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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F 님의 서재입니다.

무공으로 내 인생 만만세!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공모전참가작

HBF
작품등록일 :
2024.05.09 15:56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80,209
추천수 :
3,887
글자수 :
257,284

작성
24.05.26 12:05
조회
4,442
추천
85
글자
11쪽

체육관에서

DUMMY

.



태희TV라는 채널명과 함께 여러 개의 동영상이 나열돼 있었다.

구독자는 5,000명이었다.


“구독해주는 것도 잊지 말고.”


고개를 끄덕인 나고봉은 화면을 주시했다.


[상위 0.1%의 재능러가 달리면 벌어지는 일(대회 1등! 감동 주의!)]


괴상한 제목과 함께 웬 뚱뚱한 남자가 달리고 있는 광경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나?’


확실히 맞긴 한데 왠지 모르게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규칙적인 호흡과 완벽한 동작을 구사하며 달리는 모습이 그러했다.

특히 무표정에 가까운 얼굴과 착 가라앉은 눈빛은 비대한 외형과 무척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권왕인가?’


처음 봤다.

그의 전체적인 모습을.

확실히 남달랐다.

저 비대한 몸으로 저렇게 가볍게 뛸 수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도 몰랐다.


-선두권 당황하는 거 개웃기넼ㅋㅋㅋ

-겨울잠에서 깨어난 곰이 쫓아오는 기분인가?

-씨바 저 정도면 마인 부우급 아니냐?


믿지 못할 현실에 모두 충격을 받은 눈치였다.

돼지 같다느니 따위의 비하발언보다 실제로 저런 게 가능하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하기야 저런 반응은 당연했다.

권왕이 아니면 누구도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나고봉은 갑자기 깨달음을 얻었다.


‘불가능?’


남들이 보기엔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는 게 정상이었다.

그러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호기심과 놀라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권왕이니까.

생각이 명확해진 나고봉은 살짝 흥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거 하면 돈 벌어?”

“돈? 조회 수 터지면 많이 벌지!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많이 벌걸?”

“그렇게 많이 번다고?”

“응. 말 나온 김에 너도 해봐. 내가 봤을 땐 너 진짜 재능 있다니까?”


자신이 아니라 권왕이긴 하지만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넘사벽 재능러가 권왕이니까.


“약간 뭐랄까? 사람들한테 놀라움을 주는 그런 재능? 그러니까 한번 해봐. 그냥 썩히긴 아깝잖아.”


잠시 머뭇거리자 그녀가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결정하라는 조언을 해왔다.

그 사이 체육관 앞에 도착했다.

태희가 전화를 걸었다.


“어, 오빠. 나 도착했어요. 네. 올라갈게요.”


그녀와 함께 나고봉은 2층으로 올라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쫙 달라붙는 쫄티를 입은 강민수였다.

도드라진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꿈틀거렸다.


“뭐해? 들어와. 태희도 어서 오고.”


나고봉은 궁금했다.


‘과연······.’


권왕이 복싱을 감상하고 어떤 평가를 내릴까?



*



“뭐야?”

“누군데?”

“와! 엄청 예쁘네.”

“그러니까?”

“쟤가 걘가?”

“왕따?”

“딱 봐도 왕따 당하게 생기긴 했네.”


수군거리는 체육관 안으로 들어온 손태희는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켰다.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달리는 태희입니다! 오늘은 아는 오빠가 다니는 체육관에 방문했습니다.”


그리 말하며 체육관 내부를 촬영했다.

카메라가 지나갈 때마다 모두가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이쪽은 우리 체육관 관장님.”

“안녕 하세요~ 관장님! 이쪽 보고 인사 좀 해주세요.”


명량한 부탁에 관장님이 인사를 하곤 체육관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복싱을 가르치고 있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선수도 배출했다는 말까지 곁들이면서 체육관 홍보에 열을 올렸다.

말이 길어졌지만 어차피 편집할 영상이라도 괜찮았다.

내부까지 촬영하자 드디어 본격적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일단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나올까?”

“네.”


체육관에서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와.”

