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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님의 서재입니다.

감독 이야기 : 낯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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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ov
작품등록일 :
2017.12.04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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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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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13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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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8. 프리시즌 (3)

DUMMY

델 레오네는 훈련에 열정적이었지만 선수들에게 많은 부분을 터치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단, 두 가지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진행했다.


“판단이 너무 늦어. 볼이 온 뒤에 생각하면 늦는다고 몇 번을 얘기했나? 그 전에 무엇을 할지 생각해두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공격 시에 실패하는 건 괜찮다. 하지만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는 건 용납하지 않겠다. 어떻게 창의적으로 상대를 뚫어낼지 방법을 모색하고 계속 시도해라.”


훈련 프로그램을 마친 뒤에도 선수들을 개별적으로 불러내어 지도하거나 수시로 면담을 하기도 했다. 어떤 게 자신 있는지, 어떤 역할을 원하는지 등등을 물어보면서.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로스 카운티의 성적은 저조하기만 했다.



=============================

< 로스 카운티 0 : 0 블랙풀 >


=============================

=============================

< 로스 카운티 2 : 2 도르노크 시티 >

로버트 퀸(36‘)

제임스 블랜차드(73‘)

+++++++++++++++++++++++++++++

토니 깁슨(45+3‘, 90’)


=============================



프리시즌 종료.


아마 교수가 점수를 매긴다면 가차 없이 F를 받았을 것이다.


결과도 결과지만 그 과정 또한 형편없는 모습의 연속.


델 레오네의 로스 카운티는 지금까지만 봐선 최악이라 표현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세미프로팀에게 패배한 것을 시작으로 셰필드 웬즈데이, 베르더 브레멘과 연이은 시합에서는 그 절정을 보여주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서포터들의 의견이 갈리기 시작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비전이 안 보이는 건 아직 초기이니 둘째 치더라도 주전들을 이유 없이 홀대하고 있는 것과 어린 선수들을 내세워서 무의미한 실험만 지속하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 게다가 프리시즌에 한 번도 승리를 얻어내지 못한 팀이 어떻게 정규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냐며 초짜 감독을 데려온 게 실수였다는 의견들과,


부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더군다나 시즌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프리시즌 내용만 가지고 판단을 내리는 건 시기상조이니 일단 조용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들이 충돌하고 있었다.



“그러면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조지?”


해리의 물음에 작은 펍의 주인 조지 맥도넬은 잔을 닦던 손을 멈췄다.


“프리시즌은 그냥 별개로 보는 게 편해. 잘 나가던 팀이 개막전에 고꾸라지기도 하고 안 좋은 분위기로 시작한 팀이 언제 그랬냐는 듯 날아다니기도 하니까.”


“그런가? 그럼 지금 호들갑 떠는 쪽이 얼간이들이라고 보면 되는 거군?”


“그 사람들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야. 아무리 그래도 한 번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는 건 충분히 불안하고도 남을 일이지.”


홈경기를 직관하러 갔을 때 로스 카운티가 보였던 경기는 그야말로 옹호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수비 조직부터 시작해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으니까.


‘매 경기 나오는 얼굴들이 계속 다르긴 했지만.’


고정 멤버 없이 매번 큰 변화를 줬으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로스 카운티를 수년간 응원해왔던 그조차 한 번도 본 적 없던 뉴페이스들.


무엇보다 경기를 보면서 느꼈던 건 승리보다 팀을 점검하려는 인상이 강했다는 것이다.


그게 나쁜 건 아니었다. 본래 프리시즌이란 건 그러기 위해서 있는 것이고 감독은 그걸 철저하게 사용했다고 볼 수 있었다.


결과가 처참하건 말건 계속 일관성 있게 진행했다는 게 문제겠지만.


“시즌이 시작되면 달라질 거라 생각하나?”


해리의 두 번째 물음에 그는 생각을 멈추었다.


“글쎄, 그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처음에 신문으로 그 남자가 부임한 기사를 봤을 땐 적잖이 놀랐던 맥도넬이었으나 함께 즐거운 대화를 나눴던 기억 때문일까. 그가 진심으로 잘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뭔가 믿어보고 싶은 구석도 있었다.


사람에게서 아우라가 나온다는 말을 믿고 살아오지는 않았지만 델 레오네라는 그 이탈리안에게서 그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걸 대변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시작을 무난하게 했다면 참 좋았으련만 그 감독에게는 그다지 좋은 타이밍이 아닐 거야. 팀을 제대로 정비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스코티시 최강 팀을 만나게 되었으니······.”


맥도넬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하필 개막전 상대가 셀틱이라니.


“뭐, 어쩌겠나. 그저 잘 버텨내길 바랄 뿐이지.”


결과야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아무도 로스 카운티가 셀틱을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이곳 지역 서포터들의 민심조차 얻어내지 못한 이방인에게 그것이 용인될 수 있을까?


걱정이 큰 맥도넬이었다.


