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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가린 님의 서재입니다.

소도외전

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용가린
작품등록일 :
2018.11.28 15:30
최근연재일 :
2023.05.10 22:33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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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6,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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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0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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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뜻밖의 수확

DUMMY

여명(黎明).

천장의 무너진 구멍 사이로 어슴푸레한 햇살이 새어 들어왔을 때 지난밤을 애욕으로 물들이며 무아(無我)의 경지에 이르렀던 두 남녀의 나신이 아름답게 비춰지고 있었다. 마인극의 넓고 탄탄한 품안에서 행복한 표정으로 안겨있던 소미령은 살며시 몸을 일으켜 자고있는 마인극의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오늘부터 소녀는 내 생명의 은인인 당신을 위해 살아가겠어요.”

잔잔한 기쁨에 젖은 채 섬섬옥수로 마인극의 얼굴을 더듬는 소미령을 바라보던 마인극은 매끈한 그녀의 등을 쓸어내리며 믿음직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어젯밤 타는 목마름을 동반한 갈증으로 생사의 기로를 헤매었으나 평소 마음에 담았던 사나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 줄 수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었다.


당초 궉세사에게 납치될 때는 정신을 잃어 황망하였었다가 막상 정신을 차리고 독고파를 마주했을 때는 아득한 불행의 낭떠러지가 떠올랐었다. 차라리 악몽이길 바랬으나 엄연한 현실은 부정될 수 없었다. 더구나 슬픈 마음과는 달리 뜨겁게 달아오르던 몸의 반응을 보면서 그녀는 필연적인 죽음을 생각했다. 아무런 이유나 잘못된 행동이 없었음에도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마리안언니가 시련을 겪어야 하는 상황은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더구나 납득조차 되지 않는 상황 들에는 분노가 치밀었다.

소미령의 속에서 절규와 울음이 뒤섞여 터져 나왔다. 그러나 춘약에 의해 지배당하던 그녀의 몸은 내심의 분노하는 감정을 제대로 표출조차 하지 못했다.

온 몸으로 통곡하고 싶었으나 그 마저도 허용되지 않았던 그 때, 소미령은 인생의 종말을 떠올렸다. 원치 않은 상대에 의한 정조의 유린은 곧 인생의 종말을 의미하는 큰 사건의 예고였다.


그 때 우연히 마인극이 등장했고 두 사람은 꿈처럼 달콤하게 해후했다. 그저 얼굴만 마주해도 달콤한 지금은 지난밤을 매개로 어느새 오매불망 하는 인연을 맺었다. 그저 벼락같이 강렬하게 다가온 행운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하늘이 우리를 맺어주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소.”

“네, 소녀도 그렇게 생각해요. 보이지 않는 하늘의 위대한 힘이 우리를 이렇게 맺어준 것 같아요.”

한동안 환희에 찬 눈짓을 보내던 두 사람은 고개를 말없이 끄떡이며 일어나 옷을 입은 후 어수선한 주변을 대충 정리했다.


오롯이 서로에게만 집중하며 한 밤을 꼬박 세운 그들에게 이곳은 더 이상 아픔의 공간이 아니었다. 어젯밤 굉장했던 소동이 있었던 공간이었지만 지금은 사방으로 착 가라앉은 파편들의 흔적으로만 기억될 뿐이었다.

군데군데 앙상하게 드러난 잔재들과 덕지덕지 말라붙은 핏자국들도 아득했던 옛날의 기억에만 존재하던 퇴화된 유물처럼 아련했다.


“주군, 잘 주무셨습니까?”

어느 틈에 들어 온 추자하부장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늘 하는 것처럼 정중한 군례에 따라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

“두 분, 땅에서는 연리지(連理枝)로 이어져 사이좋게 지내시고 하늘에서는 비익조(比翼鳥)가 되어 끝없는 행복 누리 시길 기원 드립니다.”

만면에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진심을 다해 축원하는 모습이 기분 좋았다.

“오빠, 정말 다행이예요. 오빠 덕분에 미령이의 목숨도 건지고... ”

마리안도 연이어 들어오면서 미소 지으며 흥겹게 말했다.

“어제 저녁 수소문 끝에 이 곳 옥정루에 도착했을 때 급하게 도망가는 광마혈검과 또 다른 한 사람을 보고선 오빠가 이 곳을 수습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곧이어 나타난 추부장님이 상황이 깨끗하게 정리되었다고 재차 확인해 주셨고요. 그래서 저는 도망가는 광마혈검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기 위해 따라갔다가 좀 전에서 야 도착했어요. 두 사람의 일은 추부장님께 들어서 알고 있으니 이제부터 알아서 잘 처신하도록 할게요,”

“그래, 고생했구나! 어디 더냐? 내 그놈들의 숨통을 끊어 놓을 테니...”

