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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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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72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2.2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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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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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가시의 책임

DUMMY

리시아는 다급히 뒤로 거리를 벌렸다.

탐욕의 권능 30%를 썼는데, 주먹이 평범한 검에 막히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상대는 자연스레 엔비아에서 성진혁으로 변경된 상황.


성진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탐욕의 권능보다는 나태의 권능이 낫다. 하지만 나태의 권능으로 바꾸는 순간 엔비아를 막을 수 없다.


‘게다가 무려 30%나 사용했어.’


30%나 소모했는데 나태의 권능으로 바꾸면, 허무하게 날아가지 않는가. 그런 결과는 원하지 않는다.


‘막은 것은 우연일 뿐이야.’


천지가 요동할 만큼의 힘이다.

이 힘을 평범한 검으로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운이 좋거나, 기적이 일어났거나.

성진혁의 검이 두 번 막아낸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니까 한 번 더.’


타타탓! 리시아는 마력을 폭발시키며 달려갔다. 다시 한 번 천지가 뒤흔들리고 굉음이 사방을 휘감았다.


그런 리시아의 움직임을 진혁은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요란하게 사전 준비를 하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검을 들고 자세를 취할 뿐이었다.


엔비아는 고개를 내저었다.


‘안 된다.’


지금 리시아의 힘은 고대 탐욕의 악마가 100%를 끌어올려도 따라잡지 못한다. 그 정도로 강력하다.

진혁이 아까는 주먹을 어떻게 막았는지 몰라도, 지금은 안 된다.


그런데 그건 엔비아도 전생의 이프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캉!


2회째.


리시아의 공격은 또 진혁의 검에 막혔다.

하지만 연속해서 공격을 쏟아 부으면 다를지도 모른다.


파파팟!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주먹을 때려 박았다.

아무런 기운도 이용하지 않은 검으로 주먹을 막으려면 집중력이 필요할 테니, 연속해서 공격하면 못 막아낸다. 확실하다.


그런데, 그럼에도 진혁은 거리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연속 공격을 막아냈다.


캉! 카카캉!


계속해서 공방을 주고받으며 마찰음을 터트렸다. 그러다 한순간, 리시아의 주먹이 허공을 가르고 진혁의 검이 팔을 베었다.


촤아악!


피가 터지며 리시아의 팔이 잘려나갔다.

리시아는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재빠르게 재산을 소모해서 팔을 재생시켰지만, 이번에는 진혁이 역으로 공격해왔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격, 칼로 이루어진 바람을 주먹으로 받아치는 것만 같다.


리시아는 점점 숨이 차올랐다.

반면에 진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대로 장기전에 돌입하면 결국 패배하는 쪽은 리시아다.


그것을 잘 알기에 리시아는 아깝지만 꾹 참고 권능을 사용했다.


“탐욕의 권능 60%.”


그 순간, 리시아 주변에 폭풍우가 몰아쳤다.

마력의 양이 너무 많아 대기가 일렁거렸다.

압력이 터져 나오며 폭발에 가까운 소리가 난다. 천둥이 쏟아져 내린다.


엔비아는 그런 리시아를 보며 경악했다.


‘이 정도면··· 황제보다 약간 부족한 수준이다!’


하지만 진혁은 놀라지 않았다.

조용히 중얼거릴 뿐이었다.


“전생의 이프, 50% 구현.”


한순간, 마력이 고요하게 흘러나왔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맞은편에서 요란하게 기운을 터트리고 있는 리시아와는 정반대였다.


“이쯤에서 끝내주마, 성진혁. 부마스터의 복수다!”


리시아는 다시 한 번 달려들었다. 발을 한 번 내딛을 때마다 땅이 갈라졌다. 더 이상 숲을 숲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망가진다.


그리고 올곧게 내딛은 주먹.

주먹이 나아간 길은 공기를 찢어발기며 폭발을 일으켰다.


하지만 진혁이 하는 일은 아까와 같았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검으로 받아친다.


캉!


“어, 어떻게 내 60%를···”


“넋 놓고 있을 때냐?”


리시아가 당황한 틈에 진혁은 검을 연속해서 휘둘렀다.

진혁은 스스로 휘두르고 놀랐다.

연속해서 검을 휘두르는 것은 검성이라 불리던 헌터조차도 4회가 최선이라 하였는데.

지금 자신은 10회 연속 베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힘이야.’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힘이다.

특별한 기운을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시스템의 어시스트를 받는 것도 아닌데.

인간 자체가 강하다는 게 이런 경우일까?


‘하지만, 그럼에도 이프는 죽었다. 괴로워했고.’


이프가 최유정을 죽이고, 그 이후에 어떤 행보를 거쳤는지 진혁은 모두 봤다.


