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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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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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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7,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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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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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나태의 저주 (5)

DUMMY

“그러니까 주인 아가씨의 부모님을 죽인 건 네베다.”


그 이후에 네베가 일기장에 적어둔 이야기는 별 내용 없었다.

두 번째 선택지를 골라서 살아남았고, 리릴의 부모님이 죽게 된 이야기는 질투의 힘으로 조작되었다.

리릴은 네베라는 의동생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됐고.

똑같이 나태의 저주를 받은 황제와 함께 임무를 수행할 뿐이었다.


“제가··· 최고신 메리스라고요?”


리릴은 믿을 수 없었다.

자기처럼 아무런 힘도 없는 자가, 그토록 찬양 받는 최고신 메리스란 말인가?


“그래, 주인 아가씨는 최고신 메리스야. 질투의 오랜 괴롭힘 끝에 결국 힘을 전부 잃었지만.”


“최고신인데, 악을 이기지 못하고 모든 힘을 잃다니···”


리릴은 마음이 공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공허해지며 생겨난 구멍을 무력감과 절망감, 그리고 자괴감이 채워갔다.

어찌 이리도 한심한 신이 있단 말인가.


자신이 신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잊는 신이라니, 믿을 수 없다.


속이 메스꺼웠다.


“황제, 너는 네베의 이야기를 알면서도, 네베 또한 가해자라고 생각하는 거냐?”


“당연한 소리를. 네베 또한 나태한 생각으로, 스스로 강해지려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주를 받은 거다. 그래서 나태한 죗값으로 모든 것을 잃은 거지. 심지어 자기가 직접 없애버린 가해자의 형태로서 말이다.”


“네베가 나태해? 아무런 힘도 없는데 강해지려고 한 네베에게 할 말인가?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 뭘 노력하라는 거냐.”


네베가 양부모를 죽인 것은 맞다.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자신이 무엇보다 원하지 않은 일이고, 나태의 저주 따위 받고 싶지도 않았을 텐데.


그런 네베를 황제는 자신과 똑같은 가해자라고 주장한다. 어이가 없었다.


“그러는 너야말로 짐에 대해 뭘 안다고 지껄이지?”


진혁에게 황제는 항변했다.


“네놈이 아느냐? 잔혹한 자를 죽여야만 제국에 평화를 안겨줄 수 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잔혹한 자를 죽일 수 없었다는 것을?”


황제는 잔혹한 자를 죽여야만 제국에 평화가 온다고 믿었다. 실제로 잔혹한 자가 있는 동안에는 마을 하나가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이 비일비재했으니까.


그래서 잔혹한 자를 죽이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별 짓을 다 해봤다. 그러다 죽이지 못하여 절망하고 있을 때, 나태의 악마가 속삭여왔다.


힘을 갖고 싶지 않으냐고.


그때 황제는 나태의 저주를 받으며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얻었으나, 그 순간에 이프는 잔혹한 자를 죽였다.


아무런 의미도 없어졌다.


“오히려 짐이 네베보다 낫지 않은가? 짐은 나태하지 않았다. 억울하게 나태의 저주를 받았고, 심지어 그 어떤 결과도 얻지 못했다. 이프 너 때문에 말이다.”


“네가 나태하긴 뭐가 안 나태해? 네가 한 게 뭐 있는데?”


진혁은 성큼성큼 걸어갔다.

황제의 머리끝을 붙잡고 들어올렸다.

일그러진 황제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그 얼굴을 보니 화가 나서 뺨을 후렸다.


“정보 조사는 전부 기사단장들이 해줬고.”


얼굴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기사단장들이 열심히 체기를 모아서 강해졌고.”


쓰러진 황제의 얼굴을 지근지근 짓밟았다.


“그 기사단장들 뒤통수쳐서 죽이고, 체기 빼앗는 게 노력한 거냐?”


밟다가 발을 들어 올려 힘껏 내리찍었다.

빠드득··· 광대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노력은 지랄이 노력. 이프가 잔혹한 자를 죽이겠답시고 바닥에서 뒹굴고, 네베가 부모님을 안심시켜드리려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을 때.”


또 내려찍는다.


“넌.”


한 번.


“씨발.”


두 번.


“황실에 처박혀서.”


세 번.


“혼자 난 책임감 있는 황제라고 자위질하면서.”


빠득, 빠득, 빠드득···


“충신들의 영혼을 뽑아먹은 개새끼일 뿐이잖냐?”


황제는 짓밟히면서 깨달았다.

살려둔 이유는 잘못했음을 깨닫고 사죄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핑계고 명목일 뿐.


그냥 죽이기 아까워서였다.


빠악!


진혁이 황제의 갈빗대를 발로 걷어찼다.

황제는 피를 토하며 바닥에서 뒹굴었다.

그런 황제를 진혁은 천천히 걸어가며 따라갔다.


“어디서 네베랑 동일선상에 두려고 해. 건방진 새끼가.”


진혁은 바닥에 꽂힌 검 중 하나를 뽑았다.

