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메라K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백자성
작품등록일 :
2020.09.28 22:36
최근연재일 :
2021.01.08 19:10
연재수 :
105 회
조회수 :
57,708
추천수 :
1,248
글자수 :
577,156

작성
20.12.16 19:10
조회
140
추천
5
글자
12쪽

최유정 (4)

DUMMY

“역시 안 되겠다.”


로스트가 말했다.

황제는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가 싶어서 로스트를 빤히 봤다.

로스트는 몸을 떨고 있었다.


“너무 오랫동안 안 먹었어.”


“잘 참고 있었잖아.”


“하지만 저런 걸 봐버렸잖아? 날더러 어떻게 참으라고.”


황제와 함께 이프의 기억을 영상으로 봤다. 진혁이 경험하고 있었기에 같이 보게 되었는데, 그 기억에는 최유정이 루비아를 식인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있었다.


“오랫동안 금딸한 남자에게 대뜸 야동을 보여준 거랑 똑같아···”


“금딸이 뭔가? 야동은 뭐고.”


“자위 참는데 야한 거 보여줬다고.”


“자위를 왜 참지? 애초에 성욕이란 게 없어서 모르겠군.”


“늙은이가 그렇지 뭐.”


“난 태어날 때부터 이랬다.”


“고자인 게 자랑이다.”


로스트는 투덜거린 다음에 워프 게이트를 열었다.


“어디를 가려는 거냐.”


“먹으러 가지 어딜 가겠어?”


“뭘 먹을 셈이지? 지금의 너는 식탐의 악마가 아니다.”


로스트는 식탐의 악마였다.

하지만 이프에게 죽었다.

원래는 그것으로 끝이 났어야 할 이야기다. 그럼에도 로스트는 강렬한 욕구가 남아있어, 잔혹한 자는 특별히 색욕의 악마로 되살려냈다.


그리고 색욕의 악마로 되살아나자마자 새로운 식탐의 악마를 찾아가 권능을 강탈했다.

그 사실은 인간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여전히 식탐의 악마는 킹 벨제붑이었지만, 킹 몬스터를 만들어내는 악마는 로스트였었다.


즉, 지금의 로스트는 색욕과 식탐의 악마다.


“식탐의 악마였던 시절에는 예쁘기만 해도 다 먹었다지만, 지금은 색욕이 더해져 상황도 중요시하지 않나? 이프가 아니면 안 먹는 것으로 알고 있다만.”


“그래, 네 말대로야. 아무나 먹지는 않겠지. 프로 식인러가 아무나 먹으면 그건 좆간믈리에가 아니라고.”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모르겠군.”


“레이라를 먹을 거야.”


황제는 뒷목이 뻗뻗해졌다. 황제의 반응을 알면서도 로스트는 당당하게 말을 이어갔다.


“슬픔의 악마가 된 레이라를 먹는다··· 그럼 저급한 그 분들께서 화를 내겠지? 하지만 그 분들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거야.”


“뭐를 모른다는 거냐.”


“진혁과 리릴은 레이라가 악마가 된다 해서 슬퍼하지 않아. 좌절하지도, 절망하지도 않겠지. 그저 어떻게든 되돌리려고 끝없이 발악할 거야.”


반면에,


“레이라가 나한테, 그러니까 로스트한테 죽임을 당했다면? 그리고 로스트가 식탐의 악마 최유정이라면? 진혁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해봤어?”


첫 번째로는 배신감.

로스트의 말을 진심이든 아니든, 믿었었기에 당해버렸다.

두 번째로는 혐오감.

방심한 자신에게 혐오할 수밖에 없다. 진혁은 그러한 가시로 만들어진 인간이니까.


마지막으로는 후회.

후회해봤자 바뀌는 것은 없음에도 후회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감정들이 골고루 섞이면 그게 진짜 진혁을 괴롭히는 일이다.


“그러니까 지금 레이라를 먹으러 갈 거야. 알겠어?”


“귀찮게도 훌륭한 이론이네.”


제 3자의 목소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막강한 힘이 느껴졌다.

황제도, 로스트도, 모두 굳어버린 목을 억지로 돌려 그녀를 보았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눌러 쓴 후드, 그 후드 너머로 느껴지는 흉흉한 기운.

저렇게 옷을 입고 다니는 강자는 한 명밖에 없었다.


“나태의 악마 플루···”

“저급하신 분이시여.”


황제와 로스트는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한 쪽 무릎을 꿇으며 예를 표할 여유는 없었다.

당장이라도 저급한 그 분께 기어오를 것만 같던 로스트조차, 맞닥트리는 순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최유정.”


“넵.”


“귀찮게 굴지 마라.”


플루는 길게 말하는 것조차 귀찮아서 경고만 하였다. 하지만 그 경고는 로스트에게 절실하게 와 닿았다. 그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품은 명령이었다.


그런데 로스트는 식탐과 색욕의 악마로서, 두려워하면서도 플루를 계속해서 봤다. 플루의 후드 안에 있는 아리따운 소녀를 떠올렸다.