마인극은 이제야 말로 마리안과 소미령의 복수를 단단히 이행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인지 두 눈을 부릅뜨며 결의에 차서 물었다.

“복수는 그들의 소재를 파악한 상태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가능한 일이어서 지금은 뒤로 미루었으면 합니다. 먼저 주군과 상의할 일이 있는지라...... 일단, 아가씨께서는 미령낭자를 모시고 아침식사를 하셨으면 합니다.”

추부장이 세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밤새도록 추적하고 급히 뛰어오느라 배가 많이 출출하네요.

저희들 먼저 근처의 객점에서 식사를 할 터이니 조금 있다가 만나시죠.“

마리안이 소미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옥정루의 아래 층으로 내려가서 식사를 할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황폐하게 방치된 패도문도들의 시신들로 인해 소미령이 놀랄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마리안은 독고파가 도망간 그 구멍으로 소미령을 잡고 날아 올랐다.


“주군, 궉세사가 놀라운 제안을 했 사옵니다.”

“그 간사하기가 그지없는 놈의 제안을 받아들이다니...무슨 일인지 모르겠 으나 신뢰가 가지 않는데...”

추부장이 궉세사를 처단 했으리라 판단했던 마인극은 궉세사의 제안을 수용한 결정이 의외라는 듯 고개를 꺄우뚱했다.

“추부장 역시도 궉세사에게 원한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놈과 타협을 했단 말인가?”

“......”

추부장은 그런 반응을 예견이라도 한 듯 잠시 침묵하고 선 주의를 환기했다.


“궉세사는 독고파가 혈마쌍성의 존재를 숨긴 것에도 충격을 받았지만 그들에게 준다는 엄청난 비용을 듣고 서는 극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거야 그들끼리 해결해야할 내부적인 문제일 것 같은데?”

“제가 볼 때는 감정을 숨긴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을 살려준다면 주군이 독고파에게 복수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놈이 도망치지만 않았어도 두 번 다시는 사내구 실을 못하도록 했을텐데...

아쉽군, 조만간 곧 만날 것이야. 그 땐 사생결단을 낼 것이야, 흠!“

마인극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입맛을 다셨다.


“주군, 중요한 것은 궉세사가 자신의 말이 진심이란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독고파와 단둘이서만 공유하던 귀중품의 정보를 알려준 것입니다.”

“추부장이 그 놈의 목숨을 대신하여 귀중품을 받고 판 것이란 말인가?”

마인극은 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삼키며 차분하게 말을 받았다.

“솔직히...당시는 미령낭자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태였습니다. 자칫 조금이라도 시간이 더 지체되었다면 아마 지금과 같은 행복한 아침을 맞기는 어려웠을 것입니다.”

마인극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딱 맞는 말이었다.

“그 말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흠,”


잠시 생각에 잠겼던 마인극은 어제 밤의 일들을 복기하다가 무언가 깨달은 듯 소리를 치며 웃었다.

“그랬었군! 그놈들 끼리 서로 불신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부지리의 귀중품을 얻는데다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시간을 최대한 빨리 마련한 상황이로군, 이게 바로 꿩 먹고 알 먹고 한 상황인가? 추부장 대단하구만, 하하! ”

“목재로 만들어진 침상의 중간 부분이 옥돌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 옥돌을 들어 올리면 그 안쪽에 여러 가지 귀중품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금색의 보자기에는 유리구슬 모양의 황금이 삼십 알 들어있다고 합니다. 또 두 가지의 영물도 목곽에 담겨 있다고 했는데 그 안에는 독고파가 불로불사의 신선이 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복용한다는 백 년 묵은 산삼 이십 뿌리와 경옥고(瓊玉膏) 환(丸) 오십 알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사실, 추부장은 궉세사의 얘기를 듣고 선 밤새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다. 한동안이나 은거하며 걱정없이 살아가던 패도문주 독고파가 갑자기 강호에 모습을 보인 것은 확실히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거기다 극강의 살수로 하여금 자신을 비밀스럽게 호위하도록 한 것과 신선이 되기 위해 정기적으로 복용한다는 귀한 약재들에 까지 생각이 미치자 독고파의 강호행이 수상해진 추부장이었다.


“황금이야 많은 수하들과 함께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당연히 필요한 재물이었을 테니 그렇다 손 치더라도 신선이니 귀한 약재들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제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벌써 노후를 걱정할 나이도 아닌 것으로 압니다만 ... 일단은, 모든 것이 궉세사가 준 선물이니 잘 챙겨 놓도록 하겠습니다.”

