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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F 님의 서재입니다.

무공으로 내 인생 만만세!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공모전참가작

HBF
작품등록일 :
2024.05.09 15:56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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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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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1
글자수 :
257,284

작성
24.06.0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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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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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글자
12쪽

변화된 시선들(4)

DUMMY

.





정중한 인사에 이미선은 어리둥절했다.


‘복싱클럽 관장님이 왜?’


알은 척을 해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눈을 깜빡이며 빤히 쳐다보자 그가 차분한 눈길로 응시했다.


“결례가 안 된다면 잠시 대화 좀 나눠도 되겠습니까?”

“무슨 일로 그러시는지······.”


자연스럽게 주변이 조용해졌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관장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주먹으로 입을 가리고 낮게 헛기침을 했다.


“크흠. 다름이 아니라 고봉이 문제로 상의드릴 게 좀 있습니다.”

“제 아들이요?”

“예.”

“무슨 문제라도······.”

“그게 아니라 고봉이가 복싱에 큰 재능이 있습니다.”


뜻밖의 말에 모두가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이미선도 별반 다르지 않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복싱이요?”

“네. 타고났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주변이 수군거렸다.


“저게 무슨 소리야?”

“고봉이가?”

“관장님이 직접 찾아와서 저런 소리를 할 정도면 얼마나 뛰어나다는 거야?”

“고봉이는 재능도 많네. 요리도 잘하지, 복싱도 재능 있지.”

“둘 다 잘하기 쉽지 않은데.”

“그러게요.”

“한번 보고 싶기는 하다.”

“예?”

“복싱. 내가 격투기 마니아잖아.”


웅성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이미연은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요리뿐만 아니라 복싱까지 재능 있다는 말이 믿기기 않아서였다.


“그게 정말인가요?”

“네. 잘만 가다듬으면 아시안 게임도 노려볼 수 있습니다. 그럼 군대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겠지요.”


아시안 게임이란 발언에 남자들 모두가 질겁했다.


“그 정도라고?”

“메달 따면 군대 면제 아닙니까?”

“금메달만.”

“그럼 지금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거잖아요?”

“도대체 얼마나 잘해서 저런 소리를 하는 거야?”


주변의 어수선한 반응과 현재 상황이 겹치면서 이미연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때 주방에서 예쁘장한 알바와 비대한 체구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엄마.”


익숙한 모습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반가움과 긴장감이 동시에 흐르는 표정을 지었다.

모두의 고개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이동했다.


“누구······.”

“설마 쟤가 고봉이?”

“안 본 사이에 많이 변했네······.”

“그러게요.”

“생각했던 거랑 좀 많이 다르네요?”

“뭐가?”

“복싱에 재능 있다고 해서 호리호리한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체격이 좀....좋네요.”


뚱뚱한 몸매에 모두가 놀란 눈치였다.

하지만 고봉이를 몇 번 본 혜림 엄마는 달랐다.


“살 진짜 많이 빠졌네. 무슨 운동을 했길래 저렇게 빠졌대?”

“저게 빠진 거예요?”

“어. 얼굴이 반쪽이 됐잖아. 예전엔 진짜 통통했어.”

“아······.”


누군가의 미묘한 탄성을 끝으로 다가온 고봉이 모두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예, 반가워요.”

“고봉아 나도 왔다.”

“오셨어요. 관장님 안녕하세요.”

“왜 전화 안했어?”

“좀 바빠서요. 죄송합니다.”


사람들에게 일일이 화답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이미연은 약간 긴장했다.


“놀랐지?”

“약간요. 전화하고 오지 그랬어요? 그럼 더 푸짐하게 준비했을 텐데.”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한 표정이라 그제야 이미연은 졸이던 가슴을 풀고 미소지었다.


“괜히 신경쓸까봐 그랬지. 일은? 할 만해?”

“네. 재미있어요.”

“고봉이가 일 하나는 정말 잘해요. 우리 식당도 고봉이 때문에 돌아간다니까요?”


여사장님의 칭찬에 고봉이가 어색하게 웃었다.


“아니에요. 사장님께서 잘해주셔서 그렇죠.”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을 때 즈음, 식당 문이 열리며 손님이 들어왔다.

그들을 바라보던 고봉이 슬쩍 웃었다.


“앉아서 드세요. 제가 조금 있다가 서비스 드릴게요.”

“됐어. 신경 쓰지 말고 일봐.”

