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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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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2.2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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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질투와 탐욕

DUMMY

레이라가 슬픔의 악마로 각성하기도 전에.


모두가 뿔뿔이 흩어졌을 때, 엔비아는 리시아가 접근하고 있음을 직감했다.


당연히 리시아가 노리는 대상은 진혁이다. 최지현을 죽였으니까. 복수하기 위해서 오직 진혁만을 노릴 테다.


‘진혁을 만나기 전에 죽이겠다.’


진혁이 리시아를 상대로 싸워서 이길 가능성은 없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리시아는 나태의 권능을 사용하고 있다.


진혁이 사용하는 힘 또한 나태의 권능과 유사한데, 리시아가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구사한다면.

진혁은 나태의 권능 말고 다른 힘을 이용해서 리시아를 이겨야 한다. 하지만 가시의 힘이 그 정도로 강력한 상황은 아니기에.


‘내가 죽여야 해.’


그래서 달렸다.

정신없이 달렸다.

왜 진혁을 위해 싸워야 하는가.

에리나가 진혁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왜 에리나는 진혁을 그토록 좋아하는가.

진혁에게서 이프의 모습을 계속해서 보기 때문이다.


질투심이 생긴다.


하지만 질투심은 좋지 않다. 질투심이 있어봤자 에리나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는 않으니까.


질투심을 억누르며 다리를 멈췄다.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누군가도 다리를 멈췄다.

황금색으로 온 몸을 도배한 것처럼 보이는 여성, 리시아였다.


“넌 누구지?”


“······알 거 없다. 지금 죽을 테니.”


엔비아에게서 기운이 터져 나왔다.

기운은 엔비아와 리시아를 감쌌고, 숲의 형태가 일그러지며 점점 모습이 바뀌어갔다.


“무의식의 영역이 극에 달하면, 그 무의식의 영역을 현실에 적용시킬 수 있지.”


새파랗던 숲이 붉게 물들어갔다.

공기가 뜨겁게 달아올라 호흡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공기에 섞인 마력의 밀도가 높아 한 번 호흡했을 때의 산소 양도 많지 않았다.


리시아는 숨 쉬기가 어려워 본능적으로 가슴을 움켜잡았고, 엔비아는 그런 리시아를 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 경지를 요즘 것들은, 엠페러라고 하더라.”


리시아는 최근에 생긴 악마였기에, 무의식의 영역을 사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무의식의 영역과 뜨거워진 주변 풍경을 보면서 상대가 누군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너무나도 유명했었기 때문에.


“질투의 악마, 엔비아···!”


그러나 엔비아는 정정했다.


“틀렸다. 나는 악마가 아니니까.”


“뭐···?”


“공기에 섞인 기운을 잘 살펴봐라. 마력치고는 순수하지 않나?”


확실히.

마력에만 있는 탁한 느낌이 없었다.

분명히 질투의 뜨거움이 깃들어있는데도 맑다는 느낌이 컸다.


“잔혹한 자의 힘이 조금이라도 섞인 자는 무의식의 영역을 일반적으로는 쓸 수 없다··· 단, 한 녀석의 예외는 있었지만.”


엔비아는 이프를 떠올렸다.

이프는 어쩌다가 체기에 잔혹이 섞여 마력으로 타락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프는 무의식의 영역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유는 엔비아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최고신 메리스의 축복을 받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단지, 그런 건 이제 와서 생각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을 뿐.


“그, 그렇다면 너는 어째서 악마라고 불린 거지?”


“직접 겪고 있으면서도 멍청하게 묻는 건가?”


“······”


“그래, 인간들은 두려운 힘을 보면 악마라고 생각하지.”


엔비아가 가진 힘은, 진짜 악마인 리시아조차 숨 막히게 할 정도였다. 나약한 인간들이 그 힘을 마주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당연했다.


“악마를 만드는 녀석은 잔혹한 자였다. 지금도 잔혹한 자의 잔재가 악마를 만들고 있지. 하지만 나를 만든 건 잔혹한 자가 아니었다.”


“누가 만들었단 거지?”


“에리나님이지.”


“왜 만든 거지?”


“거기까지 알려줄 만큼 난 친절하지 않다.”


대기에 흩어진 엔비아의 체기가 전부 비수의 형태로 바뀌었다.

자신을 만든 에리나에게 사랑받고 싶지만, 정작 에리나는 자신이 아닌 다른 이만 사랑하기에.

마음을 상처 입히는 비수들이 생겨나 그 힘을 사용한다.


비수의 수는 많았다.

리시아는 호흡하기 힘들어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못 해도 1천 개는 족히 넘어 보인다.


1천 개가 넘는 비수를 막아낼 수 있을까?

리시아는 긴장하면서도 이 상황을 조용하게 끝내고 싶어 말했다.


“왜 나를 죽이려는 거지? 난 너와 싸우고 싶지 않아.”


“간단하다. 에리나님이 진혁을 좋아한다. 너는 진혁을 죽이려 한다. 그뿐이다.”