*******


“이 선수들은 더 이상 제 계획에 필요 없습니다. 부탁드립니다.”


프리시즌이 종료된 후 코너 단장이 감독실을 찾아갔을 때 들은 첫 마디였다. 그가 내민 방출명단에는 다음과 같은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

[방출]

제이미 글렌(Jamie Glen)

숀 맥킬롭(Sean MacKilop)

카일 쿠퍼(Kyle Cooper)

샘 머피(Sam Murphy)

스티브 티서(Steve Tidser)


[임대 해지]

조나단 쇼(Jonathan Shaw)

윌 더글라스(Will Douglas)


=============================



‘이렇게나 많이?’


코너는 명단을 보고 동공이 커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숫자도 숫자였지만 기껏 공들여 임대해 온 선수들 중 두 명의 이름이 올려져 있었고 데렉 사단의 주전으로 뛰던 선수들의 이름도 적혀 있었다. 이들을 정말 다 내보낼 셈인가?


“추가 사항이 있으면 다시 알려드리겠습니다.”


“이대로 괜찮은 겁니까?”


단장이 말했다.


“개막전 상대가 셀틱입니다. 팀이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에서 싸워도 모자랄 지경인데 프리시즌 결과는 전부 엉망이 되어버렸고 얻은 성과는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게 보이십니까?”


감독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베넷 씨는 벌써부터 신경이 예민해져 있어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델 레오네 씨가 면접 때 당당하게 했던 그 발언에 내심 기대하고 있는 눈치란 말입니다.”


코너는 오늘도 사무실에서 한참을 시달리고 나온 참이었다. 베넷은 구단주이기에 앞서 로스 카운티를 열렬히 응원하고 있는 서포터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그러한 그의 성화를 달래주는 게 단장으로서 하나의 일과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나쁘지 않군요. 베넷 씨의 팀을 향한 애정이 느껴지니까요. 축구를 그저 사업의 일환으로만 바라보는 구단주들보다야 훨씬 낫지 않습니까?”


‘······이 남자는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 못 하는 건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초조한 기색 하나 없이 여유로운 모습의 이탈리안 덕에 코너는 혹여 자신이 잘못된 게 아닐까 착각마저 들 것 같았다.


“실례가 될 것 같아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 했다만 구단주의 인내심이 바닥날수록 델 레오네 씨의 입지도 좁아지는 겁니다. 그건 알고 계시는 거죠?”


“물론이죠.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델 레오네가 웃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우리는 많은 성과를 얻었으니까요.”


“전 경기 무승인데 무슨 성과를 얻었다는 거죠?”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지요.”


“······.”


이 이상 더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적어도 코너는 그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긴장이라도 심어주려 했던 건데 그게 소용없다는 걸 알아버렸으니 말이다. 오히려 본인의 불안감만 심어준 꼴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러나저러나 지금은 저 남자를 믿고 가는 수밖에 없다.


개막일이 다가오면 곧 알게 되겠지.


*******


구단주와 단장만 지금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사실 제일 불안을 느끼는 건 매일 그와 함께 있는 수석코치일 것이다.


‘모든 게 뭉개지고 말았어.’


감독이 바뀌면 팀의 체제가 변화하는 건 자연스러운 절차다. 하지만 그 과정은 아주 천천히 조금씩 진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모든 게 엎어져 버린 수준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델 레오네가 팀에서 내보내기로 결정한 선수들부터 그렇다. 그들 중 몇몇은 본래 팀의 주요 계획에 포함될 선수들이었다.


특히 작년에 로더럼에서 영입해 온 스티브 티서는 적응에 꽤나 애를 먹었지만 후반기 들어 점차 팀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번 시즌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었다.


중앙에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는 플레이가 미약하다는 지적을 해결해줄 선수였다.


본래 중앙에서 뛰었던 브리튼은 작년 시즌 아담스에 의해 윙으로 변경하면서 엄청난 활동량으로 오른쪽 전역을 뛰어다니며 좋은 활약을 했기에 이번에도 그럴 계획이었다.


하지만 새로 온 감독은 그런 브리튼을 다시 중앙으로 기용하고 티서를 방출 명단에 올려버렸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와 버린 것이다.


브리튼을 대신할 우측면에는 발만 빠른 것으로 평가받던 리암 마크센(Liam Marksen)과 그때 시합에서 돋보였던 그 꼬마, 앤드류 톰슨을 번갈아 출전시키고 있었다.


성적은 최악이었다. 마크센은 본래 평가대로 백업 수준의 기량이었고, 톰슨은 그보다 더 심각했다. 어린 선수라 그런지 저번 같은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실수만 연발할 뿐이었다.


전임 감독과는 완전히 상반된 움직임.


부임하자마자 팀의 체제를 갈아엎는 건 대개 극단적인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프리시즌의 행보를 보았을 때 그 결과가 썩 좋은 방향으로 흐를 것 같지 않다.


급변하는 시스템 속에서 과연 선수들이 잘 적응해낼 수 있을까?


