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용가린 님의 서재입니다.

소도외전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용가린
작품등록일 :
2018.11.28 15:30
최근연재일 :
2023.05.10 22:33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29,492
추천수 :
273
글자수 :
706,311

작성
19.08.27 21:06
조회
75
추천
1
글자
10쪽

침투

DUMMY

"으리 으리 하구만, 소문으로 들은 것 보다 훨씬 화려하구먼 ~"

"그려, 우리 같은 영세 보따리상은 어딜 간다해도 얼굴도 제대로 못 펼것 같긴 하네,"

아침 일찍 마리촌으로 접어 든 상인들의 얘기였다.

아닌게 아니라, 백 리 이상을 길고 넓게 펼쳐진 관도의 양 옆으로 넉넉하고 화려한 상가 건물들을 중심으로 빽빽히 들어선 중소형의 가게들이 들어선 저자거리로 채워진 마리촌은 그 뒤쪽으로도 꽤 많은 고급 저택들과 부속건물들이 자리하여 위세를 뽑내고 있었기에 처음 방문하는 왠만한 외지인들은 대게 주눅이 들곤했다.

특히, 관도에 인접하여 세워진 화려하고 웅장한 기루들은 당대 최고 수준의 만족을 만들어 주는 곳으로 유명하여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오는 부유층들이 꽤 많았다.

마치, 부유한 마리촌의 생활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상같은 시설들이었다.


특히, 마리촌이 더욱 각광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금천호와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었다.광활하게 펼쳐진 너른 금천호는 호수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넓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의 아득함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당연히, 금천호를 항해하는 배들의 종착지이자 새로운 출발선인 금천포구는 삼한내의 어느 지역보다 크고 번창한 포구가 될 수밖에 없는 천혜의 환경이었다.

수많은 배들이 오가는 동안 다양한 인종과 물류가 왕성하게 교류되거나 전래되는 만남의 장이 펼쳐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유동인구로 늘 붐비는 금천포였지만 뱃길과 닿아있는 포(浦)와 주변 시설물들을 제외한 나머지 가장자리 쪽에는 인적이 드물었다. 특히, 호수와 맟닿은 계곡이나 절벽이 있는 험악한 지형은 인적마저도 드물어 행인들의 왕래가 끊긴 곳도 제법 있었다. 그 곳들은 예외없이 사람들의 시선에서 외면되었고 방치되어 있었는데 그 황량한 곳을 채우고 있는 것은 자연스레 피어난 갈대들과 온갖 수종의 나무들이었다.

포구에서 멀어질수록 드문드문 무성한 갈대숲으로 변한 지역이 웅크리고 있었다.

한가롭기만 한 금천호의 배경속에서는 영영 한가로울 것만 같은 아늑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외지에서 마리촌으로 들어오는 경로는 여러 가지였는데 그중 가장 빠른 지름길은 배를 타고 금천호를 건너오는 것이었다. 그런 탓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배편을 이용해 마리촌을 왕래하고 있었다. 금천포구가 계절에 관계없이 많은 인파가 몰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렇게 늘 평화로울 것 같은 세월을 보내던 어느 꽉 찬 늦가울 어느 날의 새벽 즈음,

금천호 위를 유유히 떠다니던 새털구름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청량감을 더할 때 아득한 금천호의 수평선 너머로 부터 아련한 햇살이 올라와 마리촌을 밝게 물들일 때, 갑자기 햇살을 등에 지고 마리촌을 향해 빠르게 노를 저어 달려오는 한 척의 나룻배가 보였다. 그 배는 포구 근처에 이른 건 순식간이었다.

배들의 운항은 대체로 아침밥을 먹고 시작되는 것이 관례였기에 주변에으로 움직이거나 운항을 준비중인 기척도 없는 이른 아침이었다. 그래서 지나가는 행인이 그 나룻배를 바라본다면 누군가가 굉장히 바쁜 용무로 일찍 출발해서 지금 도착한다고 생각할 정도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명속을 빠르게 헤쳐나온 나룻배는 정박지인 포구로 향하지 않고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반대 방향쪽의 험난한 계곡위로 형성된 갈대숲을 향했다.

“저기 보이는 좁고 길게 움푹 패인 골짜기의 울창한 갈대숲쪽으로 배를 대도록 하겠습니다. 사전에 봐 두었던 곳이라 비밀리에 접근하기에 최고의 조건입니다.”