이프는 식칼의 힘을 이용해서 스칼렛의 잔혹을 품었듯이, 악령이나 악마를 만날 때마다 자기가 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이프는 악마화가 진행됐다. 잔혹이 모이고 모여서 이프의 마음을 계속해서 뒤흔들었고, 처음에는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정도였으나 축적될수록 불가능했다.


악마의 인격에게 잡아먹혀 폭주하기도 하였다.


끝내 이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프가 나아간 길은 고통으로 이루어져있었다.


‘왜··· 혼자서 모든 걸 품으려고 한 거지?’


진혁 자신이 이프에게 뭐라 할 자격은 없다.

가시로 이루어져 품기는커녕 타인을 찔러 아프게만 한 자신은, 모두를 품으려고 한 관용적인 이프를 지적하여서는 안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뭐든 과하면 안 좋지 않은가.


‘전생의 이프에게 노인은 충고했어. 혼자서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말고, 기댈 때는 기대야 한다고.’


그럼에도 식칼의 이프는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하려고 했다.

어리석게도.


‘모든 가시를 혼자 받아들이면 아프잖아.’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는 가시가 있다.

그 가시 때문에 서로 상처를 입히면서 살아간다.

온갖 부조리한 일들도 모두가 가시를 가지고 있기에 발생한다.


그런데 그 가시를 전부 품으려고 해서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아프기만 했다.


‘그러니 나는 품어줄 생각 따위 없어.’


상처를 주고받으며 사는 것은 당연하다.

최지현에게 진혁이 상처를 준 것은 당연한데, 그 상처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 또한 당연하다.

최지현의 죽음에 미안해할 필요도 없고, 리시아가 복수하려는 것에 곱게 당해줄 이유도 없다.


‘하지만, 책임은 져주겠다.’


진혁은 이때까지 책임을 져본 적이 없다.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없었으니까.

조금이라도 책임을 져야 할 일이 생길 것 같으면, 어떻게든 피해서 맞닥트리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그러지 않을 생각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아. 반면에 싫어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건 간단하지. 그런데 상처를 줘놓고 모르는 척하는 것도 잘못되었어.”


“갑자기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야··· 순순히 죽어주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아니, 너를 죽일 거다.”


“그럼 그게 모르는 척과 뭐가 다르지?”


“하지만, 죽이고도 계속 기억할 거다. 다시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개소리를···!”


진혁이 연속해서 휘두른 검 때문에 팔다리가 잘린 리시아.

탐욕의 권능을 써서 순식간에 회복시킨 후, 죽여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외쳤다.


“탐욕의 권능 100%!”


최지현의 복수만 하고 나면, 다시 재산을 모으면 된다.

수백 년 동안 모은 재산을 다시 모으는 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소모했다. 이제 와서 아낄 필요가 없다.


죽으면 어차피 모든 게 무의미하니까.


“······”


재앙이 눈앞에 있는 것만 같았다.

엔비아는 황제의 수준과 똑같다며 경악했다.

오랜 세월 기사단장들의 힘을 흡수해서 쌓은 경지와 똑같은 수준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유감이지만, 내가 이프는 아니라서 말이야.”


전생의 이프를 구현하는 건 50%가 한계다.

진혁 자신이 이프든 아니든 상관없다.

스스로 이프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정황을 지켜보면 내가 이프일 수도 있겠지만··· 그딴 전생 따위 사절이라고.”


이프는 아무나 품어주는 호구였다.

자신은 그렇지 않다.

가시임을 잊지 않는다.


“그러니까 전생의 이프 50%에다가, 내 가시를 섞어서.”


그리고 의심스러운 헌터의 힘이라고는 해도, 조나단을 만났을 때 얻었던.


“책임감의 검을 사용해서.”


진혁은 조나단을 떠올렸다.

강직하게 나아가는 단 한 번의 일격.

책임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책임감을 다하겠다는 일념을 검에 담는다.


헌터로서의 체기가 일렁거린다.


“남에게 상처를 준다면, 내가 상처를 입을 각오도 하는 게 책임이지.”


무의식의 영역에서 가시를 떠올린다.

리시아의 전신을 꿰뚫을 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꿰뚫는 순간 반동으로 진혁도 피해를 입는다.


그래도 상관없다.


“책임감으로 받아치겠어.”


세상을 멸망시킬 것만 같은 폭풍우와 차분한 가시덤불이 맞붙는다.

서로가 마지막으로 주고 받을 일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더 이상의 공방은 없다.


진혁과 리시아는 서로 그 어떤 말도, 신호도 주고받지 않았지만 동시에 달려들었고,


서로가 서로를 동시에 공격했다.


진혁의 검과 가시는 리시아를 난도질했고, 리시아의 폭발적인 주먹은 진혁의 내장을 터트렸다.


리시아의 온 몸에서 피가 터져나온다.

