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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619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2.17 19:10
조회
131
추천
5
글자
12쪽

최유정 (5)

DUMMY

“이쪽으로 계속 가다 보면···”


로스트는 레이라를 안내했다.

플루가 킹 벨제붑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배치했기에, 오래 걸리지 않는다.


멀지 않은 곳에 킹 벨제붑이 있다.


레이라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을 괴롭혀온 킹 몬스터와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레이틀리가 킹 고블린에게 죽었을 때부터 시작된 악연을 드디어 끝낼 수 있다.


하지만, 명성이 높은 식탐의 악마가 있는 것치고는 사악한 기운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틀림없이 진혁이 위험한 상황일 텐데, 진혁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상함을 느낄 법도 했지만, 레이라는 로스트에게서 전해지는 슬픔이 너무나도 절실하여 의심하지 않았다.


걷다 보니 흉악한 기운을 맞닥트렸다.


레이라는 본능적으로 동류임을 눈치챘다.


“너도, 악마로군.”


흉악한 기운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붉은 머리칼에 붉은 눈동자.

분노의 악마 레이파는 조용히 분노를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비켜주지 않겠나?”


레이라는 마음이 급했다.

진혁이 위험하니까.

아주 빠르게 달려가서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분노는 고개를 내저었다.


“비켜줄 수 없다.”


“왜지?”


“넌 킹 벨제붑님을 죽이려고 하는 거지.”


“그렇다면.”


“킹 벨제붑님은 나에게 소중하신 분··· 그러니 비켜줄 수 없다.”


분노는 기운을 폭발시키며 말했다.


“나는 킹 벨제붑님의 오른팔··· 분노의 악마 레이파다.”


“네가 분노구나.”


레이라는 싸워서 이겨야만 지나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슬픔의 악마 레이라다.”


검을 뽑아들고 분노에게 겨누었다.

분노가 검붉은 기운을 터트렸듯, 레이라는 검은색 기운을 터트렸다.


찰나였다.


캉! 카캉!


슬픔과 분노는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검과 주먹이 맞부딪쳤음에도 소리는 날카로웠다. 분노의 주먹은 주먹임에도 무기나 다름없었다.


슬픔은 분노가 거리를 좁혀오자, 유리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

분노 또한 지금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판단하여 물러났다.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 찾아온다.


“넌 왜 식탐을 지키려는 거지?”


슬픔이 물었다.


“식탐은 수많은 이를 괴롭혔다. 수많은 이를 힘들게 하고, 끝내 죽였다. 그런 그를 지키는 이유가 뭐지?”


분노는 침묵했다.


“너의 분노는 대체 어디에서 오냐는 말이다.”


분노가 어디에서 오는가.


그 물음에 분노는 괴성을 내지르며 다시 달려들었다.

빨랐다.

내지르는 주먹 또한 분노가 크게 실려 있었기에, 슬픔은 맞받아치려고 눈물을 흘렸다.


“분노의 원천은 틀림없이 슬픔에서 비롯되니, 너의 슬픔을 베어내겠다.”


분노가 어떤 슬픔을 지녔는지는 아직 모른다.

그래서 아주 강력한 힘을 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지금의 공격을 맞받아칠 수는 있다.


눈물이 반으로 갈라지고 굉음이 터진다.


콰콰쾅!


폭발을 이겨내지 못하고 분노와 슬픔은 둘 다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넘어지지는 않고 안정적이게 착지하여 태세를 유지했다.


“나의, 분노는···”


분노, 레이파는 킹 벨제붑을 떠올렸다.

오래 전의 일이다.

너무나도 오래 전의 일이다.


억지로 떠올려야 하는 만큼, 떠올리기가 싫다. 단지 중요한 것은 킹 벨제붑이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이고,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


그리고 자신이 진정으로 분노하는 대상은 로스트─최유정이라는 것.


그런데 분노는 최유정을 이길 수 없다. 이길 수 없으니까 고분고분 따를 수밖에 없고, 현 상황에서는 레이라를 쓰러트리는 게 최선이다.


레이라는 그런 분노를 유심히 바라봤다.


“너의 분노에는 깊은 슬픔이 깔려있어. 분노를 해석해내지는 못 하지만, 난 슬픔을 느낄 수 있으니까.”


레이라는 분노의 악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저토록 깊은 슬픔에서 비롯된 분노라면, 틀림없이 인간이었을 때 선한 마음을 소유했었을 터다.

그런 분노의 악마가 킹 벨제붑을 감싼다? 지키려고 한다?


어딘가 모순점이 있다.


“뭐가 그리 슬프지? 나는 슬픔을 없애고 싶다.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도울 테니, 길을 비켜줘.”


싸우고 싶지 않았다.

싸워서는 안 될 기분이 들었다.


