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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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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7,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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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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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이프

DUMMY

원래부터 남에게 도움만 받으면서 살아왔다.

남들에게 도움을 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시즈의 그 말에 리릴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 이후로 리릴은 미소를 짓지 못했다.

진혁은 서프라이즈 파티 이후에 리릴이 왜 갑자기 이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리릴에게 물어봐도 별 다른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강자들이 모여들고 있고, 아카데미 일로 바빠서 진혁은 리릴에게만 신경을 쏟을 수도 없는 처지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리릴의 마음속에 병이 얼마나 커졌는지도 모른 채, 진혁은 아카데미에 모인 전국의 강자들을 내려다봤다.


하나 같이 마스터들이다. 소드 마스터, 보우 마스터, 랜스 마스터, 파이어 마스터, 아이스 마스터······


이 정도 전력이라면 질투와 싸워볼 수 있을까?


진혁은 질투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니, 나태의 힘과 비교해서 우열을 살펴봤다.


‘···안 돼.’


나태가 한 팔로 기세등등하게 싸우던 모습을 떠올리면, 이 정도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

물론 생각보다 질투가 약할 수도 있다. 아니면 나태가 지나치게 강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언제나 상황은 최악을 상정해야하기에, 진혁은 현재 상황이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어떡해야 좋지?’


더 이상 헌터 스킬의 힘을 빌릴 수는 없다.

진혁은 뛰어난 머리를 잃어버렸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럴싸한 해결책이 안 떠올랐다.

리릴에게는 우리가 있으니 함께 힘을 합치면 뭐든 된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이대로는 리릴의 우려대로 모두 죽을 뿐이다.


“축생아, 뭘 그리 걱정하고 있어?”


걱정하는 진혁의 곁에 에리나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에리나의 뒤에는 엔비아와 레이라가 서있었다.


“이 정도 전력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겠죠?”


레이라가 장난스레 말하자, 진혁은 어색하게 웃었다.


“맞아. 못 이겨.”


“다시 말하지만, 뭘 그리 걱정하고 있어?”


“우리가 패배하는 미래를.”


“패배 따위 할 리가 없잖아.”


에리나는 후후 웃었다.


“내가 누구지?”


“건방진 에리나.”


“왜 건방지겠어? 교만의 악마니까 건방진 거잖아.”


“상대는 질투인데.”


“질투라면 여기에도 있지.”


엔비아 또한 한때 질투의 악마라고 악명을 떨쳤던 자다.

물론 정식적으로 질투의 악마로 인정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게다가 뉴 페이스 분노의 악마도 우리와 함께 싸우잖아?”


“질투만 사라지면 이 세상의 큰 악이 없어집니다. 제가 분노할 일이 줄어들겠죠. 꼭 무찌를 거니 걱정 마세요.”


“이래도 걱정이 돼?”


에리나가 싱긋 웃으며 진혁을 봤다.

그런 에리나를 보며 진혁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왜 에리나를 보면서 불안할까.


진혁은 뛰어난 머리는 잃었지만, 살면서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은 촉이 있었다.

그 촉이 말했다.


지금, 불안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거라고.


쿠쿵!


굉음은 몬스터 사냥터가 있는 쪽에서 났다. 아카데미의 모두가 그 소리를 들었기에 서둘러 사냥터 쪽으로 이동했다.


거대한 소리가 난 장소는 몬스터 사냥터 중에서도 최고급 사냥터.


그 누구도 출입을 허가받지 못했다. 관리조차 하지 못한다. 아카데미의 고대 시스템은 출입증이 없으면 출입을 금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됐다.


“최고급 사냥터의 출입이 허가돼있어?”


최고급 사냥터로 가는 포탈 앞에는 에러 메시지가 떠있었다.


<Error : 시스템이 붕괴되었습니다.>

<멸망의 봉인이 해제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공격을 감행할 상대는 질투밖에 없었다.


원래 공격이라는 것이 예고 없이 시작된다지만,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모인 자들 모두가 긴장했다.


긴장하면 될 일조차 그르치게 된다.

진혁은 인파들의 앞에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다들 진정하십시오! 우리가 모두 진정하고 하나 된 힘으로 싸워야 이길 수 있습니다.”


진혁의 외침에 다들 긴장감을 억눌렀다. 상대는 사상 최악의 악마, 어차피 진다면 최선을 다해 싸우고 지는 게 맞다.


싸워도 죽고, 안 싸워도 죽는다면, 최선을 다해 싸우다가 죽는 게 맞다.


그 정도 각오는 되어있기에 마스터가 된 자들 아닌가.

마스터라면 응당 마스터의 책임을 따를 필요가 있다.


레이라는 진혁에게 검을 건네줬다.

언젠가 진혁이 조나단에게 줬던 엑스칼리버였다.


“조나단 사후에 제가 회수했던 검입니다. 진혁님께서는 책임감의 검이라고 하셨었죠?”


“맞아, 이건 책임감의 검, 엑스칼리버야.”


