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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가린 님의 서재입니다.

소도외전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용가린
작품등록일 :
2018.11.28 15:30
최근연재일 :
2023.05.10 22:33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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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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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글자수 :
706,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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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0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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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남매의 분노

DUMMY

성문교위 마인극은 조선의 수도인 왕검성을 방위하는 보병부대인 오영(五營)중 하나인 둔기영(屯騎營)산하 팔군(八軍)에 소속된 좌군(左軍)의 외곽 경비 담당 군인이었다. 관하 병사는 삼십 명 남짓이었는데 주간과 야간을 번갈아가며 근무하는 일정에 따라 오늘은 야간근무 중이었다.


그의 오늘 일과는 제법 구슬픈 마음으로 시작되었는데 왠지 붉은 저녁노을이 괜스레 어릴 적 고향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혼란했던 대륙의 언저리에서 평화롭게 살았지만 순순히 땅을 내놓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도륙을 당하신 부모님들의 인자하신 얼굴이 노을 속에 사라지는 구름 속에서 희미하게 피어오른 것도 그때쯤이었다.

‘아! 아버님, 어머님...’

조선 제일의 무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그의 가슴이 고동치면서 슬픔에 찬 그의 팔뚝 혈관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며 요동쳤다. 조선에 정착한 이후에는 느끼지 못했던 통일왕조 한나라에 대한 적개심이 오랜만에 밀려왔다.

문득 그 옛날 고향마을을, 인자했던 고향 어른들을 짓밟던 한나라 군사들을 응징하고 싶은 불같은 감정이 복받쳐 올라왔다. 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아픈 상처로 남은 그날의 저녁과 무척이나 많이 닮은 저녁 풍경이었다. 스산한 기억이 물결치며 일렁거렸다.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처량하게 있으면 안 된다. 고향 재건을 위한 노력을 더욱 경주해야 하는데 이렇게 나약한 마음으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흐~음’

폐허가 된 고향에서 함께 떠나온 자신과 여동생, 그리고 천산에서 함께 무공을 수련하고 다시 찾은 고향마을을 재건하자고 결의 한 어릴 적 친구들이 떠오르자 그의 아픔은 의지로 바뀌며 새삼 결기가 차 올랐다.

교위 마인극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입가에는 굳은 맹세라도 하듯 격한 신음소리가 튀어 나왔다.


그렇게 마인극이 옛 추억에 젖었다가 현실로 돌아오던 그 순간,

“푸더덕! 휘익 ~”

무서운 속도로 날아온 혈응이 그의 앞에 불쑥 떨어져내렸다.

평소와 다르게 다급하게 날아온 혈응을 본 마인극은 급히 혈응을 살폈다.

이윽고 크게 놀라며 혈응의 발 쪽에 묶인 붉은 천조각을 급히 풀기 시작했다.

여동생 마리안에게 변고가 생긴 게 분명했다. 천 조각은 여동생 마리안과 원활한 연락을 위해 정해놓은 약속이었다. 특히, 천의 색깔로써 보낼 때의 상태를 주고받았는데 붉은 색은 위험하다는 표시였다. 지금껏 한 번도 수신한 적이 없는 신호였다. 더구나 붉은 천에는 연검의 칼끝으로 급히 날려 쓴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 급(急) -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혈육인 여동생으로부터 위험하다는 연락이 온 것 때문에 마인극은 갑자기 치를 떨기 시작했다. 세상이 무너지는 듯 했다. 무거운 돌덩이에 눌려 천 길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지는 듯 황망한 불안감이 온 몸을 감쌌다. 마음이 급했다.


“추부장! 지금부터 두 시진 이내로 돌아올 것이니 대신 지휘를 부탁한다.”

“존 명!”

마교위의 부장인 추자하는 그가 지금껏 한번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급하게 서두르자 뭔가 큰 일이 생긴 모양이라 생각했다. 그는 하명을 받자마자 즉시 오른쪽 팔을 박력 있게 가슴 쪽으로 구부리며 수명 사항의 인지를 알렸다.

