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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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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621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2.1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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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최유정 (2)

DUMMY

너무 앞선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름이 최유정이라는 한국식 이름이고, 머리카락과 눈동자도 동양인처럼 검은색이며, 무엇보다 한국 판타지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오러 블레이드를 이야기했다.


지구가 아닌 다른 세상에도 이러한 요인들이 겹칠 가능성이 있다면,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정말, 앞서나간 생각일 수도 있지만 진혁은 의심을 떨칠 수 없었다.


‘저 녀석이 지구 출신일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질문이 산더미처럼 많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입을 열어 최유정에게 묻고 싶었다.


어떻게 이 세상에 왔는가?

이 세상에 올 때쯤 몇 년도였는가?

오러 블레이드는 어떻게 얻어냈는가?


하지만 루비아의 몸은 질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프의 기억에 있지 않은 내용을 물어서 알아내는 행동은 불가능했다.


그저 최유정이 다가오는 모습을 무력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자··· 그럼 요리해볼까?”


도망쳐야 한다.

살려면 도망쳐야 한다.


지금은 복수가 중요한 게 아니다. 루비아의 마음속에 피어올랐던 분노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고, 두려움만이 남아서 루비아의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오~ 뭐야, 추격전이라도 하려고?”


최유정은 이 상황이 마냥 즐겁다는 듯이 느긋하게 루비아를 따라갔다.

루비아는 폐가 터질 것 같고 다리에 힘이 빠져갔지만 이를 악물고 전력으로 달렸으나, 최유정은 여유롭게 달렸음에도 거리를 넓힐 수 없었다.


이대로 가면 붙잡힌다.

루비아는 머리가 타들어갈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생각했다.

제발 생각해내야 했다.


하지만 자기 발에 자기가 걸려 넘어진 순간, 모든 것이 자연스레 흩어졌다.


무기력하다.


힘을 다시 주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최유정도 루비아가 더 이상 도망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느긋하게 발걸음을 하며 공포감을 조성시켰다.


기괴한 웃음소리가 걷는 소리에 섞이니 루비아는 머리가 멍해져만 갔다.

현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 꿈속에 있고, 죽으면 꿈에서 깨어날지도 모른다.


자살하자.


루비아는 단숨에 죽기 위해 태양을 만들었다. 하지만 태양은 반으로 토막 나며 흩어졌다.


“어딜 죽으려고.”


태양 마법으로 자살을 할 수 없다면 혀를 깨물어서라도 죽겠다.

그리 생각했지만 직접 혀를 깨물려고 하니 망설임이 올라왔다.

혀를 깨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 최유정은 손수건을 루비아의 입에 넣고 묶어버렸다.


“읍! 으읍!”


망설임을 없앤다 해도 이제 혀를 깨물어 죽는 짓은 하지 못한다.


루비아는 절망 속에서 최유정을 올려다봤다. 최유정의 눈은 음미하듯이 루비아를 훑어보고 있었다. 그 광기로 가득 찬 눈은 진혁조차 혀를 내둘렀다.


당사자인 루비아가 얼마나 두려웠을지는 안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다.


“내가 말했지, 네가 제일 꼴렸다고.”


진혁은 느낌이 좋지 않았다.


차라리 바로 죽이고 먹는다면 괜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제일 마음에 들었다고 하지 않았나? 곱게 죽지 못한다. 확실했다.


“그러니까 영원히 가지고 싶어. 지금이라도 결혼하지 않을래?”


위협할 것 다 해놓고 결혼하자고 말하다니, 루비아가 고개를 끄덕일 리가 없잖나.

루비아는 겁에 질려서 덜덜 떨기만 할 뿐이었다. 최유정은 유감이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럼 뭐, 영원히 장난감으로 데리고 있어야지.”


피부.

처음에는 피부를 벗겨냈다.

오른팔, 왼팔, 오른다리, 왼다리.

아름다워야 할 얼굴과 가슴, 배, 특히 옆구리는 예뻐야 하니까 건들지 말고.


···!

······!!


피부를 벗겨낼 때마다 루비아는 비명을 내질렀다. 비명이 들릴 때마다 최유정의 광소는 커져갔다.


피부를 다 벗겨낸 다음에는 손가락.

첫째 마디부터 잘라내고.

그 다음 둘째 마디.


손가락을 하나씩 다 잘라냈으면 그 다음에는 손바닥을, 먹기 좋은 사이즈로 잘라내며 입속에 넣고, 씹고, 삼키고.


멈추지 않는 루비아의 비명소리를 반찬 삼아 옆구리를 핥고, 배꼽을······


‘스킵.’


스킵을 하고 싶다.


이 기억 속에는 선택지도 나오고, 설명해주는 시스템 창도 나오니 마치 게임과 같지 않은가.