노를 젖던 두 명의 사내중 앞에 선 사내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 말을 들은 맨 앞쪽의 사내는 잠시 주변을 두루 살피더니 딱딱한 어조로 대답했다.

“흠, 저 정도라면 포구에서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이 배의 흔적을 지우기에도 안성마춤인 듯 하군... 그래, 그리 하도록 하게.”

그런데 그이들의 모양새는 조금 기이한 면이 있었다. 하선 장소를 물어 본 사내는 반백의 중년인 임에 반해 단호하게 지시한 사내는 일견 보기에도 상대적으로 젊었기 때문이었다.


목적했던 지점에 배를 댄 후 일행들이 보여준 행동은 실로 신속했다.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내려 전열을 정비한 것으로 보아 무사이거나 군인임이 분명했다.그들이 뿜어내는 기운은 무척 위협적이었고 얼굴의 표정만으로는 감정을 읽을수 없었다. 다만, 그들 모두는 평범한 백성들의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더구나 각자 짊어지거나 손에 쥔 개나리봇짐은 그 크기와 길이로 예측할 때 필시 개별적인 무기들을 칭칭 감아놓은 듯했다. 누가봐도 어딘가 매우 수상한 구석이 있는 우스운 장면이었다.


일행은 모두 십일 명이었다. 특정할 수는 없으나 잘 훈련된 장수들이거나 강호세계를 주름잡는 문파의 정예고수들임은 확실해 보였다. 아마도, 그들은 이른 새벽 북쪽에서 출발한 후 가장 빠르게 지금의 이곳에 도착한 것일 것이다.

“여기서부터 천취루(天取樓)까지는 그리 멀지 않으니 아마 반식경안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포구쪽 이라면 금방 도착하겠지만 눈에 띄지 않기위해 도착한 이 곳에서는 그 정도 걸릴것입니다.”

반백의 중년무사가 특별한 사고없이 무사히 도착한 것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느긋하게 말했다. 아마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인도하는게 그의 임무인 것 같았다. 그의 얼굴에 알듯 모를듯한 흐뭇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여도장군께서 지휘권을 가지고 계시니 얼른 인솔하시지요.”

제법 강단있어 보이는 무사가 다른 무사들을 둘러보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허허, 그렇게 추켜세우지 마십시오. 모용장군께서 그러시니 소신이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려,”

“아무리 우리가 동등한 지위의 표기장군이라고는 하나 왕실에서 지휘권을 여도장군께 내린 이상 소신도 여도장군을 보좌해야 하는터, 우리가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명령에는 절대 복종할 터이니 편히 대해 주십시오. 나머지 장수들 또한 소신과 함께 목숨을 바쳐 임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그리고선 뒤쪽에 도열해 있던 다른 장수들을 바라보며 위엄있게 말했다.

"자네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테지, 그렇지 않는가?"

"예, 그렇습니다. 임무수행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것 입니다."

일행들은 하나같은 굳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러자, 내심 만족한 듯 뒤돌아 서서 음흉한 미소를 지은 여도가 뒤돌아서며 호탕한 웃음을 지으며 한결 여유있는 표정으로 근엄하게 말했다.

“자, 그럼 우선 우리가 타고 온 배를 파손한 후 숲속에 흔적도 없이 폐기하도록 하시오. 이후에는 우리를 이곳까지 무사히 안내해준 천취루의 부루주를 따라 얼른 천취루로 가도록 하십시다."

그리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쳤는지 노를 젓던 중년인을 보면서 격려하듯 말했다.

"강호에서는 내노라하는 절정고수의 반열에 접어든 원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직접 조선에 까지 와서 이곳으로 우리를 안내해준 무혈패도 독고달 부루주의 노고에 진정어린 감사의 뜻을 표하오."

그의 말을 들은 독고달은 웃으며 감사인사를 대신하여 포권했다. 칭찬을 받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듣기 좋았다. 더구나, 임무를 수행했을 뿐인데 치사까지 받는건 더욱 기분좋은 일이었다. 더더욱은 정예의 조선장수들이 이곳에서 임무를 완수한다면 그장수들을 도운 자신도 상당한 큰 보상이 뒤따를 것이란 조선 왕실의 하명도 있었기에 더욱 박차를 가해 보필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비밀리에 잠입하기 위해 일찍 출발했더니 무척이나 배가 출출합니다. 허허, 어서들 출발합시다.”

