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624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1.01.01 19:10
조회
126
추천
4
글자
12쪽

나태의 저주 (3)

DUMMY

주변의 풍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상황에 진혁은 당황하여 주변을 둘러봤다.


황제의 몸에서 터져나온 체기가 검의 형태로 변하여 바닥에 꽂히기 시작했다.


그 검을 자신이 만질 수 있을까 싶어서 손을 뻗어봤지만, 진혁이 잡으려고 하면 투명해져서 잡히지 않았다.


반면에 황제가 검을 잡자, 투명해지지 않고 붙잡혔다.


“강함에 따라 4가지 등급이 있지.”


황제는 더 이상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가 아닌, 아리따운 목소리로 미소를 머금은 채 이야기했다.


“제일 약한 수준이 러너. 마력을 겨우 다룰 수 있는 상태.”


“그 다음이 익스퍼트. 마력에 깃든 깨달음을 형상화할 수 있는 상태.”


황제는 보란 듯이 검을 붕붕 휘둘렀다. 여유롭게 장난을 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그 다음은 마스터. 마력의 깨달음을 규칙화시켜서 일정 공간에 적용시키는 수준.”


“하지만 마스터의 수준에서 다음 수준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다.”


“그게 바로 엠페러, 깨달음 그 자체로 가상공간을 만들어내는 수준. 이곳에서 검을 쓸 수 있는 자는 황제의 권위를 가진 자뿐이다.”


─오직, 황제인 나만이 도달할 수 있는 경지지.


바닥에 꽂혀있던 검들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진혁은 검을 받아칠 수단이 없다.

검 하나만 날아와도 받아치기 어려운 상황에, 수많은 검들이 일제히 날아오다니.


‘젠장!’


다급하게 도망가지만 소용없었다.

급속하게 날아온 검은 진혁의 등에 정확하게 꽂혔으니까.


“진혁님!”

“큐큐!”


리릴과 라이미가 동시에 소리쳤다.

하지만 검 한 개 꽂힌 것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공중에 떠있는 수많은 검들이 진혁에게 날아든다.


그 순간, 라이미가 리릴의 어깨에서 뛰어올랐다.

날아가면서 몸을 퍼트려 진혁을 감쌌다.

검은 전부 라이미를 찔렀고, 물리 타격에 면역이 있는 라이미는 검들을 모조리 튕겨냈다.


“큐~ 큐큐!”


다시 슬라임의 모습으로 돌아와 의기양양해하는 라이미.

그런 라이미를 보고 황제는 코웃음을 쳤다.


“기억을 잃어 본래의 능력조차 잃은 주제에, 고작 물리 면역 하나로 의기양양해하는가?”


“큐?”


라이미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혁은 황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명경지수의 경지.’


이프에게는 무의식의 영역 말고도 다른 힘이 하나 있었다.

그 힘이 바로 명경지수의 경지였다.

맑고 고요한 거울과 같이 평온한 심경인 채로, 모든 것을 날카로운 무의식에 맡겨 무아지경의 상태에 돌입한다.


명경지수와 무아지경이 시작된 이프는 절대 회피를 할 수 있었다.

공격 또한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움직여야 했기에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절대적 회피가 가능하다는 점은 강력했기에 애용했다.


하지만 사용하기 위해서는 라이미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라이미가 머릿속으로 들어와 보글보글 거리는 소리를 내고, 이프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요리를 하던 소리를 떠올려 평온해지는 것이다.


‘라이미가 그 방법을 떠올린다고 해도, 나한테는 의미가 없어.’


진혁은 이프가 아니다.

어머니는 더욱 더 없었다.

라이미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명경지수와 무아지경의 경지에는 들어설 수 없다.


‘남은 수가 없다.’


동병상련의 힘으로 로카의 화살을 쏜다한들, 그걸 곱게 맞아줄 황제도 아니며.

가시로 에리나의 차가움을 품어줬기에, 동병상련의 힘으로 빙결 마법은 쓸 수 있겠지만 황제에게는 무용지물이다.

마력의 양에서부터 이미 밀리니까.


“네가 진짜 이프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르지. 체기가 많지 않음에도 짐을 궁지에 몰았었으니 말이다.”


“······”


안다.


진혁 자신이 가장 잘 안다.


고대 영웅 이프가 아무리 혼자 많은 아픔을 품으려고 했다가 망가졌다고 해도, 결국 영웅은 영웅이다.


강하다.


그에 비해 지금 진혁 자신은 너무나도 약하다.


자신의 힘도 아닌 시스템의 힘을 썼던 주제에, 정점이라는 사실에 도취되어 거만하게 굴었고.

자신의 힘도 아닌 이프의 힘을 사용하면서 이프의 마음가짐을 비판하고 있었다.


정작 자기가 가진 가시의 힘으로는 황제조차 이길 수 없는데도.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음?”


“참 다행이지 않나?”


“무슨 말을 하는 것이지?”


“내가 상대해야 하는 녀석에, 결국 잔혹한 자는 없단 거잖냐.”