꾸미는 것조차 귀찮아서 꾸미지 않았음에도, 귀찮은 일을 피하려고 후드를 뒤집어썼음에도, 감출 수 없는 그 아름다움을 떠올리며 가슴을 불태웠다.


‘나대지 마··· 먹어버리기 전에.’


먹을 수 없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황제와 네베가 플레이어가 된 것도 전부 나태가 벌인 일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같은 악마지만 본질이 다르다.


그 사실을 잘 알면서도 로스트는 결국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덤벼들었다.


“딱 대!”


로스트는 검을 뽑아들며 플루에게 덤볐다.

플루는 달려드는 로스트를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상대하는 것도 귀찮았기 때문이다.


파악!


로스트가 휘두른 검이 플루를 직격했다.

검에는 틀림없이 로스트가 자랑하는 오러 블레이드가 휘감겨있었다.


하지만 플루를 베지 못했다.


“귀찮게.”


플루는 날파리를 쫓아내듯이 대충 팔을 휘둘렀다. 그 팔에 얻어맞고 로스트는 날아가 벽에 부딪쳤다.


강함의 차원이 다르다.


로스트는 피를 토하며 고개를 떨궜다.


“그 분께서는 좀 더 오래 이프를 괴롭히고 싶어 하셨는데.”


“그 분이라면···”


“질투, 께서 말이다.”


“······”


질투라는 말을 듣는 순간, 황제는 안색이 새파래졌다.


“질투께서 지금 어떠십니까.”


“귀찮게 내가 그걸 설명해줘야 하나?”


“그건 아닙니다만···”


플루는 무방비하게 바닥에 드러누웠다. 후드가 벗겨지며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

비단 같은 은빛 머릿결에 피를 머금은 듯 붉은 눈동자.

눈빛은 귀찮기에 멍하니 빛 하나 품고 있지 않고, 몸은 무방비하게 뒹구는 상태였지만.


황제는 그 모습을 보며 두려움밖에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황제.”


“네.”


“이번 놀이도 끝날 때가 됐어.”


“질투께서 그리 말씀하신 겁니까.”


“그래, 그러니까 처신 잘하라고.”


“어떤 처신을···”


“귀찮게 내가 그걸 말해줘야 해?”


끝날 때가 되었다.


제일 저급하신 그 분, 질투께서 좋아하는 놀이.

이프를 괴롭히는 놀이.

이번 놀이를 끝날 때가 되었다.

그 놀이의 플레이어로 뽑혔던 황제와 네베.


네베는 지금 언제 죽을지 모르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


그 말은 즉,


‘나도, 죽으란 건가.’


죽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죽을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빨리 끝내는 게 다음 놀이까지 살아남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직접 나서란 말이겠지.’


플루는 허공을 휘저었다.

황제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놀이를 끝내기 위한 세팅을 하고 있을 테다.

비록 질투가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결말은 아니겠지만,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결말로 이번 놀이를 마칠 셈이겠지.


“세팅 완료. 끝내라 이제.”


플루는 새로이 적은 시나리오를 황제에게 건네줬다. 황제는 시나리오를 읽었다. 잘만 하면 자신이 구질구질하게라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구질구질하게···’


황제는 조나단이 떠올랐다.

누군지도 몰랐어야 맞을 엑스트라지만, 우연히 진혁과 엮인 탓에 알게 된 검사.

책임감으로 태어나 책임감으로 죽은 자.


‘나는, 이대로 괜찮은 건가.’


알 수 없었다.

그저 고뇌할 뿐이었다.



* * *



레이라는 조나단이 남긴 종이를 천천히 읽어나갔다.

읽으면서 레이라의 감정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한결 같이 슬픔으로만 가득하던 감정에 분노가 섞여들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레이라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왜냐하면 플루가 남긴 종이에서 제일 먼저 적힌 내용이,


‘잔혹한 자는 없다. 존재하지 않는다.’


였기 때문이다.


“내가 들었던 그 목소리가, 잔혹한 자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결과적으로 고대 영웅 이프는 잔혹한 자를 죽였다. 신화에는 담기지 않은 결말이 조나단의 종이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잔혹한 자는 죽을 때 곱게 죽지 않았다.

나만이 잔혹한 자냐며, 인간은 모두 잔혹하지 않냐고 말하며 모든 인간에게 잔혹의 씨앗을 심었다.


잔혹의 씨앗은 마음의 빈틈이 생기면, 그 부정적 감정을 양분 삼아 몸을 키워간다. 그리하여 잔혹한 자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악령이나 악마가 생겨난다.


그게 지금 세상에 숨겨진 비밀이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황제는 알면서도 꽁꽁 숨기고 있었다고? 대체 왜?”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악령이나 악마를 만드는 게 아니다. 충분히 정신만 잘 다스리면 악령이나 악마가 생겨나지 않아도 된다.


