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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625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1.01.08 19:10
조회
392
추천
6
글자
11쪽

에필로그

DUMMY

정점이라는 것은 따분한 것이다.


“최강 헌터 성진혁의 행방이 묘연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좋았다.

최강이라고 불리는 것도, 세상을 위기로부터 구해내는 것도.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존경과 선망의 시선을 받는 것도.


“그의 업적은 한두 개가 아닙니다. 네임드 몬스터들은 전부 그의 앞에서 죽음을 맞이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 재미없어졌다.


“세상의 거대한 위기를 끝내자마자 사라져버린 성진혁 헌터··· 그는 과연 신이 내린 구원자였던 것일까요?”


방금 이야기에서 고칠 점은 두 가지.


첫 번째, 신이 내린 구원자 같은 게 아니다.

질투라는 악마가 장난질을 쳤을 뿐.


두 번째, 인간에게 정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따분할 이유가 없다.

맨 꼭대기에는 오직 한 사람만이 도달할 수 있고, 세상은 혼자서 살아가는 게 아니니까.

정점이라 불리는 사람 또한 정점은 단면적인 모습일 뿐이기에,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지금,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나조차도 리릴 없이는 힘을 발휘할 수 없으니까.


“진혁? 무슨 생각해?”


“모든 것이 시작되던 순간.”


“내가 울면서 사과하던 때?”


“그때는 귀여웠는데···”


“뭐?! 지금은 안 귀엽다는 거야?”


리릴이 볼을 부풀리면서 귀엽게 화를 냈다. 진혁은 그런 리릴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보다가, 부풀린 볼에 살며시 키스했다.


“지금은 사랑스럽지.”


“헤, 헤헤···”


리릴은 바보 같이 헤벌레 웃으며 진혁에게 안겼다.


질투를 이 세상에서 소멸시킨 지 어느덧 1년, 비로소 진혁과 리릴은 그토록 원하던 행복한 순간을 얻어냈다.


“오늘 덴트랑 베르단디가 연애한 지 500일이 되는 날이래.”


“우와아, 오래 사귀었네?”


“그래서 파티 초대장이 왔어.”


“그럼 바로 가야지!”


“그런데 귀찮은 가시들이 박힐 것 같아서 말이지···”


진혁은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을 떠올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리릴은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 의문은 파티장에 들어선 순간에 해결되었다.


“리릴! 리릴이다!”


파티장에 들어서자마자 에리나가 빠른 속도로 달려와서 리릴에게 와락 안겼다. 그리고 이어서,


“커여워커여워커여워!!”


거칠게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껏 꾸며놓은 헤어스타일을 망가트렸다.


“앗, 아앗, 하지 마~ 헤헤헤···”


리릴은 웃으면서 에리나를 밀어냈고, 에리나는 음흉하게 웃으면서 키득거렸다.


“그래? 그럼 안 할게. 그 대신···”


에리나는 바로 몸을 돌리며 진혁에게 키스했다.

아주 진하게.


“웁?!”


진혁이 당황하고 있을 때, 에리나는 밀어낼 틈조차 주지 않고서 빠르게 입을 뗐고,


“푸하아! 우리 진혁이도 마시써 마시써~ 달콤한 키스~”


리릴은 정색했다.


“이 장난은 좀 심한데.”


“장난 아닌데? 난 진짜 진혁이 좋아하는데?”


“넌 이프 좋아하잖아! 진혁은 오래 전부터 내 거였어!”


“진혁이 환생하면 이프잖아?”


“나는 이프가 아닌데··· 이프라면 여기에 있잖아.”


진혁이 질색하며 이프를 가리켰다.

이프는 수수한 미소를 지으며 서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급발진하여 진혁에게 키스했다.


“웁?!”


진혁은 이프가 자신에게 키스할 거라고는 예상도 못 해서, 소름이 끼친 나머지 거칠게 밀어냈다.

안 그래도 정색했던 리릴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아니, 진혁한테 왜 이렇게 날파리들이 꼬이는 거야? 진혁은 내 거라고!”


“흠··· 일단 나는 나를 좋아한다. 그러니 전생의 나에게 사랑에 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 나는 네가 아니라고 빌어먹을 식칼 년아.”


“그리고 나는 최고신 메리스도 좋아한다.”


이프는 리릴에게도 키스했다. 리릴은 메리스로서의 기억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소름이 돋아 이프를 밀쳐냈다.


“여, 여, 여자끼리 이게 뭐야?! 그리고 난 메리스가 아니라 리릴이라구!”


“물론, 제일 사랑하는 상대는 에리나지.”


이프는 지긋이 에리나를 봤다.

에리나도 지긋이 이프를 봤다.