잔혹한 자.

이 모든 일의 원흉.

하지만 현존하지 않는 자.


그리고 역사상 가장 악명을 떨쳤던 자.


“황제 너도 잔혹한 자를 죽이려고 했지만 실패했어··· 잔혹한 자를 죽인 사람은 이프지.”


“······”


“지금은 잔혹한 자도, 이프도 없다. 나는 이프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잔혹한 자인 것도 아니야.”


─책임감도 없는 채로, 구차하게 목숨을 이어가며 살아간 너만 이기면 된단 소리라고.


물론, 저급한 그 분들도 이겨야 한다.

진혁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저급한 그 분들은 저급한 그 분들일 뿐이다.

언제 나타날지도 모르는 적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지금 당장은 황제만 꺾으면 되니까.


‘네가 먼저 도발했으니.’


나도 도발하겠다.


“내 말이 틀렸어? 겁쟁이 사자.”


겁쟁이 사자.


그 말에 황제는 속이 비틀렸다.


‘황제 너를 다들 사자라고 부르더군. 그런데 내 눈에는 겁쟁이 사자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이프가 황제를 비웃을 때 쓰던 말이었다.

황금색으로 빛나는 모습 때문에 암사자라고 불렸고, 이름 또한 암사자라는 뜻을 가진 레오나였다.

그런 황제 레오나에게 이프는,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내세우지 않으면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겁쟁이 사자라고 했다.


‘역시 도발에 넘어오고 있군.’


진혁은 황제 또한 화를 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화가 난 탓에 가시의 힘이 약해졌고, 화를 가라앉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

황제를 역으로 화나게 해서 ‘서로 싸우는 구도’를 완성하면 된다.


‘관계란 서로 상처를 주고 싸운 후에 화해를 하면서 더욱 깊어지는 법.’


그렇다면 가시의 힘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


화해할 생각은 없지만 서로 화를 내는 구도만 완성해도 된다.


“지금도 스스로 황제니 뭐니 떠들고 있지만··· 결국 나 하나 못 이길까봐 겁 먹은 겁쟁이잖아? 그래서 일부러 화나게 한 거고.”


“짐을··· 감히 능멸하는가!”


공중에 떠오른 검에 체기가 실렸다.

저건 단순한 물리 타격이 아니다.

라이미가 맞으면 큰 피해를 입고 만다.


하지만 체기에는 분노의 감정이 섞여있었다.

그렇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진혁의 눈에 황제의 가시가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짐은! 잔혹한 자는 죽이지 못했어도, 잔혹한 자보다 체기가 수만 배는 많았다! 그런 짐을 너 같은 애송이가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그리고 잔혹한 자보다 체기가 수만 배는 적은 이프가 잔혹한 자를 죽였지.”


“건방진 자식!”


결국 진혁의 도발에 넘어가 황제는 분을 토하며 검을 날렸다. 진혁은 황제의 가시를 받아치기 위해 자신의 가시를 쏘아냈다.


하지만, 진혁은 한 가지 큰 실수를 저질렀다.


파사삭!


진혁의 가시가 황제의 검에 닿자마자 소멸했다.


‘어째서?’


나태가 힘을 빼앗은 탓에, 진혁은 명석한 두뇌를 잃어버렸다.

그야말로 나태의 저주.

그로 인해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사실을 놓쳤다.


‘설마!’


마스터와 마스터의 싸움에서는 더 강한 깨달음을 가진 자의 규칙이 압도한다.


그렇다면, 마스터와 엠페러의 싸움에서는.


“당연히, 짐이 압도하겠지. 네놈은 무능하고.”


황제가 걱정한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진혁의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

진혁은 마력을 사용하면서도 무의식의 영역을 사용할 수 있기에, 엠페러의 경지에 들어설 자격은 갖췄다.


그래서 전투 중에 엠페러의 경지에 들어서는 것이 가장 걱정이었으나.


‘짐을 분노하게 하는 것이 최후의 수단이라면, 글렀지.’


검이 쇄도한다.


죽는다.


‘안 돼.’


진혁이 죽는다.

진혁을 감싸려는 라이미가 죽는다.


리릴의 체감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왜··· 나는 이렇게 약하기만 한 거지?’


서럽다.

억울하다.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진혁님은 저렇게 많이 성장했는데, 왜 나는 하나도 성장하지 못한 거야?’


진혁이 마스터에 도달하고, 무의식의 영역을 사용하고 있을 때.

리릴은 아직까지도 익스퍼트다.

심지어 익스퍼트인 성진혁개론은 진혁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능력.

과거에 사용했던 헌터의 힘을 못 쓰는 지금은 아무데도 쓸모가 없다.


‘현재를··· 지키고 싶은데, 왜 힘이 생기지 않는 거냐고!’


진혁의 과거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진혁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더 자세히 알 이유가 없다.

애당초 자신의 삶조차 지금은 의심스러운 상황 아닌가.