만약 잔혹의 씨앗이 커져 마음 전체를 삼켜버린다면, 후속 조치를 하는 방법을 연구해서 되돌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잔혹한 자가 만든다는 가정이 있었기에 그런 연구를 한 자는 없다. 황제가 알면서도 숨겼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원흉은···”


교만의 악마, 에리나.


신에게 도전할 만큼 교만한 악마인 에리나, 그 교만함으로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만들겠답시고 이프에게 다가갔다.


맨 처음에는 이프를 거두어주는 척하면서 신뢰를 쌓았고, 동료로 지내면서 인정을 쌓았으며, 사랑하는 척하면서 애정을 쌓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프를 죽이면서 배신감을 느끼게 했다.


잔혹한 자를 죽이면, 잔혹한 자가 모든 인간에게 잔혹의 가능성을 심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죽이게 하였고.


결과적으로 고대 영웅 이프의 업적을 모두 없던 것으로 만들며 절망하게 하였다.


그 절망을 즐기며 자신이 신이라고 기뻐했다.


그 교만의 악마 에리나는 아직까지 살아있으며, 모습은···


“그 에리나가, 그 에리나고, 교만의 악마 에리나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왜 에리나가 이때까지 꿍꿍이를 숨기고 함께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계속 진혁과 리릴에게 집적거렸지 않나.


새로운 시나리오를 통해서 진혁과 리릴을 절망시키려고 그런 것이 틀림없다.


제 2의 이프를 만드는 게 에리나의 속셈이라면 막아야 한다.


‘이길 수 있을까.’


고대 영웅 이프조차 결국 가지고 놀려지다가 죽은 것뿐이다. 그런 교만의 악마 에리나를 이길 수 있는가.


‘이겨야 한다.’


이길 수 없더라도 이겨야 한다. 모든 원흉이 에리나라면, 세상이 슬퍼진 이유도 에리나 때문이라면 에리나만 죽여도 모든 게 해결된다.


진혁과 리릴에게 이야기는 해주고 싶지만, 그럴 틈이 없다.

우선 선제 조치를 하고 후에 이야기해줄 수밖에.


레이라는 에리나를 찾기 위해 종이를 품속에 넣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포탈이 열리며 로스트가 튀어나왔다. 로스트는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로스트···?”


로스트에게서 슬픔의 기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로스트는 지금 슬퍼하고 있다.


로스트가 슬퍼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플루 때문에 아무 것도 먹지 못해서.

먹고 싶어서 미칠 것 같은데 먹지 못해서.

그 상태로 시나리오 수행을 위해 강제로 이곳에 와서.


하지만 로스트는 벌써부터 죽고 싶지는 않았기에 입을 열었다.


“키, 킹 벨제붑이 나타났어요··· 진혁이 위험···해···”


식탐의 악마 킹 벨제붑이 진혁을 위협한다.

레이라는 에리나보다도 우선 킹 벨제붑을 죽여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오랜 숙원이고, 레이라의 가슴에 자리잡은 슬픔과 분노의 원인이었으니까.


“어디에 있지? 어서 안내해.”


작가의말

속지 마 썅년이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카데미의 소환수가 된 헌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기 21.01.08 270 0 -
공지 연재주기 변경 공지 20.12.05 74 0 -
공지 진짜 마지막 제목 수정 20.10.23 183 0 -
공지 연재시간 공지 20.09.29 347 0 -
105 에필로그 +2 21.01.08 394 6 11쪽
104 질투 21.01.08 222 4 13쪽
103 미래 +2 21.01.07 129 4 13쪽
102 이프 +2 21.01.07 130 4 13쪽
101 리릴 +2 21.01.06 140 4 13쪽
100 나태의 저주 (6) 21.01.06 127 4 12쪽
99 나태의 저주 (5) +2 21.01.05 124 4 12쪽
98 나태의 저주 (4) +2 21.01.04 110 4 12쪽
97 나태의 저주 (3) +3 21.01.01 127 4 12쪽
96 나태의 저주 (2) 21.01.01 103 4 12쪽
95 나태의 저주 (1) +2 20.12.31 128 4 13쪽
94 에리나 (5) +2 20.12.30 109 6 13쪽
93 에리나 (4) 20.12.29 89 5 13쪽
92 에리나 (3) +4 20.12.28 109 6 12쪽
91 에리나 (2) 20.12.25 114 6 12쪽
90 에리나 (1) 20.12.25 128 5 13쪽
89 모순 20.12.24 111 5 13쪽
88 가시의 책임 20.12.23 122 4 12쪽
87 질투와 탐욕 20.12.22 126 5 12쪽
86 로스트(lost) +2 20.12.21 324 5 12쪽
85 분노의 악마 +4 20.12.18 120 5 12쪽
84 최유정 (5) 20.12.17 132 5 12쪽
» 최유정 (4) +2 20.12.16 141 5 12쪽
82 최유정 (3) 20.12.15 149 5 13쪽
81 최유정 (2) 20.12.14 120 5 12쪽
80 최유정 (1) +2 20.12.11 129 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