“고대 영웅의 동료가 아직 살아있다고? 그게 무슨···”


리시아는 아는 게 없었다.

그저 진혁을 죽이기 위해 움직일 뿐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눈앞에 있는 상대가 신화 속 엔비아든 아니든, 진혁을 죽이는데 방해가 된다면, 그저 제거해야 할 대상일 뿐이다.


기세에 휘말리지 않고 차분하게 제거한다.


리시아 또한 맞서 싸우기 위해 체기를 터트렸다. 엔비아의 체기와는 다른, 헌터만의 체기였다.


“나태의 권능.”


“맞아, 이건 내 권능이 아니라 나태의 권능이야.”


“나태의 권능을 어떻게 얻었지?”


“마찬가지로, 내가 너한테 말해줄 이유는 없겠지.”


“그렇다면 죽여서라도 알아내겠다.”


엔비아가 손을 휘둘렀다.

리시아를 둘러싸던 천 개의 비수가 교대로 날아들었다.

하지만 일제히 날아든 게 아닌, 교대로 날아가게 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리시아는 그리 판단하며 눈을 번뜩였다.


<천계의 시간>


천계에서의 시간은 현실에서의 시간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따라서 천계의 시간을 사용하면 현실의 시간은 느리게 흘러간다.


진혁이 사용하는 불릿 타임의 최종 강화 버전.

천계의 시간이 적용되었음에도 비수는 빨랐지만, 리시아가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속도였다.


그런데 피하는 것만으로는 이길 수 없다.


<절대적 염동력>


무엇이든 움직일 수 있는 절대적 염동력.

일단 눈에 보이는 물건에게만 사용할 수 있지만, 적어도 이 모든 비수의 방향 정도는 바꿀 수 있었다.


리시아는 염동력을 이용해 비수로 엔비아를 감쌌다. 그 다음 천계의 시간을 풀었다.


비수 천 개가 일제히 엔비아를 덮친다.


“얕보였군, 신생 악마 주제에.”


대기의 체기가 순식간에 엔비아를 감싸 방어막을 만들었다. 비수 천 개는 방어막에 닿자마자 흩어지며 다시 대기로 돌아갔다.


체기를 사용하고, 또 사용해도 결코 줄어들지 않는 세계.

영원히 불타오르는 질투의 세계.

그 세계가 엔비아만의 ‘무의식의 영역’이었다.


“나태의 권능 자체는 고대부터 있었지만··· 넌 결국 진짜 나태는 아니니까.”


그 모든 힘을 다룰 수는 없을 테지.


“넌 나를 이길 수 없다.”


리시아는 엔비아의 자신감을 이해했다.

이 무의식의 영역이 적용된 곳에서는 리시아가 무슨 짓을 해도 이길 수 없다.

엠페러의 경지, 오직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경지.

왜 황제가 황제고, 엠페러의 경지가 막강한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패배할 수도 없었다.


‘초이지현의 복수를 해줘야 해.’


최지현은 성진혁을 사랑했다. 하지만 성진혁은 최지현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았고, 점차 최지현의 사랑은 비틀려서 증오로 변해갔다.


그 모습을 보며 어쩌면 리시아 자신을 투영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신 또한 사랑을 하고 싶었으나 사랑을 못 했었기에.

자신과 똑같이 보여서 더욱 최지현의 감정에 공감하고, 성진혁을 죽이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탐욕의 권능을 쓰겠어.’


탐욕의 권능을 쓰고 싶지는 않다.

아까우니까.

탐욕·인색의 악마이기에 권능을 써서 소모한다는 것 자체가 아까웠다.


하지만 지금은 아깝더라도 사용할 때다.


“인정할게. 난 너를 못 이겨.”


“그럼 순순히 죽어라.”


“하지만 탐욕의 권능을 쓰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탐욕은 끝없이 무언가를 모은다.

하지만 소모하는 식탐과 다르게 탐욕은 사용하지 않는다.

모이고 또 모이기만 한다.

그렇게 모아서 어디에 쓰려고?

알 수는 없지만 사용하면 아까우니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만약 사용한다면, 그건, 더 매력적인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닐까?


그렇기에 탐욕의 권능을 사용하면 기적을 일으킨다. 다친 몸을 재생시킬 수도 있고,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손에 넣을 수도 있다.


‘너 같이 돈도 없는 여자를 내가 왜 사랑해줘야 하지?’

‘돈이 없는 게 한이구나. 그래서 돈을 모으고 싶구나. 안 쓰면 많이 모일 텐데.’

‘꾸역꾸역 모아서 안 쓰면 뭐할 건데? 그렇게 쓰기가 싫어?’

‘그럼 다른 힘을 빌려줄게.’


리시아는 자신이 겪었던 기억들의 편린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탐욕의 권능, 30% 사용.”


악착 같이 모아둔 재산의 30%를 사용해서 힘을 얻는다.

수많은 보물과 보석들이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지만, 그만큼 리시아는 기적처럼 강해진다.


