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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마지로의 만려일작(萬慮一作)

낙조십일영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일반소설

완결

견마지로
작품등록일 :
2022.05.11 10:12
최근연재일 :
2022.08.29 10:3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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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9,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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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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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음력 사월 열 나흘(3)

DUMMY

폐허가 된 대가의 정원은 이미 이름모를 잡초들이 우거져 녹음을 만들고, 사람의 자취를 지워 문과 담의 허물어진 곳으로만 사람이 오갈 수 있었다.

오직 산 기슭 작은 초옥에서 아래로 뻗은 길이 부서진 담과 이어져 있었으니, 얼마나 오래 전에 초옥이 저기 생겼는지 알 수 없었으나 그 초옥의 주인은 이 곳을 계속 왕래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 높지 않은 곳에 위치한 초옥에서는 폐허가 된 견미가를 그대로 조망할 수 있었다.

분명 초옥의 주인은 척오조가 말을 타고 들어와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 또한 보고 있을 터였다. 김휴열은 슬쩍 혀로 입술을 다시며 활을 잡고 앞장서 앞으로 나섰다.

“적이 확인되면 바로 쏘겠습니다.”

견태고의 말에 김휴열은 대답대신 쉿소리를 내며 앞으로 발을 옮겼다. 나머지 아홉명의 인원 역시 발소리를 죽여가며 김휴열을 중심으로 부채살처럼 퍼진 채 산기슭을 올라갔다.

비 한 방울 오지 않았어도 수풀에는 생령이 넘쳐 흘렀다. 한적한 야산에서는 이름모를 새소리와 곤충들의 날갯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데 정작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였다.

사내들의 이마에 땀이 한 방울씩 배었다. 화살이 날아가기에 좋은 날이었다.

“코빼기도 안 보이는구먼 젠장맞을.”

이상겸이 투덜대며 뒷발을 들고 도둑처럼 살금살금 언덕배기를 올라갔다. 견태고의 눈에 초가지붕 아래 흙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싸리 풀과 관목이 우거진 건물의 초입은 아직 인기척이 없었다. 견태고는 천천히 활을 앞으로 올리고 시위를 조금씩 당기기 시작했다. 적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적의 시선에는 분명 척오조의 모습이 담겨 있을 것이었다. 사내는 이를 꽉 악물었다.

그때였다.

“어찌하여 홀로 사는 처사의 집에 여럿이 흉한 물건을 들고 방문하시는가?”

초옥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는 주인이 없었다. 형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일제히 척오조가 무릎을 꿇고 풀 사이로 몸을 낮추었다. 목소리가 다시 울려퍼졌다.

“내 이름은 난천이라 한다. 그대들은 누구인가?”

난천, 이상겸이 조용히 그 이름을 되뇌는데 김휴열이 매섭게 목소리가 나온 쪽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판밀직사사의 명을 받고 창령방에서 온 사람들이다. 중대수 서정영과 독자 서무열, 감문위 사령 영원장군 정백중을 살해한 혐의로 네 놈을 끌고가겠다!”

김휴열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큰소리로 외쳤다.

“난천! 아니, 왕형재! 내 아직도 너를 기억한다! 순순히 따라오면 참작이 있을 것이다!”

잠시동안 정적이 풀이 무성한 초옥 아래 언덕을 감쌌다. 아까와는 다른 차분한 목소리가 싸리풀 근처에서 울려퍼졌다.

“내 이름을 아는 이는 누구인가. 그대는 내 구명(舊名)을 어찌 알고 있는가?”

“나는 예전 가별초 출신으로 어배동 문하시중 대감의 시위를 맡았던 김휴열이오. 왕형은 칠년 전 사회(射會)를 기억하시는가!”

“······그 가별초의 애송이가 벌써 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었는가.”

가없는 한숨이 푸른 하늘 아래 초록 수풀 속에서 흘러나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까 보다는 훨씬 힘이 빠진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그 목소리에는 사내다움이 여실히 드러나는 힘이 숨어있었다.

“내 모습을 보이겠네. 지유께서도 시위를 놓아주시게.”

김휴열이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명을 내렸다.

“모두 활을 내려라.”

김휴열의 말이 떨어지는 것과 무섭게 한 사내가 초옥 앞 수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는 황주사람 유종기가 말한 것처럼 풀빛 답호에 하얀 첩리를 입고 있었는데 머리 위에는 중립대신 검은 문라건을 쓰고 있었다. 희끗한 수염 위로 번득이는 눈매와 한눈에도 단단해 보이는 몸태가 한 눈에 무골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김휴열이 그를 바라보더니만 슬쩍 몸을 일으킨 채 목례로 인사를 대신하였다.

