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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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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68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1.01.0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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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나태의 저주 (2)

DUMMY

-


나는 거지였다. 이름은 없었다.


어쩌면 이름이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나를 낳아준 엄마의 얼굴조차 모르기 때문에 떠올리려고 해봤자 무의미하다.


내가 자란 곳은 더러운 뒷골목이었다. 딱히 누군가의 패거리에 들어갔던 것은 아니다. 차라리 패거리에 들어갔더라면 나았을지도 모를 만큼 환경은 열악했다.


음침한 뒷골목에서 패거리를 이룬 이들은 도둑질을 해서 식량을 확보했었다. 그들의 조직적인 도둑질은 많은 이들의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로 뛰어났다.


하지만 그들은 강자라기보다는 약자에 가까웠다. 강자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약자였다.


하루 밥 빌어먹고 사는 게 한계인 자들.


그랬기에 다른 이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뒷골목에서 패거리를 이루지 못하고 홀로 전전하는 나에게 손을 내미는 자는 존재하지 않았다.


자상한 손길도 사악한 손길도 없는 일상.


살아남으려면 나는 어린 나이를 이용한 구걸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구걸 또한 내가 나이를 들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구걸은 효율적이지 못했다. 이 세상의 사람들은 남에게 베푸는 것을 지독히 싫어한다.


그러니, 그런 환경이니.


내가 먹는 음식들은 음식물쓰레기라고 봐도 될 정도로 더럽고 역겨웠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먹어야 했다.


구차하게 생존해나가는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홀로 갇힌 느낌이었다.

하지만 외로움은 느끼지 않았다.

외로움을 느끼기에는 생존이 시급했고, 처음부터 주변에 아무도 없었으니 정을 느낄 틈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이변은 어느 날, 단숨에 찾아왔다.


“가여운 아이구나··· 나와 함께 가지 않으련?”


뒷골목에서 살다보면 생존을 위해 감각이 활성화된다.

특히 구걸을 하다보면 사람을 보는 감각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이 사람은 나에게 돈을 줄 것인가?

아니면 돈 대신 욕을 지껄일 것인가.

잘못하면 얻어맞을지도 모르는데.


따라서 예민해진 감각으로 나는 중년의 남성과 여성을 봤다.


아니, 중년이라고 봐도 될까?


어린 나의 시선에서는 어른들이 거기에서 거기로 보였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젊은 부부였다.


내가 살면서 본 이들 중에 제일 다정다감하고 선했다. 이들이라면 내가 구걸을 하면 집으로 데려가서 키워줄 정도로 자상할 것이다.


그리고 역시, 그 부부는 나를 집으로 데려갔다.

왜 데려가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단순한 동정심 때문에 하루 밥 먹여주려고? 그럴 거면 돈을 주는 게 훨씬 효율적이니 아닐 테고.


하인으로라도 부려먹을 생각인가?

그건 어쩌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뒷골목보다는 안정되게 생존할 수 있는 하인이 나을 테니까.


하지만 그들이 나를 데려온 이유는 하루 밥 먹여주려고도 아니었고, 하인으로 부려먹으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얘야, 이름은 있니?”


“···없어요.”


“그렇다면 우리가 지어줘도 괜찮을까?”


“···굳이.”


굳이 이름이라는 게 필요한가?

나는 홀로 뒷골목에서 보냈기에 이름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이름 같은 것은 없어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름이 꼭 필요했다.


“네게 이름이 없다면, 우리가 너를 부를 때 난감할 거란다.”


“그러면, 지어주세요.”


“그래, 그럼 네베라는 이름이 어떨까?”


“뭐든 상관없어요.”


그렇게 그 분들은 나를 네베라고 불렀다.

그리고 자신들을,


“엄마라고 부르렴.”

“아빠라고 부르거라.”


엄마, 아빠라고 부르라고 했다.


“당신들이 나를 만들었나요?”


사람에게 만든다는 표현이 옳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는 남자와 여자가 있어야만 만들어지고, 그 사실은 뒷골목에서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그러니 만든다는 표현 말고는 적합한 말을 알 수 없었다.


“아니, 아니란다.”


“그런데 왜 당신들이 엄마와 아빠가 되는 거죠?”


“굳이 직접 만들어야만 부모와 자식 관계가 되는 건 아니니 말이다.”

“그래, 마음으로 이어진 관계라는 것도 있단다.”


마음으로 이루어진 관계.