왕의 책임감, 엑스칼리버를 잡는다는 것은, 책임감을 다하는 부하들에게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


그리고 질투가 이번 시나리오를 계획한 것 또한 어찌 보면 진혁이 존재했기 때문이므로, 자신이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엑스칼리버를 잡았다.

엑스칼리버를 붙잡는 순간, 조나단이 가져갔던 이프의 기억이 몸에 스며드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히 이프의 기억을 전부 보았고, 조나단이 봤던 기억 또한 중복된 것인데.


어째서인지 전생의 이프를 구현할 수 있는 수치가 높아졌다.


‘70%까지 할 수 있나?’


전생의 이프를 70% 구현하고, 수많은 인파와 함께 최고급 사냥터에 들어섰다.


저벅, 저벅,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발걸음에 무게감이 실린다.

앞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 어떤 적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공포감, 그리고 그 절망을 이겨낼 책임감의 용기.

여러 감정들이 뒤섞이며 무거운 발로 도달한 곳에는, 우선, 한 마리만 나타나도 재앙이라고 불리는 괴물들이 보였다.


크투가, 크툴루, 하스터······


어떤 이들은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붕괴되었는지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괴물들이 아니었다.

괴물들 또한 어떤 존재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수많은 자들의 눈이 한곳으로 향했다.

눈을 감고 무표정하게 서있는 백발의 소녀.

소녀가 손에 든 식칼.


식칼.


식칼을 본 순간 모두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믿을 수 없어서 부정하고 있었다.


“고대 영웅··· 이프?”


누군가가 꺼낸 그 말에 답하듯, 소녀는 눈을 떴다.

전설 속에만 존재하던 백발과 적안, 그리고 식칼의 소녀, 고대 영웅 이프가 그곳에 서있었다.

그런데 눈은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본래 인간이라면 흰자위는 흰색이다. 흰색이니까 흰자위다.

하지만 이프의 흰자위는 검은색이었다.


‘악령화한 이프.’


진혁은 이프의 기억을 되짚었다. 이프는 악령화했을 때 눈의 흰자위가 검은색으로 물들었었다.


즉, 저 이프는.


“적입니다! 모두 공격을!”


진혁의 말에 모두 마력을 끌어올렸다.

이프는 마력을 끌어올리는 인파를 무표정하게 바라봤다.

그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친구가 많구나.”


이프는 낮은 웃음을 흘렸다.


“너도 난데, 왜 다른 거야? 건방지게··· 너도 고독함을 깨달으라고.”


이프의 그 말과 동시에 어떠한 마법 주문이 펼쳐졌다.

그 많던 인파가 모두 사라졌다.

남은 자는 진혁과 리릴뿐이었다.


“···고독하게 하고 싶었는데, 역시 저 멍청한 신은 안 사라지네.”


고독의 악마, 이프가 고독의 권능을 사용해서 다른 이들을 모두 내쫓았다.

진혁은 눈앞의 이프에게서 느껴지는 힘을 가늠해봤다.

식칼의 다정한 힘은 사용할 수 없지만, 고독의 악마가 되면서 새로운 힘을 깨우친 것 같았다.

지금 자신의 힘으로는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잡혔다.


“그렇다면, 나를 죽음이라는 고독에 가둘 수밖에 없겠네.”


─또 다른 나인, 너를 말이야.




* * *



“뭐야? 어떻게 된 일이야? 빨리 다시 들어가게 해줘!”


에리나는 최고급 사냥터에 들어갈 수 있는 포탈을 양손으로 두들겼다. 하지만 포탈은 굳게 닫힌 채로 열리지 않았다.


“이프가, 이프가 살아있었어! 악령 상태라지만 살아있었다고! 그럼 내가 들어가야 하잖아, 내가 들어가서 설득시켜줘야 하잖아!”


악령이 된 상태로, 더 이상 누군가에게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기에 이프는 에리나에게 죽여달라고 했었다.

그래서 죽였다.

그런데 죽지 않았다.

죽지 않았다면 에리나가 이프에게 가는 게 맞다. 적어도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다.


“에리나님···”


엔비아는 걱정하는 눈빛으로 에리나를 봤다.

굳게 닫힌 포탈은 벽이나 다름없어서 에리나의 주먹은 점점 피로 물들어갔다.

그럼에도 에리나는 이를 악물고 포탈을 때렸다.

그래봤자 바뀌는 것은 없는데. 그것을 잘 알면서도 그만둘 수 없었다.


“젠장, 그 강한 상대를 진혁 혼자 상대해야 한다고?”


많은 이들이 분노를 터트렸다.

게다가 고독의 힘이 타인을 쫓아내는 것이라면,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모여 있어도 소용이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 모인 거냐고···”


“글쎄요? 애초에 모였다고 해서 뭐가 됐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모두의 시선이 움직였다.

방금 부정적인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 움직이는 시선들이 하나둘 멈춰갔다.


그곳에는 이시즈가 서있었다.


“스이만 교관님.”


“어, 응?”


스이만은 얼빠진 목소리로 답했다.

스이만은 파이어 마스터고, 이시즈 또한 불 마법사이기 때문에 스이만은 이시즈를 많이 아꼈었다.