“일전 십자가에서 흘린 용호흑대(龍虎黑帶)를 본 뒤 혹시나 왕형일까 싶어 이곳으로 걸음을 옮겼소이다. 어설프게 짐작한 제 속내가 맞아떨어지니 오히려 찾지 아니함만 못한 듯 하오이다.”

김휴열의 말을 들은 난천, 왕형재가 침울한 표정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식으로 옛 인연을 만났으니 어찌 서글프지 아니하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소이다. 왕형,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우리와 함께 창령방으로 가서 정확한 사실을 판밀직사사와 화령백께 고하고 이 난국을 마무리하는 것이 낫지 않겠소이까?”

견태고의 눈에는 김휴열의 말을 들은 왕형재의 입이 슬쩍 들리며 웃는 것처럼 보였다.

“화령백 이성계. 우리 주인을 같이 없앤 최영까지 저잣거리에서 목을 매달아버린 인간 아니더냐. 그 인간에게 충성을 다 해서 무엇이 남을까?”

왕형재의 말에 김휴열 역시 낯빛을 엄히 바꾸고는 왕형재를 바라보았다.

“말을 삼가시오. 화령백께서는 문하시중과 삼군도총제사라는 중임을 맡으시며 이 난세를 바로잡고자 고군분투하고 계시오. 어찌 그 분의 인의를 폄하한단 말이오?”

“허망한 소리 마라. 임견미를 죽이고, 이인임을 죽이고 최영을 죽인뒤에 정몽주까지 대낮에 죽인 자에게 무슨 인의냐! 결국 종당에는 금상을 죽이고 고려를 잡아먹겠지! 북쪽의 늑대에게 인의라니! 그것을 믿는 자가 고려 천하에 몇이나 된단 말이냐!”

말이 점점 험해지자 김휴열과 왕형재의 낯빛이 점점 상기되어갔다. 이상겸이 슬쩍 견태고에게 눈짓을 보냈다. 견태고 역시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견태고는 김휴열을 바라보았다.

아직 김휴열은 왕형재를 그대로 끌고 가고 싶은 생각이 강한 듯싶었다. 견태고는 손을 풀 아래로 내리며 뒤에 있던 조원들에게 몸을 낮추라는 시늉을 하였다. 여전히 왕형재의 말은 이어지고 있었다.

“나 역시 권세잡은 자의 주구로 살다가 이제서야 내 모든 것을 내던지고 깨달은 것이지. 나는 애오라지 고려의 무인이다. 권세잡은 자의 개로 일생을 끝내지 않을 것이다. 나더러 창령방으로 들어가라고?”

김휴열도 왕형재와 길게 대화를 이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는 듯 도리질을 하며 왕형재를 노려보았다.

“그것이 고려를 살리고 형을 살리는 길이오! 내게 활과 화살을 넘기고 이 지지부진한 말을 끝냅시다!”

“이성계의 세상이 고려란 말이냐? 그게 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고?”

“그것이 작금의 세월이외다.”

왕형재의 이가 뿌드득 갈렸다!

“작금의 세월? 그게 고려라고? 그리 생각한단 말이냐! 그게 네 놈들의···..”

“지금 왕형 앞의 집을 보시오! 그리고 형의 처지를 보시오! 그게 형의 현실이란 말이오!”

순간, 왕형재의 눈이 크게 떠졌다. 사내의 눈이 크게 끔벅이더니 고개를 들어 하늘과 땅을 보고 멀리 아래 보이는 임견미의 집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모두 말이 없었다. 왕형재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굳건하던 사내의 얼굴에 일순간 세월의 흔적이 비춰 보였다.

“내게 무기를 달라고 하였더냐···..”

김휴열이 한발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왕형재가 다시 하늘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어디선가 새 우는 소리가 풀숲 근처에서 들려왔다. 기묘한 광경이었다.

“내 이름은 더 이상 왕형재가 아니거늘···여기서 빛나는 것을 그만 두어야 하겠느냐?”

“어서 내려오시오. 왕형.”

“그래 알았다. 무구를 돌려주마.”

순간 덜커덕 하늘에서 땅으로 왕형재의 시선이 내려오며 턱이 아래로 떨어졌다. 사내의 빛나는 눈동자가 김휴열에게 쏟아졌다. 견태고의 눈이 커졌다.

“지유! 엎드시리오!”

김휴열의 입이 벌어졌다. 왕형재의 입에서 천둥소리가 울려퍼졌다.

“네게 줄 무기는 화살 뿐이라!”