지금은 마인극교위의 부장에 머물러 있지만 그도 한 때는 강호에서 매서운 고수로 이름을 날리던 특급 무사였다. 눈썹이 매우 진하고 각진 얼굴에 구릿빛 피부색으로 인해 매우 강한 인상을 주는 사내였다. 웬만한 상대는 눈빛 하나로 제압할 정도였는데 불의를 저지르는 인간을 목도할 경우 반드시 응징하려는 정의감이 충만한 사내였다.

추부장은 혈기왕성하던 젊은 시절, 여행하던 중 우연히 들른 마을에서 식사 중에 패도문의 무리들이 난전(亂廛)의 상인들을 괴롭히는 것을 목격하고는 그들의 입장을 옹호하며 나섰다가 대판 큰 싸움을 벌였다. 타고난 용력과 빼어난 무술 실력을 보이며 통쾌하게 승리를 거두었으나 그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였다.

난관이 없었던 그때까지의 거침없던 인생사에서 처음으로 불편한 상황이 시작된 것이었는데 거미줄처럼 뻗어있던 패도문 조직에서 그를 공공의 적으로 삼아 거머리 같이 달라붙어 끊임없이 복수의 칼날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그런 난리통 때문에 그는 어느 지역에도 정착하여 살 수가 없었다. 무공이 출중한 그에게는 수시로 덤비는 패도문의 공격이 단지 불편할 따름이었지만 그의 주변에 있던 이웃사람들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목숨을 걸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 와중에 패도문의 결정적인 함정에 빠져 심한 공격을 받아 사경을 헤매는 상황이 발생하였는데 마침 우연히 그 상황을 목격하고 그를 도와준 마인극을 만난 것은 강호인에서 군인으로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전환점이 된 사건이었다.

당시에도 성문교위였던 마인극은 그의 사연을 듣고는 군인의 길을 걷는 것이 사태 해결의 ¹ 첩경임을 역설하며 자율적인 결정을 권유했다.


마인극은 추자하가 강호를 두루 섭렵하며 경험한 사내 중 가장 강한 사내였다. 그의 강함은 누구와 견줄 정도가 아니라 아예 비교 자체가 불가할 정도의 궁극적 강자였다. 존경받아 마땅한 고수이자 군인이었는데 매사가 매우 엄격했고 냉정했으나 대부분 공정성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에 상관이나 부하 누구에게도 불만의 근거를 남기지 않는 행동이 추자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추자하는 군인이 되어 마인극의 수하 장수가 되기를 자청했다. 마인극은 처음에 이를 거절했다. 추자하의 나이는 마인극보다 제법 많은데다 강호의 선배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추자하가 진심으로 마인극을 존경하는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했기에 교위의 부장으로 임명하여 함께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추부장이니 만큼 오늘의 상황은 어찌 보면 마교위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무언가 뭉클한 마음의 동요를 느꼈다.

그는 마인극을 주군으로 대우하고 있었다. 주군의 근심은 그 무엇이든 간에 해결이 되기를 바랬으며 자신 또한 그것에 일조하고 싶었고 동참하고 싶었다.

그저 주군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될 수 있다면 자신의 어떤 것이라도 희생할 각오를 다지는 굳은 맹세가 움켜 쥔 굵은 주먹으로 울룩불룩 실룩거렸다.


“마리안에게 즉시 가겠다. 앞장서라!”

군복을 벗고 평복으로 갈아입은 마인극이 급하게 뛰어나오며 말을 하자 급한 날갯짓을 하며 파닥거리던 혈응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방향을 잡고 다급히 날기 시작했다. 곧 마인극도 몸을 날려 뛰기 시작했는데 높고 멀리 뛴 후 다시 뛰기를 반복했음에도 인기척이 나지 않는 정도의 경지였다. 마치 하얗게 피어나는 연기 하나가 솟구쳤다 내리기를 반복하는 듯 했는데 답보설흔(踏步雪痕)의 경공술이었다. 눈 위에서 조차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신선의 걸음걸이 같았다.