그 당시의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게 엄마와 아빠는 시간이 지나면 차차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 그리고 너에게는 언니가 있단다.”

“언니 보러 가야겠지?”


언니.


뒷골목에서 대장 노릇을 하는 여자에게, 부하들이 언니라고 부르는 모습을 봤다.

엄마와 아빠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언니를 만나면 무엇을 해야 할까.


홀로 지내온 기억밖에 없었기에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막상 만난 언니라는 사람은, 너무나도 착해서 나를 더욱 당황스럽게 하였다.


“자, 네베 인사하렴. 네 언니란다.”


“와! 저 동생 생긴 거예요?”


뒷골목에서 자라 더러운 나와 다르게, 너무나도 순수하고 깨끗해 보이는 소녀.

나한테 닿으면 더러워질지도 모르는데 그 소녀는, 아니, 언니는 환하게 웃으며 달려와 나를 끌어안았다.


“반가워! 나는 리릴이라고 해! 리릴 슈비어!”


그게, 나와 리릴의 첫 만남이었다.


-


“이, 이게··· 무슨 소리예요?”


리릴은 네베의 일기장을 보면서 손을 덜덜 떨었다.

리릴 슈비어라면 틀림없이 자기 자신이다.

하지만 자신은 네베를 아카데미에서 처음 만났다.


“왜··· 왜 네베가 제 동생이라는 거예요? 네?”


리릴의 부모님은 베풀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리릴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유산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양녀를 들여서 키운 기억은 어디에도 없다.


“주인 아가씨!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이 새끼 줘 패놓고 같이 생각해보자고!”


진혁은 네베의 일기장에 담긴 내용을 단숨에 머릿속에 집어넣었다. 그래서 리릴이 읽은 내용의 뒷부분까지도 모두 안다.


모두 알기에 의문점도 많다. 그 의문점을 해결하려면 다른 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황제랑 나태의 악마가 개새끼라는 것.


그러니 황제를 한 대 때려 먹여줘야 한다는 것.


진혁은 헌터의 힘을 이용해서 우선 가속도를 높이려고 했다.

가시의 힘은 지금 사용할 수 없다.

가시는 어디까지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존재하는 힘이니까.

황제와의 관계를 깨트리려는 이 순간에는 어떠한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런데 헌터의 힘을 사용할 수 없었다.


‘뭐, 뭐야. 체기가 전부···’


헌터의 체기가 모두 사라졌다.

당황하는 진혁에게 황제가 웃음을 흘렸다.


“정점이니 뭐니 하던 네 힘도, 결국 나태님께 빌린 힘일 뿐이다. 그리고 이제 네 녀석도 끝날 때가 된 거지. 나태님께서 힘을 되돌려 받으셨으니까.”


헌터의 힘을 사용할 수 없다.

가시의 힘도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진혁에게 남은 힘은 전생의 이프뿐이다.

스스로 이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진혁은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들려고 했다.

그런데 인벤토리도 열리지 않았다.


“인벤토리 또한 나태님의 권능이지.”


“······!”


“그러니까 네 놈은 지금 무능하다. 정점이고 뭐고 아무런 의미도 없지. 약해빠진 녀석.”


황제가 비웃었다.

진혁은 화가 치밀어서 당장이라도 황제에게 한 대 때려 먹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진혁은 아무런 힘도 없다.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지만 누군가가 쓰던 검조차 없다.


위기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무기의 문!”


리릴이 무기의 문을 열어서 검을 날렸다.

무기의 문이 날린 검은 오래 유지가 되지 않는다.

리릴이 신경을 아무리 써도 3초.


하지만 그 3초를 계속 리릴이 유지시키면 된다.

진혁은 그 3초를 유지할 정도의 테크닉은 갖추고 있었다.

전생의 이프는 그러한 존재였으니까.


‘간다.’


날아오는 검을 붙잡고 진혁은 전생의 이프를 50% 구현시켰다.


리릴은 방향과 좌표를 계산해가며 무기의 문을 계속해서 썼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마력으로 두뇌를 활성화시켜서 하는 일인 만큼, 과부하가 걸려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런 순간을 대비해서 리릴은 몬스터를 먹어왔다. 진혁을 도와주고 싶어서 마력을 방대하게 늘리기 위해 끝없이 몬스터를 먹었다.


이 정도쯤은 문제가 없다.


“······”


황제는 달려오는 진혁을 뚫어져라봤다.

3초씩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검들, 그 검을 붙잡아가며 이프의 힘을 유지하는 진혁.


