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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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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156

작성
21.01.0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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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미래

DUMMY

“네가 가진 내 기억은 70% 정도인가?”


이프는 진혁이 검사 시절을 구현한 모습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진혁은 자신이 구현할 수 있는 검사의 능력이 70%였기에, 이프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대충 짐작이 되었다.


“내가 가진 네 능력이 70%밖에 안 된다는 말인가?”


“그래.”


“그렇다면 그 30%는 왜 없지? 난 이프의 모든 기억을 봤는데.”


“기억을 봤다고 해서, 그 기억의 능력까지 가진 것은 아니니까. 예를 들자면···”


캉!


이프가 단숨에 도약해서 식칼을 휘둘렀다. 그 속도가 빨라 진혁은 기껏해야 받아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검을 맞대면서 이프가 웃었다.


“네가 가지지 못한 30%는, 나한테 있다는 거지.”


이변이 일어났다.

진혁은 부러질 리가 없는 엑스칼리버에 금이 가는 게 보였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엑스칼리버가 부러진다.


‘내 책임감이, 약한 건가!’


왕의 상징, 왕의 책임감.

엑스칼리버는 사용자의 책임감에 따라서 힘이 천지차이로 갈라진다.

진혁은 자신이 책임감을 나름대로 갖추고 들어왔다고 생각했지만, 엑스칼리버는 인정해주지 않은 것일까.


진혁은 위험하다 생각하여 재빠르게 뒤로 도약했다. 그런 진혁을 여유롭게 바라보며 이프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지금 뭐하는 거야? 전력으로 싸워도 모자랄 판인데, 등신 같은 검 들고 나를 이길 수 있겠어?”


“등신 같은 검이라니··· 이 검은 엄연히 책임감이 강하면 강해지는 검이다. 왕의 책임감 엑스칼리버는 무적이라고.”


“엑스칼리버? 그게? 하하하! 웃기는 소리하고 있군. 네 눈은 장식용이냐? 반으로 정확하게 갈라진 금을 보라고!”


“이건 방금 공격으로···”


“뭔 소리를 하는지 도통 모르겠네. 그건 접착제 비슷한 걸로 붙여둔 것뿐이야. 이미 한 번 부러졌던 검이라고.”


이프의 말에 진혁은 다시 한 번 엑스칼리버를 내려다봤다.

확실히 엑스칼리버의 금은 반으로 정확하게 갈라져있었다. 한 번만 더 공격을 막으면 부러질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미 부러졌던 검을 억지로 이어붙이고, 그걸 레이라가 건네줬다면 이해할 수가 없다.

레이라는 대체 무엇을 믿고 부러진 엑스칼리버를 다시 붙였단 말인가?


공격 한 번 막아낸 것으로 부러질 위기에 처했는데.


“뭐, 네가 무슨 검을 쓰든 내 알바는 아니지. 난 그저 널 죽이고 70%를 다시 가져가면 그만이니까. 킥킥.”


진혁은 말이 많은 이프를 유심히 봤다.

이프는 원래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필요한 말만 하는 성격이었다.

하지만 지금 고독의 악마 이프는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고독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본능일까?


원리는 알 수 없지만, 이 점을 이용해서 약점이라도 알아낼 필요가 있다. 진혁은 최대한 머리를 써서 대화를 이어갔다.


“궁금한 게 있는데, 하나 물어봐도 되겠나?”


“풉, 곧 죽을 녀석이 궁금한 것도 많군.”


“왜 이프는 힘을 70%와 30% 나눈 거지?”


“그 이유는 간단해. 자기 자신을 과신했으니까.”


이프는 언젠가 자신이 오랜 잠에서 깨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깨어났을 때를 대비해 30%의 힘은 남겨뒀었다.

아예 힘이 없으면 혹시 모를 위기에 대응할 수 없으니까.


‘그런데 하필 깨어난 건, 이프가 아니라 고독의 악마쪽인가.’


이프는 혼자서 오랜 싸움을 했었다.

외부와의 싸움도 있지만 내부와의 싸움도 있었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악령의 힘은 또 다른 인격으로서 존재하였고, 그게 지금 진혁이 상대하는 고독의 악마다.


‘그렇다고 해도 고독의 악마는 또 다른 영혼 같은 개념이 아니야. 성격이 강제로 변질된 이프일 뿐.’


고독해지기 싫다는 이유로 말이 많아진 것을 보면, 지금 이프는 고독의 악마를 몰아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을 것이다.


단지, 깨어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도 없을 뿐.


“자, 이제 네 힘을 내놔라. 차근차근 내 힘으로 바꿔주지.”


이프는 계속해서 식칼을 휘둘렀다.

진혁은 혹여나 엑스칼리버가 부러질까봐 막아내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피하려고만 노력했다.

반격의 기회? 보이지 않았다. 이프의 속도는 진혁의 속도를 훨씬 웃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속도가 더 빠른 상대의 공격을 전부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왼쪽 어깨에 식칼이 날아들어서 피하면 이내 오른쪽 팔꿈치에 상처가 생겨났다.