“천천히 드시고 계세요.”

“응.”


씩 웃은 아들이 부리나케 주방으로 사라졌다.

그 든든한 뒷모습에 이미연은 정말 감격스러웠다.

뛰어난 요리 실력이나 복싱 재능을 인정받은 것도 모자라서 반갑게 맞이해준 행동과 성실한 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었다.

한동안 감희에 젖어 양손을 맞잡은 채 우두커니 서있자 옆에서 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어머님?”

“아, 네.”

“잠깐 시간 좀 내주시겠습니까?”


간곡한 그의 부탁에 이미연이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



주방 안으로 들어온 나고봉은 기분이 좋았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 어머니가 식당까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아마 예전 같았으면 길길이 날뛰며 부끄러워하거나 짜증을 냈을지도 몰랐다.

실제로 어머니가 살짝 긴장한 얼굴로 어색하게 바라본 것도 이런 이유였다.

이젠 절대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주문받은 요리를 만들었다.


“뭘 해드려야 좋아하실까?”


회사 분들과 함께 왔는데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었다.

조금이라도 기를 살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에 진지하게 고민해보았다.

그때 뜬금없이 권왕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만두.’

“예?”

‘네 요리 중 면과 만두가 가장 맛있다.’


그의 조언에 고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 그렇지!’


가장 자신 있는 요리들이었다.

가장 많이 만든 요리이기도 했고.

잘할 수 있는 걸 해드리면 된다는 생각을 왜 못했을까?

나고봉은 파전을 뒤집으며 생각했다.


‘만두라.’


팔색조 같은 음식이다.

취향에 따라 쪄먹고, 튀겨먹고 삶아 먹을 수 있으니까.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일본의 교자.

네팔의 모모.

러시아는 펠메니(Pelmeni).

만두 종주국이라고도 할 수 있는 중국은?

흔히 딤섬으로 대표한다.

이중에서 가장 괜찮다고 생각하는 만두는 역시나 딤섬이었다.

모양도 화려하고 앙증맞아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사이즈라 어머니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종류를 정한 나고봉은 주문받은 요리를 빠르게 조리한 뒤에 서빙 데스크로 다가가 사장님에게 말을 걸었다.


“저 사장님.”

“응?”

“죄송한데 저희 엄마 회사 분들께 서비스 좀 만들어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돈은 제 월급에서······.”

“돈은 무슨. 됐어. 당연히 서비스 드려야지. 여기까지 찾아오셨는데.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감사합니다!”


허락을 받은 뒤, 곧바로 만두 제작에 들어갔다.

만두는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다채로운 풍미를 자랑하는 요리였다.

당장 주방에 있는 재료는 약간의 해산물과 돼지고기였다.

일단은 피를 얇게 만들어 재료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리는 게 관건이었다.

이미 수없이 만들어본 요리기에 나고봉은 거침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금메달을 따면 6,000만 원가량의 포상금과 100만원의 연금이 죽을 때까지 나옵니다. 따로 체육관을 차려서 운영할 수도 있고요. 이런 돈 문제를 떠나서라도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군 면제도 단숨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고봉이는 뭐라고 하던가요?”


기습적인 질문에 이홍수는 살짝 당황했다.

위험하다, 혹시 다치면 어쩌냐, 따위의 질문을 예상했었다.

아마추어 경기라 항상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시합을 뛰니 걱정 말라는 대답을 하려고 했는데 난데없이 고봉이의 의견이라니?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고 만 이홍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여기서 잘못 말했다간 전부 끝이야!’


있는 사실을 말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복싱할 마음이 전혀 없는 사람이 고봉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소리를 했다간 그녀는 미련 없이 등을 돌릴 게 분명했다.

적당한 거짓말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안 그래도 물어봤는데 지금은 식당 일을 꼭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어머님을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감정적인 부분을 호소하자 어머니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아마도 다양한 감정이 스쳐지나갔을 터였다.

자신을 생각해주고 있다는 든든함과 부모로서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미안함이 교차한 표정이었다.


“정말 그렇게 말했나요?”

“예.”


잠시 기다려주자 그녀가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서 식당일을······.”

“어머니. 지금 고봉이는 숨겨진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때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메달을 딸 수 있는 녀석이 식당이라니요? 그러니 제발 어머니께서 말 좀 잘해주십시오.”

“우리 고봉이가 그렇게 잘해요?”