황제는 그 모습에서 과거의 자신을 보았다.

떠올리기도 싫은 과거의 자신이었다.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정확하게는 과거의 자신이 아닌, 지금의 자신 때문에.


‘그땐, 적어도 대의를 위했다.’


잔혹한 자를 죽이기 위해서는 체기로 검을 만들어서 베어야 한다.

하지만 체기로 검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기사단장들의 희생이 필요했다.

오랜 세월 동안 희생시킨 기사단장만 수백 명, 그럼에도 검을 지속시킬 수 있는 시간은 딱 3초였다.


‘비록 아무런 의미도 없었지만.’


대의를 위해 희생시켰음에도 잔혹한 자를 죽이지 못했다.

오히려 잔혹한 자를 죽인 건 수많은 이를 희생시킨 자신이 아니라, 수많은 이를 구원한 이프였다.

악령이 되어 고통 받은 이들을 너머, 잘못된 선택으로 악마가 된 이들까지 식칼의 힘으로 구원해준 이프가.

그 이프가 황제 대신에 잔혹한 자를 죽여줬다.


‘적어도 대의를 위했다는 마음만큼은 이해받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그게 황제의 책임감이라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책임감이 없다.

나 자신이 살아야 제국이 유지가 된다는 믿음 하에 시작했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죽어도 제국이 유지될 것을 알면서도 구차하게 목숨을 이어간다.


그래서 끝까지 책임감을 지켰던 조나단을 보면서 속이 떨렸다.

조나단이 제발 책임감을 부정했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그런데 조나단은 그러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서 황제는 더욱 괴로웠다.


‘나는, 쓰레기다.’


쓰레기임을 인정한다.

어떠한 명분을 붙이고 합리화하려는 짓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지금 이대로 있으면 죽겠지.’


황제는 전생의 이프가 50%나 구현되었는데 이길 자신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순식간에 다가온 진혁이 휘두른 검을 황제는 피하지 못했다.

몸을 베이면서 피가 터져 나오고, 황제는 내장까지 타격을 입어 피를 토했다.


‘역시 굉장한 검술이다. 겉을 베었는데 내상까지 입다니. 원리를 이해할 수 없어.’


─그러니까.


‘마지막 양심을 버린다.’


황제에게는 마지막 양심이 있었다.

그건 현재 황제의 모습이었다.


황제는 원래 성별이 여성이었다.

게다가 늙지 않는 방법을 알기에 영원히 어린 소녀의 모습을 유지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늙은 남성의 모습이다.

어째서?

그 이유는 간단하다.


‘대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빼앗은 기사단장들의 체기를, 모두 해방한다.’


황제는 자연스럽게 황위를 계승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끝없이 모습을 바꿔왔다.

당연하지만 체기가 유지되면 느낌이 이상하므로, 빼앗은 체기를 잔혹한 자 죽음 이후 숨겼다.


한 번도 해방하지 않았다.

마지막 양심이었으니까.


하지만 쓰레기임을 인정한 이상 마지막 양심을 지킬 필요가 없다.

자신이 과거의 황제임을 숨길 이유도 없다.


그래서 황제는 체기를 터트렸다.

모습 또한 자신이 제일 좋아하던, 최초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황금색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소녀의 모습.


진정한 황제가 이곳에 재림한다.


“감당할 수 있겠나? 진정한 엠페러를.”


작가의말

여기에서 끊는다구요? ㅋㅋ 작가님 너무하시네 ㅋㅋㅋㅋㅋㅋ

저는 작가님 믿어요~ 연참하실 거죠??


독자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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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이프 +2 21.01.07 130 4 13쪽
101 리릴 +2 21.01.06 139 4 13쪽
100 나태의 저주 (6) 21.01.06 127 4 12쪽
99 나태의 저주 (5) +2 21.01.05 124 4 12쪽
98 나태의 저주 (4) +2 21.01.04 110 4 12쪽
97 나태의 저주 (3) +3 21.01.01 127 4 12쪽
» 나태의 저주 (2) 21.01.01 103 4 12쪽
95 나태의 저주 (1) +2 20.12.31 12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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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에리나 (3) +4 20.12.28 108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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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분노의 악마 +4 20.12.18 120 5 12쪽
84 최유정 (5) 20.12.17 132 5 12쪽
83 최유정 (4) +2 20.12.16 140 5 12쪽
82 최유정 (3) 20.12.15 149 5 13쪽
81 최유정 (2) 20.12.14 12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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