“에리나···”

“이프···”


에리나와 이프는 사랑의 키스를 나누기 시작했다. 뒤늦게 쫓아온 엔비아는 에리나와 이프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미친년들···”


진혁은 질색하며 리릴의 손을 붙잡고 돌아섰다.


“다른 사람 500일 축하 파티에서 자기들이 아주 주인공이지···”


“흐음, 그래도 두 사람 행복해보이기는 하네.”


“그건 맞지.”


에리나와 이프는 불행의 신화를 써나갔었다. 하지만 이제는 행복한 민담을 이어나갈 것이다. 그런 에리나와 이프를 곁에서 보좌하는 엔비아 또한 행복할 것이고.


“라임~ 라임~ 라임~ 라임 대가족~”

“우리는 슬라임 대가족~”

“멋쟁이 아빠 슬라임~”

“예쁘니 엄마 슬라임~”

“귀요미 아기 슬라임~”

“슬라임 대가족~”


파티의 중심 무대에는 라이미가 춤을 추고 있었다. 원래 여성 인간형 슬라임이었던 라이미는, 진혁과 리릴의 힘을 통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온 것도 모자라 다른 슬라임과 교배를 하여 자식들도 낳았고, 그 자식들과 함께 무대에서 말랑말랑 춤을 추는 모습은 행복해보였다.


“오! 진혁님이랑 리릴님이다!”


레이라와 스테민이 진혁과 리릴을 발견해서 다가왔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게 된 지도 나름 시간이 흘렀다.


“두 사람도 행복해보이네.”


“그래요, 레이라를 만난 건 내 인생 최대의 행운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죠!”


“우리도 어른 되면 바로 결혼식 올립시다.”


“오로리 교관님이랑 스이만 교관님처럼요?”


스테민은 주입식 교육에 지쳐 새로움을 찾아내는 길을 걸었고, 레이라는 악마인데도 정의롭다는 새로움을 증명했다. 두 사람의 사랑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기만 할 것이다.


“네베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지. 바쁘니까.”


황제는 자신이 황제로서 계속 군림하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누구한테 황위를 물려줄지가 고민이었다.


그러는데 네베가 다시 사람을 끌어안는 힘을 되찾았다. 황제, 레오나는 네베가 차기 황제로 제격이라 판단했고, 교육하기 시작했다.


“네베라면 괜찮은데.”


리릴은 진혁을 사랑한 의동생 네베를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네베라면 진혁을 함께 좋아해도 괜찮은데.”


네베는 진혁을 사랑했지만, 리릴 또한 언니로서 사랑했다. 그리고 그 둘의 사이에 자신이 끼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뒤로 물러났다.


“어쩔 수 없지. 네베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누군가의 행복이 다른 이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네베는 진혁과 리릴이 행복해하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다고 느꼈다. 자신에게 찾아올 사랑은 따로 있을 수도 있으니까.


굳이 애매한 자리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오, 로카가 화살 쇼를 펼치고 있네.”


로카는 되살아나자마자 1년 동안 열심히 연습했다. 죽기 직전에 늦게 가더라도 도착만 하면 된다는 깨달음을 얻었기에, 느릿느릿하지만 자유롭게 이동하는 화살들을 쏘며 아름다운 광경을 펼쳤다.


이렇게 모두가 행복을 만끽하고 있을 때, 정작 파티의 주인공인 덴트와 베르단디가 어디에 있는지 안 보였다.


진혁은 그들이 어쩌다가 사랑하게 되었는지도 모르는데, 자기들이 연 파티에 얼굴을 안 비추고 있으니 의아했다.


“대체 얘들은 어디를 간 거야?”


그 해답은, 파티장에서 머지않은 숲에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위기가 빨리 오는군.”


덴트와 베르단디가 눈앞에 나타난 괴인을 보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괴인은 말했다.


“너는 어디에든 존재하고, 어디에든 존재하지 않는 자. 나는 모든 우주를 관리하는 자··· 결국 술래잡기의 승리자가 누구인지는 뻔하지 않나?”


“아직 잡혀줄 생각은 없다. 요그 소토스.”


괴인의 정체는 크툴루 신화에서 사실상 최고신이나 다름없는 요그 소토스였다.

그리고 덴트는 이때까지 비축해뒀던 힘을 개방했고, 무수히 많은 촉수가 몸에서 드러났다.


“천하의 니알라토텝이 이 정도 힘밖에 내지 못하는가? 크툴루가 비웃겠군.”


“이때까지처럼 나 혼자라면 패배했겠지. 지금보다 수억 배는 강했던 시절에도 너에게 졌으니까. 하지만 아자토스의 잠을 깨우려는 너에게 패배할 수는 없다!”


아자토스, 크툴루 신화의 진정한 최고신.

언제나 잠에 들어있으며, 이 세상은 아자토스가 꾸는 꿈일 뿐이다.

즉, 아자토스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것은 세상이 소멸한다는 뜻.