이시즈는 언제나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올바른 결과만을 도출해왔다.

딱 한 번, 크투가를 만들었을 때만 실수를 저질렀을 뿐.


그런데 그런 이시즈가 지금 부정적인 말을 하다니, 어울리지 않는다.

스이만은 불안한 느낌을 받으며 이시즈를 봤다.


“교관님께서는 예전에 친구가 있었죠? 교관님께 가능성을 높이 평가 받았던 친구요.”


“응? 그 이야기를 너한테 들려줬었나···?”


안전성 평가 때 오로리 교관에게 이야기를 해줬었다.

스이만이 약한데 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은 학생에게 모질게 구는 이유는, 자신의 친구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았기 때문이라고.

교관에게 가능성을 높게 평가 받았으나, 그만한 힘을 내지 못하니까 스스로 자괴감에 휩싸여서 결국 죽고 말았노라고.


그 이야기를 이시즈가 우연히 들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왜 지금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교관님의 그 친구는 참 애석하게도, 교관이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줘서 죽었다면서요?”


“그래, 그랬다만 지금 그 이야기는 왜 하는 거냐?”


“그 교관 이름이 뭐였는지 기억나요?”


그 교관의 이름은,


“이시즈···였는데.”


“응, 맞아. 그 이시즈가 나야.”


한순간에 이시즈에게서 거대한 마력이 터져나왔다.

마력은 불이 붙어 그 많은 인파를 둘러쌀 벽을 만들었다. 불타오르는 벽은 있는 것만으로도 공기의 온도를 높여 숨이 타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 녀석, 건방지게 잠재력이 엄청 높더라고? 그래서 질투가 났어. 그래서 그렇게 괴롭히고 죽였어. 짜릿했지.”


이시즈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에리나는 멍했다.


“이, 이시즈, 지금 이게 무슨···”


“아, 에리나. 참 안타깝게 됐어. 원래는 크투가를 만들고, 네가 교만의 악마인 걸 드러나게 하면서 진혁과 분열을 일으키려 했거든? 그런데 그 시나리오는 잘 안 되더라고.”


이시즈는 그리 말하며 에리나를 봤다.

에리나는 이시즈를 마주한 순간 깨달았다.

자신을 그토록 괴롭혀왔던 질투가 누구인지.


“이시즈··· 네가···”


에리나는 화가 들끓어서 이시즈에게 차렷의 질서를 부여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만 걸리던 마법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시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런 하찮은 마법으로 뭘 하겠다는 거지?”


이시즈는 새카만 불꽃을 만들었다.


“이 정도는 되어야지.”


그리고 대충 흩뿌린 것만으로 수많은 인파를 불붙게 했다. 마스터라고 이름을 날렸던 이들이 꼴사납게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에 뒹굴었다.


오로리가 서둘러 물의 정령왕을 불러내 꺼보려고 했지만, 새카만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불이 붙은 이상 상대를 죽여야만 꺼지는 불꽃이었다.


“진혁은 아마··· 이프를 이길 거야. 그리고 바깥으로 나오겠지? 리릴도 함께 말이야.”


그 다음에.


“그 다음에 진혁과 리릴이 보는 풍경은, 친하게 지냈던 이시즈의 배신, 그리고 모두가 죽어서 느끼는 무력감.”


큭, 큭큭.


최고의 시나리오지 않아?


작가의말

이시즈??????


이게 머선129?????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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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에필로그 +2 21.01.08 392 6 11쪽
104 질투 21.01.08 221 4 13쪽
103 미래 +2 21.01.07 128 4 13쪽
» 이프 +2 21.01.07 130 4 13쪽
101 리릴 +2 21.01.06 139 4 13쪽
100 나태의 저주 (6) 21.01.06 127 4 12쪽
99 나태의 저주 (5) +2 21.01.05 123 4 12쪽
98 나태의 저주 (4) +2 21.01.04 110 4 12쪽
97 나태의 저주 (3) +3 21.01.01 126 4 12쪽
96 나태의 저주 (2) 21.01.01 102 4 12쪽
95 나태의 저주 (1) +2 20.12.31 128 4 13쪽
94 에리나 (5) +2 20.12.30 108 6 13쪽
93 에리나 (4) 20.12.29 88 5 13쪽
92 에리나 (3) +4 20.12.28 108 6 12쪽
91 에리나 (2) 20.12.25 112 6 12쪽
90 에리나 (1) 20.12.25 128 5 13쪽
89 모순 20.12.24 110 5 13쪽
88 가시의 책임 20.12.23 121 4 12쪽
87 질투와 탐욕 20.12.22 125 5 12쪽
86 로스트(lost) +2 20.12.21 321 5 12쪽
85 분노의 악마 +4 20.12.18 120 5 12쪽
84 최유정 (5) 20.12.17 131 5 12쪽
83 최유정 (4) +2 20.12.16 139 5 12쪽
82 최유정 (3) 20.12.15 148 5 13쪽
81 최유정 (2) 20.12.14 119 5 12쪽
80 최유정 (1) +2 20.12.11 12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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