게임처럼 스킵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

루비아의 아픔이 너무나도 견디기 힘들어 스킵 버튼을 눌러서 끝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게임이 아니었다.

아무리 게임과 비슷한 시스템이 있다고 해도 현실은 현실이었다.


스킵 버튼은 어디에도 없었다.


고통이 온 몸을 유린한다.


────!!!


“하아, 하아···”


진혁은 비명을 내지르며 다시 눈을 떴다. 비명 소리는 틀림없이 이프의 목소리였다.


루비아가 당한 아픔을 고스란히 느꼈다. 최유정이라는 식탐의 악마가 지구에서 왔다는 점을 제외하면, 도움이 되는 정보도 전혀 없었다.


진혁은 눈을 돌려 자신이 안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봤다.

이프는 지금 루비아를 안고 있었다.

루비아는 나체로, 팔과 다리를 잃은 모습이었다.

눈동자는 죽은 채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고, 입은 계속해서 스칼렛만 부르고 있었다.


“스, 칼렛. 스칼, 렛······”


이프는 분노했다.

이프에게 루비아는 엄마 다음으로 소중한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에 잃은 엄마를 대신해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정도로 고마운 사람이었고, 안식처였다.


하지만 진혁과는 관련이 없었다.

진혁과 루비아는 완전한 남이었고, 루비아가 죽든 말든 진혁이 알 바가 아니었다.


그러나 루비아의 아픔을 모두 느껴버렸다.


루비아의 몸에 들어가서, 루비아의 아픔을 함께 느꼈고, 아픔 속에서 절망하며 발버둥 치던 루비아의 절규를 온 몸으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팔다리를 잃은 루비아를 보니 속이 들끓었다.

자신을 죽인 살인마를, 운 좋게 회귀해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만 같았다.

이프와 진혁의 감정이 비슷하게 겹쳐져 간다.


‘죽여.’


-


이프와의 싱크로 비율이 상승 중입니다.

정신 오염이 진행 중입니다.


경고!


당신의 인격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감정을 죽이고 싱크로 비율을 낮추기를 권장합니다.


-


감정이 조절되지 않았다.


-


이프의 인격과 동기화 완료.


당신은 누구입니까?


1. 내가 너의 검이 되어줄게, 루비아.


2. 죽여.


-


“죽여.”


그 순간, 진혁은 더 이상 자신이 이프의 몸속에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기 자신이 이 자리에 있다고 확신했다.


<자율행동권을 획득합니다.>


“환수신공─기린일보(麒麟一步)”


기린은 한 걸음으로 천 리를 이동한다.


순식간에 최유정의 코앞까지 다가간 진혁은, 다시 한 번 체기를 끌어올려 스킬을 사용했다.


“환수신공─청룡전격(靑龍電擊)”


청룡의 전기가 터지듯이 연속해서 단거리 펀치를 날린다.


진혁은 최유정의 전신에 청룡전격을 때려박기 위해 주먹을 앞으로 뻗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이길 줄 알았어?”


빠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동시에 진혁은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자율행동권을 얻어서 스킬을 사용할 수는 있었지만, 이프의 몸이 그 힘을 견뎌내지 못하고 망가져버렸다.


하지만 몸이 망가졌다고 해서 싸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진혁은 무의식의 영역을 열었다.


목적은 공격, 수단은 가시.


우선 최유정이 움직이지 못하면 된다는 생각에, 진혁은 가시로 발목을 박살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발목도 박살나지만, 이미 부러져서 못 움직이니 크게 상관없었다.


다만 발동되지 않을 뿐이었다.


<자기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는 기술은 사용이 제한됩니다.>


이프의 기술도 자기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는데, 그렇다면 그것 또한 쓸 수 없단 말인가?


의문이 생겼지만 이프의 기억 속이니 그것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빠르게 이프의 기억으로 무의식의 영역을 열었다.


목표는 자르기, 수단은 식칼.


무의식의 영역 속에서 최유정의 모습이 생선으로 변했다.


“미숙한 요리사의 손길─회 뜨기”


발동되었다.


하지만 최유정이 피했다.


“진짜로, 이길 줄 알았어?”


반면에 이프는 부작용으로 손가락이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제외하고 모두 날아갔다. 대체 왜 그 많은 기술 중에 제일 위험 부담이 큰 기술이 발동되었을까.


진혁은 이해할 수 없어하다가, 어쩌면 실제 기억 속에서 기술을 남발한 탓에 이런 상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무리 진혁이 날고 기려고 해도 이곳은 기억 속, 정해진 흐름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큭!”


쓰러진 이프의 가슴을 최유정이 짓밟았다.


“역시 이 맛이야. 승리를 확신한 년을 짓밟는 게 최고의 재미거든 이게.”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그런 이프의 반응을 즐기듯이 최유정은 빙글거렸다.