추부장은 열 살 정도 연상이었으나 마인극을 주군으로 섬긴 이후로는 충심으로 섬기는 것이 확연히 표시 날 정도였다.

“신선이라... 흠,“

마인극은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잠시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다가 얼른 화제를 바꾸며 말했다.

“그 귀중품들을 어찌 처리할 생각인가?”

“궉세사로부터 황금 얘기를 들었을 때 주군의 고향이 생각났습니다. 주군이 돌아가실 때 황금을 가지고 간다면 요긴하게 사용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이 곳에서 통용되는 화폐들은 주군의 고향에서 사용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더구나 전쟁이라도 난다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질 것입니다. 황금은 언제든,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한 것이므로 주군께서 고향에 가실 때 가져가도록 보관하겠습니다. 저의 나머지 인생은 늘 주군과 함께 할 것입니다.”

“추부장, 그렇게 나 깊이 생각했던가... 하~아”

마인극은 새삼스레 놀라는 기색을 하며 실없는 웃음을 지었다.

“산삼과 경옥고는 주군께서 적의 처리하시면 될 듯 합니다만... 제 생각엔 사경을 헤맸던 미령낭자의 건강 회복을 위해 복용하면 좋을 듯 합니다만,”

추부장은 마인극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을 건냈다. 그 말을 들은 마인극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별다른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생각을 들킨 듯 했는지 공연히 허공을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과연 독고파의 침상에는 궉세사가 얘기한 귀중품이 보관되어 있었다. 추부장은 그것들을 안전하게 챙겼고 두 사람은 곧 마리안 일행과 함께했다.


“아까 추부장이 궉세사가 말해 주었다며 얘기했던 것 중에서 신선이 되기 위해 독고파가 산삼과 경옥고를 먹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할 것이 있는데,”

근처의 객점에서 아침을 먹던 마인극이 추부장의 얼굴을 천천히 바라보다 망설이는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마리안과 소미령은 벌써 소미령의 집으로 떠난 뒤였다. 지금껏 살아온 일생에서 가장 큰 일을 겪은 소미령을 위해 기꺼이 며칠 간은 함께 생활해 주어야 후유증이 없을 것이라는 추부장의 조언을 감안한 조치였다.


“며칠 전에 표기장군 여도가 비밀리에 나를 찾아온 적이 있었는데... 조선군 전체에서 무공이 가장 뛰어난 장수들만 엄선해서 마한으로 가서는 본래 조선에 있었던 어떤 책자를 탈환해 오는 임무가 있는데 동참할 뜻이 있는지 의향을 타진해 왔다네. 그 때 무슨 책자인지 물어보니 신선이 될 수 있는 훈련 내용을 적어 놓은 보물이라는 것 외에는 자신도 자세히 모른다고 하더군,”

주변에 인적도 없고 조용했지만 마인극은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했다.

“아, 그렇군요! 이제서야 돌아가는 상황이 대강 보입니다. 하 ~”

추부장이 무언가 깨 달았다는 듯 오른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한 대 때리면서 말했다.

“지금, 시중(市中)에 흘러 다니는 소문 중에는 조선을 개국할 때 하늘로부터 받은 몇 가지의 선물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 선물 중에서 신선이 될 수 있는 비법을 기록한 <천경보전>이라는 책자가 있다고 합니다. 위만왕에 의해 축출된 준왕이 한(韓)으로 도피하면서 그것을 챙겨갔다고 하는데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위만왕이 그 책자를 탈환해서 조선으로 가져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지요. 흠 ~”


“그럼 여도장군이 날 찾은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군. 소수정예라고 했으니 대단한 장수들이 나서겠군, 후~후. 어쩐지 평생 받을 수 있는 급여를 한꺼번에 지급해준다고 하더니 ... 그런 위험하고 인륜에도 반하는 일에 동참해달라는 몹쓸 제안을 한 것이었구만 ...”

마인극이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입꼬리를 실룩거렸다. 약소국이었기에 강대국으로부터 침략을 받아 피폐해진 고향에 대한 기억을 가진 그에게는 결코 용납되지도, 용납할 수도 없는 파렴치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까지 기별을 달라고 했었는데 깜빡했구만... 일단은 복귀한 후 다음 상황을 고민해야겠군. 추부장의 의견은 어떠한가?”

“제안에 대한 결정은 전적으로 주군이 결정하실 상황입니다만... 주군께서 승낙하신다면 제가 보필하기가 힘들어진다는 점, 고려해 주셨으면 합니다.”