“고작 30%로 이 정도의 힘을···? 대체 얼마나 아껴둔 거냐!”


엔비아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리시아의 기세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아져갔다.


‘이건 고대 탐욕의 악마가 100%를 사용해도 안 나올 출력이라고.’


신생 악마라고 너무 얕봤다.

탐욕의 권능을 쓰기도 전에 어떻게든 죽였어야 했다.


후회해봤자 늦었지만.


“우선, 이 숨 막히는 공간부터 없애줄게.”


콰직, 콰지직···


리시아의 기운이 닿으면서 공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무의식의 영역이 강제로 해제되어간다.


엔비아는 어떻게든 무의식의 영역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정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인 탓에 피로가 몰려 코피가 터졌다. 속에서는 피가 역류하여 각혈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엔비아가 얼마나 애썼든, 무의식의 영역이 붕괴하는 결말은 막아낼 수 없었다.


콰콰쾅!


폭음이 터지며 공간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숨 막히는 대기도 다시 상쾌하게 바뀌었고, 붉게 타오르던 공간도 새파란 숲으로 돌아왔다.


‘끝이구나.’


무의식의 영역이 해제된 순간, 엔비아는 리시아를 이길 수 없다고 확신했다.

고작 30%의 재산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저런 힘을 얻을 줄은 짐작조차 못 했으니까.


“수백 년 동안 모으기만 했지. 시스템께서 퀘스트를 주고, 보상을 쥐어줬지만, 그 보상 또한 한 번도 쓴 적이 없어.”


“잠깐, 시스템? 퀘스트? 그게 대체 뭔 소리냐. 그건 진짜 나태의 악마한테만 주어지는···”


“알려주기도 싫지만,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그저 나에게 시스템께서 퀘스트를 줄 뿐이었다. 나태의 권능과 함께.”


리시아는 한 발짝, 한 발짝, 엔비아를 향해 걸어갔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천지가 요동쳤다.


“모으기만 하느라 결국 소중한 부하까지 잃었지만··· 이제는 쓸 때가 된 것 같아서.”


모으기만 해도 얻는 것은 없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때야 실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무의미하다지만, 그래도 이거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합리화는 필요없다.

아무리 슬픈 과거가 있다고 하더라도, 리시아는 악마일 뿐이다.

악마의 슬픈 과거 따위 동정표를 사봤자 무의미하며, 리시아 또한 그 과거를 들먹이고 싶지는 않았다.


그저 악마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한다.


“성진혁을 죽인다.”


방해물인 너는 제거한다.


“죽어!”


리시아는 탐욕으로 얻어낸 마력을 주먹에 모아 휘둘렀다.

두 권능을 동시에 적용할 수는 없었으므로, 헌터 스킬은 사용할 수 없었지만.

그 어떤 헌터 스킬을 가져와도 그 주먹보다 강력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그때.


카캉!


리시아의 주먹은 무언가에 막혔다.


리시아는 믿을 수 없어하며 주먹을 막은 상대를 봤다.


검이었다.


그 어떤 기운도 감싸지 않은, 평범한 검이었다.


그런데 주먹이 막혔다.


어떻게?


“목적은 전생의 이프가 되는 것, 수단은 이프의 기억과 검.”


리시아의 주먹을 막은 자는 성진혁이었다.


아니,


“전생의 이프, 30% 구현.”


성진혁이 맞을까.


리시아는 어이없게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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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질투 21.01.08 221 4 13쪽
103 미래 +2 21.01.07 128 4 13쪽
102 이프 +2 21.01.07 130 4 13쪽
101 리릴 +2 21.01.06 139 4 13쪽
100 나태의 저주 (6) 21.01.06 127 4 12쪽
99 나태의 저주 (5) +2 21.01.05 124 4 12쪽
98 나태의 저주 (4) +2 21.01.04 110 4 12쪽
97 나태의 저주 (3) +3 21.01.01 127 4 12쪽
96 나태의 저주 (2) 21.01.01 102 4 12쪽
95 나태의 저주 (1) +2 20.12.31 128 4 13쪽
94 에리나 (5) +2 20.12.30 109 6 13쪽
93 에리나 (4) 20.12.29 89 5 13쪽
92 에리나 (3) +4 20.12.28 108 6 12쪽
91 에리나 (2) 20.12.25 114 6 12쪽
90 에리나 (1) 20.12.25 128 5 13쪽
89 모순 20.12.24 111 5 13쪽
88 가시의 책임 20.12.23 121 4 12쪽
» 질투와 탐욕 20.12.22 126 5 12쪽
86 로스트(lost) +2 20.12.21 322 5 12쪽
85 분노의 악마 +4 20.12.18 120 5 12쪽
84 최유정 (5) 20.12.17 132 5 12쪽
83 최유정 (4) +2 20.12.16 140 5 12쪽
82 최유정 (3) 20.12.15 149 5 13쪽
81 최유정 (2) 20.12.14 120 5 12쪽
80 최유정 (1) +2 20.12.11 12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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