‘제발 아무 일 없기를... 그 힘든 천산에서도 살아온 우리들 아니냐. 제발 아무 일 없기를... 제발!’

벼락처럼 빠르게 달려가는 그의 눈가에 간절함이 묻은 눈물 한 자락이 나올 듯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혈응에게 더 빨리 가자고 재촉했다. 하늘을 날아가는 새보다 나를 듯 뛰는 인간이 서로를 채근하며 경쟁하듯 한 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성문교위 마인극, 그는 천산에서 아라방과 함께 수련했던 사내였다. 그의 여동생이 마리안이었다. 그녀가 오빠에게 절체절명의 위기를 알린 것이다. 웬만한 고수들조차 함부로 하지 못할 고수인 그녀의 긴급 신호는 분명 큰 일이 벌어진 것임을 알리는 것이었다. 마인극은 격한 감정을 추스르며 허공을 날았다. 내딛는 걸음마다 뼈에 사무치는 전의가 새어 나왔다. 꾹꾹 눌러 밟은 발길마다 진한 혈육의 정이 새겨졌다.


그 시각, 마리안은 미령을 납치한 괴한들이 도망친 방향을 쫓고 있었다. 남아있는 잔당들을 처치하느라 많이 지체된 상태였다. 납치된 지 족히 한 시진 이상은 흐른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사람의 흔적이 거의 남지 않아 뒤쫓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더구나, 놈들의 경공술은 마리안이 다시 생각해봐도 빠른 경지였다.

‘하긴, 천잠사 같은 귀물을 사용할 정도였으니 그 정도의 경공술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 분명히 보통 놈들은 아니야... 어떻게 찾지. 마음만 급하구나...하~아.’

마리안의 눈가에 행인들이 많이 오가는 저잣거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문득 무작정 앞으로 나아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는 생각이 들자 마리안은 주변에 놓여진 둥근 모양의 바위에 앉아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더구나, 오빠 마인극에게 연통(聯通)을 놓았으니 곧 도착할 것이다. 강호의 경험도 많은 오빠와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한다면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자 불안한 마음이 조금은 진정되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터인지 이마에 송글송글 맺혀있던 땀방울이 천천히 흘렀다. 손바닥으로 땀을 훔치자 손가락 사이로 멀리 혈응이 하강하며 날아오는 게 보였다. 다음 순간 오빠 마인극이 멀리에서 보이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녀의 옆에 내렸다.



“아무 일 없었느냐?”

마인극은 마리안이 입고 있는 옷이 군데군데 찢겨있고 차고 있는 복대에는 자욱하게 얼룩진 수많은 혈흔을 보면서 조금 전까지 매우 심각한 사태가 있었음을 짐작했다. 그는 격앙하며 소리쳤다.

“어떤 놈들이냐? 내 그놈들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서 죽여줄 것이다.”

마인극의 머리카락이 곧추섰다. 그가 분노할 때 나타나는 최고조의 흥분상태였다. 그의 눈은 사방을 태울 것처럼 이글거렸다.

“오빠, 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잘 들어요. 내 유일한 친구이자 동생인 소미령이 납치되었어요. 그런데 그놈들이 정말 보통이 아니었어요. 나의 연검으로도 베어지지 않는 천잠사 그물 공격까지도 받았어요. 더구나 그놈들 대부분의 무공이 엄청 뛰어났어요. 다행히 일부는 먼저 돌아간 후 남아있던 무리들만 덤벼서 나 혼자서라도 겨우 물리치기는 했으나 결코 만만하게 볼 놈들은 결코 아니었어요. 문제는 지금 이 시간에도 미령이가 납치된 곳을 모르니 그게 미칠 지경이예요. 무슨 일을 당하기 전에 빨리 구해야 하는데...”

