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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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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13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2.1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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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3쪽

최유정 (3)

DUMMY

“뭐냐···?”


최유정은 이프를 유심히 지켜봤다.

갑작스레 분위기가 바뀐 탓이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체기가 전부 사라져버렸다. 아예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주제에 무슨 허세를 저렇게 부리고 있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어서 비웃었다.


“체기가 아예 없어졌잖아? 그런 주제에 뭐를 하겠단 거지?”


진혁도 이상함을 느끼고는 있었다.

계속해서 이프한테 느껴지던 맑고 깨끗하던 체기가 단숨에 사라졌다.

하지만 이프는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당연하지. 전생의 나한테는 체기가 없었으니까.”


이프는 전생에 다른 세상의 검사였었다.

체기는 오직 이 세상의 사람들에게만 있는 기운이니까 없는 게 맞다.

어째서 진혁 자신의 체기와 고대의 체기가 다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전생의 이프가 깨어난 탓인가.’


진혁은 더 이상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이프가 이곳에 있고 자신은 구경한다는 느낌이 커졌다.


전생의 이프가 가진 지식과 힘은 진혁이 다룰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자율행동권을 잃습니다.>


다시 이프의 사고방식에 따라 행동하게 되었다.


이프가 원하는 대로 진혁은 검을 겨누면서 물었다.


“나는 최강의 검사다. 너는?”


그 물음에 최유정은 불쾌감을 느꼈다.

최유정은 자신만의 식사예법을 중요시 여긴다. 상대를 향해 먼저 자신을 소개해주고 먹는다.

그런데 지금 이프가 먼저 말했다. 먼저 자신을 소개하고 물었다.


이 말은 즉, 이프가 최유정을 먹겠다는 뜻 아닌가.


체기 하나 남겨두지 않고 모조리 없애버렸으면서 건방지게 굴다니.


‘하지만 난 당당하게 이름을 답할 테야.’


최유정의 식사예법에서 음식이 답을 한 적은 없었다. 언제나 음식은 두려움을 느끼며 대답을 회피했다.


하지만 최유정은 음식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음식을 즐기는 미식가지, 먹히는 음식쪽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당당하게 답했다.


“최유정인데?”


반면, 진혁은 최유정의 식사예법을 알고 있었지만 이프는 모르고 있었다. 단지 이프는 검사였던 시절, 싸우기 전에 항상 이름을 물었었다.


그리고 이름을 말한 자 중,


“최유정··· 나한테 검이 생겼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가르쳐주지.”


살아남은 이는 없었다.


촤아악!


최유정으로부터 피가 터져 나왔다. 처음에는 자기 몸에서 피가 나왔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찾아온 고통에 상처 입었음을 자각했고,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피가 흐르는 가슴에 손을 대고 육안으로 확인했다.

손바닥에 흥건하게 묻어있는 붉은 액체.


틀림없이 피였다.

음식이 되어간다는 증거였다.

무엇보다 맛있어보여야 할 피임에도 자신의 피라고 생각하니 끔찍하기만 했다.


“시··· 시발···?”


깊은 상처는 아니었다.

얕은 상처였다.

하지만 충분히 깊은 상처를 줄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최유정은 그 사실을 알았기에 더 충격적이었다.


‘음미당하고 있어···?’


단번에 죽일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자신이 미식가인데 역으로 음미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너, 일부러 얕게 벤 거지.”


“그렇다면?”


“후회할 거다···!”


최유정은 검에 오러 블레이드를 휘감았다.


“네가 검을 어느 정도 쓸 줄 아는 건 인정해주지. 이 세상 녀석 치고는 검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니까. 하지만 그래봤자 내 오러 블레이드를 이기지는 못 해!”


진혁은 최유정의 오러 블레이드를 보고 대단하다 생각했었다. 저 힘을 이겨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저게 식탐의 악마라면 이프가 질 만도 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 이프에게서 전해지는 느낌이 진혁의 생각을 바꿨다.


‘이긴다.’


진혁은 믿을 수 없었다.

체기도 마력도, 혹은 검기조차도 없는데 이프에게서는 이긴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오러 블레이드라··· 검술이라는 건 그런 게 아니야. 그건 이상한 잔재주일 뿐이지. 검술이라는 건 휘둘러서 베었다의 연속일 뿐이거늘.”


“개소리 집어치워.”


여유를 잃었다.

최유정 본인도 어쩌면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눈앞의 이프가 자신보다 강할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사냥을 당하는 입장에서 사냥을 하는 입장으로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다시 사냥을 당하는 입장이 되었다는 사실은 믿기 싫었다.

그래서 최유정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압박감을 이겨내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빠각!


이어서 들린 것은 무언가가 부러지는 소리였다.

최유정은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의 무게가 가벼워졌음을 느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검을 올려다봤다.