그렇게 상처가 누적되면서 진혁의 온 몸이 피로 물들어갔다.


그 모습을 리릴은 무력하게 보고 있었고, 머릿속에서는 이시즈가 했던 말이 계속해서 맴돌고 있었다.


‘너는.’


원래부터 남들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었다.


‘너는.’


남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는 사람이다.


‘너는.’


최고신인데도 무능해.


‘아.’


진혁에게 언젠가 말했었다.

천천히 나아가자고.

진혁의 과거를 알고, 현재에 충실하며, 미래를 향해 천천히 나아가면 언젠가 도달할 거라고.


하지만 천천히 나아갈 힘 따위 자신에게는 없다.

진혁과 함께 그리는 미래? 그런 미래를 그려나갈 힘 따위 리릴에게는 조금도 없다.


이런데, 뭔 최고신이야.

미래조차 이끌어갈 수 없는데 뭔 최고신이야.


리릴의 기운은 리릴이 되었을 때부터 마력이었기에, 결국 잔혹의 씨앗이 심어질 수밖에 없고.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생각에 빠져들어 리릴은 잔혹한 자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나는 위대한 자, 너에게 힘을 줄 수 있다. 힘을 원하는가?”


잔혹은 잔혹한 부조리기에 어떠한 힘을 주겠다고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힘을 주겠다고만 말한다.


리릴은 힘을 원했기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리릴이 원하던 힘과는 정반대의 힘을 손에 넣었다.


미래를 그려갈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잔혹의 힘.


이 세상의 미래가 존재하지 않게끔 바꿔버릴 멸망의 신, 타락한 메리스가 이곳에 강림한다.


콰아아아앙!


진혁과 이프는 동시에 움직임을 멈추고 리릴이 있는 쪽을 봤다. 이프는 리릴의 모습을 보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야, 내가 저 모습을 볼 날이 올 줄이야!”


리릴은 더 이상 리릴이 아니었다.

최고신 메리스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 등에는 6쌍의 날개가 성스럽게 펼쳐졌다.

하지만 그 날개는 아름다운 빛이 아닌, 불길한 어둠을 머금고 있었다.

최고신 메리스가 존재하기에 주변에는 생기를 부여하는 기운이 퍼져야 했으나,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하는 기운이 퍼지고 있었다.


멸망신 메리스.


더 이상 리릴은 리릴이 아닌, 멸망신 메리스였다.


“미래는··· 없어.”


메리스는 미래가 없다고만 중얼거렸다. 진혁은 리릴의 갑작스런 변화에 멍해졌고, 이프는 광소를 터트렸다.


“이야, 이거 정말 걸작이군! 이제 내가 안 싸워도 되겠어. 아니, 내가 안 싸우는 게 낫겠어!”


이프는 싸울 생각이 없다는 듯이 뒤로 도약했다. 진혁은 뒤로 물러난 이프보다는 지금 눈앞의 리릴에 신경이 쏠렸다.


“주인 아가씨··· 어째서?”


멍하니 있는 진혁을 이프는 조롱했다.


“나도 믿고 있던 에리나에게 죽었었지··· 사랑하는 이에게 죽는 그 고독함을 너도 느끼라고? 하하하!”


진혁은 이를 갈았다.

저렇게 이프가 떠들어대는데, 눈앞의 리릴이 정말 타락해버려서 반박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진혁이 결코 원하지 않았다. 진혁은 리릴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만을 원했지, 리릴이 이 세상을 멸망시키는 미래 따위는 원하지 않았으니까.


아니, 상상조차 안 했으니까.


“주인 아가씨, 정신 차려. 이때까지 행복하게 살려고 노력해왔는데, 이제 와서 미래가 없다고 생각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미래는 없습니다. 우리를 기다리는 건 죽음뿐···”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미래만큼 미지의 영역이 어디에 있다고! 미래가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알지 못해. 살아봐야 아는 거잖아. 주인 아가씨가 이때까지 나한테 가르쳐준 거잖아!”


진혁은 리릴을 만나면서 무의미해진 과거와 따분한 현재, 그리고 전혀 즐겁지 않았을 미래가 변했다.


과거에 그토록 고통 받았기 때문에 헌터의 힘을 얻었고, 헌터의 힘이 있었기에 리릴을 강화시켜줄 수 있었다. 그리고 리릴과 함께 보낼 미래를 생각하며 행복했다.


비록 그것이 질투가 만들어냈을 시나리오고, 결국 무너져버릴 허상의 신기루라고 할지언정, 진혁이 리릴 덕에 미래를 꿈꾸게 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리릴이 미래를 부정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리릴을 바로잡는다는 것은 리릴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다.


어쩌면 죽이고 싶지 않은데,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진혁이나 리릴 둘 중에 한 명이 죽어야만 끝나는 승부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시를···’


이때까지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잘만 가시를 박아왔다. 그러다 친해지기 위해서는 서로 상처를 입히는 가시의 관계가 될 필요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영원히 좋아해주기만을 원한다면?