진혁은 내장이 터진 여파로 피를 토했다.


하지만 그뿐.

그 누구도 죽지는 않았다.


그런데 피해는 진혁이 더 크다.

진혁의 공격은 자신에게도 피해를 주니까.

그래서 리시아는 진혁을 완전히 죽이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 순간, 화살이 보였다.


그게 리시아가 생전 마지막으로 담은 풍경이었다.


“로카는 내가 처음으로 책임을 진 녀석이거든.”


로카의 화살을 맞고, 리시아는 머리가 폭발했다.

그와 동시에 리시아의 기억이 진혁에게 스며들어왔다.

리시아 또한 가시를 품고 있었으니까.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정작 그 상대는 리시아를 좋아하지 않았군.’


여우는 포도를 먹고 싶었다.

하지만 그 포도를 먹을 수 없자, 신 포도라고 생각하며 포기했다.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처럼 리시아는, 짝사랑 상대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니 역으로 그 상대를 싫어했다.

그리고 상대를 후회시키기 위해서 끝없이 재산을 탐욕했다.

탐욕의 악마가 되어서도 탐욕한 탓에, 나태의 악마가 자신의 힘을 빌려줬다.

그 덕에 헌터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남한테 상처 받기 싫어서 역으로 상처를 주려고 했지만, 결국 실패하다니.’


최지현과 다를 게 없었다.

동질감 때문에, 동병상련의 감정으로 복수하려고 한 것일지도 모른다.


‘상처 받기 싫어서 남한테 상처 주는 것만큼 쉬운 게 없지.’


그런데,


‘상처 주기 싫어서 자기만 상처 입는 것도 참 간단한 일이야.’


진혁은 이프를 떠올리고, 과거의 자신을 떠올렸다.

이프는 남한테 상처 주기 싫어서 자신을 상처 입혔고, 진혁은 자신이 상처 입기 싫어서 남에게 상처를 줬다.


‘나나 이프나, 최지현이나 리시아나.’


쉬운 길을 택했을 뿐이다.

그러니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런데,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어떡해야 할까.’


무언가 깨달음이 부족하다.

가시와 상처에 대한 통찰을 어느 정도 했음에도, 여전히 무의식의 영역을 쓰면 상처를 주고받기만 한다.


‘엠페러의 영역에 들어가려면 대체 어떤 깨달음을 얻어야 좋을지···’


욱신.


내장이 터진 탓에 통증이 몰려왔다.

생각을 하는 것도 좋지만 우선 치료를 해야 한다.

남을 치료하는 능력은 없어도, 시간을 들여 스스로 회복하는 능력 정도는 있다.


진혁은 가부좌를 틀고 체기를 순환시키며 명상에 들어갔다. 완전한 회복은 아니지만, 터진 내장을 수복하여 죽지 않을 정도는 가능하다.


그리고 회복하면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포착하고 있었다.


레이라가 슬픔의 악마로 각성하는 순간이었다.


‘느낌이 좋지 않은데. 회복이 끝나자마자 가볼까.’


그렇게 생각하는데, 엔비아가 다가왔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진혁을 내려다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어디까지 알게 됐지?”


작가의말

난 몰라 난 몰라 천년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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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질투 21.01.08 221 4 13쪽
103 미래 +2 21.01.07 129 4 13쪽
102 이프 +2 21.01.07 130 4 13쪽
101 리릴 +2 21.01.06 140 4 13쪽
100 나태의 저주 (6) 21.01.06 127 4 12쪽
99 나태의 저주 (5) +2 21.01.05 124 4 12쪽
98 나태의 저주 (4) +2 21.01.04 110 4 12쪽
97 나태의 저주 (3) +3 21.01.01 127 4 12쪽
96 나태의 저주 (2) 21.01.01 103 4 12쪽
95 나태의 저주 (1) +2 20.12.31 128 4 13쪽
94 에리나 (5) +2 20.12.30 109 6 13쪽
93 에리나 (4) 20.12.29 89 5 13쪽
92 에리나 (3) +4 20.12.28 109 6 12쪽
91 에리나 (2) 20.12.25 114 6 12쪽
90 에리나 (1) 20.12.25 128 5 13쪽
89 모순 20.12.24 111 5 13쪽
» 가시의 책임 20.12.23 122 4 12쪽
87 질투와 탐욕 20.12.22 126 5 12쪽
86 로스트(lost) +2 20.12.21 324 5 12쪽
85 분노의 악마 +4 20.12.18 120 5 12쪽
84 최유정 (5) 20.12.17 132 5 12쪽
83 최유정 (4) +2 20.12.16 140 5 12쪽
82 최유정 (3) 20.12.15 149 5 13쪽
81 최유정 (2) 20.12.14 120 5 12쪽
80 최유정 (1) +2 20.12.11 12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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