“잘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타고났습니다! 근래에, 아니 한국 복싱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는 진짜 천잽니다, 천재! 그런 애가 식당에 있다니요? 이건 정말 국가 차원에서도 심각한 낭비가 아닙니까?”


절규에 가까운 발언에 그녀는 생각이 많은 눈치였다.

이홍수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았다.


“그냥 한마디만 해주십시오. 운동 삼아서 복싱해보라고. 그 정도면 전 만족합니다.”

“정말 그 정도면 될까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묻는 모습에 이홍수는 속으로 만세를 부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물론입니다! 그 후에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



“이건 주방장님 직접 만든 서비스예요. 맛있게 드세요.”


테이블 위에 놓인 접시를 바라본 혜림 엄마, 김선희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뭐가 이렇게 예뻐?’


접시에 담긴 요리는 음식이 아니라 조각이었다.

마치 알록달록한 꽃이 핀 것처럼 접시 위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곱다.

너무 고와서 먹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사람들도 요리의 자태에 감탄하며 놀라워하고 있었다.


“와! 색감 좀 봐! 너무 예쁘다!”

“이거 뭐야?”

“딤섬 아니에요?”

“진짜 잘 만들었다.”

“고봉이 재주 진짜 좋네.”

“웬만한 딤섬 가게보다 더 잘하는데요?”

“어서들 먹어보자고.”

“예!”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은 김선희도 젓가락을 들었다.


‘어디······.’


투명하리만치 얇은 만두피를 꽃 봉우리처럼 감싼 딤섬 한 개를 집어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턱을 움직여 씹자 쫄깃한 만두피가 팡하고 터지더니 그 안에서 풍부한 육즙과 함께 조화로운 맛이 일제히 만개했다.

김선희의 동공이 크게 확장됐다.


‘와!’


고기와 채소의 풍미가 가득 담긴 그런 맛이 입안을 가득채운 느낌이었다.

일반 시판용 만두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꽉 찬 풍성함이 혓바닥을 희롱했다.

진하고 강렬하다!

마성의 맛이었다.

오물오물 빠르게 씹어 넘긴 그녀가 이번엔 해산물이 들어있는 딤섬을 먹어보았다.

씹자마자 해산물 고유의 맛과 조개 육수처럼 진한 육즙이 확 터져 나왔다.

쫄깃쫄깃한 해산물의 식감이 씹는 재미까지 더해주었다.

마치 잘 끓인 국물 요리와 해산물을 한꺼번에 먹고 있는 기분이었다.

모자람 없이 실로 완벽한 맛!


“우와! 진짜 맛있다!”

“원래 딤섬이 이렇게 맛있었나?”

“내가 먹었던 딤섬 중에서도 이게 탑이다, 탑!”

“미쳤다, 진짜······.”


맞는 말이었다.

이 딤섬은 정말 미친 맛이었다.

김선희는 깨달았다.


‘언니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구나······.’


정말이었다.

아들의 정성이 고마워서가 아니라 진짜로 맛있어서 그런 말을 한 거였다.

큰 깨달음을 김선희가 고개를 돌렸다.


“언니.”

“응?”


딤섬을 오물오물 씹으며 쳐다보는 미연 언니의 얼굴을 응시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고봉이 셰프 시켜보는 건 어때? 그거 있잖아. 오성급 호텔 셰프 같은 거.”

“오성급 호텔 셰프?”

“어! 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하지! 고봉이 요리에 재능 있다니까? 아니 차고 넘쳐! 말 나온 김에 대회 같은 거 한 번 나가보라고 해. 그럼 정확하게 알 거 아니야?”


미연 언니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김선희는 팔꿈치로 옆구리를 쿡 찔렀다.


“뭘 그렇게 고민해. 그냥 해보고 안 되면 마는 거지. 혹시 알아? 진짜 오성급 호텔 셰프 될지?”


말을 그렇게 했지만 요리의 맛만 놓고 봤을 때 충분히 되고도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선희는 다시 한 번 힘주어 말했다.


“고민하지 말고 그냥 물어봐. 아니면 내가 물어봐줘?”

“아니야. 내가 물어볼게.”

“그래, 꼭 물어봐. 식당에서 일하는 거 너무 아까워서 그래.”


미연 언니가 주방 쪽을 힐끗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물어볼게.”


입가엔 자랑스러움이 묻어난 미소가 부드럽게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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