최고신 메리스의 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 검을 일부러 부러트려 칼날만 붙잡았다.

칼날이 날카롭게 벼려있어서 손가락이 베여 피가 흘렀지만, 신경 쓰지 않고 황제의 손가락을 내려찍었다.


“그리고··· 왜 잔혹한 자가 죽었는데도 구질구질하게 살아온 건데?”


처음에는 검지.


“제국을 잘 이끌 생각조차 않고.”


그 다음에는 엄지.


“새로운 적인 나태의 개새끼가 되어서 하란대로 다 한 거냐고. 응?”


중지, 약지, 소지.


“그런 개병신 새끼가 왜 불쌍한 네베를 죽였냐고!”


손목.


황제는 손목을 잃었다.


비명을 내지르며 발버둥을 쳤지만 소용없다.

황제가 깨어나기 전에 진혁이 미리 힘줄을 잘라놔서, 황제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었다.


“그, 그만··· 짐이 잘못 했네···”


“짐?”


칼날로 눈을 찔렀다.

황제는 왼쪽 눈을 잃었다.


“내, 내가 잘못 했네···”


“했네?”


황제는 오른쪽 눈을 잃었다.


“제, 제가 잘못 했습니다···”


“제?”


땡그랑!

진혁은 칼날을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 주먹을 들어올렸다.


쾅!

황제의 입에 주먹을 박았다.

황제는 앞니를 잃었다.


“제가 아니라, 개병신 새끼라고 자칭해.”


“개···개병힌 해끼가 자모 해습니다···”


황제, 아니, 레오나는 몸을 떨었다.

더 이상 거기에 황제는 없었다.

권위를 잃고 바닥으로 추락한 개병신 새끼만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레오나를 이렇게 망가트린다고 해서 죽은 네베가 돌아오지는 않는다.

이미 네베는 죽었다.


‘네베···’


너무 늦었다.

네베의 이야기를 너무 늦게 알았다.

그 때문에 네베를 지키지 못했다.


“황제, 넌 내가 안 죽일 거야.”


“······”

“평생 그 꼴로 한 번 살아봐.”


“······”


“만약 누군가한테 치료를 받는다면, 내가 찾아가서 다시 그 고통을 안겨줄게.”


“······”


“네 눈알을 뽑고, 이빨을 박살내고, 갈비뼈를 부러트리고, 힘줄을 다 끊어버리고, 손가락을 다 자르겠다.”


─괜찮지?


“나태의 저주가 무서워서, 나태의 개새끼가 됐던 너니까. 진혁의 저주쯤 받아도 괜찮잖아?”


레오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대답할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이제 위협은 없나.’


진혁은 주변을 둘러봤다.

멀지 않은 곳에서 헌터의 체기가 줄어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다른 곳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헌터를 죽여가고 있는 듯 했다.


애초에 헌터들은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니다. 아카데미의 교관들과 학생들이 마음 먹고 싸우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금 오로리와 스이만도 네베의 공격이 아니었다면 큰 피해를 입지 않았을 테고.


‘상황이 진정되고 있으니 교관님들을 치료해야 해.’


진혁은 오로리와 스이만에게 다가갔다.

오로리와 스이만을 들어서 치료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포탈이 열렸다.


“플레이어가 다 죽어버렸네···”


진혁은 포탈을 봤다.

포탈에서 나온 사람을 보고 동공이 흔들렸다.


“프, 플루···? 당신이 왜?”


“왜긴, 내가 나태의 악마니까.”


플루가 나태의 악마라고?

진혁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나태의 악마임을 스스로 밝혔으니 믿지 못할 이유도 없다.


재빠르게 전투태세를 준비하,


“뭘 준비하는데?”


콰앙!


플루가 대충 팔을 휘두르자, 진혁은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뒤로 날아갔다. 다리에 힘을 줘서 버텨보려고 하지만 밀려나는 힘이 더 강해서 무의미했다.


본능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되어 두 팔로 공격을 막긴 했지만, 뼈가 부러졌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이게··· 나태의 악마?’


예상도 못 한 힘이다.

이 정도로 강력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거 알아? 원래 플레이어가 게임 종료하면 운영자가 돌아다니는 거.”


플루는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질투님께서는 게임 회사 사장, 나태인 나는 게임 운영자, 황제 버러지랑 네베 좆밥년은 플레이어.”


─그런데 문제는 몬스터 설정을 잘못해서, 도저히 플레이어가 이길 수가 없나봐.


“그럼 운영자가 나서서 밸런스 조치를 할 수밖에 없잖아?”


진혁은 플루가 하는 이야기를 머리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용하는 용어가 도저히 플루가 사용할만한 단어가 아니다.


“너··· 지구 출신이냐?”


“입이 비뚤어져도 말은 똑바로 해야지. 지구 출신인 게 아니라, 지구에 헌터의 힘을 나눠준 게 난데.”


“뭐···?”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하긴, 좀 모순된 말이긴 해. 내가 힘을 준 지구는 진짜 지구도 아니니까.”


“그건 또 뭔 소리야···?”


“하하, 내가 친절하게 가르쳐줄까?”