도착 흔적을 모두 지우고 이동하는 그들의 발걸음은 경쾌했고 빨랐다. 빽빽하고 험한 갈대들로 뒤덮인 울창한 숲길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의 경공술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한번 몸을 날릴 때마다 삼 장 이상의 거리를 쭉쭉 뻗으며 나아가더니 잠깐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마침내 <천경보전>을 탈취하기 위해 비밀리에 조직된 조선의 정예장수들이 무사의 복장을 한채 운명의 땅인 마한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이었다.


“아, 마침내... 걱정하던 일이 터졌군, 큰일이야. 휴...”

그들이 떠난 갈대숲엔 듬성듬성 자리잡은 아름드리 나무들도 깨 많았는데 제법 빽빽하게 분포되어 몸을 숨기기에 안성마춤의 장소가 될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탄식이 흘러나온 곳은 조선의 무사들이 있었던 자리에서 멀지않은 큰 소나무의 쭉뻗은 높은 가지 안 쪽이었다.

위쪽에 있었으니 아래에서 나눈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을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한숨처럼 염려했던 상황이었다. 당연히 조선의 장수들이 이 곳에 침투한 목적을 파악하는 것은 손바닥 귀집듯 쉬운 것이었다.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무심한 눈빛으로 한숨을 짓는 인영의 옷자락이 바람에 날려 조용히 펄럭거렸다. 문득 주변을 둘러 본 인영은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보더니 순식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그의 움직임은 무척이나 빨랐는데 마치 한 줄기의 연기처럼 날고 있었다. 세찬 바람에 빨려 들어가듯 나아가는 그는 바로 소도파수대의 최연장자인 참마야차 조동일이었다. 과거 중국 대륙의 밤을 공포에 떨게했던 그의 살수경력에는 잘 훈련받은 간자 이상의 내밀한 움직임도 한몫을 했던 것을 알기에 이번 임무를 자진하여 수행한 것이었다.


그가 조선의 장수들의 도착할 지역을 미리 알고서 그들보다 먼저 자리를 잡을수 있었던것은 부천군 아라방이 자세하게 일러준 덕분이었다. 앉아서 능히 천리밖의 일까지 꿰뚫어 보는 아라방의 밀명을 받고 며칠전부터 잠복해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조동일이 사라진 나뭇가지에 맺혔던 새벽이슬은 오늘따라 유난히 찬란한 여명으로 인해 여느 때보다 검붉게 물들어 여울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도외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9 암살의 획책 20.10.16 81 0 14쪽
78 대책없는 다짐 20.10.07 58 0 10쪽
77 첫번째 격돌 20.09.29 65 0 22쪽
76 교섭 20.09.23 74 0 12쪽
75 소문 20.09.16 89 0 13쪽
74 독대 20.09.14 73 1 11쪽
73 노추 20.09.10 72 1 11쪽
72 만찬 20.09.08 77 1 14쪽
71 그들의 첫 회동 20.09.02 78 1 25쪽
70 천취루 20.08.25 80 1 19쪽
» 침투 19.08.27 76 1 10쪽
68 마리촌 19.08.08 68 1 14쪽
67 갈림길 19.04.08 74 1 23쪽
66 뜻밖의 수확 19.03.09 154 1 16쪽
65 월하의 정사 19.02.15 311 3 17쪽
64 필연적인 조우 19.02.12 208 3 14쪽
63 돌파 19.02.12 134 3 11쪽
62 혈마쌍성 19.02.11 156 3 14쪽
61 피비린내 19.02.11 150 3 13쪽
60 환락경에 빠지다. 19.02.08 273 3 11쪽
59 환약과 호골주, 신선을 느끼는 길 19.02.08 172 3 14쪽
58 남매의 분노 19.02.07 129 3 17쪽
57 납치범들의 최후 19.01.30 163 3 14쪽
56 절세의 곤륜인 미녀 소미령 19.01.29 202 3 14쪽
55 엽기적 사건들의 발생 19.01.28 164 4 16쪽
54 기행의 징조 19.01.24 137 4 12쪽
53 패도문주 독고 파 19.01.23 162 4 16쪽
52 소문을 쫓는 검객들 19.01.22 142 4 6쪽
51 천거된 장수들 19.01.21 160 4 21쪽
50 무장의 선발을 논하다. 19.01.18 158 4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