“몸매 후덜덜하네······.”


힐끗거리는 시선이 느껴진 손태희는 약간 부담스러움을 느꼈다.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 앞에 섰다.

한쪽 구석에서 고봉이 멀뚱히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 너는?”

“맞는 옷이 없어서.”


어색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손짓했다.


“괜찮아. 이리로 와. 같이 배워야지.”


그가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손태희는 그를 간략하게 소개했다.

이모 식당에서 근무하게 된 주방장이자 새로 사귀게 된 동갑내기 친구라고.

관장님과 민수 오빠도 살짝 경직된 얼굴로 옆에 섰다.

원래 카메라 앞에선 다들 저런 분위기라 손태희는 그들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의도로 복싱에 대해서 이것저것을 물어보았다.

어느덧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자 관장님의 지시 하에 민수 오빠가 시범을 보여주었다.

이후엔 알려준 대로 자세를 잡고 몇 번 연습해본 뒤에 샌드백을 쳐보았다.

생각보다 어려웠다.


“괜찮아, 처음엔 다 그렇거든. 그래도 잘하네.”


칭찬에 의욕적으로 변한 손태희는 최대한 열심히 따라했다.

옆을 돌아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니, 그게 아니라 스텝을 밟으면서 이런 식으로 툭툭.”


고봉도 최선을 다해서 샌드백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런데 동작이 영 아니었다.

약간 허우적거리는 느낌이었다.

하긴 모든 운동에 재능이 있을 수는 없었다.

자신이라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하며 의욕적으로 움직였다.

훈련 영상을 다 찍자 민수 오빠가 웃으며 수건을 건네주었다.


“할만 해?”

“네, 재미있어요!”

“다행이네. 스파링 영상도 찍을 거야?”

“폐만 끼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어요.”

“체육관 홍보도 하니까 관장님도 좋아하셔.”

“헤헤~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고요!”

“제가 더 감사하죠~ 여기 글러브. 안전보호구 착용은 내가 도와줄게. 일단은 밴딩부터 하자.”

“네~”


손을 내민 그녀가 예쁘게 웃었다.

손에 천을 칭칭 감아주던 민수 오빠가 고개를 돌렸다.


“쟤는 진짜 재능이 없네.”


고개를 돌리자 고봉이 비지땀을 흘리면서 샌드백을 두들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민수 오빠 말대로 정말 복싱 쪽으로 재능이 없는 건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요리하고 마라톤 쪽에는 큰 재능이 있어요.”

“요리야 그렇다 치고. 마라톤에 재능이 있다고?”

“영상 다 안 봤어요?”


그가 어색하게 웃었다.


“그게 몇 개는 못 봤어.”

“장난이에요, 장난~”

“오늘 꼭 볼게.”

“네. 그거 보면 고봉이도 나올 거예요.”

“쟤가? 왜?”

“마라톤 대회 영상 찍으면서 동반 출연했거든요. 거기서 1등 했어요.”

“누가?”

“고봉이요.”

“진짜?”


깜짝 놀란 그의 되물음에 손태희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네. 꼭 한 번 확인해보세요. 아마 깜짝 놀랄 걸요?”



*



‘형편없군.’


권왕의 짧은 감상평을 들은 나고봉는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처음 체육관에 들어와서부터 줄곧 저 소리였다.

관원들의 행동이 어떻다느니 가르치는 놈의 실력이 형편없다느니 따위의 연속이었다.

아무래도 기대치가 생각보다 훨씬 더 높았던 것 같았다.

하긴 이해는 갔다.

현대로 넘어와 그에게 가장 친숙한 분야를 만났는데 대부분이 삼류보다 못한 수준이니 저런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겠지.

말없이 샌드백을 두들기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그게 아니라 뒷손 주먹 나갈 때 앞다리에 체중을 옮기면서 몸을 회전시켜야지. 이런 식으로.”


퍼퍽!


깔끔한 원투 펀치를 몸소 보여준 관장님의 모습에 권왕이 평가를 내렸다.


‘나름 쓸 만하긴 한데.’