올라가는 시선 속에서 부러진 칼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검이 부러졌다.

오러 블레이드를 휘감은 검인데도.


“잔재주는 진짜 앞에서 부러질 수밖에 없지.”


“뭐, 뭐야··· 너, 어떻게 한 거야.”


광기에 사로잡혀있던 최유정이 차분해졌다. 차분함은 이어서 두려움으로 변해 눈동자를 뒤흔들었다.


공포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생각을 한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최유정은 생각 끝에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이 세상에 체기가 없는 녀석을 본 적이 있었나?’


없었다.


모든 인간이 체기를 가지고 있었고, 마법이라는 기묘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너도 혹시··· 다른 세상에서 온 거냐?”


이프는 대답 없이 검을 겨눴다.

검이 부러진 상대에게 알려줄 말 따위 없었으니까.


“······”


이프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최유정도 알 것 같았다.

검사끼리의 싸움에서 검이 부러진 상대는 싸우지 못한다.

이미 승부는 끝났다.

최유정이 죽는 결말이다.


하지만 최유정은 이 결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오랫동안.’


오랫동안, 여자인데도 여자 같게 생겼지 않다고 핍박당했다.

어떤 놈은 생긴 게 못생겼으면 꾸미기라도 하라고 욕했고, 어떤 놈은 못생긴 게 꾸민다고 달라지냐고 욕했다.

무엇을 어쩌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던 세상.


남자들한테 핍박당하다 보니 자연스레 여자를 사랑하게 됐다. 여자는 같은 여자라는 이유로 친하게 지내줬다.

뒤에서 욕을 할 수도 있다. 비웃을 수도 있다. 알고는 있지만 적어도 남자들처럼 대놓고 비웃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자를 사랑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 어떤 여자도 최유정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다. 그 누구도 최유정의 얼굴을 사랑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최유정은 소설 속으로 도망쳤다.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 소설을 읽고, 또 읽으면서 현실과 멀어졌다.


주로 읽은 판타지 소설은 주인공이 여자였다. 그리고 연애 대상 또한 여자였다. 작품 수가 그렇게 많지 않았기에 끝없이 갈망하며 찾아 헤맸다.


하지만 작품을 더 이상 찾지 못하고, 다시금 현실이 느껴지는 순간.


최유정은 견딜 수가 없었다.


‘현실에서 해버리자.’


사랑을 얻지 못한다면, 강제로 사랑을 행하면 된다. 자신의 취향인 여성을 납치해서 강간하고 죽였다. 식인도 했다.


하지만 범죄 행각은 금새 들켰고, 경찰의 추적을 피해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경찰에게 붙잡히면 안 그래도 끔찍했던 현실에서 더욱 재미없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싫다.


그래서 자살했다.


그러는데 목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에게는 강대한 검이 깃들어있습니다. 세상을 구해주세요!


목소리는 말했다.

최유정에게는 거대한 상상의 힘이 있다고.

그 상상의 힘이 강대한 검을 만들었다고.

그러니 이 세상으로 와서 그 힘을 발휘해달라고.


하지만 막상 다른 세상으로 오니, 검을 사용하고 싶어도 검이 없었다.

강대한 검을 품고 있으면 무엇 하는가? 쓰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도 없다.

자신을 이 세상으로 불러온 목소리 또한 침묵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던 찰나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위대한 자, 너에게 검을 줄 수도 있다. 나의 검이 되겠는가?


위대한 자는 말했다.

식탐의 검이 비어있으니, 식탐의 악마가 되면 그 검을 주겠노라고.

그 힘을 어떻게 쓸지는 네 자유라고.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일단 강대한 힘이 검을 붙잡아야 쓸 수 있으니, 검이 당장이라도 필요했다.


그리고 승낙해서 검을 붙잡은 순간, 최유정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을 구해달라던 녀석, 더 이상 말 안 하고 있지?’


그렇다면 굳이 구해주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최유정은 검에 깃든 오러 블레이드를 보면서 히죽 웃었다.


‘자, 봐보라고. 이렇게 강력한 힘이 있으면 아무한테도 안 붙잡혀. 난 내 마음대로 강간하고 죽이고 먹을 수 있는 거야!’


“어라, 나, 왜 갑자기 과거 회상을.”


한순간 현실로 돌아왔다.

가슴이 아팠다.

확인해보니 가슴에 검이 꽂혀있었다.

이프가 검으로 가슴을 찌른 것이다.


아, 주마등을 본 것인가.


“우··· 웃기지 마!”


최유정은 주마등 속에서 판타지 소설의 내용을 다시금 떠올렸다.

오러 블레이드는 검이 없어도 검을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지 않나.

검이 부러졌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잔재주니 뭐니 넘어가지 말고, 오러 블레이드를 다시 불러낸다.


