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쓴 글을 수정하다가 다시 처음부터 읽다보면
어디선가 많이 보던 장면들이 나오는 착시를 겪습니다.
"이거 '의천도룡기'아닌가. 이 장면은 '신조협려'에서 나온 부분같고 여기는 '소호강호'에 이건 '대도오'같은데... 그냥 읽었던 거 다 짬뽕이네."
스스로 쓴 부분이 이미 옛 사람들이 쓸고 간 자취랑 비슷하다는 걸 느끼게 되고 발견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손에 힘이 죽 빠지지요. 사람이라는 게 기억의 동물이고 추억을 반추하는 생물인지라 어쩔 수 없이 저작이라는 것이 경험에 의지할 수 밖에 없습니다만.
같은 소재를 가지고 글을 써도 사람이 다르면 다른 글이 나온다는 말을 밑천삼아 요즘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이럴때면, 뭔가 머릿속을 강렬히 때리는 참신함에 대한 욕망이 꿈틀대는군요. 어쩔 수 없는 거겠지요.
모두들 건필하시길 빕니다. 건강을 먼저 챙겨야할 시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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