왕형재의 두 손이 수풀 속에서 튀어나오며 시위걸린 화살이 번개처럼 뒤로 휘었다. 견태고와 이상겸이 활을 들어올렸지만 이미 왕형재의 손에서 시위가 떠난 뒤였다. 흑 하는 소리가 김휴열의 목에서 울려퍼졌다. 그와 동시에 왕형재의 몸이 시야에서 사라지며 다시금 천둥소리 같은 음성이 터져나왔다.

“나는 난천이다!”

“이런 빌어먹을 새끼가!”

이상겸이 욕을 하는 것과 동시에 김휴열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김휴열의 입에서 선지피가 울컥울컥 쏟아졌다. 화살은 정확하게 김휴열의 목을 뚫은 뒤였다. 소스라치게 놀란 장천보가 김휴열의 옆으로 다가오는데 그 순간 견태고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오지마라! 이미 지유는 틀렸다! 자리를 지켜라!”

견태고의 말에 장천보가 깜짝놀라 고개를 숙이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상겸이 놀란 눈으로 견태고를 바라보았다. 견태고는 슬쩍 앞을 쳐다보더니만 천천히, 아주 천천히 동개로 손이 돌아가 화살을 하나 더 뽑아쥐었다. 견태고가 슬쩍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그의 위치가 어디인지는 누구보다 적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섣불리 고개를 내밀거나 손을 내미는 놈이 화살을 맞을 터였다. 초옥 앞을 무성하게 가린 작은 수풀들은 충분히 사람의 행방을 가리기에 족했다.

이번에는 이쪽이 보이고 저쪽이 보이지 않을 터였다. 견태고의 입술에서 신음이 새어나왔다. 김휴열의 목에서 새어나오던 가느다란 숨소리가 잦아들었다.

“이봐, 견행수!”

견태고의 건너편 나무 뒤쪽에서 속삭이듯 말하는 이상겸의 목소리가 들렸다. 견태고가 슬쩍 눈을 돌리자 이상겸이 머릿짓으로 위의 초옥을 가리켰다.

“어쩔 셈인가?”

“뭐?”

“지시를 하라고!”

이상겸의 뒤에 붙어있는 것은 어경순과 왕지균, 유종기와 홍일국이었고, 견태고 쪽의 바위 옆에 있는 것은 부장 장천보와 강예구, 그리고 경기 염주에서 온 왕운이었다. 견태고가 슬쩍 사람들의 동태를 확인하고는 재차 이상겸에게 물었다.

“······내가?”

견태고의 말에 이상겸이 고개를 다시 끄덕였다.

“자네가 하라고! 자네말고 누가 있어?”

견태고의 눈이 이상겸과 그 뒤의 척오조 조원들과 마지막 숨이 넘어가는 김휴열의 피투성이 얼굴을 삽시간에 훑었다. 적막함이 풀숲을 가득 메웠다. 견태고의 눈이 동료들에게서 초옥으로 옮겨졌다. 사내의 눈빛은 다시 평정심을 찾은 뒤였다. 흘러나오는 사내의 목소리는 딱딱하고 가지런했다.

“여경순은 방패를 앞에 놓고 이행수와 함께 고개를 숙이고 건너편 나무로 뛰어가라. 그 뒤를 내가 원호하고 우리 넷이 앞으로 움직인다. 나머지 세 사람은 내가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이행수의 옆으로 돌아가며 이행수 앞의 울타리에 바싹 붙어라. 그 뒤는 내가 수신호를 할 것이다.”

“나더러 화살받이가 되라고?”

이상겸의 말에 견태고가 끄덕였다.

“내가 화살받이가 되고 자네가 지휘를 하겠나?”

“빌어먹을. 알았어.”

이상겸은 앞을 바라보았다. 견태고가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이상겸의 앞을 어경순이 막으며 등 뒤의 방패를 앞으로 내밀며 그대로 산길을 향해 들어갔다. 이상겸이 화살을 한 대 앞으로 쏘아 지르며 어경순의 뒤로 붙으며 근처의 수풀사이에 엎드렸다. 순간 핑 하는 소리와 함께 방패의 끝에 튕긴 살이 허공으로 날았다. 반대쪽에서 날아온 왕형재, 난천의 화살이었다. 견태고가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보며 말했다.

“전진!”

사내의 허벅지에 힘이 실렸다. 사내의 몸뚱어리가 긴 잡초사이를 뚫고 초옥을 향해 올라갔다. 그와 함께 뒤에 있던 조원들이 같이 움직이는 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풀이 얼굴에 스치고 몸을 훑었다. 순간 쉭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 하나가 견태고의 어깻죽지 사이를 지나 뒤로 날아갔다. 악 하는 소리와 함께 한 명이 뒤에서 넘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견태고의 눈이 커졌다. 시위를 있는 힘껏 당기며 사내는 몸을 움직였다. 순식간에 살이 두 방이 날아왔다. 엄청난 속사였다.

