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판소란 단어가 가슴에 절실히 와 닿는다면.
이제 충분하게 판타지를 접했다는 소립니다.
글을 읽는 취미를 바꿀 때가 됐다는 소리기도 하지요.
처음 이런 계통의 글을 접해서 흥미를 느끼는 사람에겐 그야말로 충격과 경악이죠.
이런 계통의 글을 너무나 많이 읽은 사람에겐 그런 재미는 없죠.
대충 훌훌 넘겨도 쉽게 이해가 되죠.
이것 저것 안 따져도 주인공의 행보가 눈에 선해서 글의 흐름을 파악하기가 무지 쉽죠.
처음 몇 장 읽기만 해도 글이 어떻게 진행될 지 보이니, 자신의 취향에 맞으면 계속 읽고, 아니다 싶으면 덮죠.
항상 무적이 되어 버리는 주인공에 대리만족을 느끼죠.
그리고 그 환상이 깨진 다음에는 지독한 허무감이 오죠.
늘상 봐왔던 글들과 별 다를 것이 없으니 양판소라 욕을 합니다.
읽을 때는 재미가 있었는데 말이죠.
감상란의 감상을 잘 읽어보면,
소설을 비판하고 신랄하게 욕하는 글에는 찬성이 많고,
소설을 칭찬하는 글에는 찬성이 거의 없습니다.
또 왜 그렇게 신란하게 비판하는 지 이유를 보면,
첫 째는 양판소여서 그렇고
둘 째는 주인공이 못난이여서 그렇고
셋 째는 출간되는 책의 글자가 너무 크기 때문이죠.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를 보자면,
첫 째는 그냥 재미 있어서고
둘 째는 주인공에 강하기 때문이고
셋 째는 이름있는 작가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대부분 뭘 비판 해야할 지, 뭘 추천해야 할 지 잘 몰라서, 누군가의 비판 글이 올라오거나 추천 글이 올라오면, 그제서야 부랴부랴 주르륵 올립니다.
옛 명언이나 성현들의 어록을 늘어놓으면서 잘난 척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지만, 사실 왜 자신이 이런 책을 읽는 지 잘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겁니다.
뭐랄까,
게임 중독처럼,
판타지 소설 중독에 걸렸다고 보는 게 맞겠지요.
게임도 재미있는 순간이 있지만, 어느 정도 하면 지겨움과 짜증이 밀물 오듯 밀려오죠. 하지만, 이상하게 계속 하게 되는 것처럼, 많은 사람에게 판타지 소설이라는 것이 그것과 별 다를 것이 없다 봅니다. 물론 어떤 사람에겐 책을 소장해야 할 만큼 각별한 것이겠지만.
판타지 소설을 쓰는 사람들의 목적을 보자면,
첫 째로 출판을 하고 이 계통에서 유명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고
둘 째로 자신이 작가의 역량이 있는 지 궁금해서이고,
셋 째로 남이 쓰니까, 자기도 쓰는 것이지요
아마 판타지 글을 쓰는 작가들은 첫 번째가 90% 이상일겁니다.
출판을 하자면, 조금 이름 있는 연재란에 연재를 해서, 많은 조회수를 기록해야 출판사가 입질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제 막 글을 쓰는 초보작가들은 자신만의 글로 성공을 하겠다는 의지에 불타 자신의 색채가 담긴 글을 쓰죠.(사실 이런 글이야 말로 읽어줄만한 글이죠) 하지만, 성공과는 거리가 먼 조회수를 보며 한탄을 합니다.
대부분은 여기서 글을 멈추고 돌아섭니다.
조금 끈기가 있는 사람은 성공한 작품을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깨닫습니다.
성공을 하기 위한 플롯이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것을 따라가면 정말 출판을 할 수 있습니다.
보태어, 출판사들도 그런 작품을 쓰길 원합니다.
첫째, 주인공은 반드시 강하고 카리스마 넘칠 것
둘째, 주인공은 어려야하며, 학생시절이 포함될 것
셋째, 사건은 절대 꼬여서는 안될 것
넷째, 권선징악 적 구조를 가질 것
다섯째, 헤피 엔딩으로 끝날 것
(출판에 대해 쪽지를 받는 적이 있습니다. 그 분은 위의 조건을 충족하는 글을 쓰기 원하더군요.)
처음에 참신한 작품으로 데뷔한 작가들이 후속작은 그렇고 그런 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고 그런 글이야 말로, 뒤에서 욕을 먹겠지만,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끌기 때문이죠.
조건을 잘 살펴보면, 출판사의 타겟은 중고등학생입니다.
그리고, 이제 막 발을 들여놓는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중독된 독자층이 타겟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꽤나 읽은 독자층만이 양판소를 거들먹 거릴 수 있습니다.
양판소가 절실히 맘에 다가온다면,
이제 여러분에게 쉽게 다가오는 판타지와 무협에서 멀어질 필요가 있습니다.
중독된 독자층이라 칭했지만, 다른 말로는 '매니아' 이겠죠.
한 때 많이 팔렸던 '바리데기' 라는 황석영님의 소설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단언컨데, 매니아분들의 대부분은 이 글을 일 주일 안에 보기가 힘들 것입니다. 딱 한 권인데 말이죠. 읽기가 고되다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왜냐하면 여자 주인공에, 일생이 고난으로 점철되고, 끝까지 비극이니까요..
하지만 전혀 글을 읽는데 취미가 없는 사람들도 이 책을 하루~이틀이면 재밌게 봅니다.
매니아이긴 매니아인데, 중고등학생 수준에서의 매니아라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판타지와 무협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지요
그래서 매니아인 분들이 개척을 해야하는 것입니다.
양판소가 마음에 절실히 와 닿는다면, 이제 쉽게 읽히고 쉽게 이해되는 글에서 손을 놓을 때가 되셨다는 것입니다. 어렵고, 난해하고, 패턴이 틀린 글에 관심을 가지셔야 합니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입니다.
새로운 물고를 틀지 않는다면 사랑하는 장르계가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르지요. 출판을 비교적 쉽게 하는 작가분들도 새로운 시도를 하시길 바랍니다. 수 권의 장편이 아닌 책 1권의 단편에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담아 주시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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