그리고 산더미 같이 쌓여가는 의문점들.


브리튼을 다시 중앙으로 기용한다면 고질적 문제인 볼 배급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는가? 우측면은? 많은 게 불안정한 저 둘만 믿고 갈 셈인가?


그리고 알렉산더 캐리는 정말로 전력 외 대상인가?


그 부분에 대해 몇 번 이의를 슬쩍 제기해 보았지만 감독은 태연할 뿐이었다. 물론 아직 강경하게 의견을 내비친 적도 없긴 하다.


과연 지금의 행보가 옳은 걸까 싶으면서도 아직 단정 짓기보다는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까지 판단을 유보해두는 게 좋겠다 싶은 마음도 있었고,


그리고 또 하나는,


“나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데 말이지.”


감독이 이상하리만치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최전방 쪽을 좀 손볼 필요는 있어. 에이든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고, 요앙 하나만으로 시즌을 전부 치를 수는 없으니까.”


스튜어트는 방출이 결정되어 버린 글렌과 쇼가 고작 후보에 지나지 않던 딩월, 아르킨에게 밀린 이유부터 묻고 싶었으나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이적 시장 마감일까지 스카우트 팀에 요청해둘까요?”


“그렇게 해주게. 우선 내가 원하는 핵심 조건은 그 부분이야.”


감독이 말했다.


“다른 능력은 다 제쳐두고서라도 일단 골잡이의 본능이 살아있는 공격수가 필요해.”


“공격수라면 다들 골을 넣고자 하는 본능은 있지 않을까요?”


“그렇지.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독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짙은 친구들이 있어. 득점에 대한 욕심이 강한 유형들 말이네. 어떤 상황에서도 오로지 골대만 바라보는. 아르킨이나 딩월은 그 부분에선 너무 이타적이야. 우리 팀엔 지금 확실한 킬러가 필요해.”


스튜어트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런 선수를 쉽게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조건만 바라는 것 아니겠나. 기본기까지 탄탄한 선수면 정말 좋겠지만 우리가 가진 예산으로는 힘들겠지.”


“그러면 우선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더 세부적인 내용을 정리해서 줄 테니 그때 전달해주게. 그리고 내가 부임하기 전부터 모아뒀던 자료들도 있겠지? 공격수 쪽만 정리해서 가져다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해주게. 최대한 표본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그렇게 하죠.”


“좋아, 일주일 뒤에 확인하도록 하지.”


델 레오네는 깍지 낀 양손을 머리에 붙이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중얼거렸다.


“누군가 아무도 발견 못 한 옥석이라도 찾아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텐데.”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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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로스 카운티의 문제점 +23 18.01.15 9,367 265 13쪽
30 30. 이상 기류 (5) +24 18.01.12 9,383 293 13쪽
29 29. 이상 기류 (4) +16 18.01.11 9,369 260 13쪽
28 28. 이상 기류 (3) +16 18.01.10 9,593 262 12쪽
27 27. 이상 기류 (2) +26 18.01.09 9,607 293 12쪽
26 26. 이상 기류 +25 18.01.08 9,739 306 12쪽
25 25. 뜻밖의 선언 +28 18.01.05 10,105 295 13쪽
24 24. 신뢰하다 (2) +14 18.01.04 9,865 263 13쪽
23 23. 신뢰하다 +16 18.01.03 9,890 277 13쪽
22 22. 발화점 (2) +20 18.01.02 9,984 270 15쪽
21 21. 발화점 +6 18.01.01 10,262 264 14쪽
20 20. 징조 +6 17.12.29 10,355 300 16쪽
19 19. 의지를 시험하다 (2) +4 17.12.28 10,427 277 14쪽
18 18. 의지를 시험하다 +9 17.12.27 10,420 300 16쪽
17 17. 그의 움직임을 봤지? +8 17.12.26 10,843 310 13쪽
16 16. 알렉산더 캐리 +9 17.12.25 11,149 305 16쪽
15 15.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 (5) +4 17.12.22 11,111 279 13쪽
14 14.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 (4) +10 17.12.21 11,767 305 14쪽
13 13.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 (3) +4 17.12.20 11,589 300 13쪽
12 12.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 (2) +5 17.12.19 11,790 330 13쪽
11 11. 발걸음을 내딛는 과정 +8 17.12.18 11,798 339 12쪽
10 10. 개막전 +10 17.12.15 11,898 315 12쪽
9 9. 아서라는 이름의 청년 +9 17.12.14 11,846 319 14쪽
» 8. 프리시즌 (3) +10 17.12.13 11,926 289 13쪽
7 7. 프리시즌 (2) +14 17.12.12 11,841 302 11쪽
6 6. 프리시즌 +10 17.12.11 12,881 275 15쪽
5 5. 첫 기자회견 +6 17.12.08 13,170 312 12쪽
4 4. 연습 시합 (2) +8 17.12.07 13,735 315 16쪽
3 3. 연습 시합 +19 17.12.06 16,303 30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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