촤아악!


“됐다!”


최유정이 다시 공격권을 얻었다. 이프는 가슴에서 검을 뽑으며 뒤로 물러났다. 가슴에서 피가 터지며 최유정은 피토가 튀어나왔지만, 억지로 삼키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아하하··· 이거 어쩌지? 검이 없는데도 오러 블레이드를 불렀네? 하긴, 검술 따위로 검의 극의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넌 이제 죽은 거라고.”


가슴을 찔린 상처쯤은 싸움이 끝나고 치료를 받으면 그만이다.

지금 당장은 이프를 죽이는 것이 우선.


이프는 그런 최유정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흐음, 비장의 수단이라도 있나보네? 어디 한 번 해봐.”


“후회할 거다···”


최유정은 오러 블레이드에 계속해서 기운을 모았다. 모으면 모을수록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이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더 이상 강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력한 힘.

이것이 초월지경이고, 인외지경인가. 힘을 초월하고 인간을 벗어난 경지란 말인가.


이길 수 있다, 이거라면 이길 수 있다.


“자, 봐라! 이게 바로 위대하신 분께서 주신 힘, 이게 바로 위대한 검성의 힘, 시간이든 공간이든 무엇이든 베어비릴 수 있는 궁극의 오러 블레이드다!”


최유정은 광소를 터트리며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아까와는 다르게 작은 기운에 거대한 힘이 응축되어서 사출됐다.

날카롭게 벼려진 기운은 기적이라는 말을 증명하듯이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날아왔다.


하지만 진혁은 그 기운을 보면서 혀를 찼다.


‘이프가 이긴다.’


과연, 진혁의 평가대로 이프는 여유롭게 그 기운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굉장하네. 이건 전생에 내가 죽였던 검귀와 똑같은 수준이야. 검귀 하나 때문에 세상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를 떠올리면 강함을 짐작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난 검귀를 일격에 죽였다.”


이프가 검을 휘두르고, 공간이 크게 갈라지며 오러 블레이드가 흩어졌다.


최유정은 경악했다.


“공간을··· 베었어?”


그것도, 그냥, 검으로?


경악하는 최유정을 향해 이프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이겼다고 생각했지? 승리를 확신한 년을 꺾어버리는 재미가 이런 거구나. 짜릿하네.”


그리고 이프는 검을 휘둘러 최유정의 발목을 베었다. 최유정은 힘줄이 끊겨 쓰러졌다.


그런 최유정의 피부를 천천히 벗겨내기 시작했다.


──────!!!


최유정은 꼴사납게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그런 최유정의 명치를 밟아 호흡을 막았다. 비명이 멈춘다.


“지금부터 피부부터 시작해서 손가락, 발가락, 손목 발목, 끝에 팔과 다리. 루비아가 당한 걸 그대로 되갚아줄 거다.”


먹히는 기분을 똑똑히 느끼도록.


‘역시, 이프가 이겼다.’


진혁은 이프가 이기고, 심지어 루비아가 당한 아픔을 그대로 되갚아주니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식탐의 악마가 지금 죽으면··· 이프가 못 죽인 식탐의 악마는 누군데?’


작가의말

네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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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질투 21.01.08 221 4 13쪽
103 미래 +2 21.01.07 128 4 13쪽
102 이프 +2 21.01.07 129 4 13쪽
101 리릴 +2 21.01.06 139 4 13쪽
100 나태의 저주 (6) 21.01.06 127 4 12쪽
99 나태의 저주 (5) +2 21.01.05 123 4 12쪽
98 나태의 저주 (4) +2 21.01.04 110 4 12쪽
97 나태의 저주 (3) +3 21.01.01 126 4 12쪽
96 나태의 저주 (2) 21.01.01 102 4 12쪽
95 나태의 저주 (1) +2 20.12.31 128 4 13쪽
94 에리나 (5) +2 20.12.30 108 6 13쪽
93 에리나 (4) 20.12.29 88 5 13쪽
92 에리나 (3) +4 20.12.28 108 6 12쪽
91 에리나 (2) 20.12.25 112 6 12쪽
90 에리나 (1) 20.12.25 128 5 13쪽
89 모순 20.12.24 110 5 13쪽
88 가시의 책임 20.12.23 121 4 12쪽
87 질투와 탐욕 20.12.22 125 5 12쪽
86 로스트(lost) +2 20.12.21 320 5 12쪽
85 분노의 악마 +4 20.12.18 120 5 12쪽
84 최유정 (5) 20.12.17 131 5 12쪽
83 최유정 (4) +2 20.12.16 139 5 12쪽
» 최유정 (3) 20.12.15 148 5 13쪽
81 최유정 (2) 20.12.14 119 5 12쪽
80 최유정 (1) +2 20.12.11 12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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