마리안의 눈에서 희미하게 눈물이 흘렀다. 이곳 조선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대부분의 조선여자들이 자신들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경계했다. 행여 말이라도 붙이려 하면 부끄러워하며 멀리했다. 그 바람에 혼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얼마 전 인근으로 이사를 온 미령만은 자신에 대한 편견을 보이지 않았고 친언니처럼 잘 따랐다. 그녀들은 따뜻한 정을 나누며 다정하게 지냈다. 어느새 자매처럼 정이 든 그녀들은 바깥 나들이할 때면 항상 붙어 다닐 정도였다.

미령의 아버지는 남방에서 온 무역상들의 통역을 담당하며 거래를 성사시키는 통역관이었다. 높은 지위나 많은 재산을 보유할 수는 없는 지위였지만 조선의 왕실에서 녹을 받으며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마리안 남매 역시 오빠인 마인극이 가장 녹이 많은 군인 중 하나인 성문교위의 수입을 바탕으로 생활에 지장이 없는 상태였다.

생활하는데 부담이 없었기에 생활은 안정적이었고 편안했다.

다만 미령은 마리안이 절정의 공력을 가진 무사인 것을 전혀 몰랐다. 겉으로 전혀 표시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껏 웬만한 파락호나 시정잡배들이 마음이 혹할 정도의 미녀인 소미령에게 접근하지 못했던 이유도 마리안 때문이었다. 호위무사도 없이 길을 걸을 때면 의례히 접근하는 불량배들에게 마리안의 존재는 표나지 않는 두려움이었다. 마리안이 작정하고 내뿜는 눈빛만으로도 겁을 냈고 오줌을 지리며 자리를 피하기 십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 늘 그럴 것이라는 확신으로 행하던 나들이에서 소미령이 고스란히 납치당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마리안으로선 엄청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한 책임감과 자신만 남은 암울한 상황에서 미령을 납치한 놈들이 어디로 갔는지 몰라서 추적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평생을 후회하며 보낼 빌미가 되어 삶을 옥죄이는 올가미가 될 것이 분명했다. 이방의 나라에서 쌓은 우애를 지키지 못한 죄를 물어 사방천지를 헤매게 되더라도 달게 받아야 할 마음의 빚이 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러나 냉정하게 지금 미령을 찾아야 할 방법을 모색하기란 무척 어려웠다. 마음만 바빴고 묘수는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안타까운 심정만 요동쳤다.


“혹시, 그놈들을 알 수 있는 단서는 없었느냐?”

마인극이 차분하게 물었다. 이 상황에서 차분하게 대처해야 할 사람은 마인극 자신뿐이란 것은 오랜 강호의 경험으로 익히 알고 있는 그였다.

“잘 생각나지 않는다면 싸운 곳으로 다시 가 보도록 하자. 현장에서 무슨 증거라도 잡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

마인극이 마리안에게 천천히 채근했다. 그로서는 여동생을 괴롭힌 놈들의 신원을 한시라도 바삐 확인하고 싶었다. 속에선 처절하게 응징하고픈 뜨거운 불길이 일었다. 마리안도 마음이 바빴지만 걱정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재빨리 일어났다. 그들은 조금 전까지 마리안이 싸웠던 장소를 나를 듯이 뛰어 도달했다. 그곳의 풍경은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상태는 결코 아니었다. 그녀의 검기가 뿜었던 기운으로 인하여 난장판이 된 주변의 부서진 나무들과 이리저리 흩뿌려진 바위의 파편들에는 묻히거나 깔린 채 처참한 몰골로 나뒹구는 적들의 시신이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었다. 마리안은 아직도 자신에게 벌어진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황량한 겨울의 맑은 날씨에 취해 풍광이 좋은 곳으로 미령과 함께 나들이하러 온 날에 맞닥뜨린 이런 참사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근데, 이놈의 가슴 쪽에 무슨 표식이 있는 것 같은데...”