“네 소중한 사람이 내 소중한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지금도 죽이려고 하고 있지. 평화롭게 끝낼 방법도 있을지 모른다. 네가 원한다면, 나도 과거는 잊도록 하마.”


쉽게 결정을 내린 일은 아니다.

하지만 레이틀리도 레이라가 자기 때문에 힘들어하면 싫어할 거다.

레이라는 앞으로 많은 슬픔을 없애야 하는데, 과거의 슬픔에 얽매여서 새로운 슬픔을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분노가 품은 슬픔을 느끼며 평화롭게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알려줬으면 좋겠어.”


“······”


분노, 레이파는 고뇌했다.

슬픔과 힘을 합치면 최유정을 이길 수 있을까? 다시 킹 벨제붑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끝내 결정을 내린 분노는 진실을 말했다.


“진짜 식탐은 네 옆에 있는 그 년이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레이라의 체감 시간은 느려졌다.

지금 분노는 옆에 있는 로스트가 식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로스트가 킹 벨제붑이라는 뜻인가?


아니, 그런 뜻이 아니다.


킹 벨제붑이라면 ‘진짜’ 라는 수식어를 붙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킹 벨제붑은 가짜 식탐이고, 로스트가 진짜 식탐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분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도 되는가?

어쩌면 잠깐 혼란을 주고 공격하려는 속셈일지도 모른다.

괜히 넘어가서 페이스가 휘말리면 패배할 수도 있다.


‘그래도.’


레이라는 결정했다.


파캉!


레이라는 로스트에게 검을 휘둘렀다.

언제 꺼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로스트 또한 검을 꺼내 막아냈다.

모든 힘을 킹 벨제붑에게 빼앗겼다고 들었는데, 검을 써서 막아내다니.


말이 되는가?


“넌··· 누구냐.”


레이라는 살기를 드러냈다. 로스트는 가볍게 뒤로 물러서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왜 저 년 말을 믿은 거야? 나랑 지낸 시간이 훨씬 긴데.”


“분노에게서 느껴지는 슬픔이 더욱 순수했으니까.”


로스트에게서도 슬픔은 느껴졌다.

하지만 순수한 느낌은 없었다.

색욕의 악마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며 넘겼었는데, 그게 아니라 정말 불순한 슬픔일지도 모른다고.

분노의 말을 듣고 의심했던 것이다.


“하아··· 들켰으니 어쩔 수 없네.”


로스트, 아니, 최유정은 빙글거리며 검을 겨눴다.


“식사예법에 따라 자기소개부터 할게.”


“나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고, 색욕의 악마이며, 식탐의 악마이기도 한 최유정입니다.”


“당신은요?”


하.


“하하···”


레이라는 헛웃음을 흘렸다.


“색욕이면서 식탐이라니, 그야말로 더러움의 끝이로구나.”


레이라의 곁에 분노가 다가왔다. 분노는 이미 저질렀으므로 자신의 분노를 오롯이 최유정에게만 토해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네 이야기는 반대겠군.”


“어떤 이야기?”


“킹 벨제붑이 네 힘을 다 빼앗았다는 이야기 말이다.”


“아닌데? 킹 벨제붑이 내 힘 다 빼앗은 거 맞는데?”


최유정은 키득거렸다.


“내가 원조 식탐이었는데, 그 힘을 킹 벨제붑이 가져간 거잖아? 그걸 다시 내가 되찾은 거고. 후일담만 안 말한 것뿐이라고~”


“헛소리는 거기까지 하고··· 죽어라.”


레이라는 결국 최유정이 레이틀리의 원수임을 알았다.

진혁이 위험하다는 것도 거짓말일 테지. 조급해할 필요 없이 최유정부터 죽인다.


그래서 레이라는 눈물을 흘려서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슬픔의 힘은 사용되지 않았다.


“뭐···?”


“놀랐어?”


최유정은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레이라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힘을 받아치지 못했다. 분노가 서둘러 달려들어 붉은색 기운을 터트렸으나 역부족이었다.


슬픔과 분노는 끝없는 식탐과 색욕─추악함 앞에 무릎 꿇었다.


“큭, 힘을 합쳐도 역부족인가···”


“당연하지. 너희는 나랑 상성이 극악이니까~”


“상성이 극악이라고? 그게 무슨 소리냐.”


슬픔이 묻자, 추악함이 답했다.


“레이라, 너는 다른 누군가를 위해 슬퍼하는 것이 힘의 원천이고··· 레이파, 너는 혼자 분노한 것이 힘의 원천이거든. 악마끼리의 싸움에서 승패를 가르는 것은 힘의 원천과 연관된 감정이야.”


내가 왜 식탐과 색욕을 갈구했을까?

내가 왜 그토록 추악한 악마가 되었을까?


“내가 힘들어할 때 나를 위해 슬퍼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내가 힘들어할 때 자기가 더 힘들다며 분노하는 녀석들은 많았지···”


그래서야.


