인 창 위로는 ‘붉은 경계’라는 글자가 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빛나고 있었다.


곧장 스킵하고 운영자 전용 테스트 계정으로 전환한 후 게임을 진행했다.


특정키를 누르면 데미지를 받지 않는 무적상태가 되는 것과 빠른 진행을 위한 즉사 시키는 스킬. 게임의 제한이 대부분 무시되는 캐릭터.


일반 캐릭터가 아닌 GM전용 캐릭터인 만큼 즉사 스킬과 무적 스킬을 제외하고 스킬도 대충 몇 개만 있고, 높은 등급의 장비보다는 보여주기용, 흔히 룩딸이라고 말하는 성능보다 멋을 우선시한 복장이었다.


이미 몇 번이나 해본 작업인 만큼 능숙하게 키를 조작하며 움직임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이제 맵을 돌아다니며, 발견되는 버그나 오류를 기록해놓고 수정하면 된다.


“진짜 보약하나 사 먹어야 하나? 또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정신은 또렷한데 눈이 뱅뱅 돌며 몸을 가누질 못했다.


막아놓은 코가 아닌 다른 코에서 코피가 터지는 걸 느꼈지만, 움직일 수 없었다.


“아.. 하얀 와이셔츠에 피 묻으면 안되는데..”


웃기게도 지금 상황에 대한 걱정보다는 저걸 지우려면 세탁비가 들꺼라는 생각이 더 우선되었다.


쿵-


“으으..”


키보드에 머리를 박자 드디어 현실이 인지되었다. 폰을 들고 119에 전화하고 싶었지만, 손 끝은 움찔거리기면 할 뿐 움직일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에이 씨.. 밥이나 잘..”


먹을걸.


내뱉지 못한 말이 입안에 돌며 웅얼거리듯 새어나왔다.


죽어가는 순간은 생각보다 괴롭지는 않았다. 이미 익숙해진 두통탓인지 이렇게 될 걸 내심 예상했는지는 몰라도, 그저 차가운 늪 속으로 천천히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숨이 멎는 순간까지 내가 한 생각은 어처구니 없지만, 마지막으로 먹은 음식이 단팥빵과 바나나 우유밖에 되지 않는 게 더 억울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치킨이나 뜯을 걸.


그런 생각을 하며..


잠이 들듯 눈이 감겼다.


적막한 사무실에서는 본체가 윙윙 돌아가는 소리와 어두운 가운데 홀로 빛나는 모니터만이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가운데 미처 설정해제 두는것을 깜박했던 알람만이 요란하게 울렸다.


그때


화학-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마치 소리가 났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환한 푸른 빛이 모니터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 빛은 쓰러진 시체를 비추더니 이읃고 팟- 하고 멈췄다.


윙윙 돌아가는 본체도, 밝게 빛나던 모니터도, 잠깐동안 시끄럽게 울리던 알람도 모두 고요한 밤을 연상시키는 것처럼 어두워졌다.


그렇게


책상에서 방울져 떨어지는 핏방울만이 뚝뚝- 조용히 울려퍼졌다.



* * *



쏟아져내리는 별들을 본 적이 있는가?


이런 시적인 어구가 아니더라도 바쁜 현대 사람들 중에 실제로 별들이 가득한 은하수를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옛날에는 시골에만 내려가더라도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볼 수 있었지만, 재개발 되고 시골이 점차 발전해나가면서 시골로 내려가도 은하수를 보기란 쉽지가 않다.


그런데..


“여긴 어디야..?”


멍하니 빛나는 밤하늘만 쳐다본지 30분은 지난것 같았다. 마지막 기억은 책상에 머리를 처박은 채 정신을 잃은게 다였다. 지나가던 경비 아저씨가 도와줬다고 해도 응급실에서 눈을 뜨면 눈을 떴지 이런 곳으로 옮기지는 않았을 것 같다.


처음 눈을 떴을 때는 저승이라고 생각했지만.. 흔히 말하는 저승사자나 다른 영혼들을 만나지는 않았으니 그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차라리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하는게 더 현실적이었다. 그래, 마치 내가 제작한 게임에 들어온 것처럼.