“자, 그럼 식칼 아가씨는 어떻게 먹어볼까? 태양 아가씨는 최대한 힘을 써보라고 끝까지 저항하게 한 다음에 꺾어버렸는데. 마치 최고 마법을 쓰면 이길 수 있다는 것처럼 굴어서 말이야.”


─그리고 꺾으면서 조금씩 잘라갔지, 피부부터 시작해서 손가락, 팔꿈치, 어깨··· 그렇게 팔이 하나 사라진 거야. 맛있더라고?


이프가 몸을 비틀었다. 루비아가 얼마나 괴로웠을지 실감되었다. 당장이라도 최유정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진혁도 마찬가지였다. 루비아의 아픔을 실제로 겪었기에, 최유정이 자극하니 속이 비틀려왔다.


하지만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없다.


신이라도 도와주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들리십니까?


그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으면서도 처음 듣는 것 같은 여성의 목소리.


-저는 최고신 메리스입니다.


진혁은 깜짝 놀랐다.


‘최고신 메리스라고?’


진혁이 살던 시대에는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존재감이 희미하고, 그저 관념적으로만 존재할 뿐인 신이었는데.


그 신이 지금 직접적인 도움을 주려고 말을 걸었단 말인가?


-제 마지막 힘을 끌어 모아서 잠시 검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 검을 붙잡고 싸우면 당신은 전생의 힘을 구현할 수 있겠지요.


이프는 전생에 최강의 검사였었다. 그 힘을 지금 되찾는다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이길 수 있어? 식탐의 악마한테는 패배하는 게 신화의 내용인데.’


알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기억의 흐름은 진혁의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간다.


-검을 당신의 손에 직접 쥐어줄 힘은 없습니다··· 무슨 수를 써서든 붙잡으세요. 마지막 수단입니다!


그 순간, 허공에서 검이 생겨나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검은 그대로 이프를 향해 수직낙하하였고, 진혁은 그 검을 붙잡고 싶었지만 최유정이 먼저 붙잡을 것 같았다.


‘무슨 수로 잡으란 거냐.’


그런데 그때였다.

이프의 몸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샘솟기 시작했다.


“절대 용서 못 해.”


이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최유정이 말을 한 것도 아니었다.


“언니의 복수를 하고 말 거야.”


그 목소리는 틀림없이 스칼렛의 목소리였다.


‘역시나.’


저번에 이프는 스칼렛의 체기를 전부 흡수했었다. 이프 당사자는 몰랐지만 진혁은 눈치를 챘다. 동병상련과 비슷한 원리라면 로카의 힘을 쓰듯이 스칼렛의 힘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스칼렛의 힘은 도움이 된다.


틀림없이.


“불태워라, 화탄!”


진혁은 타오르는 기운을 폭발시키며 화탄을 발사했다.

최유정은 방심하고 있었기에 화탄을 보고 순간적으로 놀랐으며, 베어내기보다는 뒤로 물러나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무사히 수직낙하한 검.


진혁은 엄지와 검지밖에 남지 않은 손으로 그 검을 붙잡고 무의식의 영역을 개방했다.


어떠한 검사가 보인다.

전생의 이프겠지.

그 검사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만들며,


─목적은 전생으로의 회귀, 수단은 검,


“전생의 나, 구현.”


역습이다.


작가의말

나, 강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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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질투 21.01.08 221 4 13쪽
103 미래 +2 21.01.07 128 4 13쪽
102 이프 +2 21.01.07 130 4 13쪽
101 리릴 +2 21.01.06 139 4 13쪽
100 나태의 저주 (6) 21.01.06 127 4 12쪽
99 나태의 저주 (5) +2 21.01.05 124 4 12쪽
98 나태의 저주 (4) +2 21.01.04 110 4 12쪽
97 나태의 저주 (3) +3 21.01.01 126 4 12쪽
96 나태의 저주 (2) 21.01.01 102 4 12쪽
95 나태의 저주 (1) +2 20.12.31 128 4 13쪽
94 에리나 (5) +2 20.12.30 108 6 13쪽
93 에리나 (4) 20.12.29 89 5 13쪽
92 에리나 (3) +4 20.12.28 108 6 12쪽
91 에리나 (2) 20.12.25 112 6 12쪽
90 에리나 (1) 20.12.25 128 5 13쪽
89 모순 20.12.24 110 5 13쪽
88 가시의 책임 20.12.23 121 4 12쪽
87 질투와 탐욕 20.12.22 125 5 12쪽
86 로스트(lost) +2 20.12.21 321 5 12쪽
85 분노의 악마 +4 20.12.18 120 5 12쪽
84 최유정 (5) 20.12.17 132 5 12쪽
83 최유정 (4) +2 20.12.16 140 5 12쪽
82 최유정 (3) 20.12.15 149 5 13쪽
» 최유정 (2) 20.12.14 120 5 12쪽
80 최유정 (1) +2 20.12.11 12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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