추부장은 내심 마인극의 반응과 평소 성향으로 보아 거절할 것이 확실시 되었지만 그래도 한번 더 언급함으로써 쇄기를 박고 싶은 듯 했다.


“주군, 곰곰 생각해보니 무엇보다 먼저 결정하셔야 할 사안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도망간 독고파가 패도문의 수하들을 이용하여 자칫 미령낭자나 그 부모님들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구나 독고파는 자신이 지니고 있던 귀중품이 없어진 것을 알면 더욱 더 미쳐 날뛸 것이 분명합니다.”

찬찬히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가는 추부장의 새로운 면모를 느낀 듯 마인극이 크게 웃으며 대답했다.

“추부장, 책사(策士)가 다 되었구만, 강호의 싸움 경험만 많은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검보다도 머리를 더 잘 쓰는 듯하구만. 든든하오. 하하 ~”

한바탕 크게 웃은 마인극이 여유를 부리며 추부장에게 천천히 말했다.

“그래, 미령낭자 건은 어찌 처리하면 좋겠는가?”

“깊이 생각해 보지는 않았으나, 확실한 것은 패도문 조직이 조선 전역을 장악해서 활동하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몇 가지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추부장은 자못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해결방안이 생각보다 어려운 것을 반영하는 듯했다. 잠시 고민한 후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첫째 조선내에서 패도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는 임시방편에 불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패도문에서 다른 조직들까지 끌어들여 수소문한다면 미령낭자의 거처가 노출되는 건 단지 시간문제일 뿐입니다.”

추부장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두 번째, 아예 이곳 조선을 떠나 다른 나라에 거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패도문의 세력이 미치지 못할 뿐더러 다른 나라에서 소란을 피울 정도의 여력은 없다고 판단됩니다. 제가 권하고 싶은 방법입니다.”

마인극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는 자신과 여동생의 삶만 책임지면 되는 인생이었다. 그러나 이젠 미령낭자의 삶까지 그의 삶속으로 들어왔다. 어깨에 무거운 책임감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추부장, 혹시... 생각해 놓은 다른 나라가 있소?”

“딱히 여러 곳을 생각해본 것은 아니나 적어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터를 잡고 있는 곳이라면 새로운 곳에 정착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주군이나 미령낭자의 입장에서 볼 때, 조선은 물론 주변의 모든 나라들이 낯선 곳임에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감히 제가 익숙한 곳을 추천하고자 합니다. 조선의 아래쪽 진한의 우유국에 제 누님이 작은 가계를 하며 자리를 잡아 살고 있습니다. 그 곳이라면 충분히 의지가 될 것으로 봅니다만...”

그 말을 들은 마인극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무언가를 결심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마인극의 마음이 무거운 것을 아는 추부장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세월을 먹는 만큼 고민의 순간도 많아지는군...”

자그맣게 독백하며 식사자리에서 일어나는 마인극을 보며 추부장도 부대에 복귀하기 위한 채비를 서두르기 시작했다.

인적이 드문 아침나절의 거리는 오고 가는 바람들로 차가웠고 햇살은 아직 여물지 않아 황량했다.

말없이 길을 걷는 마인극과 추자하에게 어제 겪은 일들이 긴 세월의 겹겹이 짜여졌던 사건이 풀어 헤쳐지듯 주마등처럼 선명하게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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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천취루 20.08.25 80 1 19쪽
69 침투 19.08.27 76 1 10쪽
68 마리촌 19.08.08 68 1 14쪽
67 갈림길 19.04.08 74 1 23쪽
» 뜻밖의 수확 19.03.09 155 1 16쪽
65 월하의 정사 19.02.15 311 3 17쪽
64 필연적인 조우 19.02.12 208 3 14쪽
63 돌파 19.02.12 136 3 11쪽
62 혈마쌍성 19.02.11 157 3 14쪽
61 피비린내 19.02.11 150 3 13쪽
60 환락경에 빠지다. 19.02.08 275 3 11쪽
59 환약과 호골주, 신선을 느끼는 길 19.02.08 172 3 14쪽
58 남매의 분노 19.02.07 130 3 17쪽
57 납치범들의 최후 19.01.30 164 3 14쪽
56 절세의 곤륜인 미녀 소미령 19.01.29 202 3 14쪽
55 엽기적 사건들의 발생 19.01.28 164 4 16쪽
54 기행의 징조 19.01.24 137 4 12쪽
53 패도문주 독고 파 19.01.23 165 4 16쪽
52 소문을 쫓는 검객들 19.01.22 142 4 6쪽
51 천거된 장수들 19.01.21 160 4 21쪽
50 무장의 선발을 논하다. 19.01.18 158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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