마인극이 급하게 몸이 성한 어느 놈의 시신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말했다.

“아, 이놈도 똑같은 표식이 있네.”

마인극은 급하게 주변의 다른 시신들도 확인하며 말했다. 모두 같은 문양의 표식이었다. 글자 같기도 하고 문양 같기도 한 그 표식을 자세히 보니 글자 “파(叵)”인 듯 했다. 일일이 표식을 확인한 마인극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마리안에게 말했다.

“이놈들은 파락호나 시정잡배 수준의 불한당들은 결코 아니다. 조직적이고 잘 훈련된 무사집단으로 보이는구나. 어쩌면 의외로 큰 조직일 수도 있겠구나... 그러나 문제 될 게 있겠느냐. 내 이놈들을 찾아서 박살을 내 주마.”

마인극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마리안을 보았다.

“문제는 나중이 아니고 지금 현재예요. 미령이가 그놈들에게 납치되었어요. 지금도 시간이 제법 흘렀어요. 최대한 빨리 납치된 곳을 찾아서 미령이를 데리고 오는 게 그 어떤 것보다 급하단 말이예요. 흐~흑”

마리안은 슬픔이 배어있는 음성으로 흐느끼며 말했다. 잠시 상황을 수습하던 마인극은 그 소리를 듣자마자 최근 여러 지방에서 떠돈다는 부녀자 연쇄 납치 사건에 대한 소문이 생각났다.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칫 미령낭자가 그 사건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에서 불이 일었다.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마리안이 진정으로 아끼는 미령낭자를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바빠졌다. 최대한 빨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실행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엄습했다.


“아! 참, 오빠, 아까 그놈들을 지휘하던 무사가 자신을 광마혈검이라고 한 것 같았어요. 혹시 들어본 별호인가요?”

마리안이 불현듯 급하게 생각난 궉세사의 별호를 마인극에게 물었다.

누구 못지않은 고수였으나 강호의 생활을 할 필요가 없었기에 입문하지 않은 마리안이 당연히 무림계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제법 명성이 높은 고수들이라 하더라도 마리안이 그들의 별호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 그래? 그놈이 그랬단 말이지. 범인은 광마혈검이라 그 말이지?”

마인극은 범인을 잡을 수 있는 단서가 포착되었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지었다. 마인극은 마음속으로 포효를 내질렀다.

‘광마혈검이라... 내 너를 알지는 못하지만 오늘 직접 네 별호에 걸맞는 실력인지를 직접 확인해 보마. 네가 누구든 내 동생을 해하려한 일과 관련되었다면 내 반드시 오늘을 너의 제삿날로 만들어 주리라. 이~노-옴.’

마인극이 빠지직 거리며 이를 갈았다.

“너는 저잣거리로 나가 미령의 소재에 대해 수배해 보거라. 나는 즉시 광마혈검을 찾아내고 오늘 일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니,”

마인극은 벼락처럼 몸을 솟구치며 자신의 군영이 있는 방향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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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멀리 돌지 않고 가깝게 질러 통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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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혈마쌍성 19.02.11 157 3 14쪽
61 피비린내 19.02.11 150 3 13쪽
60 환락경에 빠지다. 19.02.08 275 3 11쪽
59 환약과 호골주, 신선을 느끼는 길 19.02.08 172 3 14쪽
» 남매의 분노 19.02.07 130 3 17쪽
57 납치범들의 최후 19.01.30 164 3 14쪽
56 절세의 곤륜인 미녀 소미령 19.01.29 202 3 14쪽
55 엽기적 사건들의 발생 19.01.28 164 4 16쪽
54 기행의 징조 19.01.24 137 4 12쪽
53 패도문주 독고 파 19.01.23 165 4 16쪽
52 소문을 쫓는 검객들 19.01.22 142 4 6쪽
51 천거된 장수들 19.01.21 160 4 21쪽
50 무장의 선발을 논하다. 19.01.18 158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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