‘네베가 내 의동생이었다니···’


자신의 과거조차 조작되었는데, 진혁의 과거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왜 그딴 것과 관련된 능력 말고는 자신에게 아무 것도 없단 말인가?


‘중요한 건, 진혁님과 함께 살아가는 지금이라고!’


지금이 중요하다.

인간의 뇌는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과거를 정확하게 기억할 수는 없다.

똑같은 경험을 해놓고도 후일에 떠올려보면 서로 이야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지금이다.

지금 그 사람이 어떤지가 중요하고, 그 사람과 보내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지가 중요하고,


그 지금을 지킬 힘이 필요하다.


‘응답해줘, 제발!’


진혁과 살아가는 지금을 지키고 싶다.


“익스퍼트 심화, 무기의 문─진(眞)”


그 마음에 응하여, 무기의 문은 최고신 메리스의 창고를 연다.


‘하나로는 안 돼.’


마력을 전부 쓰는 한이 있더라도 황제의 검보다 많은 무기를 꺼내야 한다.

리릴은 코에서 피가 터져 나왔지만 꾹 참고 마력을 개방시켰다.


수천 개의 문이 열린다.


“무기의 문─천수(千手)”


최고신 메리스가 모아둔 무한한 신의 무기가 지금 모습을 드러낸다.


캉! 카캉! 카카카캉!


무한한 무기가 황제의 검들을 모두 튕겨내고, 그거로도 모자라 황제의 몸을 난도질했다.


황제는 무한하게 날아오는 검을 피하지 못해서 피를 터트렸다. 점점 몸에 꽂히는 검이 많아져갔다.


“이게 무슨···”


하지만 이거로는 안 된다.

지금 황제의 전투력을 완전히 상실시켜야 한다.

무기의 문을 수천 개 여느라 마력을 전부 소모해서, 리릴은 더 이상 전투력을 발휘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현재를 지키고 싶다는 깨달음으로 리릴은 마지막 마력을 짜냈다.


“서몬 마스터, 아니··· 진혁 마스터.”


리릴의 손에서 성진혁개론이 갈기갈기 찢어진다. 그리고 찢어진 파편들이 다시 재구성되어 하나의 책을 만들어낸다.


‘성진혁의 서.’


성진혁의 서가 펼쳐지고, 성진혁의 정보가 나타난다.


최고신 메리스의 권능과 소환의 힘이 결합되어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낸다.


나태의 힘이 아닌.

창조의 힘으로 생겨난 상태창.


-


이름: 성진혁

성별: 남성

.

.

.

스킬: 니들 마스터 LV.1

.

.

.

강화 포인트: 5


-


“강화 포인트를 5 소모, 니들 마스터를 강화시킨다.”


-니들 마스터 LV.5


“끝내주세요, 진혁님.”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를 집어삼킬 기세로 가시들이 날아들어 온 몸을 꿰뚫는다.

이미 무한한 검에 공격당해 전투력을 많이 잃은 황제는, 레벨 5의 가시를 받아낼 수가 없었다.


황제의 가상공간이 해제된다.


엠페러가 깨진다.


“제기···랄···”


그리고 황제는 의식을 잃었다.


작가의말

그러므로 새해 기념 연참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기 21.01.08 269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 공지 20.12.05 74 0 -
공지 진짜 마지막 제목 수정 20.10.23 182 0 -
공지 연재시간 공지 20.09.29 346 0 -
105 에필로그 +2 21.01.08 392 6 11쪽
104 질투 21.01.08 221 4 13쪽
103 미래 +2 21.01.07 128 4 13쪽
102 이프 +2 21.01.07 130 4 13쪽
101 리릴 +2 21.01.06 139 4 13쪽
100 나태의 저주 (6) 21.01.06 127 4 12쪽
99 나태의 저주 (5) +2 21.01.05 124 4 12쪽
98 나태의 저주 (4) +2 21.01.04 110 4 12쪽
» 나태의 저주 (3) +3 21.01.01 127 4 12쪽
96 나태의 저주 (2) 21.01.01 102 4 12쪽
95 나태의 저주 (1) +2 20.12.31 128 4 13쪽
94 에리나 (5) +2 20.12.30 109 6 13쪽
93 에리나 (4) 20.12.29 89 5 13쪽
92 에리나 (3) +4 20.12.28 108 6 12쪽
91 에리나 (2) 20.12.25 112 6 12쪽
90 에리나 (1) 20.12.25 128 5 13쪽
89 모순 20.12.24 110 5 13쪽
88 가시의 책임 20.12.23 121 4 12쪽
87 질투와 탐욕 20.12.22 125 5 12쪽
86 로스트(lost) +2 20.12.21 322 5 12쪽
85 분노의 악마 +4 20.12.18 120 5 12쪽
84 최유정 (5) 20.12.17 132 5 12쪽
83 최유정 (4) +2 20.12.16 140 5 12쪽
82 최유정 (3) 20.12.15 149 5 13쪽
81 최유정 (2) 20.12.14 120 5 12쪽
80 최유정 (1) +2 20.12.11 128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