그렇게 느낀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선명하게 느껴지는 오감이 이 곳을 현실이라고 말해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입고 있던 옷은 내가 자주 입었던 후줄근한 트레이닝 복이나 양복이 아닌, 마치 판타지 세계에 총잡이가 있다면 이러지 않았을까 싶은 옷차림.


옛날 서부개척시대 카우보이가 입었을 법한 옷차림을 판타지식으로 어레인지한 복장과 양 허벅지에 꽂힌 총 두 자루, 허리춤에 장착된 채찍 그리곻 고딕한 검은 카우보이 모자에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가죽재킷까지.




쓸데없이 화려한 복장이라던가 몸 전체에 둘러진 안개같은 반짝이는 오라는 내가 죽기 전 사용했던 GM전용 캐릭터였다.


게임에 총을 쓰는 직업이 없는 만큼 다른 유저들에게 겉보기용으로 만든 총잡이 캐릭터였다.


“이게.. 가짜일리가 없지.”


직전까지 플레이했던 캐릭터의 복장을 알아보지 못 할 수가 없었다. 복장이 마음에 들어서 몇 번이나 이 계정으로 테스트 했던 만큼 쉽게 알아보았다.


그런데도,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며 현실부정을 한 이유는 별게 없었다.


“시발. 욕도 제대로 못해보고 죽네. 진짜. 눈치보고 야근하다 죽는게 말이 돼? 아이.. 씨.. 진짜.”


겉으로는 의리다 게임에 대한 애정이다 이런 개소리로 자신을 포장하고 싶었지만, 진심을 달랐다. 누가 뒷치다거리나 다른없는 일로 애정을 가지겠는가.


이런 일을 하게 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에도 이딴 일을 시키려고 나를 부른 형도 짜증났고, 안 그래도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 대부분인 곳인만큼 바보같이 웃으며 참고 일하다 죽은 나도 어이가 없었다.


세탁비 하나에 쩔쩔매며 비싼 음식이라고 해봤자 회식 때 먹은 초밥이 다였다. 집 하나 사겠다고 돈을 모은다며 꾹 참고 살았는데, 이렇게 죽을 거라면 다 질러보고 후회하는 게 나았는데.


터져나오는 한 숨을 꾹 참았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현재로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가 후회된다면 지금부터 하고 싶은데로 행동하면 될 일.


“여기가 진짜 붉은 경계가 맞긴한가 본데..”


아직 단서가 몇 개 없었지만, 몇 년간 게임 개발에 참여하면서 이런 상황을 시나리오의 일환으로 많이 읽어 봤기에 다른 정보가 없는 한 잠정적으로 그리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교차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적어도 이 곳이 지구가 아니라는 사실은 당연하게 확정지을 수 있었다.


30분간 현실도피를 하며 아는 별자리라도 찾으려 했지만 단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전문적인 별자리를 아는 천문학자는 아니라도 기획자가 여러 분야에 간섭하는 만큼 아는 별자리 정도는 몇 개 있었지만, 아무리 하늘을 봐도 모르는 별자리 뿐이었다.


“일단, 해가 뜰 때까지라도 기다리는 게 낫겠지.”


깨어났을 때부터 모르는 초원의 한 가운데 누워있었다. 이 곳이 붉은 경계의 안이라면 초원과 관련된 맵을 상상하는건 쉬웠다.


그러나 게임과 현실은 얼마나 일치할 지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한 밤중에 움직이는 것보다 밝은 대낮에 정확한 특징을 추정하고 이곳이 어디인지 찾아내는 것이 더 안전했다.


눈을 감았다.


낮선 장소라 그런지 깊은 잠이 쉽게 들지 못했지만, 잠깐씩 선잠을 충분히 들 수 있었다.


내편에도 그것이 훨씬 편했다. 누가 잡아가도 모르게 잠든 것보다 작은 소리에도 쉽게 깨는것이 더 안전하고 빨리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웅장한 밤하늘 아래 초원을 스치는 바람소리만이 귓가를 스쳤다.


첫날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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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블린 하드 플레이어 1화 20.12.04 40 1 14쪽
4 빙의론자는 어떤가요? 2화 20.12.04 42 2 12쪽
3 빙의론자는 어떤가요? 1화 20.12.04 70 1 13쪽
2 게임 속 단체전이 2화 20.12.04 50 2 13쪽
1 게임 속 단체전이 1화 20.12.04 198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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