“이 우주는 너무 썩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셀 수 없이 많은 복제 우주와 돌연변이 우주가 생겨나고 있어. 그 우주에서 나오는 불행 에너지가 얼마나 큰지는 알고 있나? 멸망시켜야 옳다.”


“나도 한때는 네 생각이 맞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했었다. 하지만 이 세상은 없어지면 안 돼! 모두가 행복하니까!”


모두가 행복해졌다.

하지만 덴트는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다른 이들이 모르는 싸움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의 행복을 지켜주기 위해.


베르단디 또한 덴트가 숨겨왔던 과거를 듣고, 함께 싸우기로 결심했다.

덴트가 인간이 아님을 알면서도.


서로 가시로 찔러가며 굳어진 사랑이 너무나도 컸으니까.


“흐음, 그런 일이 있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수풀에서 부스럭거리며 진혁이 나왔다.

뒤따라 리릴, 에리나, 이프, 레이라······ 진혁과 서로 가시를 찔렀던 이들이 모두 나오고 있었다.


“이 세상이 멸망할 정도의 위기라면, 같이 극복하게 해달라고.”


“그렇지만, 우린 너희의 행복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행복이 영원한 것도 아닌데, 잠깐 방해 좀 받으면 어때.”


가시로 이루어진 세상은 서로 상처를 입히며 앞으로 나아간다. 상처를 입을 당시에는 괴롭지만 그 이후에 찾아오는 행복을 만끽한다.


마음에 박아둔 가시가 깊게 박히면 박힐수록 서로를 더 많이 알아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아프다고 도망칠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가 도망치는 게 걱정되어 가시를 박지 않으면 애초에 관계는 깊어질 수 없다.


아프지만, 아프니까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깨달음, 그것이 가시의 깨달음이다.


“행복도 마찬가지.”


행복을 방해하는 위기는 언제나 우리 주변에 있다. 그 위기는 잠시 우리를 불행에 떨어트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행복이 단면적이라면, 불행도 단면적이고 위기 또한 단면적일 뿐이다.


행복이 끝나면 위기가 찾아오고, 불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 불행 또한 극복하고 나면 다시 행복이 찾아온다.


그러니 우리는 아프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위기가 오면 기꺼이 받아들이고 이겨내려고 노력한다.


그 뒤에 찾아올 행복을 믿기에.

가시의 깨달음을 얻었기에.


“자, 그럼 다시 행복 끝 위기 시작이다. 전력으로 한 번 가볼까?”


가시로 이루어져 모두가 상처 입지만,


가시로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를 잘 알게 되는 이 세상을 향해서.


우리는 오늘도 내일로 살아간다.



─끝


작가의말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19 천성량
    작성일
    21.01.09 07:37
    No. 1

    ..... 작가님 덕분에 많은 교훈을 얻어가네요. 인상깊기도 하고, 가끔은 제 양심을 찌르는 말도 있고. 좋은 감상하고 갑니다. 새로 글을 쓰시게 되면 재밌는 부탁드릴게요! 헤헷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8 백자성
    작성일
    21.01.09 08:22
    No. 2

    감사합니다! 차기작 쓰게 되면 선작 쪽지 돌리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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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질투 21.01.08 221 4 13쪽
103 미래 +2 21.01.07 128 4 13쪽
102 이프 +2 21.01.07 130 4 13쪽
101 리릴 +2 21.01.06 139 4 13쪽
100 나태의 저주 (6) 21.01.06 127 4 12쪽
99 나태의 저주 (5) +2 21.01.05 124 4 12쪽
98 나태의 저주 (4) +2 21.01.04 110 4 12쪽
97 나태의 저주 (3) +3 21.01.01 127 4 12쪽
96 나태의 저주 (2) 21.01.01 102 4 12쪽
95 나태의 저주 (1) +2 20.12.31 128 4 13쪽
94 에리나 (5) +2 20.12.30 109 6 13쪽
93 에리나 (4) 20.12.29 89 5 13쪽
92 에리나 (3) +4 20.12.28 108 6 12쪽
91 에리나 (2) 20.12.25 112 6 12쪽
90 에리나 (1) 20.12.25 128 5 13쪽
89 모순 20.12.24 110 5 13쪽
88 가시의 책임 20.12.23 121 4 12쪽
87 질투와 탐욕 20.12.22 125 5 12쪽
86 로스트(lost) +2 20.12.21 322 5 12쪽
85 분노의 악마 +4 20.12.18 120 5 12쪽
84 최유정 (5) 20.12.17 132 5 12쪽
83 최유정 (4) +2 20.12.16 140 5 12쪽
82 최유정 (3) 20.12.15 149 5 13쪽
81 최유정 (2) 20.12.14 120 5 12쪽
80 최유정 (1) +2 20.12.11 12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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