사내는 재빨리 풀숲을 뛰쳐나가 수풀이 우거진 싸리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싸리문의 안쪽을 향해 몸을 던지며 고개를 돌린 견태고의 눈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채 화살을 재고 있는 난천 왕형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미 난천의 활은 시위가 걸린 채 만작(滿酌)이 되어 있었다. 믿겨지지 않는 빠른 손놀림이었다. 낭패라는 생각이 견태고의 머릿속을 지나갔다. 하지만 전쟁터에서 구른 사내의 몸은 사내의 머리보다 먼저 반응했다. 견태고의 활도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두 사람의 활이 동시에 상대방을 겨누었다. 견태고의 두 발이 땅을 박차고 몸이 옆으로 날았다. 그와 함께 시위가 손을 떠났다.

보이지도 않는 왕형재의 화살이 견태고를 향해 날아왔다. 견태고의 화살은 왕형재의 발치에 박혔고, 왕형재의 화살은 생각보다 높게 날아와 견태고의 목 위로 지나가며 싸리문을 박살냈다. 견태고의 눈이 번득였다. 견태고는 땅바닥에서 그대로 한바퀴를 구르며 오른손에 잡고 있던 나머지 화살을 그대로 시위에 걸어 왕형재의 몸뚱어리를 향해 있는 힘껏 날렸다. 이번에는 정확하게 견태고의 화살이 왕형재의 어깨에 가서 틀어박혔다.

“제기랄!”

왕형재가 비틀거리여 활을 내던지고는 바닥에 세워두었던 칼집에 손을 가져갔다. 그때였다. 한 명의 사내가 부서진 싸리문을 통해 검은 바람처럼 왕형재의 앞으로 쇄도하더니 그대로 허공에서 아래로 칼을 뿌렸다. 기분나쁜 소리와 함께 왕형제의 답호가 가슴팍부터 갈라졌다. 부장 장천보의 만도였다.

“나는 난천이다!”

난천 왕형재의 입에서 비명대신 우렁찬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순간 반대편에서 올라온 방패수 어경순의 환도가 여지없이 왕형재의 등 뒤를 찔렀다. 앞뒤에서 칼을 받은 거한은 풀썩 무릎을 꿇으며 입과 가슴에서 주르륵 피를 쏟았다.

“그만!”

견태고가 어깨를 만지며 몸을 일으켰다. 이미 왕형재는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어 보였다. 사내는 고개를 까닥거리며 넘어가는 눈을 쉴새없이 깜박이고 있었다. 견태고가 그를 내려다보며 조용히 물었다.

“네놈은 동료가 있느냐? 난천.”

흰자위만 보이던 왕형재의 눈동자가 슬쩍 내려오더니 견태고를 바라보았다. 사내의 입이 히죽 미소가 잡히더니 입 구(口)자의 형상으로 크게 입이 벌어졌다. 사내는 웃고 있었다.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야.”

“뭐?”

“하늘이 밝았으니 지금부터 시작이지.”

“똑바로 말하지 못하겠느냐?”

하지만 대답은 거기까지였다. 이내 눈동자가 다시 뒤로 뒤집힌 난천 왕형재는 그대로 고개를 떨구더니만 앞으로 몸을 굽히며 고꾸라졌다. 사내의 왼쪽 어깨에는 어느새 화살 한 대가 깊숙이 꽂혀 있었다.

“견행수, 나한테 목숨 한 번 빚진 줄 알아. 나 아니었으면 한 살에 목이 뚫렸을 것이네.”

뒤에서 빈 활을 들고 건들건들 걸어오는 이상겸을 보며 견태고는 슬쩍 손을 들여 예를 표하였다. 이상겸이 다가오며 죽어 넘어가 있는 왕형재를 바라보았다. 이상겸의 얇은 입술이 비틀리며 옷의 먼지를 털고 있는 견태고를 바라보았다.

“이 미친놈이 뭐라고 하던가?”

“지금부터······시작이라는군.”

“뭐?”

“모르겠어.”

견태고의 눈은 죽은 사내의 몸뚱어리를 내려다보며 다시 혼잣말처럼 뇌까렸다.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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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음력 사월 스무날(2) +2 22.05.30 485 2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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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음력 사월 열 아흐레(1) +7 22.05.25 580 3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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