플루의 양손에 두 개의 지구가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왼손에 뜬 지구가 원조 지구입니다. 이 원조 지구는 이 세상보다도 먼저 생겨났죠.”


그 다음 오른손에 뜬 지구가 복제 지구, 이 세상이 생겨난 이후에 생겨났다.


“우주는 무한하게 갈라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 현재, 미래, 모든 시간대의 우주가 공존하고 있죠. 그 과정 속에서 돌연변이 우주가 하나쯤은 나오기도 합니다.”


그 우주가 이 세상이다.

수많은 인간들의 헛된 망상으로 만들어진 판타지 세상.

편리주의가 날뛰고 지구 출신 주인공이 쉽게 활약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세상.


“당연히, 당연히 세상이 있으니까 신이 있어야죠! 그래서 최고신 메리스가 탄생했습니다.”


창조신은 없다.

하지만 최고신은 있다.

이 우주가 생겨나면서부터 최고신으로 정해진 메리스가 최고신이 되었다.


“당연히! 당연히 신이 있으면 악마도 있어야죠! 그래서 질투가 생겨났습니다··· 신을 질투하는 악마!”


나태는 이때 생겨나지 않았다.

정확하게 나태는 최고신 메리스가 이 세상을 운영할 때 사용해야 할 시스템이었으니까.

그 시스템을 질투가 질투하여 빼앗고, 힘을 추출하여 하나의 악마로 만들어버리니, 그것이 바로 나태의 악마 플루였다.


“제가 태어났기 때문에, 유감스럽게도 지구 출신 인간들은 치트를 받지 못했습니다··· 하하.”


어찌 됐든, 질투는 메리스를 계속해서 질투했다. 메리스가 주인공으로 삼는 인물들에게도 질투하여 끝없는 괴롭힘을 안겨줬다.


하지만, 그렇게 괴롭히는데도 정작 그 본인은 괴로워하지 않는 인물이 있었다.


“그게 바로 이프였지요.”


이프를 괴롭히기 위해 별 짓을 다 했다. 엄마, 스칼렛, 루비아, 메리스, 끝내 에리나까지.


하지만 이프는 절망하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소신을 지켰다.

괴로워하지 않았다.


“질투는 열 받았습니다. 이 새끼는 왜 이렇게 안 괴로워하는 거야?”


그래서 알아보니, 무려 이프는 2번이나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검사로서의 이프는 돌연변이 우주 중 하나였기에, 질투가 간섭하려고 해도 찾는 것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무한한 우주에서 대체 어떻게 그 돌연변이 우주 하나를 찾겠습니까?


“그런데 원조 지구는 다르거든요? 아무 우주나 붙잡아도 과거 시점이면, 최초의 이프를 찾을 수 있으니깐!”


그리고 그 최초의 이프가,


“진혁 바로 너였다~ 이 말이야.”


작가의말

 진혁 사망, 검사로 환생.

 검사 사망, 이프로 환생.


 즉, 진혁은 이프의 환생이 아닌, 오히려 이프의 최초 생애.


 하지만 검사는 돌연변이 세상에 있기 때문에 나태가 데려올 수가 없음. 방대한 우주에서 돌연변이 우주는 단 하나이기 때문.


 반면에 진혁은 원조 지구에 있기 때문에, 과거의 세상 아무 거나 붙잡아도 데려올 수 있음. 그래서 복제 지구로 데려와서 괴롭힘.


 내용 정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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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질투 21.01.08 222 4 13쪽
103 미래 +2 21.01.07 129 4 13쪽
102 이프 +2 21.01.07 130 4 13쪽
101 리릴 +2 21.01.06 140 4 13쪽
100 나태의 저주 (6) 21.01.06 127 4 12쪽
» 나태의 저주 (5) +2 21.01.05 125 4 12쪽
98 나태의 저주 (4) +2 21.01.04 110 4 12쪽
97 나태의 저주 (3) +3 21.01.01 127 4 12쪽
96 나태의 저주 (2) 21.01.01 103 4 12쪽
95 나태의 저주 (1) +2 20.12.31 128 4 13쪽
94 에리나 (5) +2 20.12.30 109 6 13쪽
93 에리나 (4) 20.12.29 89 5 13쪽
92 에리나 (3) +4 20.12.28 109 6 12쪽
91 에리나 (2) 20.12.25 114 6 12쪽
90 에리나 (1) 20.12.25 128 5 13쪽
89 모순 20.12.24 111 5 13쪽
88 가시의 책임 20.12.23 122 4 12쪽
87 질투와 탐욕 20.12.22 126 5 12쪽
86 로스트(lost) +2 20.12.21 324 5 12쪽
85 분노의 악마 +4 20.12.18 120 5 12쪽
84 최유정 (5) 20.12.17 132 5 12쪽
83 최유정 (4) +2 20.12.16 141 5 12쪽
82 최유정 (3) 20.12.15 149 5 13쪽
81 최유정 (2) 20.12.14 120 5 12쪽
80 최유정 (1) +2 20.12.11 12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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