“그래서 너희는 나를 이길 수 없어.”


후퇴.


일단은 공격부터 피해야 한다. 슬픔은 직감에 몸을 맡겨 분노를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


콰쾅!


오러 블레이드가 휘둘러지며 땅을 그었다. 방금까지 슬픔과 분노가 있던 장소가 갈라졌다. 파이기도 깊게 파였다.


조금만 늦었어도 죽었다.


슬픔은 아찔해하며 추악함을 봤다.


추악함에게서는 슬픔이 베어낼 만한 슬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 슬퍼해준 이가 없어서 비틀렸으나 오래 전의 일이라 퇴색되었다.


“무의미한 발버둥이야. 이프가 왜 나를 마지막까지 못 죽였는지 알아?”


이프에게 처음 죽었을 때는 최고신 메리스가 개입했었다. 그래서 검을 준 탓에 이프가 원래 힘을 되찾아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로 메리스는 힘을 잃어 여자아이가 되었고, 검을 다시는 만들어낼 수 없었다.

결국 이프가 최유정을 다시 상대했을 때는 식칼의 힘으로 싸워야만 했다.


이프가 가진 식칼의 힘은 상대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끌어안는 것··· 그 과정에서 힘을 흡수하는 것인데.


최유정은 이미 마음이 죽었으므로 식칼의 힘을 사용할 수 없었다.


“내 이름은 로스트야. lost, 잃어버렸지. 마음을 잃어버렸어. 너희 같이 마음에 얽매여서 악마가 된 녀석들은 나를 이길 수 없다고.”


끝없는 식탐과 색욕은 감정과 관련이 없다. 이성과 감정을 배제하고 본능만이 남은 상태일 뿐이다.

반면에 슬픔과 분노는 감정 그 자체다. 감정은 본능에 휘말리면 휘말렸지, 본능을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성은 극악이 맞다.


그런데 이 상황 속에서도 레이라는 분노가 끌어 올랐다. 슬픔과 분노가 공명하며 아우성을 내질렀다.

분명히 최유정, 로스트는 쓰레기다. 마음을 잃은 탓에 자신만을 생각하며 식탐과 색욕을 채운다.

하지만 로스트가 된 이유는 결국 세상에 있다. 세상이 최유정의 마음을 없앤 것이나 다름없다.


세상의 슬픔을 베어버리고 싶은 레이라는, 점차 세상의 부조리함을 향한 분노로 감정이 바뀌어갔다.


그런데 어떠한 벽에 막힌 것처럼 감정의 변환이 완료되지가 않는다.

변하는 순간 슬픔과 분노가 공명하여 강력한 힘을 터트릴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진행이 안 된다.


레이라의 그런 모습을 분노, 레이파는 가만히 바라봤다.


‘분노가 강렬하다.’


레이파는 오랜 세월이 흘렀고, 애초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분노를 했었다. 그러니 지금 레이라가 터트리는 분노보다 약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분노의 악마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이 녀석은 분노가 될 수 없다.’


7대 죄악은 강력한 악마인 만큼, 한 죄악에 두 악마는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레이파가 죽지 않는 이상 레이라는 슬픔의 악마로만 남아야 한다.


‘······’


오래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슬픔이여, 나를 죽이고 분노가 되어라.”


작가의말

소년이여 신화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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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이프 +2 21.01.07 130 4 13쪽
101 리릴 +2 21.01.06 139 4 13쪽
100 나태의 저주 (6) 21.01.06 127 4 12쪽
99 나태의 저주 (5) +2 21.01.05 124 4 12쪽
98 나태의 저주 (4) +2 21.01.04 110 4 12쪽
97 나태의 저주 (3) +3 21.01.01 126 4 12쪽
96 나태의 저주 (2) 21.01.01 102 4 12쪽
95 나태의 저주 (1) +2 20.12.31 128 4 13쪽
94 에리나 (5) +2 20.12.30 108 6 13쪽
93 에리나 (4) 20.12.29 88 5 13쪽
92 에리나 (3) +4 20.12.28 108 6 12쪽
91 에리나 (2) 20.12.25 112 6 12쪽
90 에리나 (1) 20.12.25 128 5 13쪽
89 모순 20.12.24 110 5 13쪽
88 가시의 책임 20.12.23 121 4 12쪽
87 질투와 탐욕 20.12.22 125 5 12쪽
86 로스트(lost) +2 20.12.21 321 5 12쪽
85 분노의 악마 +4 20.12.18 120 5 12쪽
» 최유정 (5) 20.12.17 132 5 12쪽
83 최유정 (4) +2 20.12.16 140 5 12쪽
82 최유정 (3) 20.12.15 149 5 13쪽
81 최유정 (2) 20.12.14 119 5 12쪽
80 최유정 (1) +2 20.12.11 12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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