사랑하는 상대에게도 과연 가시를 박고 상처를 입힐 수 있는가?


‘그렇게 했던, 사람들이 있어.’


에리나는 이프를 사랑했기에, 결국 자기 손으로 이프를 죽여야만 했다. 타락하여 잘못된 길로 들어설 것 같으니, 그러기 전에 바로잡아야 했으니까.


네베도 진혁을 사랑했지만, 사랑을 드러내기는커녕 따갑게 가시만을 쏘았다. 그렇게 가시를 쏘지 않았더라면 진혁은 성장하지 못했다. 아무리 좋아해도 그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가시를 박아야 하는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런 경험은 없지만···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잔소리가 비슷한 느낌이겠지.’


올바르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할 때 지적해주는 친구가 좋은 친구다.

올바르지 않은 길을 가려고 하는데 상처 주기가 싫어서, 잘 보이기 위해서 지적하지 않거나 따라가는 친구라면.

그런 친구야말로 옳지 않다.


‘그리고.’


리릴이 저렇게 망가진 것은 진혁의 책임이 크다. 리릴이 힘들어하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좋은 말로 안심시키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여 무책임하게 위로만 했다.


위로하지 말고, 리릴에게 현실을 알려주며 그래도 포기하지 말자는 식으로 말했다면, 리릴은 저렇게 타락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책임져야 한다.

한 번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가시를 박으려고 한 적이 없었지만, 가시를 박아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제일 처음으로 계약언을 파기한다.


“소환수, 성진혁은 소환사와의 계약언을 파기한다.”


진혁이 처음으로 가시의 힘을 얻었을 때 맺었던 계약언.

가시의 힘은 절대 좋아하는 주인인 리릴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계약언을 지금 이 순간에 파기했다. 멸망신 메리스로 타락하면서 소환사의 권한이 약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음으로, 마음가짐.”


사랑하는 이가 나쁜 길로 가고 있다면, 왜 나쁜 길인지 스스로도 확신을 가져야 말릴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서로 상처만 입고 관계가 깨져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니 확신을 가진다.

둘 중 하나가 죽어서 끝나는 상황은 원하지 않으니까.


“우리는 분명히 미래로 나아갈 수 있어.”


마지막으로,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절대적인 배려만 하는 건 그만둔다.

리릴과 사랑하는 건 동등한 위치에서 사랑하는 것이지, 진혁이 리릴을 돌보는 위치에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이때까지 리릴을 절대적으로 배려하기 위해 사용했던 ‘주인 아가씨’라는 호칭을 버리고,


“리릴··· 좀 아플 테지만 참아라.”


이름으로 부른다.

리릴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진혁의 바로잡으려는 책임감이 죽어버렸던 엑스칼리버를 부활시키고, 책임감의 힘은 진혁의 기운을 모두 회복시켜준다.


풀 컨디션이니 가능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가시를 박음으로써 얻게 된, 인간의 관계란 가시가 서로 박고 박히면서 상처를 주며 얽힌 관계라는 깨달음을.


“니들 엠페러, 모두가 상처받는 세계.”


─그 세계는 상처받음으로써 끝없이 미완성이고, 끝없이 미래로 전진한다.


주문과 동시에 진혁의 몸에서 가시가 뻗어나갔다.


멸망신 메리스, 아니, 리릴의 마음을 향해서.


작가의말

내일 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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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질투 21.01.08 221 4 13쪽
» 미래 +2 21.01.07 129 4 13쪽
102 이프 +2 21.01.07 130 4 13쪽
101 리릴 +2 21.01.06 139 4 13쪽
100 나태의 저주 (6) 21.01.06 127 4 12쪽
99 나태의 저주 (5) +2 21.01.05 124 4 12쪽
98 나태의 저주 (4) +2 21.01.04 110 4 12쪽
97 나태의 저주 (3) +3 21.01.01 127 4 12쪽
96 나태의 저주 (2) 21.01.01 102 4 12쪽
95 나태의 저주 (1) +2 20.12.31 128 4 13쪽
94 에리나 (5) +2 20.12.30 109 6 13쪽
93 에리나 (4) 20.12.29 89 5 13쪽
92 에리나 (3) +4 20.12.28 108 6 12쪽
91 에리나 (2) 20.12.25 114 6 12쪽
90 에리나 (1) 20.12.25 128 5 13쪽
89 모순 20.12.24 111 5 13쪽
88 가시의 책임 20.12.23 121 4 12쪽
87 질투와 탐욕 20.12.22 126 5 12쪽
86 로스트(lost) +2 20.12.21 324 5 12쪽
85 분노의 악마 +4 20.12.18 120 5 12쪽
84 최유정 (5) 20.12.17 132 5 12쪽
83 최유정 (4) +2 20.12.16 140 5 12쪽
82 최유정 (3) 20.12.15 149 5 13쪽
81 최유정 (2) 20.12.14 120 5 12쪽
80 최유정 (1) +2 20.12.11 12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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