칭찬에 인색한 그의 성격을 고려하면 관장님의 실력이 보기보다 우수하다는 증거였다.

물론 딱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권(拳)에 대한 이해력은 현격하게 떨어지는군.”


후속 설명이 이어졌다.

뒷손에 힘을 싣는다는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하중의 체중을 위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상체를 잡아 돌려 앞쪽으로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모든 동작이 물처럼 부드럽게 이어져야 하는데 중간에서 뚝 끊기고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나고봉은 눈만 껌뻑인 채 멍하니 서 있었다.

그게 못마땅했는지 권왕이 혀를 찼다.


‘넘겨라.’


나고봉은 별말 없이 육체를 인계했다.

체육관은 그의 부탁으로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단숨에 육체 통솔권을 잃은 그가 전방의 상황을 주시하며 태희의 말을 곱씹었다.


‘크리에이터라.’


촬영한 동영상을 업로드해서 돈을 버는 직업군이었다.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었다.

무전취식을 일삼는 권왕을 잘만 활용하면 꽤 괜찮은 부업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다이어트와 마라톤, 격투기 같은 운동 쪽으로.

기회가 된다면 구기종목도 도전해보면 재미있는 영상이 나오지 않을까?

분명 권왕이라면 무슨 사고를 쳐도 단단히 칠게 뻔했다.

문제는 그를 어떻게 설득하냐 이건데······.

답은 언제나 특별한 요리였다.

나고봉은 눈을 빛냈다.


‘일단은 도전해보자!’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었다.



*



올스타 복싱클럽 관장 이홍수가 눈을 가늘게 좁혔다.


‘뭐하는 거야?’


원투 펀치의 시범을 보여주고 해보라고 했더니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긴장이 돼서 저러는 걸까?

그렇다고 보이엔 약간 어패가 있었다.

기본적인 자세조차 잡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복싱에 대한 의욕이 전혀 보이지 않는 태도였다.

하지만 이홍수는 어느 정도까지 이해가 갔다.


‘저런 몸으로 체육관에 온 것만 해도 기적이지.’


뚱뚱한 정도가 아니라 초고도비만 수준의 사람이 체육관에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체육관을 운영하면서 딱 한 번밖에 보지 못했으니 무슨 말이 필요할까.

체육관을 찾아온 그 사람도 겨우 이틀 만에 관뒀다.

겨우 계단을 올라오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비난하고 싶지도 않았다.

본래 인생이란 것은 자신이 추구하는 생각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었다.

방향성이 다르다고 뚱뚱한 사람을 무시할 정도로 이홍수의 인성이 쓰레기는 아니었다.

단지 게으르거나 부정적인 생각이 싫을 뿐이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저 나고봉이라는 사람은 최소한 노력이라도 하고 있으니 다행이었다.

물론 자포자기한 듯한 행동은 못마땅하긴 하지만 말이다.


“뭐해요? 어서 해보지 않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을 번쩍 뜨더니 느닷없이 샌드백을 향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파아아아앙!


가죽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샌드백 중앙이 푹 들어가면서 공중위로 떠올랐다.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이홍수의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무, 무슨!”


주변은 물론이고 링 위에 올라가고 있던 민수와 관원들도 깜짝 놀란 얼굴로 죄다 쳐다보았다.


“뭐, 뭐야?”

“미친!”

“샌드백 누가 친 거야?”


웅성거리는 분위기 속에서 이홍수는 멍한 눈으로 샌드백을 쳐다보았다.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샌드백이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며 덜컹거리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저건 초보자용이 아니라 무려 프로용 헤비백이었다.

20kg가 넘는 무게였다.

그 무거운 헤비백이 저렇게 많이 뒤로 밀린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경악에 가까운 표정을 지은 이홍수는 자신도 모르게 손이 떨려왔다.


‘저놈······.’


물건이었다.

그 말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극강의 돌주먹!

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단어인가!

하드 펀치는 그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무기였다.

스치면 간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이홍수는 떨리는 마음으로 말했다.


“다시 한 번 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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